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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레코즈의 하이라이트 순간 10
리드머 작성 | 2022-04-29 19: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6 | 스크랩스크랩 | 9,877 View



글: 장준영, 이진석, 황두하, 남성훈


지난 4
20,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가 해체를 선언했다. 2010 4 20일 팔로알토(Paloalto)를 필두로 레이블을 설립한 지 딱 12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레이블에선 비프리(B-Free),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오케이션(Okasian), 레디(Reddy), 키스 에이프(Keith Ape) 등등, 개성과 실력을 갖춘 뮤지션이 다수 배출됐다. 또한 다양한 스타일의 힙합을 아우르고, 신선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으며 양질의 앨범을 제작해왔다.

 

비프리와 오케이션의 계약이 해지된 후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엔 스월비(Swervy), 저드(Jerd)처럼 출중한 젊은 피를 수혈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렇기에 이번 해체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들은 2010년대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와 더불어 한국 힙합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그들의 해체를 마주하며, 여기 10가지 하이라이트 순간을 기록해본다.


 

 

1. 산하 레이블에서 독자적 레이블로

 

팔로알토는 군 전역 후, 정글 엔터테인먼트(Jungle Entertailment)와 계약했다. 메이저 레이블에 입성하며 방송 무대와 공연 스케줄을 오갔지만, 힙합 팬들은 작은 불안감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언더그라운드에서 쌓은 커리어와 뿌리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러한 팬들의 우려를 느꼈던 것일까? 팔로알토는 곧 독자적인 노선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레이블을 만들기로 한다.

 

2010 4 20, 그렇게 하이라이트(HI-LITE)는 정글의 산하 레이블이자 협력 관계로 론칭되었다. 시작은 에이조쿠(Aeizoku), 쥐엘브이(GLV), 소울원(SoulOne) 등 기존 개화산 크루의 멤버가 주축이었다. 이후 비프리(B-Free),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오케이션(Okasian) 등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래퍼를 영입하고 점차 규모를 키워 한국 힙합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레이블로 성장했다.


 

2. 허클베리 피의 지조로 쏘아올린 축제분신

 

현재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중 하나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분신(焚身)'이다. 디제이 짱가와 함께한 이 공연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대선 투표율 공약에 따라 입장료를 단돈 만 원으로 책정했으며, 긴 러닝타임에 화끈한 라이브, 수많은 게스트 참여, 공연 전 세트리스트 비공개 원칙 등의 특징 덕분에 대성공을 이뤘다.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도 커졌다. 발표한 곡이 늘어난 만큼 세트리스트는 두터워졌고, 관객이 많아진 만큼 게스트도 늘었다.

 

공연 장소도 계속 달라졌다. 클럽 DGBD를 시작으로 롤링홀, 브이홀, 예스24 라이브홀(구 악스홀), 그리고 올림픽홀까지 장소를 옮기며 매진을 이어왔다. 공연에 대한 허클베리피의 열정과 레이블의 성장이 맞닿으며 매번 성황을 이뤘다. 크라잉넛(Crying Nut) 한경록의 '경록절'이 어느 순간부터 인디 씬의 축제가 된 것처럼, '분신'은 힙합 씬의 잔치가 되었다. 작년과 올 초에 새로운 '분신'이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연기된 현실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3. 하이라이트를 선포하다, [HI-LIFE]

2013 6 25, 하이라이트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가 발매되었다. 창립 당시 함께했던 개화산 크루 출신 멤버가 대부분 탈퇴하고 새로 영입한 이들이 주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동시대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을 주도하던 비장한 무드의 트랩 프로덕션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했다.

 

당시의 핵심 멤버 3인의 벌스로 포문을 여는 “Intro”에 이어 멤버 전원이 참여한 단체곡 “What We Do II”,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트랩 넘버살아남아 (Survive)”, 칩멍크(Chipmunk)를 이용해 소울풀한 느낌을 불어넣은 “My City” 등의 곡이 특히 눈에 띈다. 멤버 간 실력의 편차, 몰입을 헤치는 과시형 가사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몇몇 멤버의 번뜩이는 퍼포먼스에서 하이라이트의 음악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4. 힙합, , 그리고 대표의 무게 [Chief Life]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대표적인 힙합 레이블로 자리 잡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Chief Life](2013)의 발매도 주요했다. 팔로알토는 언더그라운드 래퍼, 메이저 아티스트,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위치와 입장이 변하며 겪은 바를 앨범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래퍼로서의 자부심과 리더가 되면서 짊어진 부담감 및 불안, 힙합 씬과 음악 시장에 대한 비판, 삶에서 찾은 만족이 대표적이다.

 

소재와 감정을 차분하고도 여유로운 톤에 담아냈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는 랩과 어우러져 러닝타임 내내 중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세련된 프로덕션 또한 앨범을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힙합 팬들에게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꾸준히 사랑과 신뢰를 받아온 것엔 매년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은 팔로알토의 존재가 한몫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Chief Life]라는 걸작이 있었다.


 

5. 비프리의 꿈으로 빚어낸 클래식 [Korean Dream]

 

2014 6,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는 당시 레이블의 핵심 아티스트였던 비프리의 세 번째 정규작 [Korean Dream]이 발매됐다. 앨범은 호평받은 전작 [희망]을 넘어,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물론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클래식 앨범으로 자리매김했다. 콕재즈(CokeJazz)가 주축이 된 그루브 넘치는 프로덕션과 비프리의 뛰어난 랩 퍼포먼스도 돋보이지만, [Korean Dream]이 주는 감흥은 그 이상이다.

 

한국에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비프리의 가사가 사회에서 자리를 찾아가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함과 좌절을 끌어안고 위로한다. 앨범을 마무리하는 "안녕 (Good Bye)"의 마지막 가사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성공해서 만나. 근데 성공이 그렇게 꼭 중요한 건 아냐. 안녕'이 주는 먹먹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6.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My Team” VS 산이(San E)

 

2014 9 12, 키스 에이프가 레이블에 합류한 것과 동시에 비프리의 이름으로 레이블 단체곡 “My Team”이 공개됐다. 가장 큰 화제가 된 건 비프리의 벌스다. 그는남의 욕하곤 또 아니라지 / 랩병신 찌질이 산이 같이라는 가사로 산이를 디스했다. 이 라인의 기원(?)은 같은 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리네어 레코즈가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11:11]의 타이틀곡연결고리에서 빈지노(Beenzino)이름 있는 아이돌의 후렴에다 랩 하는 아이디언 대체 누구 껀데라는 가사를 뱉었고, 이는 당시 랩 발라드로 인기를 끌었던 산이를 향한 공격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후 산이는 “Show You The Money”라는 곡에서이름있는 래퍼 랩에 아이돌 앉혀주는 아이디언 내 껀데라는 가사로 응수했지만, 맞디스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비프리가 등판한 것이다. 당시 산이의 행보를 좋지 않게 보던 힙합 팬들과 일부 래퍼들은 이 라인에 열광했다. 산이는 "모두가 내 발 아래"라는 곡을 통해 비프리와 그의 대표곡 “Hot Summer”의 인지도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당시엔 씬 내의 많은 래퍼가 비프리를 지지했다. “Hot Summer”를 만든 그레이(Gray), 빈지노, 허클베리피, 딥플로우(Deepflow) 등 많은 이가 SNS로 산이를 조롱했다. 2010년대 중반 씬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다.


 

7. 잊지 못할 자취를 남긴잊지마 (It G Ma)"

 

2015 1 1,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키스 에이프와 동료들이 함께한 "잊지마(It G Ma)"를 공개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최고 히트곡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국 힙합 트랙이 됐다. 신경질적인 무드의 비트와 즉흥적으로 읊조리는 듯하지만 강렬한 랩, 좀체 잊히지 않는 후렴이 저예산임에도 느낌 있는 비디오와 만나 큰 시너지를 내며 이목을 끌었다. 키스 에이프는 이후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위해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떠났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잊지마(It G Ma)"의 큰 성공이 마냥 깔끔하지는 못했다. 뮤직비디오가 크게 바이럴 되면서 오지 마코(OG Maco) "U Guessed It"을 과하게 레퍼런스한 것이 불거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오지 마코에게 로열티를 배분하기로 했으며, 프로듀서인 주니어 셰프(Junior Chef)와도 수익 배분 관련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자취를 남긴 곡이었다.


 

8. 인연에서 악연으로, 비프리와의 결별

 

설립자인 팔로알토를 제외하고 초기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대부분 비프리를 언급한다. 그만큼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비프리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뛰어난 완성도의 정규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레이블의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물론, 소속 아티스트의 여러 앨범과 컴필레이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언행은 동료 아티스트와 묘한 균형을 이루며 하이라이트 레코즈 특유의 매력을 빚어냈다. 그랬기에 2016 5월 그의 탈퇴 소식은 놀라운 뉴스였다. 한 아티스트의 계약 해지였지만,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비프리는 탈퇴 이후에도 하이라이트 레코즈와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2018년 비프리와 팔로알토/하이라이트 레코즈 사이의 갈등이 터져 나왔고, 레이블 해체 이후인 현재까지도 악연으로 바뀐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다시 한 곡에서 랩을 뱉고, 웃으며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지켜보자. 때때로 시간은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가능케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9. ‘10을 관통해 만들어진 새 빛깔의 스펙트럼 [Legacy]

 

2020 8 16,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약 7년 만에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 [Legacy]를 발표했다. 레이블은 비프리, 오케이션과 결별한 후, 스월비(Swervy), 조원우, 저드(Jerd), 수비(Soovi), 오웰 무드(Owell Mood) 등등, 다양한 색깔의 젊은 아티스트를 영입했다. 그래서 [Legacy]는 레이블의 1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구를 소개하는 느낌도 든다.

 

팔로알토, 허클베리피, 저드, 오웰 무드가 참여한 첫 트랙 “Simple Thingz”는 신구 아티스트가 어우러져 레이블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트랩으로 점철되었던 지난 컴필레이션과 달리 팝적인 요소가 적극 가미된 것도 보컬 영입에 따른 변화로 다가온다. 레이블은 [Legacy]를 통해 1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신인들의 약진 덕에 레이블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 작품이었다.


 

10. From HI-LITE, To The Future

 

10주년 컴필레이션 앨범 [Legacy]를 전후로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신인 아티스트들의 약진 덕분이었다. 특히 여성 아티스트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스월비다. 그는 2020 5,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성 가득한 프로덕션과 패기 넘치는 퍼포먼스가 담긴 앨범 [Undercover Angel]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를 잇는 여성 서사를 짜릿하게 그려낸 “Mama Lisa”는 그간 한국 힙합에서 여성 래퍼가 발표한 곡들 중에서 손 꼽히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스월비가18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최연소, 그리고 여성 최초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작년에는 저드가 첫 정규 앨범 [A.M.P.]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를 찾아가는 여정을 차분하게 풀어내 마음 깊은 곳의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데뷔 EP를 냈을 때부터 남다른 재능이 엿보인 그였기에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선구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쉽게도 [A.M.P.]는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마지막으로 발표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 되었다.

 

2010.04.20 - 2022.04.20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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