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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힙합, 스캠 랩(Scam Rap)
황두하 작성 | 2021-06-04 17:3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13,109 View



글: 황두하


힙합에서 범죄는 논쟁적이면서도 아주 흔한 소재다.
크립스(Crips)와 블러즈(Bloods)로 대표되는 갱스터 문화를 담은 갱스터 랩(Gangsta Rap), 미국-시칠리아 계 마피오시(Mafiosi) 같은 마피아 조직 범죄를 소재로 한 마피오소 랩(Mafioso Rap), 마약 거래 현장과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코크 랩(Coke Rap) 등은 대표적이다.

 

이상의 장르는 최초 범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블랙 커뮤니티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힙합의 서브 장르로 자리 잡았고, 많은 이가 가사 속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한다. 릭 로스(Rick Ross)나 그리젤다(Griselda)의 래퍼들, 혹은 푸샤 티(Pusha T) 같은 아티스트가 지금까지도 마피오소 랩과 코크 랩을 무기 삼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다루는 서브 장르가 생겨났다. 바로스캠 랩(Scam Rap)’이다. 말 그대로사기를 치는 내용을 담은 랩이다. 스캠 랩은 주로 다크 웹(Dark Web), 신용카드, 비트코인 등등, 온라인과 디지털 기기와 관련한 사기를 다룬다. 가짜 선불카드를 이용한스와이프 스캠(Swipe Scam)’은 대표적이다.



 


스캠 랩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아티스트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티제이엑스식스(Teejayx6)
. 그는 2019년 말에 발표한 싱글 “Dark Web”을 통해 주목받았다. 다크 웹에 접속해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치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곡이다. 또한 첫 앨범인 [Under Pressure](2019)의 수록곡 “Swipe Story”는 가짜 선불카드를 이용하여 월마트에서 물건을 공짜로 구매한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게다가 각종 사기의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놓은 [Fraud Bible] 믹스테입을 매년 무료로 배포하기도 한다.

 

그는 바이스(Vice)와의 인터뷰를 통해 12살 때부터 트위터를 통해 어른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법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이후 인스타그램, 신용카드 사기로 범위(?)를 넓혀갔던 그는 16살이 되던 해부터 랩을 시작했고, 이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 디테일한 스캠 스토리를 가사로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최근 베테랑 프로듀서 렉스 루거(Lex Luger)와 함께 EP [Generation Scam]을 발표했다. 더불어 현재 씬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로듀서인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 직접 그에게 연락해 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를 시작으로 스캠 랩은 디트로이트 래퍼들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티제이엑스식스와 “Dynamic Duo”라는 싱글을 발표했던 캐셔 콴(Kasher Quon), 셀프메이드 캐쉬(Selfmade Kash), 텐케이 케브(10K Kev), 보스맨 리치(Bossman Rich) 등은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는 스캠 래퍼들이다. 스캠 랩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크루 밴드갱(BandGang)도 있다. 이들은 강한 베이스와 가볍게 터지는 스네어, 그리고 빠른 BPM을 특징으로 하는 트랩 비트에 각자의 스캠 스토리를 얹어 디트로이트만의스캠 랩을 완성했다.

 

스캠 랩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래퍼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디트로이트 랩 듀오 드레고 앤 비노(Drego & Beno)도 있다. 그는 지니어스(Genius)를 통해 어릴 때부터 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되는 지역의 환경 탓에 디지털 스캠이 성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19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공업이 성행하여모터 시티(Motor City)’라는 별칭이 생긴 곳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자동차 산업이 쇠퇴와 회복을 반복하며 도시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고, 2014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의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빈민가의 흑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경제 활동에 뛰어들도록 했다. 스캠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스캠 랩이 디트로이트만의 것은 아니다. 오클랜드 출신의 구왑대드 4000 (Guapdad 4000)도 커리어 초기 “Scam Boy”, “Scammin” 같은 곡에서 스캠 전적을 가사로 적었다. 또한 마약을 파는 방법을 10단계로 나눠 설명한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10 Crack Commandments”를 스캠 버전으로 리믹스한  “10 Scam Commandments”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니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음악으로 돈을 벌기 전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제이콜(J.Cole)이 이끄는 드림빌 레코즈(Dreamville Records)의 컴필레이션 앨범 [Revenge of the Dreamers III](2019)에 참여한 이후 몸값이 오른 현재는 스캠 랩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초창기 갱스터 랩이 그랬던 것처럼 스캠 랩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존재한다. 범죄를 미화하고, 사람들에게 실제 범죄 행위를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티제이엑스식스는 2019년 여름 사기 혐의로 미국 연방 보안관에게 체포되었다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고, 2020 5월에는 애틀랜타에서 래퍼 릴 베이비(Lil Baby)의 운전면허증을 SNS에 올리다가 릴 베이비의 크루에게 걸려 쫓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가 릴 베이비의 면허증을 손에 넣게 된 경위는 여전히 미궁이다.



 


티제이엑스식스는 스캠 랩에 대한 비판을 두고
과거 갱스터 랩, 코크 랩이 범죄를 다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항변한다. 게다가 본인은 은행을 갈 때 빼고는 범죄를 위해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스캠이 갱 활동이나 마약 거래보다 훨씬 덜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서가사는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일뿐, 범죄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라고도 말한다.

 

우리가 갱스터 랩을 듣는 것은 흥미로운 묘사와 인간의 흥망성쇠가 녹아있는 가사, 그리고 뛰어난 음악이 어우러져 청각적 쾌감과갱스터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양의 텍스트로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한 랩/힙합의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특성이 디지털 세대와 만나 스캠 랩이 탄생했다. 아직 스캠 랩으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 이것이 단기간의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힙합의 서브 장르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과연 이 새로운 세대의 랩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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