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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
리드머 작성 | 2020-12-30 01: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19,995 View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0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9 12 1일부터 2020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 Kehlani - It Was Good Until It Wasn’t

 

Released: 2020-05-08

 

 

켈라니(Kehlani)는 믹스테입 [You Should Be Here](2015)부터 꾸준히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을 발표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전작 이후 약 1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It Was Good Until It Wasn’t] 역시 그의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를 유지할 만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늘 그랬듯이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가 주축이 된 프로덕션은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여기에 싱잉 랩에 가깝게 많은 단어를 내뱉다가도 여백을 두어 멜로디의 결을 살리는 켈라니의 퍼포먼스가 더욱 완숙해졌다.

 

특히, 두터운 신스 베이스가 곡을 주도하는 관능적인 슬로우 잼 트랙 “Can I”, 마세고(Masego)의 색소폰 연주가 돋보이는 팬데믹 시대의 러브 송 “Hate the Club”, 청량감을 더하는 하프 연주 위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와의 합이 좋은 “Grieving” 등의 곡에서 그의 물오른 감각이 돋보인다. 뛰어난 재능으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켈라니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 Cleo Sol - Rose In The Dark

 

Released: 2020-03-27

 

 

2018 EP [Winter Songs]로 데뷔한 런던 출신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클레오 솔(Cleo Sol)의 가장 큰 장점은 보컬이다. 탄탄한 발성으로 가성과 진성을 자유로이 오가는 매혹적인 보컬은 그의 갑작스러운 데뷔가 놀라운 데뷔로 귀결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2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Rose in the Dark]도 마찬가지다. 재즈와 알앤비가 적절히 섞인 프로덕션 위를 유려하게 미끄러지는 보컬 퍼포먼스가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한다.

 

더불어 사랑을 갈구하고(“When I’m in Your Arms”), 외로움을 토로하다가도(“I Love You”), 자신을 긍정하고 더 맑은 미래가 오리라는 확신을 품는(“Butterfly”, “Sure to Myself”, “Her Light”) 가사는 시적인 표현이 더해져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국 알앤비 씬에서는 매해 개성과 실력을 갖춘 신예가 끊임없이 등장해왔다. 클레오 솔의 [Rose in the Dark]가 올해 이 같은 흐름을 잇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18. Black Light Animals - Playboys Of The Western World

 

Released: 2020-07-03

 

 

과거의 사운드를 주원료 삼은 앨범은 매년 적잖이 발표된다. 밴드 블랙 라이트 애니멀스(Black Light Animals)의 음악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기존의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과 달리 꽤 독특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했다. 스파게티 웨스턴 기타 리프(*필자 주: ‘스파게티 웨스턴은 기존의 정형화된 미국 서부 영화의 틀을 깬 1960~70년대 이탈리아산 서부영화를 뜻한다.), 사이키델릭한 신스, 힙합 드럼, 호러 영화 오르간이 혼합하여 [Playboys Of The Western World]가 생성됐다. 여기에 팝과 소울의 경계에 선 관능적인 보컬이 얹혀서 색다른 레트로 소울이 탄생했다.

 

전반적으로 서부 영화, 혹은 디스토피안 배경의 SF 영화에 어울릴법한 프로덕션과 무드가 돋보인다. 들과 차별화되는 확실한 컨셉트와 그에 부합하는 양질의 음악이 만난 순간을 접하는 건 언제나 짜릿한 일이다.

 

 

17. Teyana Taylor - The Album

 

Released: 2020-06-19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의 세 번째 정규앨범 [The Album] 8곡 밖에 수록되지 않았던 [K.T.S.E.]와 달리, 무려 23, 77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엄청난 볼륨의 작품이다. 게다가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바탕으로 피비알앤비(PBR&B), 댄스홀, 슬로우잼, 힙합 소울 등등, 다양한 하위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보컬과 캐치한 멜로디 어레인지 덕분에 일정한 톤을 유지하여 몰입감을 선사한다. 내러티브도 한몫했다. 이성과의 관계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종래에는 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중심에 둔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것. 또한, 프로포즈와 출산의 강렬한 순간을 담아낸 “Intro”가 전체 트랙을 하나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그래서 마지막 두 트랙 “Made It” “We Got Love”의 외침이 더욱더 강하게 와닿는다.

 

테야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음악 활동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The Album]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처럼 훌륭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갖춘 아티스트 한 명을 잃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앨범으로서 손색없는 스케일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기에 그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16. Liv.e - Couldn't Wait To Tell You

 

Released: 2020-07-31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리브(Liv.e)는 올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2017년부터 활발히 활동해왔다. 텍사스 출신인 그는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핑크 시푸(Pink Siifu), 블랙 노이즈(Black Noi$e) 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같이 작업한 아티스트들의 면면만 봐도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음악은 첫 번째 정규 앨범 [Couldn’t Wait to Tell You]에 고스란히 담겼다. 노이즈가 잔뜩 낀 샘플 소스와 독특한 질감의 드럼을 무질서하게 배치한 전위적인 프로듀싱 위로 마치 랩을 뱉듯이 멜로디를 쭉 읊어나간다. 때로는 템포를 줄였다가 늘이기도 하는 변칙적인 사운드와 힘을 쫙 빼서 나른하게까지 느껴지는 보컬의 조화는 낯설지만,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지녔다.

 

특히, 피치를 낮춰 두텁게 짓누르는 샘플 소스가 트랙을 끌고가는 “To Unplug”나 로파이(Lo-fi)한 질감의 신스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I Been Livin” 2020년 가장 전위적인 알앤비의 완성이라 할만한 곡들이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는 우연히 리브의 음악을 듣고 본작의 리스닝 파티에서 호스트를 자처했다고 한다. 앨범을 들어보면, 왜 바두가 그에게 반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15. John Legend - Bigger Love

 

Released: 2020-06-19

 

 

존 레전드(John Legend)는 늘 그랬듯이 본작에서도 사랑을 노래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와닿는다. 코로나가 창궐하며 보통의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지금, 그가 부르는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자 위로가 된다. 존 레전드는 모든 트랙을 사랑에 기반했지만, 프리즘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냈다. 알앤비 보컬 즈네 아이코(Jhené Aiko)가 목소리를 더한 “U Move, I Move”와 랩소디(Rahpsody)의 가사가 인상적인 “Remember Us”에서는 연인 간의 사랑을 담았다면, 고전 소울이 느껴지는 “I’m Ready”와 플라밍고스(Flamingos) “I Only Have Eyes For You”를 샘플링한 “Ooh Laa”에는 과거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불어 풍성한 프로덕션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클래식 현악 오케스트라 편성(“U Move, I Move”)부터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아프로팝(“Bigger Love”)까지 다채롭게 뻗어 나간다. 특히, 잔잔한 무드로 ‘We Will Never Break(우린 절대 무너지지 않아)’라고 노래하는 “Break”는 그가 말하는 사랑 서사의 완벽한 마무리다. 일상이 무너진 지금,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포근한 위로가 된다.

 

 

14. Free Nationals - Free Nationals

 

Released: 2019-12-13

 

 

프리 내셔널스(Free Nationals)는 본래 앤더슨 팩(Anderson.Paak)의 백업 밴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드럼 연주와 랩, 보컬 퍼포먼스를 오가는 독특한 포지션의 앤더슨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2019년 말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Free Nationals]는 오랫동안 농축된 밴드의 역량이 제대로 빛을 발한 앨범이다. 펑크(Funk)와 소울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무드의 음악을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로 구현해냈고, 그 위로 각자 강한

개성을 가진 게스트를 초빙했다.

 

부드러운 보컬의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Beauty & Essex”), 시드(Syd)(“Shibuya”)와 코케인 랩에 최적화된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의 트랙(“The Rivington”)이 한 앨범에서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앨범을 구성하는 이들의 뛰어난 역량을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더불어 많은 게스트 사이에서도 밴드는 주인공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래퍼와 보컬들의 퍼포먼스보다 밴드의 사운드가 만든 공간이 먼저 귀에 감지되기 때문이다. 현시대에 밴드가 중심이 되는 블랙뮤직 앨범이 갖춰야 할 미덕과 정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3. KeiyaA - Forever, Ya Girl

 

Released: 2020-03-27

 

 

신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케이야(KeiyaA)의 등장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데뷔 중 하나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실험적인 힙합 음악을 하는 래퍼 마이크(MIKE) 등과 작업해오며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정립했다. 첫 정규 앨범 [Forever, Ya Girl]은 그가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로파이(Lo-Fi)한 질감의 소스들과 빈티지한 드럼 라인이 반복되는 루프 위로 특정 구절이 반복, 변형되는 비선형적인 멜로디를 얹어 굉장히 텁텁하고 몽환적인 무드를 자아낸다. 마치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와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음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듯하다.

 

안정을 위해 끝없이 고군분투하는 삶의 불안전성을 노래한 “Retifiya”와 고 프린스(Prince)의 곡을 케이야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Do Yourself a Favor” 등은 앨범의 색깔을 대표하는 곡들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을 향한 갈구, 자존감을 향한 투쟁 등등, 다양한 주제들이 마치 시집처럼 모인 가사들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준다. 본작은 리브(Liv.e)의 앨범과 더불어 2020년 알앤비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12. Jacob Collier - Djesse Vol.3

 

Released: 2020-08-14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의 ‘Djesse’ 시리즈는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제이콥 콜리어이자 신(Jesus)을 비유한 표현인 ‘Djesse’가 자신의 세계를 축조한다는 이야기. 세 번째 작 [Djeess Vol.3]에는 앞서 자신의 세계에 빛을 새기고 천지를 창조한 뒤 겪는 사색이 담겼다. 그에 맞게 배치한열반(Nirvana)’, ‘(Karma)’ 같은 종교적 키워드들이 ‘Djesse’ 시리즈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가 전작과 달리 본작을 알앤비/소울로 채운 것은 인간 내면에 본래 내재된 리듬이 알앤비/소울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 응당한 게스트들을 활용했다. 티페인(T-Pain), 마할리아(Mahalia) 등등, 여러 힙합/알앤비 아티스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제이콥 콜리어의 기량도 눈부시다. 특히, 다니엘 시저(Daniel Caeser)가 참여한 “Time Alone With You”는 화음이 돋보이도록 차분하게 구성했지만, 서슴없이 들어오는 악기 편성과 코러스에 넋을 잃게 된다. [Djesse Vol.3]은 아티스트의 기량과 시리즈의 일관된 서사가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 작품이다.

 

 

11. The Weeknd - After Hours

 

Released: 2020-03-20

 

 

이제는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위캔드(The Weeknd)의 네 번째 정규앨범 [After Hours]는 고유한 스타일과 대중성 사이의 적절한 선을 찾아낸 작품이다. 트랩부터 1980년대 스타일의 신스팝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가운데, 일렉트로닉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독특한 질감의 소스들과 신시사이저를 전체적으로 흩뿌려 본인만의 개성을 획득했다. 그래서 상당히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완성됐다. 올해 빌보드 핫 100 차트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히트 싱글 “Blinding Lights” 같은 곡은 그가 새 시대에 맞는 팝스타라는 것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더불어 이전보다 훨씬 명징해진 멜로디 라인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단단히 잡아둔다. 연인과의 갈등부터 이별, 방황, 그리움의 과정을 타임라인에 따라 나열한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

 

위켄드의 커리어는 그간 쭉 상승가도를 달려왔지만, 항상 음악적으로 아쉬운 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After Hours]는 그러한 인식에 변화를 줄 만큼 탄탄하다.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은 덕분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알앤비 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10. Luke James - To Feel Love / D

 

Released: 2020-01-31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루크 제임스(Luke James) 2007년부터 작곡가로 활동해왔고, 2011년에 첫 믹스테입 [#Luke]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매력적인 목소리와 센스 있는 멜로디 어레인징 능력를 가졌음에도 특별히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첫 정규 앨범 [Luke James](2014) 역시 빼어났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그러나 [To Feel Love / D]는 다르다. 서정적인 현악기가 주도하는 전주 이후 빈티지한 질감의 드럼을 묵직하게 내리치는 첫 트랙 “Lambo”부터 강렬하다. 피비알앤비와 힙합 소울, 그리고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프로덕션은 관능적이고, 그 위를 미끄러지는 루크의 보컬 퍼포먼스는 전에 없이 유려하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피처링 게스트들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는 편곡 또한 인상적이다.

 

더불어 영리한 앨범 타이틀처럼 사랑의 양면성을 시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가사 역시 훌륭하다. 프로덕션과 퍼포먼스, 그리고 가사까지, 삼박자가 탄탄하게 맞물린 앨범은 9트랙, 32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한다. 지난 6년 동안 연기 활동에 집중했던 그에게 본작은 뮤지션 커리어의 제2막을 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작품이다.

 

 

9. KIRBY - Sis.

 

Released: 2020-01-31

 

 

미시시피 출신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커비(Kirby)의 데뷔 EP가 지닌 장점은 명확하다. 올드 스쿨과 네오 소울의 절묘한 조화. 2000년대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밴드, 샤론 존스 앤 더 댑킹스(Sharon Jones & The Dap-Kings)의 호머 스타인웨이스(Homer Steinweiss)가 키를 쥔 탁월한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커비는 인간관계에서 얻은 교훈과 여러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본인의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보컬은 더할 나위 없이 소울풀하고, 프로덕션은 포근하다가도 진득하며, 멜로디는 예상치 못하게 흐르다가 순간순간 또렷이 살아난다. 

 

수록곡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무드와 프로덕션의 지향점이 엿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서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특히, 앨범 내내 드러나는 '70-'80년대 소울, 펑크(Funk) 음악에 대한 커비의 이해도와 애정이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피펑크(P-Funk) 선구자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와 그의 명곡 "I'd Rather Be With You"에 바치는 헌정이나 다름없는 "We Don't Funk"를 들어보라. 1절이 끝나는 동안, 두 번의 기가 막힌 무드와 조성 변화가 이루어지는 힙합 소울 "Don't Leave Your Girl"이 짓는 매듭도 훌륭하다. 참으로 깊고 진한 앨범이다.

 

 

8. Alicia Keys - ALICIA

 

Released: 2020-09-18

 

 

[ALICIA]는 좀 더 세밀한 앨리샤 키스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이다. 앨범 곳곳에서 한 개인의 성찰을 엿볼 수 있다. “Truth Without Love”를 통해 공감 없는 공허함을 노래하고, “So done”에서는 자신과 싸우며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삶을 밤이 드리운 공원의 쓸쓸한 분위기와 함께 구성한 “Gramercy Park”까지 동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구체적인 말들은 개인을 넘어 커뮤니티로 나아간다. 희망이 깃든 메시지를 수놓는다. 특히, “Underdog”에서 교사, 학생, 의사, 미혼모 등 구체적인 단어로 보통 사람들을 언급해 하나의 커뮤니티를 그린다.

 

프로덕션 구성도 주목할만하다. 음악적 변화가 눈에 띄던 전작과 달리 본작에선 베이스 드럼이 두드러지는 알앤비와 피아노 기반의 팝 소울이 돋보인다. 초반의 앨리샤 음악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와중에 펑크(funk), 컨트리(country), 레게(Reggae)까지 장르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성까지 챙겼다. 메시지에 더 통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보컬 덕분이다. 전작의 다이내믹한 무드 탓에 옅게 느껴지던 보컬의 진가가 이번엔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가 본작을 통해 전하는 개인적인 메시지는 그 어느 말보다 보편적이며 웅숭깊다.

 

 

7. Dornik - Limboland

 

Released: 2020-05-22

 

 

영국 알앤비 씬은 매년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등장하여 미국 알앤비 씬과는 또 다른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2015년에 첫 셀프 타이틀 정규 앨범 [Dornik]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도닉(Dornik)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영향을 받은 가녀린 음색의 보컬과 부유하는 듯한 신시사이저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프로덕션이 어우러진 음악은 스스로 붙인레트로퓨쳐리스틱(Retrofuturistic)’이라는 명칭이 무척 잘 어울린다. 무려 5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Limboland] 역시 전작의 연장선에 있지만, 훨씬 더 풍성하고 탄탄한 사운드를 담아낸 작품이다.

 

시종일관 넘실대는 리듬과 각종 소스와 신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변주가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더불어 전작과 다르게 개빈 튜렉(Gavin Turek), 바니 아티스트(Barney Artist), 스크립쳐(Skipture) 등등, 다양한 게스트가 참여하여 전체적으로 더욱 다채로워졌다. 특히, 베테랑 폰테(Phonte)가 차진 랩을 보탠 “Limboland”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큼 진한 여운을 남긴다. 비슷한 스타일이 범람하는 메인스트림 알앤비 씬에서 도닉은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빛나고 있다.

 

 

6. Brandy - b7

 

Released: 2020-07-31

 

 

브랜디(Brandy)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B7]올해의 컴백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이다. 전작 [Two Eleven](2012) 이후 무려 8년 만에 발표한 앨범에서 그는 전성기 못지 않은 송라이팅 감각과 유려한 보컬 퍼포먼스를 뽐낸다. 피비알앤비(PBR&B), 808 드럼이 주도하는 트랩 등등, 현재의 트렌드를 포용하면서도 알앤비의 기반을 잃지 않는 프로덕션은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특히, 부유하는 듯한 신시사이저로 2000년대 풍 알앤비와 피비알앤비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Borderline” 1990년대를 풍미했던 뮤지션이 2020년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트랙이다.

 

브랜디는 지난 8년 동안 양극성 장애를 겪었고, 싱글맘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지난한 세월을 보냈다. 이 녹록치 않은 과정은 본작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래서 양극성 장애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노래하는 마지막 곡 “Bye Bipolar”가 주는 감흥은 특별하다.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베테랑의 귀환은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품게 만든다. 음악적 감각이 전성기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그러나 [B7]은 그러한 걱정이 무색할 만큼 빼어나다. 본작을 통해 그의 커리어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든다

 

 

5. Thundercat - It Is What It Is

 

Released: 2020-04-03

 

 

가까운 지인의 죽음이 더 잔인한 것은 죽음 이후 세상이 뒤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군가 죽어도 해는 뜨고 지고 바람은 별일 없이 분다. 썬더캣(thundercat) 2018년 가을 절친한 친구인 래퍼 맥 밀러(Mac Miller)를 잃었다. 다소 충격적인 일에 썬더캣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슬픔에 잠기기도 했지만, 깨달음 하나는 얻은 듯해 보인다. 모든 것은 다 괜찮아진다는 것. 그러니 지나간 일에 연연해서뭐 어쩌겠냐(It Is What It Is)’는 태도.

 

그 태도가 앨범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의 음악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실험적이고 종잡을 수 없다. 가사도 일상적이다. 애니메이션 취향을 드러내거나(“King of Hill”) 자신의 듀렉을 활용해 사랑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Dragonball durag”). 그러나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깨달은 철학적 메시지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차분하게 맥 밀러를 추모하고(“Fair Chance”), 실존주의를 논하다가(“Existential Dread”) 철학적 깨달음과도 같은 메시지에 도착한다(“It Is What It Is”). 이는 마치 그가 자신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처럼 느껴진다. [It Is What It Is]는 그가 발표한 작품들 중 가장 깊은 사유가 숨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4. Chloe X Halle - Ungodly Hour

 

Released: 2020-06-12

 

 

클로이 앤 할리(Chloe X Halle)의 전작은 그들의 자주적인 태도가 돋보였다. 본작 [Ungodly Hour]도 마찬가지다. 전작보다 더 통렬해졌다. 연인 관계에서 권력을 얻고자 하고(“Forgive me”), 폭력적인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그리기도 한다(“Tipsy”). 이와 반대로, 그들은 동성(同性)인 여성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싶다는 듯이(“Baby Girl”) ‘함께를 강조하며 연대를 말한다(“Do It”, “ROYL”).

 

서사에 설득을 부여하는 것은 탄탄한 프로덕션이다. 어두운 트랩 비트가 인상적인 “Forgive Me”부터 밝은 분위기의 “Tipsy”, 기타 사운드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Wonder What She Think Of Me”까지 부족함 없이 채웠다. 본작의 총괄 프로듀서는 클로이 앤 할리. 그들은 멜로디 위 서사뿐만 아니라 음악적 방향에서까지 키를 쥐며 앨범의 만듦새를 견고하게 했다. 그들은 아직 보여줄 게 많다.

 

 

3. Sevdaliza - Shabrang

 

Released: 2020-08-28

 

 

이란계 네덜란드 가수 세브달리자(Sevdaliza)는 꾸준히 정체성과 무의식을 담은 아티스트다. 그가 구사하는 음악은 그런 맥락에서 상징적이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페르시안 팝을 접한 적 없다는 그는 옛 페르시안 팝의 정취가 느껴지는 음악을 자연스레 축조한다. 그가 개인의 정체성은 외부 환경보다 무의식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이유다. 그의 무의식이 담긴 [Shabrang]은 주제 의식을 던지는 가사 구성이 탁월하다. 특히, “Oh My God”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미국 내 인종차별, 혐오 범죄, 이란과 미국의 갈등 등등, 정치적 소재를 은유한다.

 

고딕풍의 프로덕션도 훌륭하다. 현악기와 피아노 소리가 요체가 되어 진행되는 멜로디는 신스 소스, 둔중한 베이스와 한데 섞여 지독한 묵상을 그린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트랙 사이에서 세브달리자는 묵묵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또다시 물을 것이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현(顯現)을 좇는 개인의 물음이 큰 파동을 만들어낸다.

 

 

2.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Released: 2020-06-26

 

 

무엇이 그대의 기쁨인지 묻는 앨범 제목처럼 본작은 직관적이다. 디스코 리듬 위에 본능과 욕망을 그린다.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구사한 전작과 대비되는 행보다. 자칫 레트로(Retro) 붐을 좇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제시 웨어(Jessie Ware)의 레트로는 유행보다 자기 자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작과 점점 악화되는 경제 상황, 그리고 관객의 냉담까지 겹겹이 쌓인 악재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본작엔 힘을 빼고 신나는 리듬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제시 웨어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운드 스케이프의 활용과 기타 리프의 탄탄한 마무리가 인상적인 “Ooh La La”부터 펑키 리듬을 살린 “Read My Lips ”까지 막힘없이 내달린다. 끝내 도착한 “Remember Where You Are”에서는 빌 위더스(Bill Withers)를 연상하게 하는 소울 음악을 구사하며 앨범을 완벽히 마무리 짓는다. 제시 웨어의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는 본작은 프로덕션 측면에서 그의 초기작 [Devotion]과 닮아있다.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인기와 명예가 아닌 오롯이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제시 웨어는 본작을 통해 말하고 있다.

 

 

1. Lianne La Havas - Lianne La Havas

 

Released: 2020-07-17

 

 

전작 [Blood]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했던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5년 만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 [Lianne La Havas]를 통해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가 최근 겪었던 사랑과 이별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 사랑에 빠진 설레는 순간(“Read My Mind”, “Green Papaya”, “Can’t Fight”)부터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고(“Paper Thin”, “Weird Fishes”, “Please Don’t Make Me Cry”), 이를 극복하고 보다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는(“Seven Times”, “Courage”, “Sour Flower”) 과정까지. 언뜻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에 비유해 그만의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알앤비와 네오 소울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탁월한 프로덕션과 탄탄한 보컬은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아티스트들은 보통 자신의 음악적 야심이나 자신감을 담아 셀프타이틀을 내세우곤 한다. [Lianne La Havas]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덕션, 색깔이 확실한 보컬과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아름다운 가사까지, 2020년 가장 황홀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리앤 라 하바스라는 이름처럼, 리앤과 같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뮤지션은 오로지 리앤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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