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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
리드머 작성 | 2021-12-27 22:2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6,905 View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1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20 12 1일부터 2021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 Dixson - Darling

Released: 2021-09-03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딕슨(Dixson)은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는 아니다. 2018년에 첫 정규 [Young]을 발표했으며 보스코(BOSCO), 빅 멘사(Vic Mensa), 피터 코튼테일(Peter CotteonTale) 등 다수 앨범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The Big Day](2019)에선 대다수 트랙에 프로듀서와 목소리로 참여하였으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래서 [Darling]이 흥미롭다. 전작에선 알앤비를 바탕으로 힙합, 일렉트로닉, 포크, , 라틴 음악 등 여러 장르를 버무렸다. 반면에 [Darling]에선 알앤비/소울에 좀더 초점을 둔다. 붐뱁 비트와 여러 사운드 소스가 어우러져 얼터너티브 알앤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Yours”, 신스와 베이스 활용이 돋보이는 네오 소울 넘버 “Kream”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펑키한 사운드가 압권인 “Heaven With You”와 디스토션 걸린 기타 리프와 가스펠 코러스가 매력적인 “Darling”처럼 다채롭게 장르를 결합한 트랙에서도 프로덕션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들린다.

 

딕슨의 다재다능함 역시 두드러진다. 전작에서처럼 기타, 베이스, 드럼을 직접 연주했으며,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레코딩 전반에 참여하여 재능을 과시했다. 탁월한 퍼포먼스도 한몫한다. [Young]에서 들려주었던 평이한 랩은 제외하고, 보컬만으로 앨범을 채웠다. 속삭이듯 감미롭게 멜로디를 따라가면서도 어느 순간엔 톤과 호흡을 뒤바꿔 힘차게 사랑을 소리친다. 진성과 가성을 유려하게 오가는 보컬은 여유롭기까지 하다. 지난 작품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한 팔세토 창법도 매 순간 근사하다. [Darling]이 특별하게 들리는 것엔 탄탄한 완성도와 뛰어난 퍼포먼스가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딕슨은 락 네이션(Roc Nation)과 계약하며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락 네이션의 선택을 충분히 납득케 하는 22분이다.

 

 

19. Lake Street Dive - Obviously

Released: 2021-03-12

 

레이크 스트리트 다이브(Lake Street Dive)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Obviously]는 밴드의 작품 중 가장 블랙뮤직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4년부터 활동해온 이들은 록, 재즈, 컨트리, 알앤비,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음악을 선보였다. 전작 이후 3년만에 발표한 [Obviously]는 여러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운드를 쌓아올리는 밴드의 노하우가 집약됐다. 특히 후렴구에서 관악기와 보컬이 어우러지며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펑크(Funk) 넘버 “Hyypotheticals”, 전반부에서는 알앤비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 록 사운드로 전환되는 “Being a Woman”, 레이첼 프라이스(Rachael Price)의 보컬이 주도하는 가스펠 트랙 “Sarah”는 주목해야 할 트랙들이다.

 

이들은 삶과 사랑은 물론, 여성 인권(“Being A Woman”), 기후변화(“Making Do”) , 다양한 주제를 부드러운 어조로 설파한다. 레이첼의 풍성한 보컬과 밴드의 능숙한 연주가 가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밴드의 초창기 멤버이자 트럼펫과 기타를 담당했던 마이크맥덕올슨(Mike “McDuck” Olson) [Obviously]를 끝으로 밴드를 떠났다. 레이크 스트리트 다이브의 다음 행보를 예상할 수 없겠지만, 마이크가 함께한 마지막 앨범은 밴드가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만 할 명백한(obvious) 이유이다.

 

 

18. Nao - And Then Life Was Beautiful

Released: 2021-09-24

 

나오(Nao)의 세 번째 정규앨범 [And Then Life Was Beautiful]은 무게중심이 완전히 블랙뮤직으로 기운 작품이다. 신시사이저보다 기타, 피아노 등 리얼 악기의 비중이 늘었고,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흘러간다. 공간감을 자아내는 일렉 기타에 보컬이 더해져 잔잔하게 진행되다가 악기들이 하나씩 추가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폭발하는 첫 트랙 “And Then Life Was Beautiful”과 풍성한 코러스와 오르간 연주가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지막 트랙 “Amazing Grace”는 달라진 음악적 색깔을 대변한다.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타이틀에 닮긴이다. 영국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매우 많이 발생한 나라다. 2020년은 영국 현대사에 가장 비극적인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 시기 나오에게 일어난 또 다른 커다란 사건은 바로 출산이다. 그는 작년 6월 첫 딸을 낳았다. 삶에 닥친 거대한 불행 속에서 작은 희망이 태어난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And Then Life Was Beautiful]의 바탕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음악으로 승화되었듯이, 지난한 삶도 돌아보면 결국은 아름다웠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같다.

 

 

17. Sinead Harnett - Ready Is Always Too Late

Released: 2021-05-21

 

시네이드 하넷(Sinead Harnett)의 음악은 트렌드에서 살짝 비켜나있다. 보컬부터가 그렇다. 적당히 허스키한 음색을 바탕으로 구사하는 중저음의 보컬은 팝 음악과의 경계를 희미하게 한 오늘날의 젊은 알앤비 싱어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90년대 중반 이후, 그러니까 슬로우잼(Slow Jam)에 최적화된 끈적한 바이브와 기교는 줄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알앤비에 기반을 둔 보컬 스타일이다. 스틴트(Stint), 그레이즈(Grades), 기티(Gitty), 엠페이지스(M-Phazes)처럼 최근의 음악 경향이 강한 프로듀서가 대거 포진했음에도 오히려 반대의 감흥이 느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이 같은 하넷의 보컬 덕이다. 모든 음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듯 강하게 쥐고 잡아당겼다가도 흐름에 순응하듯이 느슨하게 놓아버리길 반복하는 보컬을 듣고 있으면, 곡에 따라 이는 감정의 파고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Ready Is Always Too Late]이 옛 알앤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앨범은 아니다.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90년대 알앤비 프로덕션이 적절히 배분되었고, 사운드와 구성 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트렌드를 거스르지는 않았지만, 권태롭지 않고, 예스러움에 물길을 댔지만, 진부하지 않은 음악이 나왔다. 앨범 전반에 걸쳐서 그윽하게 살아나는 멜로디의 힘도 상당하다. 사랑과 인간 관계를 겪으며 느낀 심경을 자연재해에 빗대는 등,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 트렌드와의 거리두기 여부가 작품의 완성도나 감흥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트렌드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맹신은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따르는 것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태도다. 그럼에도 본작에서는 거리두기란 선택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Ready Is Always Too Late]은 단번에 귀를 휘감기보다 은근하게 스며들어 사로잡는다. 

 

 

16. Jenevieve - Division

Released: 2021-09-03

 

제네비브(Jenevieve)의 데뷔 앨범 [Division]을 듣다 보면, 그의 음악이 내린 뿌리가 잘 드러난다. 80년대와 90년대 알앤비 사운드가 스친다. 제네비브의 음악은 그것들을 고스란히 리바이벌하기보다 새로운 텍스쳐로 구현한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떠오르는 “Division”과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그려지는 “No Sympathy”, 일본 아티스트 안리(Anri) “Last Summer Whisper”를 샘플링한 “Baby Powder”가 대표적이다. 단단한 뿌리를 두고 새로움을 탐닉하며 마음껏 가지를 뻗어나간다. 

 

데뷔 앨범은 어떤 포부가 담기기 마련이다. 제네비브는 보컬의 존재감을 청자에게 짙게 각인한다. 몽환적인 보컬이 그가 견고하게 다진 텍스쳐 위에서 환상을 감각하게 한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Eternal”에서 특히 그렇다. 보컬만으로 찬란한 공상에 잠기게 한다. 그러나 환상 속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다시금 현실을 지각한다(“Blameless”).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노랫말은 그의 보컬에 올라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15. Yebba - Dawn

Released: 2021-09-10

 

사람은 기록을 통해 과거를 남긴다. 대부분은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고, 증명하거나, 잊히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과거를 잊고자 기록을 만든다. 괴롭고 슬픈 순간을 끄집어내어 과거를 반추한다. 그리고 감정적인 울분을 토해내어 자신을 가다듬는다. 완전히 잊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무덤덤해지거나 덜 기억하고자 고통이란 맞불을 놓는다. [Dawn]은 과거를 지워내는 예바(Yebba)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앨범에선 사랑과 관계성에 대한 내용이 일관되게 등장한다. 자신, 혹은 주변의 경험을 생생한 노랫말로 옮겨내어 몰입감을 더한다. 그중 어머니를 다룬 곡은 가장 두드러진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그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과 공허함을 느꼈으며,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으로서 음악을 통해 어머니를 기억하고자 했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못지않게 프로덕션도 매력적이다. 여러 프로듀서가 참여한 가운데 앨범을 주도하는 이는 마크 론슨이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기타와 베이스를 적극 활용하여 그루브를 만든다. 가스펠의 요소를 가져와 소리를 차곡차곡 쌓는가 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해 더욱 풍성하게 트랙을 완성한다. 예바의 보컬이 프로덕션의 맛을 배가한다. 그의 음색은 물론이고 풍성하고 힘 있는 가창에 강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짙게 내린 어둠에서 예바는 기록했다. 자신이 잘하는 스타일의 프로덕션에 능수능란한 퍼포먼스를 얹었고, 과거를 복기하여 생동감 넘치는 노랫말로 완성했다. 과거는 [Dawn]에 남겨놓고,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14. Judith Hill - Baby, I'm Hollywood!

Released: 2021-03-05

 

2013년 개봉작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20 Feet From Stardom]은 백업 보컬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 사이로 후배 아티스트 한 명이 비중있게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이름은 주디스 힐(Judith Hill). 조시 그로반(Josh Groba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등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및 투어에 백업 보컬로 참여했고, 2009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This Is It] 투어, 그리고 추모 공연에서마이클 잭슨이 선택한 보컬로 주목받으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은 레트로 소울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 강했다. 새 앨범 [Baby, I’m Hollywood!]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 프로덕션은 1960년대 이후에 인기를 끌었던 음악에 뿌리를 두었다. 펑크(Funk), 블루스, 소울, 록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는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더욱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완성도가 돋보인다.

 

Baby, I'm Hollywood"에선 60년대 사이키델릭 록 느낌을 물씬 풍기며, 펑키한 리프와 끈적한 신스를 쏟아내는 “You Got the Right Thang”에서는 프린스(Prince)의 향수가 느껴질 정도로 근사하다. 감각적인 기타 연주가 블루지한 보컬과 만나 쾌감을 전하는 “Burn It All", 현악 세션과 브라스 및 퍼커션 사용이 돋보이는 소울 넘버 “Wanderer" 등 장르별 묘미를 살란 프로덕션이 듣는 내내 즐겁다. 보컬 역시 감흥을 높인다. 어느 순간에는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 연상될 정도로 거칠고 파워풀한 가창을 들려주다가도, 다른 곡에서는 샤카 칸(Chaka Khan)처럼 능숙하게 리듬을 타며 강약을 조절한다. 그중 “Give Your Love to Someone Else”는 하이라이트다. 후반부에 폭발하는 고음은 여러 소울 디바가 떠오를 정도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큐멘터리 종결부에 스티비 원더는 주디스의 재능을 칭찬하면서도, “이 일이 아무리 좋더라도 꿈을 잃지는 말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난 현재, 다행히도 주디스 힐은 자신만의 음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짜릿한 성장 서사가 더없이 반갑다.

 

 

13. Gavin Turek - Madame Gold

Released: 2021-07-23

 

개빈 투렉(Gavin Turek)은 경쾌한 디스코 곡을 주로 구사하던 아티스트다. 그러나 본작을 통해 알앤비 소울 장르까지 음악적 저변을 확장한다.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와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 떠오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Illusions”. 차분한 드럼과 그의 가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모자람 없다. 펑키한 리듬과 듣는 재미가 있는 “So what”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은 디스코라는 걸 알려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음을 본작을 통해 증명한다.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메시지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간결하다. ‘나를 구원하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것.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목도하며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슈퍼 히어로마담 골드(Madame Gold)’는 그 맥락에서 탄생했다. 무기력 속에서 허우적대는 ''를 구해줄 슈퍼히어로. 그러나 마담 골드가 우리를 구원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작법과는 다르다. 마담 골드는 초월적인 힘으로 우리를 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점을 드러내는 식이다. 여성에게 쥐어지는 사회적 압박감, 그로인해 감각되는 사회적 약점들을 노래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개빈 투렉은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12. Laura Mvula - Pink Noise

Released: 2021-07-02

 

로라 음불라(Laura Mvula)는 무려 5년 만에 발표한 [Pink Noise]를 통해 80년대 사운드를 품었다. 지난 [The Dreaming Room](2016) “Overcome” “Phenomenal Woman”에서 시도했던 디스코와 일렉트로 팝이 앨범 전체로 확대됐다. “Pink Noise”가 대표적이다. 댄스 본능을 끌어내는 쫄깃한 비트에 당시의 팝, 또는 프렌치 하우스(French House)에서 접할 수 있는 신스가 채워졌다. 펑키한 기타 리프와 청량한 브라스 소스가 어우러지며, 다양하게 쌓인 코러스에 시원시원한 가창이 듣는 내내 쾌감을 전한다. 명징한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 “Got Me”, 공격적인 사운드가 일품인 일렉트로 팝 “Remedy” 등 댄서블한 트랙이 다수다.

 

물론 기존에 들려준 장점도 여전하다. 지난 정규에서는 수록곡 대부분이 전형적인 벌스(Verse)-후렴 구성을 따르지 않는 프로덕션과 과감한 곡 전개, 그리고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였다. 이번 역시 일반적인 트랙보다 벌스 부분이 짧게 주조됐고, 곡 진행에 변주가 이루어졌으며, 급작스럽게 후렴이 등장한다. 특히 “Church Girl”은 서로 이질적인 벌스와 후렴이 배치되어 마치 두 곡을 번갈아 듣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트랙을 압도하는 보컬은 이번에도 뛰어나다. 온갖 사운드를 응집한 프로덕션 때문에 자칫 존재감이 희미할 수도 있으나, 묵직하고도 힘 있는 가창과 물오른 표현력이 돋보인다. [Pink Noise] 80년대를 재현한다는 목적에 맞게 프로덕션이나 가창에서 시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도록 완성됐다. 변화 속에서 여전히 장점을 추구한 것 역시 영리한 지점이다. 5년의 긴 공백을 매끈한 결과물로 상쇄한다.

 

 

11. Rochelle Jordan - Play With the Changes

Released: 2021-04-30

 

로첼 조던(Rochelle Jordan)이 무려 7년 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새 앨범 [Play With the Changes]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로덕션이다. 일렉트로 소울이 중심에 놓였다. 일례로 “Got Em”에서는 레이브의 정취를 머금은 UK 개러지를 들을 수 있고, “Love You Good”를 통해서는 근사한 드럼 앤 베이스를 선사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딥 하우스 “Already”나 탁월한 트랙 구성과 그루브를 담은 “Dancing Elephants”도 인상적이다. 이전 결과물에선 90년대 사운드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아예 90년대 전후로 흥했던 영국 일렉트로닉 씬의 대표 장르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더욱이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여전히 알앤비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트렌드와 동떨어진 방향성은 오히려 신선하게 들린다.

 

탄탄한 프로덕션 아래 앨범을 통일성 있게 꿰는 것은 보컬이다. 스타일이 종종 알리야(Aaliyah)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몇 차례 인터뷰에서 그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가늘고 여린 톤에 능숙한 호흡과 리듬감을 강조하는 보컬 기술이 알리야처럼 귀를 사로잡는다. 트랩을 활용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Count It”에서는 중독적인 후렴구 주조와 적절한 완급 조절이 두드러진다. 가사도 흥미롭다. 대부분 사랑 혹은 쾌락에 대해 평이한 내용으로 채우지만, 몇몇 곡에서는 신선한 소재와 표현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Broken Steel”에서는 고정관념을 다룬다. 흑인이라면 응당 거칠어야 하고 강한 이미지만 보여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그린다. “Lay”에서는 불안과 슬픔 등 감정을 녹여냈다. 연인을 걱정하는 내용에 흑인이 겪는 위협과 다층적 감정을 표현한다. 두 트랙 모두 흑인 여성으로서 경험한 내용을 풀어내어 다른 가사보다 훨씬 강렬하고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로첼 조던은 10년이 넘는 활동에도 무명에 가까운 아티스트다. 커리어 도중에 맞이한 7년이라는 공백은 희미한 인지도마저 지워버릴 만큼 길었다. 그럼에도 긴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하게 마감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10. Remi Wolf - Juno

Released: 2021-10-15

 

레미 울프(Remi Wolf)가 들려주는 음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과잉이다. 이상한 앨범 커버와 괴기한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음악까지 과도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래서 무척 매력적이다. 프로덕션은 다채로운 스타일이 혼재한다. 펑크(Funk), 알앤비, 소울, , 일렉트로닉, 록까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앨범으로 끌어왔다. 다소 난해하거나 복잡하게 들리는 편곡, 마치 찢어질 듯이 과도하게 조율된 사운드와 소스가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귀를 감는 멜로디가 쉼 없이 등장하여 들을수록 난해함은 사그라지고 중독적으로 들린다.

 

퍼포먼스도 만족스럽다. 거친 질감을 품고 내지르는 고음은 시원하면서도 안정적이다. 다채로운 사운드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레미의 파워풀한 보컬이 중심을 잡아 난잡하게 들리지 않는다. 동시에 가성과 중저음도 풍성하게 사용하여 고음이 주는 피로감을 줄이고 재미를 한껏 배가한다. 레미 울프는 [Juno]에서 단편적인 상황과 감정, 혹은 느낌을 재기발랄한 표현을 사용하여 풀어낸다. 전체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신선하진 않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표현법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재미를 준다. [Juno]가 다소 정신없고 난잡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어보면, 오히려 그 어느 작품보다도 일관성 있다. 프로덕션과 보컬, 가사까지 과장되었다. 그리고 그 과잉이 완성도로 연결되면서, 청각적 황홀경을 빚어낸다.

 

 

9. Yola - Stand For Myslef

Released: 2021-07-30

 

작품의 음악은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에 기반한다. 에타 제임스(Etta James),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60~70년대에 활약한 소울 아티스트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보컬과 스타일을 들려준다. 여기에 블루스, 로큰롤, 가스펠, , 컨트리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독특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곡들을 하나로 탁월하게 묶어낸 건 프로듀서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 그는 블루스와 개러지 록(Garage Rock)을 필두로 다양한 스타일을 엮는 것에 능하다. 지난 작에서는 컨트리 트랙이 주를 이루면서 일관성을 자연스럽게 이뤘다. 이번엔 좀 더 다채로운 프로덕션이 가미되었음에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앨범에서 그가 반복하는 이야기는 동일하다. 더는 누군가에게 맞추고 자신을 감추며 살지 않겠다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욜라의 뛰어난 보컬이 지닌 힘은 이 모든 이야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다채로운 트랙에 맞게 매 순간 다른 퍼포먼스를 들려주면서도, 근사한 가창이 앨범을 완성한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동시에 중저음부터 폭발적인 고음까지 유연하게 넘나들며 트랙에 필요한 소리를 주조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Stand For Myself]를 다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앨범명을 곱씹게 된다. 앨범을 얽는 핵심 내용부터 퍼포먼스와 프로덕션까지 온전히 '나다운 삶'을 지지하고 외친다. 동시에 정교하고도 탁출한 완성도로 설득력을 더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고난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의 역사에 이 작품을 선명히 새겼다.

 

 

8. Silk Sonic - An Evening With Silk Sonic

Released: 2021-11-12

 

[An Evening With Silk Sonic]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솔로 앨범에서 들려준 약점은 서로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부각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첫 싱글 “Leave The Door Open”은 앨범과 팀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빈티지한 사운드, 다층으로 쌓아 올린 화음, 보컬과 코러스가 주고받는 구성, 유치하면서도 직관적인 가사까지 70년대 알앤비/소울 바이브를 자아낸다. 70년대 전후의 음악적 요소를 끌어오며 프로덕션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보컬의 파트 구분이 인상적이다. 중저음에서 분위기를 주조하는 것에 능한 앤더슨과 넓은 음역과 폭발적인 가창이 장점인 브루노가 곡을 나눠 불렀다. 앤더슨이 벌스(Verse)에서 유려한 완급조절과 그루브한 보컬로 토대를 쌓으면, 브루노가 시원시원한 고음으로 후렴구를 채운다.

 

브루노와 함께 프로듀서 디마일(D’Mile)은 레트로라는 음악적 컨셉을 일관되게 적용한다. 일관된 프로덕션 덕분에 “Silk Sonic Intro”부터 “Blast Off”까지 유기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트랙의 멜로디가 수려한 점도 놀랍다. 명징하고 캐치한 멜로디가 잇달아 등장하여 귀를 감싼다. 프로덕션의 짜임새가 주는 감흥에 환상적인 가창, 무엇보다 매력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졌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실크 소닉은 평소 브루노와 앤더슨이 잘해왔던 걸 함께하는 프로젝트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An Evening With Silk Sonic]을 듣는 순간, 관계는 더 끈끈하게 다가온다. 레트로 소울에 대한 탐구는 물론이고 브루노와 앤더슨이 만났기에 발휘되는 시너지가 앨범을 꽉꽉 채웠다.

 

 

7. serpentwithfeet - DEACON

Released: 2021-03-26

 

서펀트윗피트(serpentwithfeet)가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DEACON]의 사운드는 전작의 연장선에 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전처럼 가스펠, 소울,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보다 부드러운 질감의 신시사이저를 운용하고, 피아노와 기타 등의 리얼 악기 비중을 늘렸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밝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작보다 리듬 파트를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Same Size Shoe”에서는 결혼 행진곡이 떠오르는 장난스러운 코러스로 전에 없던 유쾌한 면모까지 드러낸다.

 

사운드의 변화는 사랑에 빠진 서펀트의 마음을 나타내는 듯하다. 그는 운명처럼 만나게 된 새로운 연인과의 러브 스토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두서없이 풀어냈다. 서펀트의 러브 스토리가 특별한 건 그의 성 정체성 때문만은 아니다. 감정의 변화가 워낙 극적이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광기에 가깝게 애정을 갈구하던 그가 [DEACON]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사랑의 환희를 노래한다. 그야말로 현 세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사랑 이야기다.

 

 

6. Celeste - Not Your Muse

Released: 2021-01-29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셀레스트(Celeste)의 첫 정규작 [Not Your Muse]는 레트로 소울을 필두로 농밀한 프로덕션과 퍼포먼스를 아우른다. 빈티지한 질감의 드럼에 풍성한 코러스와 브라스가 인상적인 “Tonight Tonight”, 기타와 비브라폰을 통해 50-60년대 팝의 느낌을 한껏 살린 “Beloved”, 70년대 소울 사운드를 품은 듯한 “Love Is Back”,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Not Your Muse” 등 프로덕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만족감이 대단하다. 동시에 곡의 빠르기와 주제에 맞춰 능수능란한 보컬이 감흥을 배가한다. 60-70년대 소울 디바처럼 엄청난 고음을 내지르지는 않지만, 허스키한 고음과 풍성하게 소리 내는 중저음이 그에 못지않게 근사하다. 속도감 있는 건반에 폭발적인 보컬이 쾌감을 주는 “Stop This Flame”이 대표적이다.

 

노랫말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 주를 이루면서도 자아와 존재 또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고찰했으며, 상실에 대한 슬픔과 낯선 감정을 표현했고, 영국의 정치적인 현실을 바라보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주제와 더불어 소설이나 영화에서 문구를 인용하고, 신선한 표현도 다수 배치했다. 셀레스트는 작년 BBC ‘Sound of 2020’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젠 [Not Your Muse]로 가능성과 실력을 모두 증명했다.

 

 

5. Cautious Clay - Deadpan Love

Released: 2021-06-25

 

커셔스 클레이(Cautious Clay) [Deadpan Love]에 집중하도록 하는 건 단연 보컬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스모키한 보컬은 앨범 속 유머를 돋보이게 만들기도, 사랑의 진지한 면을 탐구하게 하기도 한다. 초반엔 멜로딕하고 두터운 보컬을 구사하다가 끝에 다다라서는 팔세토 창법으로 거칠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Why Is Your Clay So Cautious?”를 기준으로 전반부는 밝고 다정한 데가 있는 반면, 후반부는 그윽하고 고요한 데가 있다. 재즈와 가스펠이 섬세하게 녹아든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세련된 곡이 이어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차분해진다.

 

[Deadpan Love]의 무드는 한편으로 음울하다. 보컬 톤이 변모하듯이 프로덕션 또한 두 갈래로 명확히 나뉘는 것이다. 더군다나 "whoa"의 노랫말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의 우울은 특정한 생각이나 느낌이 아닌 '상태'에 가깝다. 무언가 쓰고 싶은 상태("I just wanna write it down"). 비선형적이고 은근한 표현이 보컬과 어우러져 세차게 여울진다. 마음은 아랫부분에서부터 위로 겹쳐 쌓인 층위 상태에 가깝다. 깊숙이 숨기고 싶은 마음, 겉으로 내보이고 싶지 않은 상태들은 아랫부분에 자리한 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만 에두르고, 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무얼 말하고 싶은지 무얼 쓰고 싶은지 망설이게 된다. 커셔스 클레이는 이러한 상태를 탁월한 음악을 통해 훌륭하게 표상했다.

 

 

4. Jon Batiste - WE ARE

Released: 2021-03-19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인 [소울, Soul]은 허구의 이야기다. 하지만 주인공 조 가드너의 존재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이 있다.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티(Jon Batiste).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들은 주특기인 피아노 중심의 재즈 연주 앨범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WE ARE]는 다르다. 재즈가 아닌 알앤비, 소울, 블루스, 펑크(Funk)에 기반을 두었고, 커리어 최초로 보컬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꽤 근사하다.

 

존의 가족들과 어린이 가스펠 합창단, 그리고 그가 졸업한 뉴올리언스 성 어거스틴 고등학교의 마칭 밴드가 참여해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가스펠 소울 트랙 “WE ARE”부터 앨범의 성격이 드러난다. 미국 사회 내 흑인들의 삶을 이루는 주요 커뮤니티(가족, 교회, 학교)를 한데 모아 공동체의 힘을 노래한다. 존은 2019년 가을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팬데믹과 BLM 운동이 휩쓸고 간 2020년을 지나오며 앨범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WE ARE]에 담겼다. 그는 연주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2020년의 사회상과 흑인들의 삶에 대한 긍정을 가사에 담아 노래했다. 그러나 거창하거나 급진적이지 않다. 마치 [소울]의 이발소 장면처럼 은은하고 정겨운 향이 가득 녹아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존의 음악적 내공이 옹골차게 집약됐다.

 

 

3. Jazmine Sullivan - Heaux Tales

Released: 2021-01-08

 

재즈민 설리번(Jazmine Sullivan) [Heaux Tales]는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여섯 명의 여성이 등장해 자신에게 사랑과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 발화하고 그 맥락을 잇는 노래가 바로 뒤따라 온다. 이를테면, “Precious’ Tale”은 어려서 겪은 가난이 남자를 보는 관점으로 작용한다는 한 여성의 고백이다. 뒤따라 이어지는 “The Other Side”에는 잘 나가는 래퍼와의 결혼으로 부유한 삶을 꿈꾸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의 서사를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해 깊숙한 형편을 읽게 하는 것이다.

 

프로덕션도 그들이 말하는 언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한다. 무겁고 귀에 꽂히는 소스들이 아닌 미니멀하고 가벼운 사운드를 주로 활용한다. 오로지 기타로만 멜로디를 구성한 “Lost One”이 대표적이다. 과하지 않은 구성으로 주목도를 올린다. 프로덕션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가스펠이다. 합창단 출신인 재즈민 설리번에게 가스펠은 그의 음악적 토대이다. 가스펠이 얹어진 프로덕션은 재즈민 설리번의 정체성, 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본작 속 여섯 명의 여성들과 본작을 듣는 청자들, 그리고 자신까지 연결 짓는 연대 요소로 작용한다. 그는 본작 속 여섯 개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가 누구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어떤 결정을 했든 틀리지 않았다는 것.

 

 

2. Hiatus Kaiyote - Mood Valiant

Released: 2021-06-25

 

성공적이었던 두 번째 정규 앨범 [Choose Your Weapon] 이후,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네이 팜(Nai Palm) 2018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았고, ‘새로운 미의 기준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유로 유방재건술을 포기했다. 게다가 그에게 10년 동안 가족이 되어주었던 반려조 차이(Chai)가 생을 마감했다. 삶에 닥친 커다란 위기와 이를 헤쳐나가고자 한 팜의 용기 있는 태도는 밴드의 세 번째 정규앨범[Mood Valiant]를 관통하는 정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Stone or Lavender”에서는 암 투병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낸다. 죽은 반려조를 기리는 마지막 곡 “Blood and Marrow”에 이르면, 느닷없이 닥쳐오는 불행 속에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결국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사실을 설파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이를 가로지르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감동이 벅차오르며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론 다가오는 불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이 팜은 이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며 매일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Mood Valiant]. 밴드가 깔아놓은 사운드 스케이프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어느샌가 삶을 살아갈용감한 기분(Mood Valiant)’이 샘솟는다. 다사다난했던 6년의 세월을 건너, 하이어터스 카이요티는 청각을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전해주는 밴드가 되었다.

 

 

1. Joy Crookes - Skin

Released: 2021-10-15

 

조이 크룩스(Joy Crookes)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동양과 여성이다. 그는 데뷔 초부터 혼혈과 여성이란 정체성을 강조하여 두각을 보였다. 게다가 동양계 여성으로서 겪은 수많은 경험도 중요한 소재로 끌어온다. 보편 특수한 이야기가 생동감 넘치면서도 진솔한 표현과 어우러져 독특한 감흥을 자아낸다. 크룩스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Skin"에 이르러 폭발한다. 알앤비 발라드인 이 곡에서 어떤 순간보다도 따듯하면서 분명하게 존재 가치를 긍정하고 삶을 예찬한다. 절망하던 지인을 보며 써 내려간 가사에선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자신을 보듬는 힘을 목도할 수 있다.

 

근사한 이야기로 꽉 채운만큼, 프로덕션 역시 알차다. 알앤비의 서브 장르와 레트로 소울을 골자로 완성도를 높였다. 앨범을 더욱 특별한 위치로 만드는 데에 크룩스의 보컬을 빼놓을 수 없다. 엄청난 고음을 내지르지는 않지만, 농밀하고도 풍성한 중저음이 공간을 꽉 채운다. 피부가 인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처럼, 그는 정체성과 삶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통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그리고 가장 ''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는 물론이고 프로덕션과 퍼포먼스에서 주체가 명확하다. 크룩스가 겪은 풍파만큼 상처는 늘었지만, 피부는 더욱더 단단해졌다. 그 강인한 모습만큼 [Skin]은 옹골지고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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