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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레코즈 - Legacy
황두하 작성 | 2020-08-27 20:0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40,921 View

Artist: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Album: Legacy
Released: 2020-08-16
Rating:
Reviewer: 황두하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는 한국 힙합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집단 중 하나다. 2010년 설립이래 10년 동안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고, 소속 아티스트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씬에 영향을 끼쳤다. 2013년에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은 레이블의 이름값을 올려준 방점이 된 작품이다. 특히, 미 메인스트림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던 트랩 사운드를 탁월한 완성도로 구현해낸 프로덕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각 멤버마다 편차가 뚜렷한 퍼포먼스와 단선적인 가사는 아쉬웠지만, 레이블의 존재감을 아로새기는 데에는 확실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여타 힙합 레이블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초창기 멤버였던 비프리(B-Free)와 오케이션(Okasian)이 레이블을 나간 후, 비교적 늦게 합류한 레디(Reddy), 지투(G2), 스웨이디(Sway D) 등은 꾸준하게 앨범을 발표했지만, 크게 인상적인 작품을 남기진 못했다. 그나마 수장인 팔로알토(Paloalto)가 매번 전성기를 갱신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는데, 오히려 이 탓에 다른 멤버들이 그늘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인지, 레이블은 최근 공격적으로 신예 아티스트들을 영입했다.

 

그래서 7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컴필레이션 [Legacy]는 레이블의 1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의미도 지닌다. 첫 트랙 “Simple Thingz”는 팔로알토,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저드(jerd), 오웰 무드(Owell Mood)가 함께해 이러한 의도를 드러낸다. [HI-LIFE] “Intro”가 자연스레 떠오르며, 7년이 지난 레이블의 현재와 비교해보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그래서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참여했지만, 저드, 스월비(Swervy), 수비(Soovi), 오웰 무드 등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팔로알토와 허클베리 피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곡에 참여한 저드는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가사, 노래와 랩을 오가는 타이트한 퍼포먼스로 곡마다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프로듀싱에도 일부 참여해 음악적 감각을 과시한다. 스월비 역시 저음의 랩 톤과 캐릭터를 적절히 녹여낸 어휘 선택으로 등장할 때마다 집중하게 만든다.

 

원년 멤버들이 뭉친 곡들은 10주년을 기념하는 본작의 취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얼마 전 계약이 종료된 지투와 함께 레이블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YEZZIR”과 이보(Evo)가 깜짝 참여하여 레이블 초창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Cool Kids, Part 3”는 대표적. 레이블의 행보를 따라온 팬들이라면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팔로알토와 스웨이디의 애증 관계를 유쾌하게 풀어낸송석현 vs. 송석현도 흥미롭다.

 

프로덕션 스타일도 지난 컴필레이션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전작에서 트랩 사운드를 밀어붙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블랙뮤직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끌어안았다. 여기에 팝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미해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만한 여지가 늘어났는데, 이는 보컬들의 영입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일렉 기타 스크로크로 시작해 디지털 가공된 드럼이 난입하며 록과 힙합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Kid Rock”을 제외하면, 특별한 시도는 찾아볼 수 없지만, 대부분 장르의 전형을 깔끔하게 구현해냈다.

 

그러나 상이한 스타일의 곡들이 두서없이 모여있어 잘 빠진 싱글 모음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새로운 멤버가 주도한 곡과 기존 멤버가 주도한 곡 사이의 낙차가 지나치게 크다. 슬로우잼 알앤비 넘버 “Ain’t Got Time”에서 “Cool Kids, Part 3”로 넘어가는 구간은 대표적인 예다. 트렌드를 미묘하게 비껴간 스웨이디의 후렴구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트랩 트랙 “Organization”도 앨범 중간에서 다소 뜬금없이 튀어나온다.

 

몇몇 아티스트의 안이한 퍼포먼스도 아쉬운 지점이다. 레디와 조원우는 평이한 단어 선택과 라이밍 탓에 등장할 때마다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가 버리고, 윤비(YunB)도 휘발성 강한 한영혼용 가사로 일관해 흐름을 끊는다. 허클베리 피는 대부분 노련한 라이밍과 재치 넘치는 가사로 흐름을 이어가지만, “Bad Bad Bad” “Ooh La La” 같은 곡에서는 목을 긁는 톤의 싱잉 랩과 음절을 욱여넣는 특유의 작법이 비트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Legacy] [HI-LIFE]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앨범의 취지나 담고 있는 음악 스타일도 다를뿐더러, 참여한 아티스트의 면면에서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본작을 통해 레이블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일부 멤버들의 부진과 구성적인 한계는 아쉽지만, 여전히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낼 줄 아는 레이블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무엇보다 신인들의 약진 덕에 레이블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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