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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클레프 - flaw, flaw
강일권 작성 | 2018-10-04 19:0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5 | 스크랩스크랩 | 7,507 View

Artist: 제이클레프(Jclef)

Album: flaw, flaw
Released: 2018-08-14

Rating: 
Reviewer: 강일권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제이클레프(Jclef)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그녀가 아직 아마추어일 때다. 트렌드를 좇는 것엔 관심 없어 보였고,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국내에선 드물게 노래로 랩에 가까운 가사를 담아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하나 거기까지였다. 많은 양의 가사를 담으려다 보니 보컬 플로우는 종종 어색해졌고, 병행하던 랩 역시 다소 설익은 맛이었다. 다만, 잠재력만큼은 분명히 엿보였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건대, 첫 앨범의 완성도가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과감하게 정규앨범부터 발표했다는 것이 눈길을 끌지만, 진짜 놀라운 건 안에 담긴 음악이다. 힙합과 얼터너티브 알앤비, 그리고 때로 두 장르의 경계에 선 프로덕션은 찰나의 쾌감보단 진득하게 마음을 동요시키고, 노래를 중심으로 랩과 래핑에 가까운 노래를 능숙하게 오가는 보컬이 시종일관 귀를 휘감는다. 지향하던 보컬 스타일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도약했다. 어색함이 사라진 자리를 강렬함이 대신한다.

 

딥 하우스 위로 모던 펑크(Funk) 요소가 얹힌 주스 온더 락에서의 탄력적인 보컬과 ‘90년대 디트로이트 재즈 랩 사운드가 느껴지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의 민첩하게 치고 나아가는 보컬, 그리고 레이드-(Laid-Back)한 무드 안에서 분위기를 능란하게 밀고 당기는 “Dive In Island”에서의 보컬과 미니멀한 프로덕션 위에서 분위기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에서의 보컬 퍼포먼스를 들어보라.

 

브릿지에서 한 호흡을 쉰 후에 가사처럼 무너져내리듯 멜로디를 쏟아내는 "Wat's Your House For"에서의 보컬 또한 얼마나 훌륭한가. 제이클레프는 라임에 대한 인식과 진중한 메시지로 빼곡히 채운 적잖은 양의 가사를 잘 짜인 멜로디와 관습적인 구성을 탈피한 노래로 담아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 힙합/알앤비 계에서 정말 보기 드문 성취다. 아티스트로서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러한 특징은 대부분의 곡에서 드러난다.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모든 요소가 결코 안일하게 소비되는 법이 없다. 멜로디는 펄떡거리거나 우아하게 흐르고,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설계하여 쌓아올린 프로덕션은 작금의 얼터너티브 노선을 따르지만, 트렌드에 함몰되지 않았다. 도처에 널린 빌보드 차트 뮤직 제록스부류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피처링으로 조력한 신인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개성 있는 톤과 유연한 플로우의 랩 싱잉을 들려준 원스타인(WONSTEIN)은 제이클레프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신예다.

 

가사가 앨범의 탁월한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모든 사람이 지닌 '(flaw)'을 대주제 삼아 작품 전반에 펼쳐놓은 서사부터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과 수준이 남다르다. 제이클레프는 흠에 대한 화에서 출발한 동반 여행에 청자를 초청한 다음, 찬찬하고 세밀한 언어를 통해 사회적 통념을 꼬집어나간다. 그리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그득한 여정의 끝,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에 이르면, 우린 숨기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숨겨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들에 관한 재고의 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flaw, flaw]를 통해 그녀가 짚어내고 던지는 물음에선 일말의 치기나 허세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한 자기 성찰과 순간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결합하여 나온 결과로 다가온다. 특히, 각 곡에 담긴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사상이 어느 새 다수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폐부를 찌르는 순간은 가장 짜릿한 감흥을 전하는 지점이다. 여운을 남기는 라인들도 많다.

 

'나 또한 너가 갖춰야만 하는 뭔가가 있다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은 너가 태어남과 동시에 권장 횟수도 미리 정해놔 눈물에 대한 그것 말야'

 

'현실이 매일 패는 나의, 비명을 오래 참은 나의 즐거움엔, 선명한 세상 구경은 자리 할 곳 없네'

 

'나는 말하기를 강요 받아 왔어, 너가 모르면 누가 아냐는 말이 이상 했어, 얼른 내놔라 두 어깨를 잡고 흔들어서, 나는 아무거나 짚이는 것을 토 했어, 음 이런 건 대화라 불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내 믿지 않는 창조주여, 거기 있다면 이제 거두 소서, 담엔 태어나겠느냐 물어 주소서, 여기저기서 도난 알람이 울고, 누구도 달래줄 수가 없지, 빼앗긴 사람들의 울음소리는 도망자들의 안도와 섞이지, 덩치를 가진 이들은 약한 자의 소란 앞에 웃음이 터지지'

 

이처럼 [flaw, flaw]는 프로덕션, 보컬, 가사 등등, 모든 면이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하며, 메시지까지 두드러진다. 올해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이것이 프로듀서와 피처링 진까지 전부 신인들의 조합 아래 나왔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이다. 아티스트의 젠더를 떠나서 훌륭한 결과물이지만, 그럼에도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기에 이 말을 꼭 하고싶다. 여기 드디어 우리에게도 모든 부분이 걸출한 여성 힙합 아티스트의 훌륭한 앨범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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