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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잼 - 킁
남성훈 작성 | 2019-05-26 17:2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9 | 스크랩스크랩 | 11,141 View

Artist: 씨잼(CJAMM)
Album:
Released: 2019-05-16
Rating: 
Reviewer: 남성훈









씨잼(CJAMM)은 신생 크루를 이끌며 믹스테입(Mixtape)으로 주목받은 이후, 주요 레이블인 저스트뮤직(Just Music)과 계약하고 래퍼 오디션 [쇼미더머니3]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돌아보면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로서 정석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물론, 그의 인기 배경엔 탄탄한 랩 실력이 있다. 씨잼은 능글맞고 여유로우면서도 빽빽하게 뱉을 줄 안다. 2015년 무료 공개한 "신기루"는 그 정점을 이룬 곡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상적인 존재감과 퍼포먼스가 앨범까지 귀결되진 못했다. 정규 데뷔작 [Good Boy Doing Bad Things](2015)는 편차가 심한 프로덕션과 퍼포먼스, 그리고 별다른 감화를 주지 못하는 자의식 과잉의 가사가 실망스러운 조합을 이룬 작품이었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의 결과는 어떨까?

 

일단 첫 앨범에서 노출됐던 주요 약점은 찾기 어렵다. 나아가 [Good Boy Doing Bad Things]의 패착이었던 프로덕션과 랩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바이브(Vibe)를 선보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장 먼저 귀를 잡아 끄는 것은 전곡을 책임진 제이 키드먼(Jay Kidman)의 프로덕션이다. 제이 키드먼은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의 감각적인 요소들을 끌어오면서도 미니멀한 구성을 통해 음울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비트가 장기였다.

 

그러나 []에서는 화자인 씨잼이 표현하려 한 콘텐츠에 맞춘 듯, 다른 방향성의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비트를 관통하며 곡의 분위기를 결정짓던 멜로디는 건반, 기타와 같은 악기로 전면에 드러나며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댄스 팝,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의 요소가 뒤섞여서 기존의 힙합 장르 문법과 꽤 멀어져 있는 "", "포커페이스" 같은 트랙이 다수 담기기도 했다. 랩 싱잉과 이모 랩의 폭발적 인기로 힙합의 범주가 한층 더 넓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힙합 앨범으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맥락보다도 흐려지려는 장르적 경계를 찍어 누르는 듯한 제이 키드먼의 드럼 사운드 덕이다.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는 탄탄하고 즐겁다. 또한, 씨잼의 랩 퍼포먼스와 좋은 합이 돋보인다. 주로 빌 스택스(Bill Stax)와의 합작 앨범으로 최상급 프로듀서임을 느끼게 했던 제이 키드먼은 []으로 실력을 재차 입증했다. 다만, 거의 모든 트랙이 깔끔한 무드로 마감된 터라, 일부 구간에서는 씨잼의 가사와 잘 어우러지지 않기도 한다. 몽환적인 요소의 난입이 곁들여졌다면 감흥이 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다.

 

씨잼 역시 여러 면에서 기대 이상의 놀라운 퍼포먼스로 앨범을 이끈다. 우선 가사적인 성취가 돋보인다. 2018년 마약 복용 혐의와 처벌 후의 변화된 상황이 모든 트랙에 걸쳐 진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이를 절대 중심부로 가져오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인기와 수입, 섹스 중독적인 여성편력과 종교적 정체성처럼 자신의 심경을 풀어내는데 사용하는 재료로 반복해서 사용할 뿐이다.

심지어 씨잼이 마약 사건 이후의 영향을 풀어낸 장면들은 다소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처리된다. ,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deucated Kid)를 비롯한 최근의 밈(Meme) 래퍼들이 마약을 노골적으로 가사에 등장시키며 개그를 펼치려 노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식이며, 웃음의 방향도 다르다.

 

[]에서 씨잼의 가사는 보편성과 굉장히 거리가 먼 래퍼의 삶을 반복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모순적 자기 가치의 충돌이 뛰어난 표현력, 연출력과 만나면서 손에 잡힐 듯한 일상성과 보편성을 획득했다. 이는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세상과의 부정합을 겪는 청년의 시선으로 수렴한다. 더해서 []의 무심한 이야기 전개는 역설적이게도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코믹함과 경쾌함 뒤에는 늘 연민이 깔려 있고, 마약 사건까지 겹치다 보니 후반부의포커페이스에서 표현하려고 한 자기 위로가 만드는 감흥이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이 된다. 첫 트랙에서물론 가끔 난 날 안 믿어, 근데 넌 뭔데 새꺄 비켜라는 빈정거림으로 시작하여기도와 여자는 나의 밤, 날 고치려는 고장 난 세상이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마무리되는 앨범은 묘할 정도로 수긍이 가는 완결성을 보인다.

 

랩 퍼포먼스도 []의 중요한 요소다. 그의 랩은 탁월한 박자감각과 감각적인 완급조절로 무장했다. 또한, 특유의 능글맞은 무드도 이전의 결과물처럼 역효과를 내기보다는 앨범이 추구하는 분위기 형성에 효과적이다. 이 같은 장점 아래 []은 한국힙합 씬에서 이모 랩의 영향권 아래 있는 앨범 중 최고작이 되었다. 그동안 타이트한 랩으로 이목을 끌던 이가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무엇보다 유행하는 스타일을 차용했지만, 재현 강박과는 거리가 먼 프로덕션과 랩 덕분에 고유한 매력까지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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