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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Cole - The Off-Season
황두하 작성 | 2021-06-07 18:3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26,809 View

Artist: J. Cole
Album: The Off-Season
Released: 2021-05-14
Rating:
Reviewer: 황두하









제이 콜(J. Cole)
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구축해왔다. 앨범마다 탄탄한 랩 퍼포먼스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는 가사로 코어한 장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2014 Forest Hills Drive](2014)부터 이어져온노 피처링기조와 구세대에게 존중을 보이지 않는 젊은 래퍼들을 향한 일침으로 힙합 씬을 구원하는구세주의 이미지도 얻었다. 2019년에는 그가 설립한 레이블 드림빌 레코즈(Dreamville Records) 소속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선후배 래퍼들이 대거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Revenge of The Dreamers III]를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씬의미들 차일드(Middle Child)’를 자처하는 그에게 걸맞은 행보였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그의 음악에선 일종의 한계가 엿보였다. 항상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다 보니, 현상의 이면을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가사와 랩을 받쳐주는 것 이상의 음악적 쾌감을 주지 못하는 셀프 프로덕션이 그랬다. [2014 Forest Hills Drive]처럼 진중한 다짐을 담은 작품에서는 특유의 작법이 유효했지만, 마약에 취한 젊은 래퍼들을 비판하는 [KOD](2018)에서는 힘을 잃었다. 특히, 마약 체험을 묘사하는 “The Cut Off” 같은 곡에서는 다소 평면적인 묘사에 그쳐 감흥이 줄어들었다.

 

[The Off-Season]은 몇 년 전부터 그가 예고했던 작품인 [The Fall Off] 이전에 잠시 힘을 빼고 쉬어가는 느낌으로 기획됐다(*필자 주: [The Fall Off] 전에 [It’s a boy]라는 작품도 예정되어 있다.). 운동선수들이 정규 시즌 사이에 쉬는 기간을 의미하는오프 시즌을 제목으로 정한 것만 봐도 그 의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전작들처럼 뚜렷한 주제 의식은 없다. 대신 지난 성패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현재의 성공을 자축하며, 다가올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95 South”부터 “100 Mil“까지 이어지는 전반부는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 트랙이 죽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어느새 베테랑이 된 그의 노련한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있다. 전보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그동안 이뤄낸 것들을 설파하고(“Amari”, "My Life"),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닌 존경, 노력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Applying Pressure", “100 Mil“)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촘촘하게 배치한 라임과 작정한 듯 쉬지 않고 내뱉는 유려한 플로우가 어우러진 퍼포먼스로 가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중에서도 "Amari"는 특기할 만하다. 미니멀한 트랩 비트 위로 오토튠을 먹여 마치 멈블 랩(Mumble Rap)처럼 낮게 읊조리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폭발하는 구성의 랩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가사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감흥이 반감된다. 브래거도시오 트랙은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와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 성취와 맞닿아있을 때 듣는 쾌감이 배가 된다. 그러나 콜의 가사는 표면적인 상황 설명과 추상적인 표현에 그친다. ‘Want smoke? Nigga don't choke / I'm a whole fuckin' nicotine company’(“Amari”)처럼 1차원적인 비유도 종종 눈에 띈다. “Pride Is the Devil”에서도자존심이 일을 그르친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교조적인 태도로 설파하는 것 이상의 논의로 나아가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후반부의 트랙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 사회 속에서 언젠가 품을 떠날 아들을 위해 준비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Let Go My Hand", 지난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다가올 역경에 대비하는 "The Climb Back”, 마약 판매상이 되어 거리에서 생을 마감한 친구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낸 “Close” 등등, 특유의 스토리텔링 작법이 빛을 발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태도를 지킬 것을 다짐하는 마지막 트랙 “Hunger on Hillside”에 이르러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전작들과 또 다른 점은 바로 피처링 게스트다. 지난 3장의 정규 앨범에서 고수했던노 피처링기조를 드디어 깼다. 이들의 활약은 긍정적인 편이다. 3곡에 참여한 레이블 메이트 바스(Bas)와 신예 모레이(Morray), 블랙(6Lack)이 코러스로 참여했고, 트랙의 구성이 더 풍성해졌다. 각각 "My Life" “Pride Is the Devil”에 벌스를 보탠 트웬티원 세비지(21 Savage)와 릴 베이비(Lil Baby)도 물오른 기량을 선보인다. 이들은 콜의 랩이 죽 이어지며 피로감이 쌓일 때마다 적절히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흥미로운 건, 캠론(Cam’ron)과 퍼프 대디(Puff Daddy)의 참여다. 이들은 각각 “95 South”"Let Go My Hand"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제이 콜에게 힘을 실어주고, 제이 콜 역시 이들에게 존중을 표하며 전설적인 이름의 계보를 이을 적자임을 천명한다. 더불어 "95 South""My Life"에서는 각각 릴 존(Lil Jon) “Put Yo Hood Up”과 스타일스 피(Styles P) “The Life”를 인용하고, "Close"에서는 고 엠에프 둠(MF Doom) “Valerian Root”에서 샘플을 따왔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선배 아티스트의 유산을 흡수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콜 본인을 비롯해 보이 원다(Boi-1da), 티 마이너스(T-Minus), 팀발랜드(Timbaland), 제이크 원(Jake One)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붐뱁과 트랩을 오가며 미니멀한 구성으로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완성도가 괜찮은 편이고, 랩이 뿜어내는 비장한 기운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The Off-Season]의 매력이자 한계다. 탁월한 랩 퍼포먼스와 한결같이 진정성을 강조하는 비장함이 감상 포인트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부재한 탓에 특유의 비장함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포장지를 걷어내고 나니, 장단점이 더욱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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