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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m Henshaw - Untidy Soul
김효진 작성 | 2022-02-24 01:3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12,441 View

Artist: Samm Henshaw
Album: Untidy Soul
Released: 2022-02-03
Rating:
Reviewer: 김효진









샘 헨쇼(Samm Henshaw)의 커리어는 느직하다. 그는 2015년 첫 EP [The Sound Experiment]를 내고,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Broke”, “How Does It Feel?”, “Doubt”, “Church” 등의 싱글을 성공시켰다. 그 후 2022년이 되어서야 정규 데뷔작 [Untidy Soul]을 발표했다. EP 발표 시기를 기준으로 가늠해보면 꽤 늦은 편이다. 그러나 오래 잉태된 고민이 밀도 있게 깃들었다.

 

[Untidy Soul]의 화자는 사랑에 기대는 방식으로 고민을 발화한다.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Grow”),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을 해주고 싶다고 소망(“Loved By You”)하기도 한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사랑을 약속하기도(“Won’t Change”),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그리기도(“Take Time”) 한다.

 

무엇보다 그는 내향적(“Mr Introvert”)이다. 그래서 상대를 소유하려 들지 않고 곁에 머무르려 한다. 흐르는 눈물을 곧장 닦아주지 않고 닦아줘도 되는지(‘Can I wipe away your tears?’) 먼저 물어보는 식이다(“8.16”).

 

단순하게 보면 사랑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만 같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는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는 삶의 방식을 갈구한다. 얼마나 만족해야 만족할 수 있는지, 만족이 가능한 것인지(“Enough”) 묻다 꿈을 이뤘으나 행복하지 않다고(“Still Broke”) 고백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깨달은 삶의 기쁨(“Joy”)을 느끼는 방법을 서술한다. 낯선 이와 친구가 되고 의심들과 친해지며 대단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나를 더 살필 것. 기쁨은 거창한 데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로부터 시작된다는 명쾌한 철학을 노래한다.

 

타인을 곁에 두는 건 낯선 우주를 매일 탐색해야 하는 의무를 쥐어주고, 우리는 그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나를 살피는 과정을 지난다. 간단하게는 취향부터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걸 바라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므로 그가 쓰는 느슨한 사랑의 풍경은 사랑하는 이와 맞는 늦은 오후의 주황빛 햇살 같은 것이 아니라 어슴푸레한 새벽에 방문을 꼭 잠그고 쓰는 일기와 같다. 그래서 사랑을 탐미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Chicken Wings”에 대해 말하기도, 삶의 만족감에 대해 자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삶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응당 고민해봤을 지점을 탁월하고 쉽게 서술한다. 그래서 그가 하는 고민에 흠뻑 몰입할 수밖에 없다.

 

Untidy Soul’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서 서술된 어지러이 산재한 그의 마음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장르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앨범의 음악이다. 실제 브라스 소리가 감흥을 살리는 소울 음악과 블루지한 재즈를 담은 곡, 90년대 힙합 스타일을 살린 곡 등등, 알앤비/소울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품었다.

 

여러 장르가 섞여 정돈되지 않은 것 같아도 공통점은 명확히 존재한다. 가스펠이다. 그는 목사인 아버지 덕분에 교회를 다녔고 그곳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선 가스펠 성가대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두드러진다. 성가대 합창처럼 코러스가 구현됐다.

 

[Untidy Soul]에서도 마찬가지다. 곡이 던지는 주요 메시지를 합창 코러스로 반복하며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Joy”가 그렇다(‘Don't you worry what tomorrow may bring 'Cause we got joy, sweet joy’). 성스러움을 자아내는 요소로 의도한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한다.

 

그가 만들고 노래하는 음악에는 어떤 강요도 서려 있지 않다. 종교를 가져야 한다거나 연인, 혹은 사랑하는 상대를 꼭 만들어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앨범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바라게 된다. ‘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기를, 조금 늦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그런 용기가 생기기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일기장에 연필을 꾹꾹 눌러 적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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