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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ROTB: 주목해야 할 힙합/알앤비 신예 10인 pt.2
강일권 작성 | 2019-05-06 12:5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3,197 View



: 강일권

 

어떠한 예술 분야든 신예를 등한시하는 씬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에 띄는 신예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씬도 마찬가지다.

 

여기 소개하는 이들은 아직 영향력은 약하지만, 한국 힙합/알앤비 씬의 질적인 부분을 채우고 향상을 기대하게 할만한 신예들이다.

 

말하자면, 여러분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신예 10. 두 번에 걸쳐서 소개해본다.

 

 

프레드(FRED.)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근래 블랙뮤직 신예들의 바이오를 알기가 쉽지 않다. 이미 유명한 이들과 연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소리소문 없이 결과물을 발표한 신예 대부분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 으레 아티스트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가 게재되던 앨범 소개란은 추상적인 문구로 채워진 지 오래다. 한편으론 그래서 예상치 못한 신예의 수작을 접할 때, 짜릿함이 배가 된다. 지난 2018 9, 싱글 "태동"으로 데뷔한 프레드(FRED.)도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기조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맞닿아 있다. 다만, 건조하고 침잠된 무드와 사운드로 대변할 수 있는 기존의 장르 관습에선 살짝 벗어나 있다.



차분하고 우울하지만,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미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올해 2월에 발표한 데뷔 EP [너의 가림막]은 이 같은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1 50초 이후 30여초간 몰아치는 구간이 압권인 "추상화", 벌스(Verse)에서의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을 통해 귀를 사로잡는 "증후군" 등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곡들이었다. 특히, 멜로디를 주조하는 능력과 보컬 어레인지 능력이 탁월하다. "추상화"를 비롯하여 제한된 마디와 멜로디 안에서 많은 양의 가사를 뱉어내며 극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몇몇 지점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이렇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신예가 또 한 명 추가되었다.

 

 

이지마인드(Easymind)

 

래퍼, 프로듀서

 

이지마인드(Easymind)란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한 건 마일드 비츠(Mild Beats)2018년 작 [Secondhand Smoking]에서였다. 그는 차붐, 리짓군즈, 던밀스, 넉살, 딥플로우 등이 참여한 이 베테랑 힙합 프로듀서의 앨범에서 “Here And Now”란 곡에 참여했다. 아직 이렇다 할만한 커리어가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음에도 이름값 있는 래퍼들 사이의 한 명이 아니라 단독 배정되었다는 것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곡에서의 퍼포먼스가 특별한 인상을 남기진 않았다. 그저 플로우가 매끄럽다는 것 정도. 하지만 올해 발표한 델런 아푸즈(Dellan Afuz)와의 합작 [Life Cycle]을 들어보면, 전과는 다른 그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


 

이지마인드의 진가는 프로덕션 능력이 더해졌을 때 발휘된다. 특히, 로파이(lo-fi)한 힙합 사운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줄 안다. 로파이 사운드를 주테마로 잡은 [Life Cycle]에서 (델런의 활약도 인상적이지만) 프로덕션을 주도한 이지마인드는 5곡의 각기 다른 정체성과 스타일을 또렷이 살려냈다. 90년대의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이스트코스트 재즈 랩, 그리고 오늘날의 얼터너티브 힙합이 로파이란 키워드 안에 집약됐다. 기형적인 산업 구조로 흘러가는 한국힙합 속에서 비주류 아티스트인 이지마인드의 잿빛 서린 랩과 비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여전희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빈티지한 드럼, 과용된 신스, 우울한 멜로디와 가사, 침잠된 사운드 등으로 대변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2010년대 블랙뮤직의 신조류 중 하나다. 프로덕션과 보컬, 양면에서 기존 알앤비/소울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허물며 장르의 지형도를 바꾸어놓았다. 2013년즈음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간헐적으로 시도되어왔다. 비록, 파급력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결과물의 완성도만큼은 탁월한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20184, 싱글 “Pleasure”로 데뷔한 여전희는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아티스트다.


 

일단 음색이 매우 독특하다. 짜증, 혹은 권태감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부담스럽게 다가가겠지만, 누군가에겐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기술적으론 탄탄하나 무색무취의 보컬리스트가 넘치는 판에서 이처럼 색깔이 확실한 음색은 좋은 무기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특히,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심리를 담은 가사와 만났을 때 보컬이 지닌 매력이 극대화된다. 올해 발표한 첫 EP [PARADISE]에선 이상의 장점과 더불어 앨범 단위 결과물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재능까지 엿볼 수 있다. 개성 있는 보컬만으론 다소 부족했던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드디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형선(HYNGSN)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찾아 들을 때 꼬리물기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 경로가 장르를 통해서든, 특정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서든 이 방식은 종종 여러분에게 예상치 못한 발견의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EP [DAMDI]로 커리어를 시작한 형선(HYNGSN)은 최근 꼬리물기를 통해 접한 신예다. 이지마인드를 검색하자 그가 피처링한 깊고 긴 바다처럼이란 곡이 떴고, 그렇게 만난 형선의 앨범은 탁월한 완성도로 놀라움을 안겼다. 여느 신인들의 경우처럼 그녀에 관한 정보도 찾긴 어렵다. 프로필 사진 한 장과 앨범 한 장이 전부다. 1년 전쯤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들어가봐도 바이오(Bio)는 없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야 이것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정말 중한 것은 결국, 음악 아니던가.


 

[DAMDI]를 통해 드러난 형선의 음악 노선은 네오 소울과 얼터너티브 알앤비로 압축된다. 일부 곡에선 작곡과 어레인지에도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빛나는 건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이다. 가장 먼저 귀를 잡아끄는 건 음색이다. 선이 얇은 편에 속하는 음색은 이 계열의 프로덕션과 최적의 궁합을 이룬다. 각기 다른 무드에 녹아든 가운데 감정선을 잘 살리며 전개되는 보컬 퍼포먼스도 좋다. 무엇보다 첫 번째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음악적 지향점을 확실하게 표출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이영지

 

래퍼

 

엠넷이 기획한 고교 랩 대항전 [고등래퍼 3] 우승자인 이영지는 (본 리스트에 오른 다른 신예에 비해) 결과물의 양이 적다. 그럼에도 선정한 이유는 잠재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랩에선 현 미국 메인스트림 래퍼들로부터의 영향이 뚜렷한 여느 신인들의 것과 달리 트렌드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톤을 비롯하여) 저 옛날 윤미래의 랩을 좇던 이들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과거의 그들이 카피캣, 혹은 아류에 머물렀다면, 이영지는 온전히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여전히 개성과 탁월한 실력을 겸비한 여성 래퍼가 부족한 현실까지 고려하면, 이영지의 존재감은 더욱 특별해진다.


 

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겨우 1년 남짓 됐을 뿐임에도 뱉는 솜씨는 웬만한 기성 래퍼들보다도 월등하다. 그녀의 랩은 다양한 빠르기의 비트 위에서 플로우의 템포는 물론, 감정선을 잘 살리며 전개된다. [고등래퍼 3]를 통해 참여하고 발표한 일련의 싱글들 –“Go High”, “오렌지 나무”, “따라와”, “G.O”, “Ready”- 에선 각 곡에 지원군으로 나선 유명 래퍼들을 압도할 정도다. 현재 한국힙합 씬엔 캐릭터보다도 탁월한 작사력과 래핑을 앞세우고, 본인의 이야기와 견해를 앨범에 담아낼 수 있는 여성 래퍼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영지는 이 같은 래퍼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신예다. 그만큼 준비된 래퍼다. 이제 관건은 좋은 비트를 제공해줄 프로듀서 진이 누가 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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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Enomis
    1. Enomis (2019-05-07 06:30:31 / 120.50.80.**)

      추천 1 | 비추 0

    2. 저번 파트 1에서 소개해주신 아티스트를 전부 들어봤는데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다가, 오늘 다시 들어보니 jerd, 원슈타인이 정말 좋네요.이 리스트에 있는 음악도 천천히 곱씹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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