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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성훈
2012년 릴 웨인(Lil Wayne)은 [Tha Carter V]가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6년 후인 2018년 9월 [Tha Carter V]가 드디어 발표됐다. 정말로 [Tha Carter V]가 그의 은퇴 앨범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그의 팬들은 6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것이다. 이처럼 시리즈 힙합 앨범은 아티스트나 팬 모두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우선 비평적, 혹은 상업적으로 적어도 한쪽에선 인정을 받아야 속편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고,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와 톤의 음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힙합 앨범 시리즈를 따라가는 행위는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나아가 힙합 음악의 역사를 따라가는 가장 즐거운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때마침 우여곡절 끝에 [Tha Carter V]도 발매된 바, 대표적인 시리즈 힙합 앨범을 몇 장 모아봤다. 다만, 믹스테입이나 비정규 앨범이 아닌 정규 스튜디오 앨범, 그리고 세 편 이상의 시리즈 앨범으로 한정했다.
Lil Wayne의 [Tha Carter] 시리즈
Tha Carter, 2004
Tha Carter II, 2005
Tha Carter III, 2008
Tha Carter IV, 2011
Tha Carter V, 2018
[The Carter]는 16살에 이미 데뷔앨범 [The Block Is Hot]으로 플래티넘(100만장 이상 판매) 랩퍼가 된 릴 웨인의 성인 신고식 같은 앨범이었다. 매니 프레쉬(Mannie Fresh)가 책임진 깔끔한 비트와 물이 오르기 시작한 릴 웨인의 랩이 더해져서 이전 두 앨범의 어정쩡했던 반응을 종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웨인은 이 열기를 몰아 다음 해인 2005년 [The Carter II]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많은 이들이 릴 웨인의 최고작이라 평한다.
이후, 2008년을 지배한 힙합 앨범이라 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The Carter III]는 “Lollipop”, “A Milli”를 포함해 무려 6개의 히트 싱글을 배출했고, 앨범은 미국 내에서만 4백만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릴 웨인이 드디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거물이 된 순간이었다. [The Carter] 시리즈는 그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Rebirth]로 랩 록(Rap Rock)에도 도전했지만, 시원찮은 반응을 얻은 웨인은 2011년 [The Carter IV]로 복귀했고, 크게 흥행했다. 하지만 전작들처럼 비평적인 호응은 얻지 못했고, 믹스테입과 EP, 정규작으로 꾸준히 활동했으나 파괴력은 예전 같지 못했다. 자연스레 [The Carter V]를 향한 팬들의 갈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의 36번째 생일인 2018년 9월 28일, [The Carter V]가 발표됐다. 결과는? 당연히 올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앨범이 되었다.
Jay-Z의 [The Blueprint] 시리즈The Blueprint, 2001
The Blueprint 2: The Gift & the Curse, 2002
The Blueprint 3, 2009
힙합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제이지 역시 강력한 시리즈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미 두 번째 정규작인 [In My Lifetime, Vol.1]를 시작으로 이른바 ‘Vol’ 3부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컴필레이션 성격이 강했던 [The Dynasty: Roc La Familia]를 지나 그를 진정한 거물로 올려놓은 시리즈를 시작하는데, 바로 [The Blueprint]다.
샘플링을 통해 고전 소울과 알앤비 고유의 바이브를 옮겨와 고급스러운 힙합 프로덕션을 구축하고, 즉흥적이고도 멋들어진 가사와 여유 넘치는 랩 스킬을 담아 걸작을 탄생시켰다. 첫 편의 대성공에 이어 2002년엔 [The Blueprint 2: The Gift & the Curse]를 발표한다. 비록, 전작과 비교하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블루프린트 시리즈’를 브랜드화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The Blueprint 3]가 나오기까지는 이후 7년이 걸렸다. “Run This Town”, “Empire State of Mind” 등등, 히트 싱글을 배출하며 블루프린트 삼부작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물론, 팬들은 4부작으로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지만 말이다.
Jeezy의 [Thug Motivation] 시리즈
Let’s Get It: Thug Motivation 101, 2005
The Inspiration: Thug Motivation 102, 2006
TM:103 Hustlerz Ambition, 2011
독립노선을 걸었던 시절의 릴 제이(Lil J)에서 메이저 데뷔 후, 영 지지(Young Jeezy)로 활동하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Young’을 떼어버린 지지(Jeezy) 역시 전성기와 함께한 시리즈 앨범이 있다. 그는 2005년 데프 잼(Def Jam)과 계약하고 메이저 데뷔 앨범인 [Let’s Get It: Thug Motivation]을 성공시킨다.
특유의 걸걸한 보이스와 하드코어한 랩 스타일을 지녔지만, 대중적인 흡입력을 지닌 그의 진가를 데프 잼에서 잘 캐치했던 것이다. 바로 다음 해인 2006년 발표한 [The Inspiration]은 정식 타이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부제가 ‘Thug Motivation 102’였다. 반대로 2011년에는 아예 ‘Thug Motivation’을 처음에 붙인 [TM: 103 Hustlerz Ambition]을 발표했다.
지지는 최근 [Thug Motivation 104: Trust the Process]라는 타이틀로 ‘Thug Motivation’시리즈를 이어간다는 소식을 전하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될 예정이다. ‘Thug Motivation’ 시리즈로 지지 커리어의 시작과 끝이 장식되는 셈이다.
Method Man의 [Tical] 시리즈
Tical, 1994
Tical 2000: Judgement Day, 1998
Tical 0: The Prequal, 2004
개성 강한 래퍼들로 가득한 우탱 클랜(Wu-Tang Clan)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멤버로 꼽히는 메소드 맨(Method Man)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해왔다. 솔로 커리어는 적어도 ‘90년대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Tical] 시리즈가 있다.
우탱 클랜의 데뷔 앨범 [Enter the Wu-Tang (36 Chambers)]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1년 뒤 솔로로 출격한 메소드 맨의 [Tical]은 이후 촉발된 우탱 솔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신호탄이 됐다. 4년 뒤 발표한 [Tical 2000: Judgement Day] 역시 세기말적인 테마를 적절히 믹스한 인상적인 후속작이었다. 다만, 마지막 ‘Tical’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1999년 레드맨(Redman)과 함께한 [Blackout!]까지 성공시킨 메소드 맨은 꽤 긴 음악적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2004년, 다시금 솔로 앨범 [Tical0: The Prequel]를 발표하고 시리즈를 이어가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메소드 맨 역시 나중에 앨범의 완성도를 두고 직접 아쉬움을 표할 정도였다. 늦은 감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팬은 그가 완성도 있는 [Tical] 후속작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해주길 바란다.
Kanye West의 [College]시리즈
The College Dropout, 2004
Late Registration, 2005
Graduation, 2007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데뷔 후 지금까지 왕성하게 결과물을 발표하고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경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러 발언과 기행으로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항상 최전선의 음악가로 인정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 사람들이 “올드 칸예의 음악이 그립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의 데뷔 앨범인 2004년의 [The College Dropout]과 이후 이어진 [Late Registration], [Graduation] 3부작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을 중퇴했다가 다시 늦게 등록하고 결국 졸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목의 [College] 시리즈는 일명 ‘드롭아웃 베어(Dropout Bear)’ 커버로도 유명하다.
당시 메인스트림 힙합과 비교하여 매우 신선한 프로덕션과 가사로 파괴력 있는 흥행을 끌어내며 칸예 웨스트의 입지를 다진 시리즈다. 그는 최근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와의 합작앨범으로 [Graduation]의 후속인 [Good Ass Job]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Run The Jewels의 [Run The Jewels] 시리즈
Run The Jewels, 2013
Run The Jewels 2, 2014
Run The Jewels 3, 2016
프로듀서이자 랩퍼 엘피(El-P)와 랩퍼 킬러 마이크(Killer Mike)가 의기투합한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는 그룹명과 동명의 시리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힙합 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둘 다 2013년 발표한 [Run The Jewels]이후, 별다른 솔로 활동 없이 이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전설적인 힙합 듀오 EPMD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말처럼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힙합을 표방했지만, 다양한 소스를 기가 막히게 버무린 극강의 프로덕션과 현란한 랩 스킬이 끊임 없는 감탄을 선사한다. [Run The Jewels 3]에 이르러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가사의 비중이 늘었으나 전체적으로 방방 뜨는 무드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의 앨범들을 모두 무료로 풀었다는 것이다. 더해서 2015년의 [Run The Jewels 2]를 고양이 컨셉트로 리믹스한 [Meow The Jewels]도 꼭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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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국내에도 어서 가리온3가 나와서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할텐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