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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VS 블랙뮤직’ 발전 위한 묘책인가, 무자비한 갑질인가
강일권 작성 | 2018-05-14 13:3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1 | 스크랩스크랩 | 5,271 View



: 강일권

 


우리는 개방성, 다양성, 관용과 존중을 믿으며, 음악과 창조적인 예술을 통해 그러한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혐오가 담긴 내용물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삭제할 것입니다.’

 

흡사 무자비한 검열을 방불케하는 이 강력한 문구는 놀랍게도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에 게재된 것이다. 그들은 최근 예술 작품 속에서의 혐오 내용과 아티스트의 혐오 행위를 제재하는 정책(‘Hate Content & Hateful Conduct’, https://bit.ly/2Ih1Wzi)을 공표했다. 위 내용은 이를 설명하는 글의 서문을 간추린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컨텐츠 자체보다도 아티스트의 행실이 어떠한가에 방점이 찍혔다.

 

스포티파이 측은 특별히 유해하거나 혐오스러운 짓(대표적인 예로 아동 폭력과 성폭력)을 했다고 판단되는 아티스트의 음악은 절대 지지하지 않으며, 전면에 노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성적 학대 혐의를 받는 알앤비 스타 알 켈리(R. Kelly)와 여성 폭력을 비롯한 다수의 중죄 혐의를 받는 힙합 스타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의 모든 곡이 그들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에서 삭제되었다.

 

이처럼 전례 없는 강경하고 논쟁적인 정책에 세계의 유력 음악 매체들과 언론은 저마다 견해를 쏟아내는 중이다. 특히, 미 힙합 매체와 팬들의 반응이 거세다. 워낙 과격하고 노골적인 가사가 많은 장르인 데다가 사건사고 이력을 지닌 아티스트의 비율 또한 압도적으로 높은 탓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대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Apple Music)과 판도라(Pandora)까지 이 같은 흐름에 부분적으로 동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두 곳 역시 알 켈리의 음악을 홍보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모든 플레이리스트에서 해당 아티스트의 곡을 삭제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쩌면 블랙뮤직 역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번 스포티파이의 움직임이 지닌 파급력은 대단하다

일단 많은 이가 오해할만한 부분부터 확실히 하자. 스포티파이가 공표한 삭제(Remove)’란 어디까지나 전문 큐레이터들이 선곡하는 플레이리스트에서다. 사이트 내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음원이 서비스된다. 그럼에도 논란이 뜨거운 이유는 플레이리스트의 영향력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시장을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이며, 따라서 제작사와 아티스트에겐 매우 중요한 홍보 플랫폼이자 수익 창출구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전문 에디터와 아티스트가 직접 선곡하여 꾸리는 플레이리스트는 음원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히트의 헤게모니를 쥔 것이 실시간 차트라면, 스포티파이에선 플레이리스트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5천만명을 넘어선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플레이리스트를 기준으로 감상한다고 한다. 자연스레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곡일수록 히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명 대중음악 전문지롤링 스톤(Rolling Stone)’이 지난 2017년에 게재한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가 히트곡을 만드는 방법, https://www.rollingstone.com/music/news/inside-spotifys-playlists-curators-and-fake-artists-w497702이란 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언급된다. 현재 힙합과 알앤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플레이리스트는 ‘RapCaviar’. 팔로워가 9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곳에선 더 이상 알 켈리와 텐타시온의 음악을 찾아볼 수 없다.

 

미 대중음악 씬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랩/힙합에서의 폭력 및 혐오 컨텐츠에 대한 문제제기와 논쟁이 이어져왔다. 대표적으로 ‘80년대 후반엔 갱스터 랩이 대두하자 학부모로 구성된 민간음악검열단체 ‘PMRC(Parents Music Resource Center)’의 압박이 있었고(*필자 주: 오늘날의 ‘PA’ 마크가 이때 만들어졌다.), ‘90년대엔 여성 랩퍼들과 흑인 지식인들에 의해 여성 혐오 가사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컨텐츠가 아닌, 컨텐츠를 만드는 이로 타깃의 범위를 넓히고, 실질적인 제재까지 이루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흥미로운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떠한 장르적 배경이 있든 혐오를 조장하는 컨텐츠와 그러한 행동을 한 아티스트를 지지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엔 몇 가지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우선 스포티파이의 이번 정책은 매우 일방적이다. 그동안 특정 건에 대하여 대중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거나 보이콧하고 기업이 대응하던 방식과는 양상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이트 자체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판단 기준에서 어긋난 아티스트의 결과물은 실질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공간에 노출될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한다. 유료 광고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만 할 뿐이다. 이 같은 제재가 과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는 없는가.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써 자의든 타의든 아티스트와의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쉬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아무리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해도 빈틈은 생긴다.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이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스포티파이는 FAQ란을 통해 새 정책을 꽤 뚜렷하게 설명해놓았다. 혐오 컨텐츠란 '형질, 인종, 종교, 성별, 성 정체성, 국적, 성적 지향, 퇴역 군인 지위, 장애 등에 기초하여 그룹이나 개인에 대한 증오나 폭력을 조장, 옹호, 또는 자극하는' 가사의 음악을 일컫는다. 이는 아티스트의 혐오 행동 범주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알 켈리와 텐타시온 외에도 해당 기준에 의해 제재해야 할 아티스트는 많다. 특별히 구체적으로 표기한 성폭력건으로만 국한한다해도 그렇다. 물론, 알 켈리와 텐타시온의 경우는 비슷한 류의 혐의를 받았거나 죄를 지은 이들보다 죄질이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스포티파이 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죄의 경중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이상, 형평성 문제는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유력 힙합 매체 중 하나인 ‘HipHopDX’가 게재한 그럼 얘는 왜 가만히 두는데?’식 논조의 칼럼엔 공감하기 어렵지만, 근본적으론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더불어 식지않는 논쟁거리 중 하나인 아티스트의 범법행위와 창작물에 대한 평가를 결부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문제도 남는다.

 

어쨌든 그럼에도 스포티파이의 이번 정책을 대기업의 갑질, 혹은 무자비한 검열로만 치부할 순 없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니까.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 중이고,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일수록 혐오 문제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중요한 건 방법의 문제이고,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질 것이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이를 위해 정책을 만들기 전과 후에도 여러 단체와 협력하는 중이다. 남부빈곤법률센터(The Southern Poverty Law Center), 반 명예훼손연맹(The Anti-Defamation League), 흑인인권단체인 컬러 오브 체인지(Color Of Change)’, 인종적 정의 실현을 위한 단체 ‘SURJ(Showing Up for Racial Justice)’, 미국의 미디어 속 LGBT 이미지를 감시하는 비정부 기관 글래드(GLAAD)’, 무슬림 권익단체 무슬림 애드버케이츠(Muslim Advocates)’ 등이 그들이다. 

 

그래서 이번 건은 어느 한 쪽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기보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진득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혹자에겐 김빠지는 결론일 수 있으나 그만큼 시간을 두고 진중하게 경과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현재 문제의 당사자인 알 켈리와 텐타시온을 제외하곤 피프티 센트(50 Cent) 정도만이 비판 의견을 냈을 뿐, 아티스트들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스포티파이의 새로운 안티 혐오 정책은 이제 막 시작됐고, 이것이 블랙뮤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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