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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말릭 -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
남성훈 작성 | 2020-03-13 22: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1 | 스크랩스크랩 | 19,401 View

Artist: 던말릭(Don Malik)
Album: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
Released: 2020-03-06
Rating:
Reviewer: 남성훈









던말릭(Don Malik)
은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협업한 [탯줄], 키마와의 합작 [Tribeast]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발표하며 입지를 다졌다. 파트너는 달랐지만, EP는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엮인 연작으로 읽혔다. 90년대생이 재현하는 '90년대 힙합'이라는 [탯줄]의 영리한 등장이 있었기에 [Tribeast]의 씬을 향해 뱉는 비장한 자기선언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기 때문이다. 수준급의 프로덕션과 뛰어난 랩도 인상적이었다.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는 성추행 의혹으로 레이블에서 방출됐던 던말릭이 긴 공백기 후 발표한 정규 1집이다. 앨범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한다. 던말릭은 그동안 개인적인 소회나 일상적 표현보다는 큰 컨셉트 안에서 퍼즐을 맞추듯 서사를 펼쳐왔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일반적인 자기서사가 신선하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던말릭은 가사의 양이 많은 랩의 특징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래퍼다. 단순한 주제를 식상하지 않은 표현으로 장황하게 풀어내며 인상적인 트랙을 만들어낸다.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에서도 그는 장기를 한껏 활용한다.

 

“얼마냐”, “20180222-20180930”, “Sunrayz (3rd)" 등은 이런 재능이 빛을 발하는 대표적인 트랙이다. 일상적이라면 일상적인 금액을 툭툭 던지며, 거기에 얽힌 소소한 일화들을 하나씩 붙인얼마냐는 그가 목표한 듯한 감흥과 재미를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20180222-20180930”에서는 짧은 플레이타임에도 불구하고 잔뜩 채워 넣은 많은 양의 가사가 풍성한 감정선으로 이어지고, “Sunrayz (3rd)”에서도 꽉 채운 랩의 힘을 통해 신파조로 흐르는 것을 벗어나 가정사를 직접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보이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식 라인도 재치있다. 물론, 그의 랩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트랙의 템포에 따라 적당한 속도감을 유지하며 집중을 이끌어내고, 그 와중에 변화무쌍한 플로우는 비트에 구속되지도 벗어나지도 않는다. 최근 나온 한국 힙합 앨범 중 단연 랩을 듣는 재미가 확실한 앨범이다.

 

이번엔 다수의 프로듀서가 참여했지만, 던말릭이 프로덕션을 꾸미는 결은 별 차이 없다. 가리온 1집의 날카로운 붐뱁(Boom bap) 비트로 기억되는 재유(J-U a.k.a 哉有)가 중심에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여전히 그는 붐뱁 비트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드럼의 질감과 샘플링 사운드 배치를 통한 루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미에 반해 전반적인 비트의 완성도와 감흥은 크지 않다.

 

트렌드 레퍼런스와는 대척점에 있지만, ”얼마냐"를 포함하여 많은 수록곡이 지나치게 국외의 명곡을 떠올리게 한다. 비단 같은 샘플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샘플의 활용 방식까지 비슷한 탓이다. 또한트랙마다 다른 스타일을 담아내 재유의 고유한 바이브를 짚어 내기도 어렵다. 좁은 운신의 폭 안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색을 심고, 작은 디테일이 주는 차이로 승부를 보는 현재의 '90년대 재현 붐뱁 프로덕션의 경향을 생각하면, 더욱 안일하게 느껴진다. 흡사 명곡의 비트를 흉내낸 습작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93 ‘Till Infinity”에 대한 헌정임을 제목에서 밝힌전염(Till Infinity)”가 주는 감흥도 덜하다.

 

아쉬운 지점이 있음에도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 2010년대 중반 이후 붐뱁 프로덕션을 전면에 택하는 당위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 같은 앨범이다. 꽤 많은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이 진중한 주제나 리리시스트(Lyricist)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붐뱁 프로덕션을 선택지 중 하나로 삼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자기기만적 움직임이었다.

 

힙합의 원초적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지만, 분명 지나간 시절의 붐뱁 힙합 프로덕션과 스타일을 소환할 때는 높은 완성미의 비트와 더불어 최고 수준의 랩 실력이 담보되어야 하는 시대다. 미국 힙합 시장에서 히트곡을 제외하면 여전히 붐뱁 비트의 비중이 꽤 높음에도 붐뱁 프로덕션을 정체성으로 삼아 주목받는 신예가 손꼽을 정도인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선인장화: MALIK THE CACTUS FLOWER]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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