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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싱어의 전성시대 1부: 랩과 노래의 불편한 동거
강일권 작성 | 2017-04-06 06:2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25,593 View



: 강일권

 


바야흐로 랩 싱어의 전성시대다. 랩과 노래를 병행하는, 좀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두 보컬 형식을 능숙하게 구사하거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높은 인기를 얻는 중이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 해도 퓨쳐(Future),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 드레이크(Drake), 영 떡(Young Thug), 페티 왑(Fetty Wap),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 키드 커디(Kid Cudi) 등등, 수두룩하다. 특히, 이들은 힙합 프로덕션에 노래하는 힙합 소울 아티스트들, 이를테면,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트레이 송즈(Trey Songz), 맥 와일즈(Mack Wilds) 등과도 성격이 다르다. 힙합 소울이 엄연히 알앤비 아티스트의 주도 아래 이어져온 장르라면, 반대로 랩 싱어의 정체성은 알앤비를 껴안은 힙합 아티스트다. 그런데 이것이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흔한 광경은 아니었다.

 

랩 싱어의 등장 이전에 랩과 알앤비의 결합이 있었다. 그 최초의 시도는 1980년대에 이루어졌으며, 이후, 여러 스타일로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두 보컬 형식의 만남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힙합의 선구자들인 DJ가 알앤비/소울/펑크(Funk)를 사랑했고, 이후 힙합 프로덕션의 초석을 다지는 데에도 이 장르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정작 랩 음악에 대한 알앤비/소울 계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많은 알앤비 아티스트가 랩에 관심이 없거나 랩을 저급한 음악쯤으로 여겼다. 최초의 랩/알앤비 콜라보 트랙으로 일컬어지는 샤카 칸(Chaka Khan) "I Feel For You"(1984)에 얽힌 비화는 대표적인 예다.



 


프린스(Prince)의 동명 곡을 커버한 이 곡에는 지금은 전설이 된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의 리드 랩퍼인 멜르 멜(Melle Mel)이 피처링했는데, 샤카 칸은 곡에 랩이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았다. 아니, 원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행의 조짐이 보이던 랩 음악의 상업적인 면을 간파한 프로듀서 아리프 말딘(Arif Mardin)은 알앤비와 랩을 결합하기로 마음 먹었고, 샤카 칸의 거부에도 작업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미국에서 100만 장, 영국에서 5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랩과 알앤비 콜라보가 활발해진 건 한참 뒤부터였다. 이번엔 랩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Punk motherfuckers tryin' to ban hip-hop

Fuck R&B and the runnin' man

개떡 같은 새끼들이 힙합을 금지시키려고 해

알앤비랑 러닝맨('90년대 인기였던 춤) 따위 X

 

아이스 큐브(Ice Cube)1991년에 발표한 "The Wrong Nigga to Fuck Wit"의 이 구절에는 랩과 노래의 결합을 꺼려하던 당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로 큐브뿐만 아니라 당대의 많은 랩퍼들이 알앤비 프로덕션 위에 랩을 하거나 노래로 후렴을 짠 곡들은 진짜(Real)로 취급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큐브는 이후 2008년에 뮤지끄(Musiq Soulchild)와 콜라보했는데, 그로부터 2년 뒤에 발표한 “Life in California”란 곡에선 다시 한번 노래 후렴구를 삽입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If Jay-Z can rap about, the N.Y.C

Why can't I talk about, the shit I see?

Without Alicia Keys, without goin R&B

This ain't Motown, this is R-A-P nigga

제이-지가 뉴욕에 관해 랩을 했다면,

나라고 내가 본 것들에 관해 얘기 못할 게 뭐야?

앨리샤 키스 없이, 알앤비(후렴) 없이 말이야

이건 모타운이 아니야, 랩이라고 임마

 

어쨌든 이처럼 랩과 노래의 결합이 가짜 힙합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이어지던 가운데, 일대 변화를 가져온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스 큐브가 한때 몸담은 N.W.A의 닥터 드레(Dr. Dre)였다. 드레는 옛 소울과 펑크를 샘플링하여 기존에 없던 레이드-(Laid-Back)한 그루브의 비트 위로 거친 랩과 말랑 말랑한 알앤비 보컬을 버무린 혁신적인 장르, 쥐펑크(G-Funk)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의 솔로 데뷔작 [The Chronic](1992)을 필두로 스눕 독(Snoop Dogg), 워렌 쥐(Warren g), 디제이 퀵(DJ Quik), 도미노(Domino) , 쥐펑크를 추구한 갱스터 랩퍼들의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힙합 씬의 주도권이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오게 된다. 그와중에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아티스트군이 탄생했으니 일명 갱스터 싱어들이다.



 


네잇 독(Nate Dogg), 엘브이(L.V.), 코케인(Kokane), 부치 캐시디(Butch Cassidy)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초 갱스터 랩퍼들의 앨범에서 백업(Back-Up), 혹은 피처링 보컬로 참여했다가 이후 솔로 커리어까지 확장해나갔다. 특히, 랩퍼들과 마찬가지로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빈민가와 거리의 삶을 노래하는 갱스터 싱어들의 음악은 꽤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당시 꾸준하게 힙합의 영향을 내비쳐온 ‘R&B Thug’ 알 켈리(R. Kelly)라든지 퍼프 대디(Puff Daddy)가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의기투합하여 창조한 힙합 소울 계열의 싱어들과도 확실히 차별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이 상업적 성공으로까지 이어진 건 아니었다. 비교적 전통적인 알앤비 아티스트에 가까웠던 엘브이를 제외하면, 갱스터 싱어 대부분의 퍼포먼스는 랩과 노래의 중간 즈음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그의 보컬이 없으면 쥐펑크가 아니다.’라는 농담이 돌만큼 굉장한 존재감을 발휘하던 네잇 독마저 솔로 싱글과 앨범의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이처럼 힙합에서 노래가 중심을 차지했을 때의 반응은 싸늘했다. 자연스레 랩퍼와 싱어의 역할은 더욱 철저하게 분리되었고, 노래는 일각에서 랩 음악의 상업성을 보조하는 요소로 쓰일 뿐이었다. 다만, 랩과 노래를 비슷한 비중으로 병행한 도미노와 코케인은 랩-싱잉의 선구자들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 사이에 등장한 랩 그룹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는 꽤 흥미로운 위치를 점한다. 갱스터 랩과 하모니의 결합을 내세운 이들은 다스 에펙스(Das EFX)가 창조하여 선풍을 일으킨 일명 디기리(-iggedy) 플로우를 모티프 삼고 멜로디를 얹어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했다. 속사포 랩과 노래의 경계가 흐려지는 본 떡스의 음악은 다스 에펙스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를 열광하게 했는데, 특히, 두 멤버 크레이지 본(Krayzie Bone)과 비지 본(Bizzy Bone)은 누구보다 멜로디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그들의 솔로곡이나 피처링 트랙 중엔 알앤비라 해도 무방한 곡들이 더러 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본 떡스를 최초로 성공한 노래하는 랩퍼들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그들의 퍼포먼스는 어디까지나 랩의 범주에서 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대 힙합 아티스트이면서 노래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한 건 로린 힐(Lauryn Hill)이 유일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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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F.Doom
    1. M.F.Doom (2017-04-07 00:29:34 / 223.3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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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읽었습니다 언제나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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