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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20
리드머 작성 | 2020-12-30 19: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33,809 View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0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9 12 1일부터 2020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 Flo Milli - Ho, Why is you here?

 

Released: 2020-07-24

 

 

플로 밀리(Flo Milli) [Ho, Why is you here?]올해의 데뷔. 그가 작년 말에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2015년 곡을 리믹스한 “Beef FloMix” “In The Party”라는 곡이 틱톡(TikTok)을 비롯한 SNS를 통해 크게 유행했고, 이를 계기로 올해 초 RCA 레코즈와 계약했다. 그의 강점은 평소 말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톡톡 튀는 플로우의 랩이다. 여기에 10대 청소년 특유의 감성과 유머가 녹아든 가사로 그만의 색깔이 완성됐다. 이러한 장점은 본작에 고스란히 담겼다.  

 

12트랙이 쉴 틈 없이 내달리는 동안, 원숙한 완급조절이 인상적인 랩 디자인과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캐치한 후렴이 인상적인 순간을 여러 번 만들어낸다. 트랙의 완성도도 뛰어나다. 특히, SWV 1992년에 발표한 동명의 곡을 샘플링한 “Weak”는 플로 밀리의 랩과 어우러져 내는 시너지 효과와 중독성이 상당하다. 올해 매우 많은 여성 래퍼가 등장했고, 인상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Ho, Why is you here?]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 당돌한 신인의 강력한 한 방이다.

 

 

19. Pink Siifu - Negro

 

Released: 2020-04-29

 

 

핑크 시푸(Pink Siifu)의 음악은 한 마디로날 것이다. 로파이(Lo-Fi)한 질감의 힙합부터 펑크(Punk)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거친 목소리는 사운드를 무질서하게 해체했다가 다시 그만의 방식으로 재정립한다. [NEGRO]도 마찬가지다. 가사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찢어지는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 프로덕션과 숨을 고르듯 배치된 프리 재즈 트랙, 그리고 원초적이며 공격적인 가사가 청자를 가상의 폭동 현장 한가운데에 데려다 놓기 위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주제 의식을 표출하는 본작은 흑인을 둘러싼 미국의 시스템, 특히 경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본작에서 그의 울부짖음은 가장 날 것이며, 때로는 짓뭉개진 상태로, 어떠한 필터나 수식조차 없이 전달된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외치는 대신돼지를 쏘라.”라고 선동하며, 기성 체제의 파괴를 주장한다. [NEGRO]는 여태껏 블랙 커뮤니티를 괴롭혀온 시스템에 대한 반작용이며, 능력 있는 선동가가 외치는 구호다.

 

 

18. Skyzoo - Milestones

 

Released: 2020-06-19

 

 

앨범의 제목 [Milestones]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이정표라는 뜻, 나머지 하나는 스카이주(Skyzoo)의 아들 마일즈(Miles)의 이름이다. [Milestones]는 힙합 내에서 비치는 아버지에 관한 고찰을 담아낸 앨범이다. 그는 힙합 문화, 혹은 흑인 사회 내부에서 그려진 아버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길 원했고, 이를 위해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 시절 추억들을 꺼내며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을 되짚고, 이를 아들에게 물려주고자 힘쓰는 모습은 가족에 관한 내용임과 동시에 스카이주의 가슴 뭉클한 성장 드라마로 연출된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 “A Song For Fathers”는 앨범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내용뿐만 아니라 음악적 완성도도 탁월하다. 투박하고 따듯한 무드의 붐뱁(Boom Bap) 프로덕션 위로 유연하게 치고 나가는 스카이주의 랩은 단연 발군이다. 그는 여전히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유의미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이다.

 

 

17. Wale - The Imperfect Storm

 

Released: 2020-06-18

 

 

올해 5,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은 흑인사회 뿐만 아니라 블랙 뮤직 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The Imperfect Storm]의 주제의식은 더 없이 선명하다. 왈레는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통제 불능의 팬데믹 상황에서 불붙은 흑인인권시위와 폭동이 겹친 미국의 상황을 관조한다. 진중하게 사태를 바라보지도 않고, 선동적인 태도를 취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주변의 흑인들과 이야기와 조언을 나누는 식이다. 이 같은 가사는 그 어떤 랩 가사보다 강력하게 흑인 입장에서의 현장감을 부여한다.

 

밀도 있는 프로덕션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시의성 있는 가사가 어우러져서 짧은 제작기간의 이 18분짜리 EP를 왈레의 최고작으로 만들었다. 마스크를 쓴 흑인을 범죄자로 판단하는 백인,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동시에 언급하는마스크를 썼는데, 백인 친구들은 이걸 감당 못해(Got a mask on, White folks can't stand it)’라는 가사는 [The Imperfect Storm]을 요악하는 명라인이다.

 

 

16. Quelle Chris & Chris Keys - Innocent Country 2

 

Released: 2020-04-24

 

 

퀠리 크리스(Quelle Chris)와 크리스 키스(Chris Keys) 2015년도 합작 [Innocent Country] 이후, 5년 만에 발매한 후속작이다. 앨범의 방향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크리스 키스가 가벼운 터치의 드럼과 서정적인 피아노 루프로 분위기를 조성하면, 퀠리 크리스가 랩을 얹는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퀠리 크리스는 담담한 어조로 삶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조언하고, 철학적인 담론을 풀어내며, 삶의 지혜를 나눈다. “Bottle Black Power BUY THE BUSINESS” “BLACK TWITTER”, “RITUAL” 등의 곡에선 흑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게스트의 활약도 긍정적이다. 특히, “Sacred Safe”에 참여한 홈보이 샌드맨(Homeboy Sandman)이나 “Mirage”에서의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는 각자 탁월한 가사와 퍼포먼스로 감흥을 끌어올렸다. [Innocent Country2]는 전작의 명성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동시에, 쉽지 않은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던지는 결과물이다.

 

 

15. Nas - King’s Disease

 

Released: 2020-08-21

 

 

나스(Nas) [Life Is Good]이후, 6년 만에 발표했던 [Nasir]는 힙합 팬들에게 큰 기대감만큼이나 큰 실망감을 준 앨범이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주도한 일명 '와이오밍 7트랙 세션'의 최고작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나스의 앨범 중 가장 심심한 결과물로 남았기 때문이다. 비트 셀렉션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나스는 다시금 명 프로듀서, 히트보이(Hit-Boy)와 손을 잡고 [King’s Disease]를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앨범의 제목에선 언뜻 팬데믹 시대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주된 주제는 오늘날 흑인 사회가 겪는 부당한 차별 및 폭력을 비판하고, 흑인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이다.

 

히트보이의 안정감 있는 탄탄한 프로덕션 위에서 나스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흑인의 위대함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이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나스의 섬세한 라이밍은 여전히 놀라움을 자아낸다. 비록, 네이쳐(Nature)가 빠졌지만, 더 펌(The Firm)의 재결합을 포함하여 나스의 오랜 팬들을 자극하는 여러 요소도 만족스럽다. 26년 전, 세기의 힙합 클래식을 내놓았던 불세출의 래퍼 나스는 여전히 최상위 레벨의 랩을 장착하고 우리의 취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다.

 

 

14. 21 Savage & Metro Boomin - Savage Mode II

 

Released: 2020-10-02

 

 

트웬티원 새비지(21 Savage)와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2016년에 발표한 합작 앨범 [Savage Mode]는 둘의 커리어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업그레이드한 작품이다. 특히, 멈블 랩(Mumble Rap) 유행을 타고 등장해 저평가되었던 새비지에게는 실력을 제대로 증명한 계기가 됐다.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듯, 4년 만에 발표한 후속작 [Savage Mode II]에는 또 한번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겼다. EP라는 짧은 분량에 일정한 무드를 유지했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대형 힙합 앨범으로서 갖춰야 할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 메트로 부민은 특유의 트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를 제공했고, 새비지는 그 위에서 제대로 실력을 과시한다. 그중에서도 올드 스쿨 힙합의 기운이 느껴지는 “Steppin on N****s” 1990년대 알앤비 넘버의 무드를 빌려온 “Said N Done” 같은 트랙에서는 듀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앨범 전체를 묶어주는 것은 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은 물론, 중반부에서도 간간이 등장해 무게를 더하는 모건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힙합 씬에서는 유독 시리즈 앨범이 많이 나오지만, 전작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앨범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Savage Mode II]는 구성과 완성도 면에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2020년을 장식한 짜릿한 힙합 엔터테인먼트의 순간이다.

 

 

13. Jay Electronica - A Written Testimony

 

Released: 2020-02-06

 

 

아주 오랫동안 힙합 팬이 기다려온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의 첫 정규작은 2020 3월에 갑작스레 발매됐다. [A Written Testimony]는 제이 일렉트로니카의 래퍼와 프로듀서로서의 재능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가 적절하게 곁들여진 프로덕션은 빈티지한 고급스러움을 이끌어냈다. 제이 일렉트로니카의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의 사상과 아티스트로서의 고민을 교차해가며 풀어낸 랩 역시 뛰어나다.

 

앨범의 완성도와 별개로 논란이 된 부분은 제이지(Jay-Z)의 높은 참여 비중이다. 1 35초의 "Fruits of the Spirit"을 제외하고 모든 트랙에 제이지가 랩을 보탰다. 앨범을 여는 "Ghost of Soulja Slim"의 첫 벌스부터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사고로 사망한 날 녹음했다는 마지막 트랙 "A.P.I.D.A."을 마무리하는 이도 제이지다. 하지만 [A Written Testimony]를 과연 일렉트로니카의 솔로 앨범으로 볼 수 있는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발표된 정규 앨범에서 그의 랩을 들을 수 있는 양이 충분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새삼 느낀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를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다. 특히, 제이지와의 듀엣은 [A Written Testimony]를 고급스러운 프로덕션과 뛰어난 가사, 그리고 랩 퍼포먼스가 응축된 앨범으로 만든 중요한 요소가 됐다.


 

 

12. Common - A Beautiful Revolution (Pt 1)

 

Released: 2020-10-30

 

 

힙합 씬에서 커먼(Common)만큼 뚜렷한 이미지를 가진 래퍼도 드물다. 그는 인종 차별과 갱단의 폭력 등 흑인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항상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하고, 올곧은 신념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켜왔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2020년에도 마찬가지다. 디스코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발표한 EP [A Beautiful Revolution (Pt 1)에서 그는 미국 사회에 도사린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폭력 없는 평화적 시위와 스스로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만이 흑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설파한다.

 

특히, ‘You say “All Life Matters” buy you paying no mind when Black life shatters,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흑인의 생명이 찢겨져 나갈 때는 신경 쓰지 않았잖아.’라는 가사는 2020년 가장 중요한 구절 중 하나다. 본작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음악적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드러머이자 프로듀서인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는 미니멀한 악기 구성으로 빈티지하면서 서정적인 사운드를 제대로 완성했다. 최근 들어 가장 유려한 랩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커먼과 9곡 중 무려 5곡에 참여하여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은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피제이(PJ)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 본작은 짧지만, 2020년의 시대상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11. Busta Rhymes - Extinction Level Event 2: The Wrath of God

 

Released: 2020-10-30

 

 

1980년대부터 활동한 베테랑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가 무려 8년 만에 발표한 정규작이다. 1998 12월 세기말을 겨냥했던 [E.L.E. (Extinction Level Event): The Final World Front] 22년 만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2009년에 앨범 작업을 시작했고, 그 사이에 공개된 곡들도 있었지만, [Extinction Level Event 2: The Wrath of God]가 우여곡절 끝에 올해 나온 것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으로 그 어느 해보다 재앙과 종말의 기운이 넘실대기 때문이다.

 

인류에 대한 경고로 시작하는 앨범엔 다채로운 주제와 프로덕션이 담겼다. 그 안에서 버스타 라임즈는 나이가 무색하게 놀라울 만큼 격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거창하게 세상의 종말을 경고하면서도 미국 사회의 여러 이슈를 충분히 언급하는 지점에선 베테랑 래퍼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참여 아티스트도 제 역할을 다했다. 랩소디(Rapsody)부터 라킴(Rakim),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큐팁(Q-Tip)이 선사하는 수준 높은 가사는 앨범에 무게감을 더하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의 재회도 반갑다. 2020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벤트 앨범을 커리어 30년이 훌쩍 넘은 버스타 라임즈가 가지고 왔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다.

 

 

10. Boldy James & The Alchemist - The Price Of Tea In China

 

Released: 2020-02-07

 

 

그리젤다 레코즈(Griselda Records)의 올해 성과는 놀랍다. 레이블의 주축인 3대장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이 각각 발매한 앨범 모두, 2020년을 대표하는 수작이라 할만하다. 이토록 위대했던 그리젤다 레코즈의 2020년 성과에 첫 번째 외부 영입인 볼디 제임스(Boldy James)가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 함께 만든 [The Price Of Tea In China]를 더해도 될 것 같다.

 

볼디 제임스의 랩은 여유로우면서도 탄탄한 그루브감을 지녔다. 그는 본 앨범의 12트랙 내내 로우(Low)하고 느릿한 톤으로 그가 음악을 시작하기 전 디트로이트에서 경험했던 생생한 폭력과 범죄의 역사를 그려낸다. 특히, 알케미스트 특유의 음침하면서도 재지한 프로듀싱과 만나 더욱 좋은 궁합을 보인다. 마치 흥분이라는 걸 모르는 냉혹한 범죄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느낌으로, 본 앨범의 섬뜩한 무드를 배가한다. 피처링 진의 면모도 화려하다.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의 참여는 본 앨범의 완성도를 위한 더 없이 완벽한 캐스팅이다.

 

 

9. Stove God Cooks & Roc Marciano - Reasonable Drought

 

Released: 2020-03-27

 

 

최근의 코크 랩(Coke Rap) 컨텐츠에서 다루는 주제 의식은 큰 틀에서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본인의 영역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범죄를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플레이어로서의 기량에 대한 과시, 또는 자극적인 폭력 스토리텔링 등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아티스트의 음악적 기량이 빼어나지 않다면, 단순히 주제 의식만으로 코크 랩을 소비하는 건 피로하기도 하다. 스토브 갓 쿡스(Stove God Cooks)가 코크 랩의 명장 락 마르시아노 (Rock Marciano)와 선보인 [Reasonable Drought]는 그런 의미에서 눈여겨볼 만한 앨범이다. 본작은 앞서 이야기한 장르적인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코크 랩 계보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족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녹여 냈다. 가장 눈에 띄는 선배는 제이지(Jay-Z). 데뷔 앨범 [Reasonable Doubt]을 노골적으로 레퍼런스한 타이틀 뿐 아니라, 그의 가사를 인용하거나 아예 트랙("Feelin it") 의 멜로디 샘플을 따오기도 한다. 특히, 제이지에겐 다소 불명예스러운 사건인 솔란지(Solange)와의 갈등을 언급하는 등, 그는 오마주와 도발 사이를 오가며 장르 팬들에게 즐거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스토브 갓 쿡스의 톡 쏘는 듯한 공격적인 랩은 어떤 지점에서는 래퀀(Raekwon)과 푸샤 티(Pusha T)를 연상케 하며, 새로운 코크 랩 플레이어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우탱 클랜의 르자(RZA)가 구사한 작법을 상당부분 오마주한 듯한 락 마르시아노의 프로듀싱 역시 훌륭하다. '70-'80년대 소울과 재즈 샘플 특유의 빈티지한 질감으로 마감된 인스트루멘탈 위로, 지저분함을 의도한 이펙트와 보컬 샘플이 어우러진다. 재능이 번뜩이는 신예가 장르의 베테랑과 함께 만든 [Reasonable Drought]는 선배들에게 바치는 헌사, 혹은 도발적인 메시지로 가득 찬 훌륭한 코크 랩 앨범이다.

 

 

8. Conway the Machine - From King to a God

 

Released: 2020-09-11

 

 

2020년 힙합 씬은 누가 뭐래도 그리젤다 레코즈(Griselda Records)의 해였다. 새로운 얼굴들을 받아들이며 레이블의 덩치를 키운 것뿐만 아니라, 기존 멤버들도 각자 굵직한 정규 앨범들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그중에서도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의 두 번째 앨범 [From King to a God]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와 달리 커리어를 대표할 만한 앨범이 없던 그에게 이 작품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하우스 프로듀서인 대린저(Daringer)를 비롯해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해복(Havoc), 에릭 서몬(Eric Sermon),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같은 베테랑들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2020년에 맞는 세련된 형태의 붐뱁 사운드를 완성했다. 콘웨이는 이 위로 물 만난 듯 거침없이 랩을 쏟아낸다.

 

메쏘드 맨(Method Man)과 함께한 “Lemon”이나 머더 비츠(Murda Beatz)가 주조한 가장 트렌디한 사운드의 “Anza” 같은 곡들에서는 그가 얼마나 뛰어난 래퍼인지를 체감할 수 있다. 본작은 2015년부터 쌓아온 콘웨이의 실력이 제대로 응축된, 농도 짙은 갱스터 랩 앨범이다.

 

 

7. Oddisee - Odd Cure

 

Released: 2020-07-17

 

 

[Odd Cure]는 한 마디로 즉흥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가 투어를 마친 후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려해 스튜디오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렇기에 주제 의식을 전면에 드러낸 기획 앨범이라기보다, 자가 격리 중인 그의 감정을 좀 더 가감 없이 풀어낸 일지에 가깝다. 올 한해 BLM, 팬데믹 등등, 사회의 주요 이슈를 소재로 다뤘던 다른 많은 앨범들이 노골적인 묘사나 표현으로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을 견지했다면, [Odd Cure]는 주변인들과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건넨다. 가족의 안부를 묻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그리고,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의 즉흥적인 랩은 마치 오랜 기간 준비한 것처럼 탁월한 가사와 안정적인 퍼포먼스로 마감됐다.

 

그는 철저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보내는 보편적인 위로의 정서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소울풀한 프로덕션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메시지까지, 오디씨가 피워낸 온기가 앨범의 트랙 곳곳에 가득히 서려 있다. [Odd Cure] 2020년 작금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장르음악 팬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성취다.

 

 

6. Black Thought - Stream of Thought, Vol. 3: Cane and Abel

 

Released: 2020-10-16

 

 

더 루츠(The Roots)의 프론트맨 블랙 쏘웃(Black Thought)은 역대 최고의 래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데뷔한 지 약 30년 가까이 된 베테랑이지만, 현재 활동 중인 동시대 래퍼들과 비교해서도 손꼽힐만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생각의 흐름(Stream of Thought)' 연작의 세 번째 시리즈인 [Stream of Thought, Vol. 3: Cane and Abel]은 그의 성공적인 커리어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하며, 깊이 있는 작품이다. 마치 블랙 쏘웃만의 카메라로 2020년을 찍어낸 스냅샷 같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팬데믹, 자연 재해 등등, 올해의 주요한 어두운 이슈들을 짚어내는 동시에, 그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안감을 키워드로 삼았다.

 

메인 프로듀싱을 맡은 션 케인(Sean Cane a.k.a Sean C)은 둔탁한 드럼과 샘플을 기반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거우면서도 음산하게 조율했다. 반면, "Magnificent", "Nature of the Beast"같이 펑키하면서도 따뜻한 트랙을 중간중간 배치하여 적절히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20년을 이야기 할 때 절망적이고 우울한 내용만 있지는 않았던 것처럼. 본작에서의 블랙 쏘웃의 랩을 평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그는 이번에도 전매특허인 타이트한 랩과 인상적인 라인들로 앨범 전체의 감흥을 한껏 끌어올린다. 푸샤 티(Pusha T), 킬러 마이크 (Killer Mike), 스쿨보이큐(Schoolboy Q) 등의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존재감을 보여주었으나, 랩에 있어서 본 앨범의 주인공 자리는 굳건했다.

 

 

5. Benny the Butcher - Burden of Proof

 

Released: 2020-10-16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 EP [The Plugs I Met] 2019년 가장 인상적인 힙합 앨범 중 하나였다. 건조한 드럼과 샘플링 사운드를 바탕으로 황량한 뉴욕 거리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냉정한 갱스터의 삶을 타이트한 랩에 담아낸, 2019년 버전의코크 랩(Coke Rap)’ 걸작이었다. EP의 성공으로 락 네이션(Roc Nation)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그는 상승가도를 잇는 두 번째 정규 앨범 [Burden of Proof]를 연이어 발표했다. 전작과 달리 갱스터 판타지에서 한 발짝 물러나 현실 속 래퍼베니 더 부처의 성공 스토리를 앨범에 담았다. 래퍼로서 더 큰 성공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면서도(“Famous”),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칠 지금 이 순간 자체가전설임을 선포한다(“Legend”).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랩을 뱉는 베니의 퍼포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다.

 

나스(Nas)의 앨범에 이어 전곡을 책임진 -올해의 프로듀서임이 분명한- 히트보이(Hit-Boy) 2000년대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세련되게 구현하여 제대로 된 판을 깔아주었다. 짐을 덜어놓고 스스로의 능력을 거침없이 증명해낸 본작은 올해 가장 뜨거운 힙합 앨범이다.

 

 

4.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lfredo

 

Released: 2020-05-29

 

 

평소 갱스터 랩(Gangster Rap)이나, 마피오소 랩(Mafioso Rap) 컨텐츠를 즐겨온 리스너라면, 본 앨범의 타이틀이나 커버 워크만 보고도 무슨 앨범인지 감이 왔을 것이다.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와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의 합작 앨범인 [Alfredo]는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인 컨셉트로 이루어진 마피오소 랩 앨범이다. 기존의 두 아티스트가 해오던 작법과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알케미스트는 여전히 어둑하고 재지한 무드의 비트를 선보이고, 프레디 깁스는 타이트하게 랩을 뱉는다. 하지만 완성도는 예사롭지 않다. 서정적인 고전 샘플과 다소 존재감을 죽인 드럼의 조화 위로, 향신료처럼 첨가된 음산한 악기 소스들이 본 앨범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간다.

 

그 위로 수놓아지는 프레디 깁스의 랩은 그저 타이트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훌륭하다. 곡의 흐름에 맞춰 적합한 리듬감으로 단어를 뱉어내는 기술이나 완급 조절이 경지에 이른 느낌이다.  더불어 자기 과시, 폭력, 범죄 콘텐츠를 활용한 가사가 주는 장르적인 쾌감을 지키면서도, 사회적인 이슈와 메시지를 유연하게 끼워넣는 솜씨에서 현 갱스터 랩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릭 로스(Rick Ross),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의 밀도 높은 퍼포먼스도 본작의 감흥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요소다. 준수한 프로듀싱에 훌륭한 랩, 두 가지 재료가 모여 멋진 웰메이드 컨셉트 앨범이 탄생했다.

 

 

3. Westside Gunn - Pray for Paris

 

Released: 2020-04-17

 

 

 [Pray For Paris]는 웨스트사이드 건이 올해 1,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Off-White) 파리 패션쇼에 참석한 후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트랩, 드릴 뮤직, 이모 랩 등등, 현재의 트렌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변함없지만, 전작들보다 드럼의 타격감을 강조한 비트 스타일을 지양하고, 샘플 프레이즈를 부각한 비트 위주로 꾸렸다. 콘웨이, 베니 더 부쳐(Benny the Butcher) 등과 결성한 그리젤다의 앨범에서 이미 선보인 방향성이긴 하다. 그럼에도 본작에선 더욱 우아하고 기품 있게 연출되었다. 좀 더 극적인 무드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다양한 프로듀서 진이 참여했지만, 흡사 한두 명의 프로듀서가 책임진 것처럼 유기적인 흐름이 돋보인다. 한편, 단어에 힘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쥐어짜듯 뱉는 웨스트사이드 건의 랩은 여전히 옹골지다.

 

[Pray For Paris]는 비유하자면, 험악한 마약거래의 현장을 런웨이 위로 옮겨온 듯한 작품이다. 락 마르시아노가 발표한 일련의 앨범들이나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의 합작, 그리고 프레디 깁스와 매드립(Madlib)의 합작과 비슷한 듯 맞닿아 있으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지녔다. 웨스트사이드 건은 붐뱁과 하드코어 랩의 현재를 대변하는 래퍼 중 한 명이며, [Pray For Paris]에 바로 그 현재가 잘 담겨있다.

 

 

2. Run The Jewels - RTJ4

 

Released: 2020-06-03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피(El-P)가 의기투합해 2013년부터 무료 공개하고 있는 'Run The Jewels' 시리즈는 힙합 역사상 가장 중요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16 [Run The Jewels 3]이후 4년 만에 나온 [RTJ4] '최고로 불쾌하고 날 것 같은 앨범'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 그대로 반영됐다. 저속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저항적인 기운과 정치적인 해석을 유도하는 런 더 쥬얼즈 음악의 힘은 이번에 유독 강하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Yankee and the Brave"라는 가상의 쇼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허무주의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으로 불붙은 미국 내 흑인인권운동과 맞물려 매순간 폭발적인 감흥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사운드를 충돌시키고 변주를 통해 경이로운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엘-(El-P)의 프로덕션도 여전하다. [RTJ4]는 지금까지의 런 더 쥬얼즈의 앨범은 물론, 최근 몇 년간의 힙합 앨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임이 분명하다. 가장 힙합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1. Westside Gunn - WHO MADE THE SUNSHINE

 

Released: 2020-10-02

 

 

2020년 가장 뜨거운 활동을 보여준 레이블 그리젤다 레코즈(Griselda Records), 그 중에도 수장인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의 활약은 놀라웠다. 셰이디 레코즈(Shady Records)를 통해 발매한 메이저 데뷔 앨범 [WHO MADE THE SUNSHINE]은 그 중 하나다. 메이저 데뷔 앨범이라고 하지만, 작품의 기조는 기존에 그가 보여준 스타일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는다. 비트 부처(Beat Butcher)와 대린저(Daringer)가 만든 투박하고 건조한 드럼과 매력적인 샘플 루프가 꼬리를 물고, 그 위로 선 얇고 날카로운 목소리와 발음을 꾹꾹 눌러 타격감 있는 랩을 선보인다. 그가 풀어놓는 거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긴장감 넘친다.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섬세한 묘사를 통해 마약 거래 현장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풀어낸다. 여기에 호화로운 객원 라인업이 힘을 보탰다. 특히, 스토리텔링의 대가 슬릭 릭(Slick Lick) “Good Night”에서 실감나는 이야기를 통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순간을 연출한다.

 

이 앨범을 통해 웨스트사이드 건이 딱히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리젤다 레코드 특유의 투박하지만, 세련된 붐뱁 비트, 날카롭고 견고한 랩과 마약 거래를 소재로 한 거리의 이야기 모두 기존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WHO MADE THE SUNSHINE]은 올해 수많은 힙합 앨범 중에서 가장 탁월한 결과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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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ronaldo0607
    1. ronaldo0607 (2020-12-31 08:49:48 / 1.223.76.***)

      추천 0 | 비추 1

    2. 다 프리모꺼 컷앤페이스트로 얼룩져 있기도 하네요... (간지님은 잘 계시려나... 보고 싶네요...) 지금의 메커니즘의 언제나 옛날만 고집할 수는 없죠... 세상의 나스는 아직도 있네... 좋은 가이드 같고 잘 찾아서 들어볼게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rhythmer
    1. rhythmer (2020-12-30 23:52:48 / 121.143.104.***)

      추천 0 | 비추 1

    2. priceless/앗 맞습니다. 피드백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riceless
    1. priceless (2020-12-30 22:57:04 / 210.95.96.***)

      추천 2 | 비추 0

    2. who made the sunshine에서 benny the butcher가 아니라 beat butcha 아닌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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