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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웅 - Bartoon 24
강일권 작성 | 2020-04-17 19:4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9 | 스크랩스크랩 | 17,675 View

Artist: 안병웅
Album: Bartoon 24
Released: 2020-04-13
Rating: 
Reviewer: 강일권









[
쇼미더머니]로 이름을 알린 안병웅이 주목받은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비슷한 세대의 래퍼들과 달리 한국 힙합 씬에서도 마이너로 통하는 붐뱁(Boom Bap/*필자 주: '90년대 힙합의 상징적인 스타일 중 하나)을 추구했고, 이를 찰진 플로우로 소화했다. 음악관이 확고한 신인 래퍼에게 쏠린 주목도는 자연스레 앨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일단 안병웅의 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린 듯 날카롭고 아주 맛깔스럽다. 후천적 노력과 경험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랩 스킬이나 작사 능력과 달리 선천적 재질의 영향이 큰 톤에서의 장점을 지녔다는 건 래퍼에게 축복이다. 그 덕에 안병웅의 랩은 처음 듣는 순간 단번에 귀를 잡아끈다. 비트에 달라붙는 맛도 괜찮다. 데뷔 EP [BARTOON 24]에서도 이는 유효하다.

 

프로덕션도 흥미롭다. 적확하게는 방향성이 그렇다. [BARTOON 24]가 붐뱁을 표방한 사실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다만, 기존에 한국 힙합 씬에서 들어온 류의 붐뱁과는 다른 길을 갔다. 대부분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를테면, 두텁게 가공되고 딱 떨어지는 드럼과 컷 앤 페이스트(Cut & Paste)에 기반을 둔 루프 활용, 그리고 스크래칭을 가미한 후렴구를 조합한 붐뱁에 투신했다면, 본작은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지고 시도된 덕 다운(Duck Down)이나 D.I.T.C 계열의 붐뱁에 가깝다.  

 

드럼의 타격감과 트랙 샘플의 변형 조합보다는 악기 샘플의 고른 배열과 재지한 무드 조합에서 오는 감흥을 좀 더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다. 루프와 구성 면에서 [BARTOON 24]의 수록곡들은 전성기적 붐뱁 힙합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도입부를 삽입한 2단 구성을 통해 제목과 어울리는 무드를 잘 연출한 "Puff Pass"는 대표적이다. 대마초 흡연을 의미하는 속어를 빌려와 한국 실정에 맞는 담배 흡연 서사로 바꾸어놓은 시도도 재미있다.

 

하지만 앨범은 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굳이 사운드에 민감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과연 정식 발매를 위한 기본적인 믹싱 단계를 거쳤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붐뱁 힙합의 질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루프와 구성에서 호평할만한 "Puff Pass"는 아이러니하게 여기서도 좋은 예다. 비트의 주요 파트 중 하나인 베이스 루프가 좀처럼 박차고 나오질 못하고 뒤에서 잔발질만 하다가 사그라지고 만다. 이 곡뿐만 아니라 전곡이 조악한 사운드로 마무리됐다. 붐뱁 힙합의 완성은 루프와 구성만으로 되지 않는다. 만약 로파이(Lo-Fi)한 사운드를 의도한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실패한 것이고, 몰랐다면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사다. 번뜩이는 라인커녕 기억에 남는 라인이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랩 가사로서의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엉망이다. 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망생이 썼다 해도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특히, "Midnight Bird", "Click Clack", "Kill Like" 등의 곡은 플로우를 만들다가 아무렇게나 뱉은 영어와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한 듯하다. 랩에서의 즉흥성 미학을 논할 땐 비단 뱉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사에서도 유효하다. 실제로 유명 래퍼들이 미리 가사를 쓰지 않고 녹음할 때 즉석에서 떠오른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여 그대로 수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가사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 혹은 생각할만한 화두 중 어느 하나라도 담보해야 한다. 안병웅의 가사는 아무 것도 획득하지 못했다. 심지어 앨범 수록곡이 아니라 프리스타일 가사로 가정하고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만약 즉석에서 지은 것이 아니라 라임노트에 적어가며 작사한 것이라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반면, 비교적 한영혼용을 줄인 가사의 경우엔 앞서 언급한 곡들보다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소한 아무렇게나 뱉은 걸 그대로 사용한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감흥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일례로 회색도시에서 안병웅은 서울을 매개로 하여 도심에서의 삶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내비친 동시에 인간에 대한 통찰까지 드러내려 하지만, 흡사 싸이월드감성을 연상케 하는 수준의 표현과 사유 탓에 치기만 느껴진다.

 

여기서 그의 랩 퍼포먼스가 주는 청각적인 쾌감만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플로우의 쾌감을 살리기 위해 가사의 수준을 희생해도 된다고 여기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물론, 때에 따라 여전히 어느 정도의 희생을 용납해주는 분위기가 남아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감할만한 수준일 때이다. 그래서 "Payback"에서의 '미국의 소리 내지 난 한국인'이란 가사가 더욱 뜨악하게 다가온다.

 

그는 “Midnight Bird”에서난 어린 피까소 지금은 내 그림을 이해 못 해라며 선민의식 가득한 과시를 보였지만, 현재의 결과물은 이해의 영역을 논하기에 민망한 정도다. 나중이 돼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뱉는 스킬이 출중한 선수들은 이제 한국 힙합 씬에도 많아졌다. 그들 모두가 스스로 최고라 자부하는 가운데 래퍼로서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더욱 복합적이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본기부터 배워 물어봐', '의미 없는 벌스 다 치워'란 그의 가사는 자기비판이 되고 말았다. 다음 앨범에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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