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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sody, 리리시스트(Lyricist)의 역사를 새로 쓰다.
강일권 작성 | 2020-12-16 19:1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1,687 View



글: 강일권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
을 주요 타깃으로 한 텔레비전 방송국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는 오늘날 유력 매체 중 하나다. 그리고 이곳에선 매년 힙합 씬을 결산하는 'BET 힙합 어워즈'를 개최한다. 시상식의 주체부터 참가자 대부분이 흑인이다 보니 많은 힙합 아티스트가 그 어떤 시상식에서의 수상보다 기뻐하고 상징적으로 여긴다.

 

올해 10 27일에도 어김없이 시상식이 열렸다. 다만, 코로나 여파 탓에 그림은 달랐다. 후보자와 관객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성대한 파티를 벌이는 대신 소수의 진행자와 아티스트가 온라인 방송을 통해 담소를 나누며 수상자를 발표했다. 비록,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규모는 작아졌지만, 크게 회자할만한 순간이 연출됐다. 가사를 제일 잘 쓴 래퍼를 뽑는 '올해의 리리시스트(Lyricist of the year)' 부문에서였다.

 

디씨 영 플라이(DC Young Fly), 칼로스 밀러(Karlous Miller), 치코 빈(Chico Bean), 그리고 베테랑 랩스타 티아이(T.I.)가 진행을 맡았고, 후보자 중 한 명인 랩소디(Rapsody)가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길 주고받던 가운데, 티아이가 손에 든 수상자 봉투를 열었다. 승자는 다름 아닌 랩소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의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내가 BET 어워드 수상이라고?!?! 난 사이퍼(cypher/*필자 주: 래퍼들이 돌아가며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퍼포먼스)하러 온 줄 알았어!"



 


100%
진실된 반응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리리시스트' 부문에서 여성 아티스트가 수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드물었다. 심지어 남성 래퍼 중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누린 이가 별로 없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7회부터 13회까지 무려 7년을 독식한 탓(?)이다. 이 외의 수상자는 커먼(Common/2), 에미넴(Eminem), 제이지(Jay-Z), 릴 웨인(Lil Wayne/2), 제이 콜(J .Cole)뿐이다. '15 BET 힙합 어워즈'에 와서야 '올해의 리리시스트'를 수상한 최초의 여성 래퍼가 탄생한 것이다. 정말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순간이다.

 

/힙합에서 리리시스트가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표면적인 풀이만 보자면, 다른 장르에서의 '작사가'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단지 가사만 잘 쓴다고 해서 부여하는 칭호는 아니다. 훌륭한 랩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랩 퍼포먼스의 수준은 떨어지는데, 가사만 잘 쓴다고 해서 리리시스트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러므로 리리시스트란 랩을 잘하는 래퍼 중에서도 가사가 뛰어난 래퍼다. 래퍼에겐 최고의 칭찬인 셈이다.

 

그런데 혹자는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 혹은 심오한 주제의 가사를 쓰는 래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리리시스트를 논하는 요건에 주제의 제한은 없다. 어떤 주제든 남들보다 도드라지는 작사력이 관건이다. 인정받는 리리시스트의 가사엔 흔히 언어를 갖고 논다는 의미의 '워드플레이'를 넘어선 특별한 힘이 있다.

 

다만, 힙합 탄생 이래 리리시스트라 불린 래퍼들의 가사에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가 자주 담긴 것만큼은 사실이다. BET 힙합 어워즈의 역대 수상자 중에서는 커먼, 켄드릭 라마, 제이 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랩소디 또한 그렇다. 그는 2008,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9th Wonder)의 지원 아래 데뷔한 이후, 왕성한 창작욕을 바탕으로 음악적인 모든 면에서 발전을 거듭한 끝에 획일화된 주류 힙합의 대안 중 한 명이 되었다. 특히, 탁월한 메타포와 허를 찌르는 펀치라인으로 무장한 가사가 인종과 여성 문제는 물론, 사회의 여러 이슈를 꿰뚫으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랩소디의 세 번째 정규 앨범 [Eve](2019)
를 들어보면, 그가 왜 최고의 리리시스트 중 한 명인지를 알 수 있다. [Eve]는 그가 살아오면서 영향받은 흑인여성에게 바치는 헌정사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앨범 제목부터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미셀 오바마(Michelle Obama)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흑인여성들을 내세운 수록곡의 제목까지 주제의식이 뚜렷이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Ibtihaj"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제목은 미국 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이브티하즈 무하마드(Ibtihaj Muhammad)를 뜻한다. 그리고 이브티하즈는 2016년 올림픽에서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무슬림 미국 여성이자 무엇보다 히잡을 쓰고 경기를 치른 최초의 무슬림 미국 선수다. 랩소디는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즈자(GZA) '95년에 발표한 명곡, "Liquid Swords"를 샘플링한 비트 위에서 이브티하즈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신감에 관해 설파한다. 더불어 흑인 여성 최초의 EGOT(*필자 주: 미국 대중문화계의 4대 시상식인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전부 수상한 인물을 일컫는다.),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를 제목으로 한 "Whoopi"도 리리시스트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곡이다.

 

힙합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그러니까 1980년대만 해도 랩에서 중요한 건 퍼포먼스였다.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부기 다운 프로덕션스(Boogie Down Productions), N.W.A처럼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와 다양한 소재를 담는 아티스트 군이 나오기 전까진 극히 일부 아티스트를 제외하곤 가사에서 특별히 논할만한 지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퍼들이 랩에 보다 많은 이야길 담게 되고, 라임을 짜는 능력이 월등히 높아지면서 가사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작사 능력은 랩 아이콘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랩소디는 '올해의 리리시스트'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아이콘이 되기 위한 요건을 전부 갖춘 셈이다. 

 

그는 수상 트로피를 받아든 다음 이렇게 밝혔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받은 상이야. 울진 않을래, 난 터프하니까. BET로부터 받는 상이라 너무 기뻐. 흑인 네트워크에서 비롯한 거라서 특별하거든. 그리고 '올해의 리리시스트' 부문을 여자가 항상 대표했던 건 아니니까. 신에게 감사해! 나 이전에 랩을 뱉어준 모든 여성 래퍼들에게도 말이야. 로린 힐(Lauryn Hill), 퀸 라티파(Queen Latifah), 릴 킴(Lil Kim), 엠씨 라이트(MC Lyte), 폭시 브라운(Foxy Brown),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 진 그레이(Missy Elliott) 등등. 우린 계속 나아갈 거야!"

 

참으로 '올해의 리리시스트'를 수상한 최초의 여성 래퍼다운 수상 소감이다.


*위버스 매거진에 게재한 글의 확장 버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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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ronaldo0607
    1. ronaldo0607 (2020-12-20 11:07:00 / 1.223.76.***)

      추천 0 | 비추 0

    2. 아직 더 방향성을 제시했으면 좋겠네요... 본문의 다 설명이 되어있어서 나름 할말은 없지만 커먼도 오랜만의 거론 되고 그러네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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