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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성훈
최근 클럽 '버닝썬' 사태가 전 국민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단순 폭행사건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마약, 성매매, 경찰 유착, 그리고 빅뱅의 멤버 승리와 가수이자 예능인 정준영의 불법촬영 공유 단톡방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이례적으로 청와대 청원을 거쳐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각종 SNS와 뉴스 댓글창에서도 폭발적으로 반응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한국힙합 팬이라면 어쩐지 익숙한 내용을 적잖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디스 좋아하는 힙합 래퍼들은 왜 입 닫고 있느냐", "힙합은 저항(사회비판)의 음악인데 한국 래퍼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 같은 의견이 그것이다.
힙합 아티스트에게 사회 비판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현재 이 같은 비판, 혹은 조롱은 꽤 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정 사건과 관련 없는 엄한 그룹을 공격하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그 연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단순하게 답할 수도 있다. 힙합은 사회비판/저항정신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이라는 뿌리깊은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명 '컨트롤 사태', [쇼미더머니]의 디스 랩 경연무대 등을 통해 굳어진 공격적 이미지까지 더해졌으니 부적절한 공감대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힙합 팬들도 반격에 나섰다. 그중 가장 많이 나온 반론은 "힙합음악은 파티를 하기 위한 음악이었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효과적인 답변이 아니다. 기원에 대한 잘못된 지식만 겨우 바로잡을 뿐이다. 게다가 힙합 역사를 돌아보면 저항정신 역시 힙합 음악의 큰 흐름이자 본질 중 하나다. 단지 시작이 아니었을 뿐이다. 따라서 왜 힙합을 향한 편향된 인식이 한국 대중들 사이에서 굳어졌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힙합의 시작이자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힙합부터 살펴봐야 한다.
미국힙합에는 항상 흑인 사회를 기반으로 한 인종적인 역사의 맥락이 존재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 맥락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인종분리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흑인거주지역은 사실상 국가의 관리에서 벗어나 마약과 범죄로부터 방치됐고, 주류 사회로 나갈 기회는 축소되고 차별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배경 속의 주체가 만들었기에 대중적 파급력을 얻게 된 힙합 음악과 아티스트는 흑인사회의 맥락으로 읽히는 것이 당연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양의 가사로 직접 쓴 랩의 특성도 한몫했다.
중요한 사실은 랩의 내용이 그 맥락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고발 형식의 진중한 랩보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감정을 펼친 랩의 사회적 파급력이 훨씬 큰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어떤 내용으로 랩을 하던지, 또 실패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힙합 아티스트들은 늘 대중에게 전달된 음악과 마찬가지로 흑인거주지역에서 벗어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했다. 또한, 마치 주류사회에 진출한 흑인 정치인처럼 대표성을 부여받은 것으로 여겨졌다. 다르게 말해서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발언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면, 흑인사회와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최근 수 년 사이에 흑인이 받는 부당한 차별은 미국 사회에서 'BLM(Black Lives Matter)', 즉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운동의 대중적 접점에서 힙합 아티스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흑인 외 인종의 힙합 아티스트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흑인 중심의 인종적인 맥락은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더욱 강화됐다.
따지고 보면, 미국힙합 중에서도 특정 사회 이슈를 주제로 한 사회비판 곡이 한국대중의 생각만큼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정치 사회적인 이슈, 특히 블랙커뮤니티와 관련된 인물이나 사건에 자연스레 반응하고, 가사에 녹여내는데 익숙하다. 그런 주제의 곡을 본격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라도 언제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정치•사회적인 입장을 가사로 풀어내기도 쉽다. 이것이 현재 미국힙합 씬에 깔려 있는 분위기다. 더해서 SNS시대에 효과적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면서 힙합은 사회비판, 저항정신의 음악이라는 한국대중의 편향된 인식을 공고히 한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럼 이제 같은 관점에서 한국힙합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힙합은 저항음악'이라는 인식을 한국힙합에 단순하게 적용하면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특정 사회 그룹을 대변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힙합이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시선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은 약자성을 전제로 한 집단이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실제는 다르지만, 인종과 언어를 중심으로 한 단일민족이란 인식이 굉장히 강한 나라다. 한국힙합 아티스트의 구성은 이것에 완전히 부합하며 벗어나지 않는다. 힙합, 좀 더 정확하게는 미국힙합의 가장 강력한 요소인 인종적인 맥락과 유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한국힙합 초창기에 미국 교포 출신 아티스트가 하나의 그룹으로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약자성으로 어필하거나 가사로 무언가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주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이 10대와 20대 남자 청년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해석도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힙합을 지배하고 있는 가사의 주요 주제는 특정 그룹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힙합은 원래 이래서 멋있는 것이다.’라는 식의 주 소비자를 향한 일차원적인 설득이다.
그렇다면 특정 그룹의 대변자로 해석될 여지가 전무한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사회비판, 혹은 저항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집단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회의적이다. 현재 한국힙합의 주 소비층인 10대와 2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진보적 가치와 정치적 편향성을 혐오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와 궤를 같이 하는 힙합 아티스트 역시 굳이 이런 식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힙합에서 사회가치를 거부하는 히피 컨셉트나 부의 축적과 이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며 일상과 동떨어진 랩스타 판타지가 효과적인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에서처럼 밈(Meme)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힙합 씬과 평단의 중심에 개그성 캐릭터가 있다는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더해서 편향성을 거부하는 방송국의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래퍼들이 정치적 이슈를 가사에 녹여내긴 어려울 것이다. 이미지 구축에 손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힙합에 사회비판 성격의 곡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음악을 컨셔스 랩으로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미 온 미디어와 국민의 입장이 확고한 사건을 대세에 어긋나지 않는 가사의 랩으로 푸는 트랙이 대부분이다. 이는 부당한 사회권위에 도전한다기보다는 해당 사건을 랩으로 듣고 싶은 대중의 입맛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비판적인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그려지는 힙합 트랙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나마 그런 수준이라도 공인이 용기를 냈다며 추켜세워주는 나라의 분위기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한국힙합은 그 주체부터 미국힙합과 다르게 사회저항적 성격, 혹은 특정 약자성을 본질로 깔고 있는 그룹이 아니다. 당연히 음악적으로도 거리가 있다. 여기서 분명히 따져야 할 지점이 있다. 미국힙합에서의 그러한 특징이 장르음악을 듣고 그 이면을 바라보는 추가적인 재미가 된다고 해도, 반드시 한국힙합에 적용될 필요는 없고, 그렇게 되기도 어렵다. 한국힙합은 이미 그 구성요소나 시장이 돌아가는 방법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이한 시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힙합 씬에서 심도 있는 시선으로 정치•사회적인 논점을 짚어내고, 수준 높은 사회 비판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능력을 지닌 아티스트를 찾기 어렵다는 건 분명 아쉽다. 시장 자체가 방송 오디션과 경연에 기반을 두고 순환되는 구조로 자리잡은 터라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대중이 힙합 아티스트에게 사회비판을 맡겨놓은 듯이 비난하는 형국은 다소 부당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무리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도 매우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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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뭐 하나 잘못냈다간 앞으로 평생 음악 못할꺼 뻔히 아는데 너같은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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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동전이라도 좀 넣든가.
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영국, 일본 같은 나라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