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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 Fanaconda
이진석 작성 | 2017-05-12 19:3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7,569 View

Artist: 화나
Album: Fanaconda
Released: 2017-04-26
Rating:
Reviewer: 이진석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를 통해 처음 등장했던 화나의 랩이 개성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여지가 다분한 것 또한 사실이다.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각운을 연달아 배치하는 랩 메이킹은 데뷔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의 정체성이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과도 같기 때문이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융단폭격처럼 빼곡히 쏟아내는 라이밍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론 전달력을 떨어뜨리고 그루브를 죽임으로써 랩핑 자체가 주는 감흥을 반감시킨다. 그리고 이는 [Fanaconda]에서도 마찬가지다. 초기적처럼 억지스러운 표현을 끌어와 강제로 라임을 이어가던 면모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앨범 속 화나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같은 장단을 지닌 채로 전개된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운드의 변화다.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김박첼라와는 이전부터 몇 개의 트랙을 함께 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서정적인 면모를 내세웠던 예전과 사뭇 다른 방향의 접근이 엿보인다. 얼터너티브한 사운드에 주력한 김박첼라의 비트는 보다 음울하고 음험하다. 사용된 소스들은 원래의 음색에서 한두 번씩 꼬여있는 듯하고, 평탄한 진행과 거리를 두고 거듭 변모를 거듭한다. 초반부에서 강렬한 붐뱁 사운드로 귀를 잡아 끈 점도 인상적이다. 또한, 이미 완성된 가사에 프로덕션을 씌우는 독특한 작업방식 덕에 화나의 랩핑은 변주에 쳐지지 않고 치열하게 따라붙는다.

 

앨범의 큰 줄기는 현 한국힙합 씬을 바라보는 화나의 시각과 감정변화를 따라간다. 그 중심엔 순수한 언더그라운드 랩퍼라는 스탠스가 있다. 그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어글리 정션(Ugly Junction)유배지로 표현하며, 현재의 한국힙합과는 다른 노선을 견지하고(“유배지에서”), 예전에 발표했던 싱글 그날이 오면을 차용하여 역설하는 등(“가족계획”), 씬에 대한 냉소와 분노를 표하는 게 전반부의 골자다. ‘화나콘다라는 컨셉트와 프로덕션이 가장 효과적으로 맞물리는 구간이기도 하다. 목에 힘을 주고 걸걸하게 쥐어짜는 특유의 발성이 김박첼라가 주조한 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만, 약점 역시 드러나는데, 비슷한 무드의 반복과 숨돌릴 틈 없이 각운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화나의 랩 스타일이 합쳐져서 적잖은 피로감을 준다. 촘촘한 라임 구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이외의 랩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 덜한 탓이다. 자조 섞인 심경과 함께 분위기를 환기하는 “Power”가 등장하기까지 이러한 느낌은 지속된다.

 

더불어, 컨셉트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특히, 앨범을 마무리하는 2곡은 의아하고 아쉽다. 소울 컴퍼니 시절의 [The Amazing Mixtape]에 수록됐던 “What Is The World Comin’ To?”를 리메이크한 세상이 어디로는 얼터너티브한 프로덕션이라기엔 이전의 무드를 흐트러트릴 뿐이며, 마지막에 이르러 화나가 느끼는 갈등이 해소되는 “Do Ya Thang” 역시 별다른 맥락 없이 등장하기에 다소 뜬금없다.

 

[Fanaconda]는 화나가 지닌 강점과 약점이 고루 부각된 앨범이다. 여전히 많은 곡에서 특징적인 라이밍 이상의 감흥을 전달하진 못하는 랩 퍼포먼스가 발목을 잡는 것과 자못 비장해 보이는 메시지 중에 세부적으로 강렬하게 기억할만한 지점이 부족하다는 건 아쉽다. 그럼에도 전보다 라이밍에 전도된 다소 억지스럽거나 기계적인 플로우는 줄고 좀 더 풍부해지고 능숙해진 감정 표현이 돋보인다는 건 고무적이다. 이전 그의 작품들과 달리 앨범 전체가 큰 줄기의 서사를 따라간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메인 김박첼라와 함께 탄탄한 프로덕션을 구축한 프로듀서로서 화나의 재발견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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