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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ibu Ken - Malibu Ken
지준규 작성 | 2019-01-30 06:1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3,029 View

Artist: Malibu Ken
Album: Malibu Ken
Released: 2019-01-18
Rating: 
Reviewer: 지준규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훌쩍 넘긴 랩 베테랑 애이솝 락(Aesop Rock)의 진가는 단연 워드 플레이에 있다. 다채로운 주제의식과 독창적인 비유, 그리고 명석한 라임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만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음악 세계를 매번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또한, 무의미한 자기 허영이나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를 내세우는 대신 내면에 숨겨진 진솔한 감정에 집중한다. 그의 노랫말 대부분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내적 독백과 관념적인 어휘로 채워지기 때문에 이해조차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며, 직설적인 가사로 극적인 흥취를 선사하는 보편적인 랩 음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각박한 사회 현실과 인간성이 소멸된 현대인을 유머러스하게 조롱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통찰해내는 에이솝 락의 탁월한 재치는 그 불친절함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가 순전히 자신의 영감과 상상에만 기대어 빚어낸 전작 [Labor Days] [Bazooka Tooth]는 발매와 동시에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골고루 이끌어낸 대표 명반이며, 그 힘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프로듀서 토바코(Tobacco)와의 합작 앨범 [Malibu Ken]에서도 에이솝 락은 고유의 음악적 문법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미국 피츠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닉 밴드 블랙 모스 슈퍼 레인보우(Black Moth Super Rainbow a.k.a BMSR)의 프런트맨 토바코는신시사이저 장인이라는 수식어답게 에너제틱한 신스음들을 전면에 내세워 강렬하고 실험적인 힙합 비트를 주조해 냈다. 이미 2008 “Dirt”라는 걸출한 싱글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추며 잠재력을 보여준 두 아티스트는 본작에서 물오른 시너지를 과시한다.  

 

방점은 역시 가사에 있다. 그룹명이기도 한 말리부 켄(Malibu Ken)은 바비(Barbie) 인형 시리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남형의 남자 캐릭터를 뜻한다. 하지만 앨범 커버에서의 모습은 한없이 우스꽝스럽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곧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해학과 풍자의 미학을 대변한다. 포문을 여는 첫 트랙 “Corn Maze”에서부터 에이솝 락은 화려하게 포장된 현대 사회를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스토리텔링 형식을 활용하여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다.

 

곡 초반 그는 자신이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부적응자라며 자조하지만, 마지막에는 삶을 옭아매는 온갖 불안과 두려움이 그의 의지가 아닌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되었음을 토로하며 공감을 유도한다. 토바코 특유의 난잡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변칙적인 드럼 비트와 만나 긴장감을 높이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어지러운 효과음들 또한 의도적인 혼란을 일으켜 공격성을 배가시킨다.

 

중반부에 다다르면 백미라 할 수 있는 “Acid King”이 등장한다. 에이솝 락이 보유한 가사적 재능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이 트랙은 1984, 사탄주의(Satanism)에 빠져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미국의 소년 범죄자 리키 카소(Ricky Kasso)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는다(*필자 주: 곡 제목 ‘Acid King’은 리키의 별명이다.). 곡에서 에이솝 락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리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그는 냉소적인 톤으로 과거를 반추하며, 오히려 리키에게 사탄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필요 이상의 무자비한 비난을 퍼부은 이들을 향해 칼끝을 겨눈다. 반성, 또는 회개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우매한 대중과 작금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꼬는 후반부 대목은 하이라이트가 된다. 더불어 이 곡은 그 파격성과는 별개로 에이솝 락의 탄력적인 플로우와 감탄을 자아내는 비유가 일품이다. 더불어 토바코가 주조한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지며 쾌감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짜임새 있게 구성된 다양한 질감의 전자음들이 흥미를 더하는 “Save Our Ship”, 창의적으로 변용된 매력적인 보컬 샘플이 단출한 신스 연주와 이리저리 뒤섞이며 귀를 잡아끄는 “Dog Years”, 풍부한 언어와 표현을 통해 생생히 묘사된 에이솝 락의 극심한 외로움이 독특한 애수를 자아내는 “Purple Moss” 등의 트랙들 역시 앨범의 참신성에 일조한다.

 

말리부 켄은 에이솝 락에겐 벌써 네 번째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는 엘피(El-P), 케이지(Cage) 등이 참여한 대규모 힙합 그룹 더 웨더맨(The Weathermen), 포크 싱어 킴야 도슨(Kimya Dawson)과의 언클루디드(The Uncluded), 그리고 롭 소닉(Rob Sonic)과 함께한 헤일 메리 마룬(Hail Mary Mallon)을 차례로 거친 바 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장르 및 사운드와 공존하는 와중에도 에이솝 락의 음악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들은 변함없이 반복되며 발전해 왔다.

 

[Malibu Ken] 또한, 그의 한층 노련해진 랩 스킬과 보다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여실히 증명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색과 신선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물론, 그 안에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담는 것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에이솝 락의 기조가 또 다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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