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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k Ross - Rather You Than Me
조성민 작성 | 2017-03-24 18: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6,425 View

Artist: Rick Ross
Album: Rather You Than Me
Released: 2017-03-17
Rating:
Reviewer: 조성민









릭 로스(Rick Ross)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모색한 방법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 아이디어란 본인 스스로 부여한 이상적인 캐릭터를 청자의 머릿속에 심고 반복적인 주입을 통해 해당 자아를 견고화하는 것이다. 컨셉트 자체를 실행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로스가 구현하려는 드럭-로드(Drug Lord), 혹은 킹핀 캐릭터가 실제 그의 인생 이력과 전혀 상반되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양치기 소년이 되어 늑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늑대의 존재성을 설득해야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로스가 푸샤 티(Pusha T)와 같은 지향점을 두고도 더욱 어려운 길을 걸어야 했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음악적인 완성도는 이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수적이었다. 그것이 모자란다면 아티스트로서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성법과 플로우 디자인 등을 종합한 랩 능력치만 보더라도 로스의 작품들은 대체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오리지널리티와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로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피오소 랩(Mafioso Rap/*편집자 주: 갱스터 랩 중에서도 특히, 마피아 컨텐츠를 다루는 랩)에 웅장함을 얹고 하이엔드 이미지와 고급화된 사운드, 폭발적인 트랩 뱅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시도는 주효했고, 그 덕에 로스가 선사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인간 릭 로스를 서서히 지워갔다.

 

[Rather You Than Me]는 로스의 정규 9집으로 전작들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난 감상 포인트를 이어간다. 프로덕션으로 귀를 선점하고, 랩 컨텐츠는 세밀한 워드플레이나 리리시즘(Lyricism)이 도드라지는 형태로 발휘되었다기보다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는 내러티브적 장치로서만 작용한다. 변화가 뚜렷한 부분은 그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다. 로스는 주변 인물들이 겪은 고난을 묘사하고 그들을 대변하는 스텐스를 취하면서 현재 본인의 강력한 존재감과 위상을 드러낸다. 시선을 주변으로 분산시켜서 오히려 본인의 내공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한, 트랩 트랙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마피아적 판타지와 엮어내는 시도를 한다. 그렇기에 본작은 로스가 과거에 선보인 캐릭터를 빌드업 하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의 멋진 카메오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 첫 곡 “Apple of My Eye”에서부터 감지된다. 로스는 믹 밀(Meek Mill)에게 조언해주었던 날을 회상하는가 하면, 레이블의 A&R을 맡았던 조력자 푸치(Pucci)와 갈라선 이야기를 통해 상실감에서 비롯한 아픔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흐름은 버드맨(Birdman)을 향한 자비 없는 디스곡 “Idols Become Rivals”에서도 이어지는데, 담담하게 뱉어내는 언어의 성질과 뉘앙스, 제법 묵직한 펀치라인과 뿜어내는 아우라 등에서 이젠 그가 씬을 대표하는 진정한 거물 중 하나로 성장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거리에서 거친 모습을 주로 연출하던 로스가 내면의 공개를 통해 페이소스를 주면서도 처량함이나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외에도 그의 앨범에서 기대한 바를 충족시키는 부분은 꽤 있다. “I Think She Like Me”에서는 레이폴 에드먼드(Rayful Edmund)를 거론하며 그의 악명 높은 존재감을 자신에게 투영시키고, “Santorini Greece”“Triple Platinum”를 통해 음악적 성취와 재력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Trap Trap Trap”부터 “She On My Dick”까지 구간에서는 렉스 루거(Lex Luger)가 연상되는 트랩 사운드로 화력을 한껏 폭발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한편, 트랩 고수들이 참여한 해당 트랙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프로덕션은 재지하면서 폭넓은 사운드스케이프로 이루어져 있다. 소울풀한 보컬 샘플은 사운드에 진득함을 부여하고 그랜드 피아노와 드럼으로 웅장함과 묵직함을 더했으며, 그 위로 산뜻한 선율의 신스와 현악기를 얹어 무거운 바이브를 상쇄했다. “Game Ain’t Based on Sympathy”“Santorini Greece”는 이 같은 프로덕션의 풍부함을 대표하며, “Scientology”에서 바이올린 룹 역시 곡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졌다.   

 

아쉬움이 드는 건 후반부다. 트랩 구간 이후 긴장감이 급격히 결여된 프로덕션과 식상한 플로우 디자인이 발목을 잡는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덕션 자체는 풍부하고 거대한 스케일로 빚어졌지만, 감정을 고조시키는 선 굵은 멜로디와 사운드적인 킬링 포인트가 충분하지 않기에 평탄하지만, 밋밋한 감도 있다. 이로 인해 구성적인 지루함이 눈에 띄게 드러나며, 집중력도 다소 흩어진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Maybach Music V”의 실패 역시 뼈아프게 다가오며(심지어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의 프로덕션도 아니다!), 또 하나의 트랩 넘버인 “Summer Sixteen”을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릭 로스는 [Deeper Than Rap][Teflon Don]을 통해 사운드를 완성했고, [God Forgives, I Don’t] [Mastermind]에선 내러티브 능력치의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의욕이 앞섰던 [Hood Billionaire] 한 차례를 제외하면, 매년 정규 앨범을 내면서도 탄탄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쯤 됐으면 마피오소 랩에 대한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때 그의 주 무기들이 서서히 클리셰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의 초반부는 로스에게 있어서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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