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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 페이퍼 - Destroy Babylon
장준영 작성 | 2021-07-27 16:5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5,941 View

Artist: 루드 페이퍼(Rude Paper)
Album: Destroy Babylon
Released: 2015-11-09
Rating: 
Reviewer: 장준영









현재 한국의 레게 씬은 희미한 상태다.
대중은 차치하고 레게 마니아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아티스트 자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무엇보다 여름 페스티벌 정도를 제외하곤 그들이 설 무대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땅한 씬이 형성되지 못했다. 종종 서울 리딤 슈퍼클럽처럼 씬을 부흥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당연하게도 매년 레게 음악을 표방하는 앨범 역시 수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루드 페이퍼(Rude Paper)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최초 쿤타와 알디(RD)가 모인 이들은 꾸준히 활동한 몇 안 되는 팀이다. 쿤타는 프로듀서 뉴올(Nuol)과 함께한쿤타 앤 뉴올리언스를 기점으로 15년 넘게 레게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왔다. 레게 보컬 특유의 바이브와 기교는 물론이고 앨범과 라이브에서 들려주는 토스팅(Toasting/*필자 주: 리듬이나 비트에 맞춰 말하듯이 자유자재로 노래하는 방식), 수려한 멜로디 메이킹으로 일찌감치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알디는 본(VON)과 함께했던 유알디(URD)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본래 힙합 프로듀서다. 사이먼 도미닉, 펜토, 마이노스 등 다수와 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다만 힙합 이외에도 일렉트로닉, 알앤비, 레게, 덥스텝, 댄스홀 등 장르를 넘나드는 넓은 음악 스펙트럼과 근사한 프로듀싱 능력이 강점인 아티스트다.

 

이러한 두 사람이 만나면서 서로의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빠르게 팀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루드 페이퍼는 자메이카 현지에서 들을 법한 사운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두 번째 정규작 [Destroy Babylon]이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프로덕션에서의 변화다. 장르 해체와 조합에서 비롯된 레게 퓨전 비중을 줄였으며, 루츠 레게(Roots Reggae)를 중심에 배치했다. 루츠 레게는 1960년대 중후반 이후 등장한 레게 중 하나다. 스카(Ska)와 록스테디(Rocksteady)를 품으면서도 타악기와 브라스를 통한 풍성한 사운드 운용, 합을 강조하는 연주, 특유의 그루브처럼 다양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팀이 추구한 가장 큰 목표는 현지 음악만큼 뛰어난 레게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이루기 위해 2집 당시 새로 합류한 케본(Kevon)을 제외한 두 멤버가 자메이카에 직접 찾아갔고, 현지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녹음 장소는 무려 밥 말리가 세운 터프 공 스튜디오(Tuff Gong Studio).

 

그렇게 완성한 프로덕션은 그 어느 레게 앨범과 비교해도 견줄 만큼 훌륭하다. “We Are So Dangerous”, “Rootsman”, “Sons of Liberty”에서는 루츠 레게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참여진부터 놀랍다. 웨일러스(The Wailers), 소울 신디케이트(Soul Syndicate), 에그로베이터스(The Aggrovators) 등 역사적인 밴드에서 활약했던 얼친나스미스(Earl “Chinna” Smith)는 경이로운 연주로 러닝 타임 대부분을 채운다. 그는 화려한 기타 솔로와 테크닉을 과시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드러내지 않고 사운드를 채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앨범을 듣고 나면 그 어떤 연주보다도 강렬하다.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소리를 채우며, 감각적인 그루브로 곡에 활력을 더한다.

 

딘 프레이저(Dean Frazer)는 브라스 세션을 이끌며 웅장한 분위기를 더했고, 생동감 넘치는 커크 베넷(Kirk Bennett)의 드럼에 일본인 베이시스트 찰리(Takeshi Challis Kanashima)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베이스 라인, 안정감 있는 키보드와 퍼커션 연주까지 이어진다. 참여한 모든 이가 유명세와 관계없이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중후반부에 배치된 트랙은 대다수가 국내에서 작업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시 주목할 만하다. “I & I Reggae”는 베이스, 드럼, 키보드 소스가 자아내는 덥(Dub) 리듬이 두드러지고, “변해가네에서는 김광석의 곡을 레게로 재해석해 이목을 끈다. “Fight Like The Lion”, “One Blood”처럼 덥스텝 혹은 댄스홀이 주가 되는 트랙도 흥미롭다. 그중에서 “Freedom”은 공격적인 킥 드럼에 케본의 기타 솔로가 돋보인다.

 

프로덕션 부분과 함께 메시지도 중요한 청취 포인트다. 앨범 제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Road To Jamaica]에서도 볼 수 있지만, 멤버들은 음악뿐만 아니라 자메이카인들의 삶과 정신을 온전히 이해하길 원했다. 그들이 자메이카에서 현지인과 아티스트를 만나고 교류한 것은 사실 레게 본연의 가치를 탐미하는 것과 연관 있다고 볼 수 있다.

 

루츠 레게는 라스타파리안(Rastafarian)를 기반으로 하며 아티스트도 자유와 해방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밥 말리(Bob Marley), 버닝 스피어(Burning Spear), 피터 토시(Peter Tosh), 스틸 펄스(Steel Pulse) 등 이들이 ‘One Love’를 외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 사랑과 평화를 얻길 희망하기에 꾸준히 음악을 매개로 외친 것이다.

 

현지 루츠 레게에서 느낄 수 있는 가사의 특징을 한국어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앨범의 엄청난 매력이다. 자메이카 아티스트들은 자유, 해방, 그리고 그 이전에 나라를 둘러싼 부정부패와 불평등한 현실을 노래하곤 했다. 그들처럼 루드 페이퍼도 메시지 측면에서 장르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트랙을 다수 배치해 루츠 레게의 묘미를 더한다. 물론 그 배경은 한국이다.

 

Sons of Liberty”가 대표적이다. 특정 이념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해치는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유를 외친다(‘흑백 티비로 세상을 보던 자 / 칼라 티비를 이해하지 못해 / 강요 앞에서 무릎을 꿇던 자 / 이제 눈을 떠 이 세상을 맞으라’). 마녀사냥이라는 테마를 가져온 “Truth of Witches”에서는 권력의 부정한 행태와 현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담았다(‘공산당과 비슷한 모양 / 전쟁의 공포란 건 최고급 마약 / 하나의 결과 늑대들이 언제 우릴 공격할지 몰라 / 안전을 위해 마녀들을 처단하라!’).

 

Rootsman”에서는에덴은 없다고 한탄하며 자본주의에 의하여 부정하게 변한 세상을 겨냥한다(‘세상은 온통 바빌론 / 득과 실 오직 두 길로 갈린 / 사회에서 인간애를 버린 건 우리’). 앨범명에도 등장하는바빌론(Babylon)’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상징이자 번영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자메이카에서 바빌론은 사회, 물질, 자본이 낳는 부조리를 뜻한다. 멤버들이 볼 때 부정한 사건사고가 들끓는 한국은 전복해야 할 대상이고 파괴될 체제인 셈이다. 이처럼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가사 속에서도 기존 루츠 레게에서 찾을 수 있는 개념과 상징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서정적이며 개인적인 가사 또한 눈길을 끈다. 일례로 “Night Time Melody”에서는 사랑하는 대상과 지내는 밤을 달달한 묘사로 써냈으며, “God No Fair”를 통해서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며 슬픔과 자책을 솔직하게 분출한다.

 

타이틀 곡꿈이라도 좋아는 하이라이트다. 앨범 내 유일한 포크 트랙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무치는 상실감을 표현한다. 루츠 레게와는 상이한 프로덕션이지만, 진솔한 감정을 담은 곡이 묘하게 다른 트랙과 어우러진다.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쿤타의 보컬이다. 밝고 거친 기존 스타일과는 다르게 차분하고도 호소력 짙은 보컬을 들려준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에 레게 보컬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더해지면서 여느 포크나 발라드 곡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곡에서도 쿤타의 장점이 잘 살아있다. “Two Rudi Boyz”, “변해가네”, “East Rocker” 같이 많은 트랙에서 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더블케이(Double K)가 참여한 “New Rasta Virus”에서 절정을 이룬다. 리듬감을 한껏 살리는 능수능란한 완급조절과 명료한 멜로디에 랩을 연상케 하는 타이트한 퍼포먼스가 일품이다.

 

2010년대 앨범 가운데 루드 페이퍼의 [Destroy Babylon]은 가장 과소평가된 작품이다. 자메이카 현지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루츠 레게의 정수를 구현했으며, 한국 아티스트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멋들어진 개성과 뛰어난 실력을 뽐낸다. 발매 후, 6년이 지났지만, 이대로 묻어두기엔 앨범이 이룬 성취가 아깝다. 애석하게도 걸작이 탄생한 시장이 레게의 불모지였을 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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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seungchul
    1. seungchul (2021-07-29 11:26:00 / 218.153.126.***)

      추천 0 | 비추 0

    2. 예전앨범도 다시 발굴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mrlee
    1. mrlee (2021-07-27 21:41:30 / 116.126.28.***)

      추천 0 | 비추 0

    2. 쿤타가 쇼미더머니 10에 나온다던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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