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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 Staples - FM!
조성민 작성 | 2018-12-01 01:2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2,867 View

Artist: Vince Staples
Album: FM!
Released: 2018-11-02
Rating: 
Reviewer: 조성민









현 시점에서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에게믿고 듣는 래퍼라는 칭호는 대다수가 수긍할만한 타이틀이 됐다. 이번 정규 3 [FM!]은 여러 의미로 뜬금없는 면이 있지만, 그가 여태 쌓아온 명성에 단 요만큼의 흠집도 내지 않는다. 본작을뜬금없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규작으로서 러닝타임과 구성이 사뭇 획기적이다. 22분이면 한 바퀴가 지나간다. EP [Prima Donna](2016)보다 약 30초 긴 셈이다.

 

앨범을 정규와 비정규로 나누는 의미가 점점 무색해지는 현재, 이런 계산법 자체를 실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명색이 정규작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랩이 얹힌 비율과 물리적인 시간만 따졌을 때 EP보다 짧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한다.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다. 앨범의 구성 때문이다.

 

한 마디로 [FM!]은 멋진 컨셉트 앨범이다. 수록된 모든 트랙이 특정 포맷 안에서 기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미국의 유력한 라디오 프로그램인 빅 보이스 네이버후드(The Big Boy’s Neighborhood Morning Show)’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부터 LA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 힙합 프로그램은 앨범에서 그려지는 빈스의 일상에 디테일을 더하는 부록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때로는 그의 이야기에서 독립된 옴니버스 트랙 형식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프로그램 호스트인 빅 보이(Big Boy)의 오프닝 멘트와 각종 디제이 브레이크, 얼 스웨트셔츠(Earl Sweatshirt)와 타이가(Tyga)의 미공개 스니핏(snippet), 그리고 폭소를 유발케 하는 라디오 스킷까지. 해당 요소들이 트랙 사이사이에 배치된 덕에 빈스의 이전 결과물보다 유연성과 대중성이 더 짙게 뱄다.

 

그러나 전체적인 앨범의 기조는 여전히 빈스가 과거부터 지향해온 음악성에 기반한다. 냉소적인 톤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의 갱스터리즘을 생생히 묘사했던 정규 1집과 본인을 중심에 놓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풀어낸 정규 2,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랩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짤막한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밀도 있는 폭발력 등등, 과거 승리 공식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점은 게토 지역의 갱 폭력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일례로 인트로 트랙 “Feels Like Summer”에서 빈스가 내뱉는 첫 두 마디를 곱씹어 보시라. 그는 롱 비치의 여름은 화끈하지, 동틀 때까지 아니면 총 소리가 들릴 때까지 우린 파티를 이어갈 거야(Summertime in the LB wild, We gon’ party ‘til the sun or the guns come out)’라는 명암 짙은 블랙 코미디적 라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릴 적 그의 친구들이 총에 맞아 죽은 것과 그럼에도 거리로 나가 마약을 팔며 총으로 남을 해하는 짓을 일삼고, 삼촌 집에 있는 기관총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내보이는 등, 앨범 내내 일상을 조명한다. 그러면서도 빈스는 이 같은 생활을 벗어나려 하거나 증오하지 않는다. 계속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덤덤한 듯, 비음 섞인 음성으로 날카롭게 찌르는 말이라 그런지 더욱 깊게 마음을 파고든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여태껏 봐온 죽음을 허심탄회하게 애도하는 마지막 트랙 “Tweakin’”은 스토리상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한다. 자신의 성공과 친구의 죽음을 병렬적인 구조로 써 내려간 빈스의 가사와 케이라니(Kehlani)의 구슬픈 후렴이 맞물려 앨범에서 가장 감정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음침한 신스와 간소화된 드럼 패턴이 돋보이는 프로덕션도 제구실을 했다.

 

노 아이디(NO I.D.)와 디제이 다히(DJ Dahi) 같이 과거 함께 작업한 명망 높은 프로듀서들을 전원 배제한채, 한 앨범을 통째로 담당해본 경험이 전무한 케니 비츠(Kenny Beats)에게 중임을 맡긴 선택은 결론적으로 무모한 도박이 아닌 용감한 결단이 되었다. 화려하기보다는 정석적인 트랩 프로덕션을 필두로 강렬한 신스 멜로디를 흩뿌리고, 때로는 요상한 샘플 사용을 가감 없이 가져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Feels Like Summer”같이 산뜻한 느낌의 트랙과 “FUN!”같은 대중적인 넘버, 그리고 얼 스웨트셔츠와 타이가에게 알맞은 곡을 제공한 부분에서 비츠의 다재다능함과 음악적 센스를 느낄 수 있다.

 

[FM!]의 전체적인 결은 전작들보다 덜 진지하고 덜 정치적이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편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여 나온 앨범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를 자세히 보면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빈스의 퍼포먼스 역시 여전히 발군이며, 어느 하나 뒤떨어지는 것 없는 탄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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