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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수 - 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
강일권 작성 | 2022-05-10 13:0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4 | 스크랩스크랩 | 23,247 View

Artist: 박인수
Album: 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
Released: 1989-00-00
Rating: 
Reviewer: 강일권









한국에서 알앤비/
소울이 장르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그러나 시작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8군 무대와 기지촌을 중심으로 많은 밴드와 가수가 미국 소울 음악을 연주하고 불렀다. 그 중심에 신중현 사단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커버를 넘어 미 소울 음악에 영향받은 창작곡을 발표했고, 트로트가 지배하던 한국대중음악판에 일대의 변화를 일으켰다. 소울 음악으로부터의 영향은 이른바 소울 앤 사이키를 낳았다. 미국의 소울과 한국의 사이키델릭한 그룹 사운드가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처럼 획기적인 흐름 속에서 박인수가 등장한다. 그는 신중현 사단 최초의 남자 아티스트이자 한국 최초의 소울 보컬리스트였다. 신중현이 구축해놓은 음악세계 안에서 여러 갈래 중 하나로서 소울과의 접점이 도출됐던 다른 이들과 달리, 박인수는 애초부터 소울 음악을 뿌리로 삼았다. 신중현이 2003년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자전 에세이 나의 이력서 - 슬픈 영혼의 가수, 박인수편을 보면, 그가 스스로 소울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67, 박인수는 미8군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이태원의 클럽 'NX-1'에서 연습을 하던 신중현을 불쑥 찾아갔다. 보컬 테스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낯선 불청객을 마주한 신중현이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묻자, 박인수는 이렇게 답한다.

 

소울 음악을 부르는 사람입니다.”

 

신중현은 해당 에세이에서 박인수가 절창하던 모습을 영영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인수는 한국 알앤비/소울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이니까. 1989년에 발표된 [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는 이를 방증하는 결과물이다.

 

앨범 뒤엔 한국 최초의 소울 밴드였던 데블스 출신의 연석원과 재즈 아티스트이자 앨범 기획자로 활동하던 김준이 있었다. 박인수는 독보적인 보컬을 지녔음에도 브레이크 없이 살던 탓에 좀처럼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둘은 그런 박인수를 독려하여 앨범을 완성했다.

연석원이 전반적인 편곡을 맡고 타이틀곡을 비롯한 두 곡을 제공했으며("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 "겨울 소나타"), 김준 역시 본인의 기존 곡을 재가공하여 선사했다("여보소 날보소", "가고픈 나라").

 

여기에 오늘날 박인수를 있게 한 신중현의 명곡("봄비", "기다리겠오", "미련")과 소울 음악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샘 쿡(Sam Cooke)의 명곡 "A Change Is Gonna Come" 커버, 그리고 "뭐라고 한마디 해야 할텐데"의 연주 버전을 담았다.

 

무엇이 그토록 앨범 제작을 열망하게 했을까? 첫 곡 "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에서 박인수의 보컬이 등장하는 순간 그 답은 명확해진다. 느릿한 흐름의 록 사운드를 타고 일정한 음역대를 자유로이 오가며 미세한 떨림을 절묘하게 살려내는 그에겐 절창이란 표현도 빈약하다.

 

샘 쿡, 알 그린(Al Green), 아론 네빌(아론 네빌(Aaron Neville)의 보컬색이 섞였지만, 혼합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했던 색과 같으며, 트로트, , 소울로 나뉘어진 보컬에 대한 삼분법적인 인식을 한순간에 팽개쳐버린다.

 

벤 이 킹(Ben E. King)의 영향이 느껴지는 리듬 앤 블루스와 전통적인 록 사운드가 결합한 "겨울 소나타", ’80년대를 넘어 90년대 초반의 미 컨템퍼러리 알앤비까지 가닿는 "가고픈 나라", ’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샘 쿡의 송가를 또 다른 차원에서 커버한 "A Change Is Gonna Come"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장르가 중첩된 세계에 존재하는 박인수의 보컬은 곡과 곡 사이에 잠시나마 다잡은 마음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는다.

 

신중현의 곡을 다시 부른 노래들은 또 얼마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가?! 특히 그의 대표곡이기도 한 "봄비"는 좋은 재해석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두왑(Doo Wop) 스타일에 영향받은 1970년 버전에서 박인수는 이전까지 한국에서 듣기 어려웠던 소울 창법을 구사했다.

 

최초 "봄비"를 부른 건 이정화였지만, 1년 뒤 박인수가 다시 부른 뒤부터는 곡의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다. 그런 "봄비"가 프로덕션과 보컬 모든 면에서 완전히 재창조됐다. 애잔한 무드의 연주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던 보컬이 막판에 이르러 흡사 절명을 앞둔듯한 이의 외침으로 변하는 순간은 압권이다.

 

[뭐라고 한마디 해야할텐데]는 박인수의 두 번째 정규작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그는 이후에도 브레이크 없는 삶을 이어갔고, 음악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박인수의 커리어가 다시금 본궤도에 오르길 바랐던 많은 이의 염원 또한, 산산이 부서졌다. 그래서 한편으론 몹시 가슴 저린 작품이다. 불세출의 재능은 그렇게 이 판을 떠났고, 그가 한국 알앤비/소울 역사에 그은 큰 획만은 이렇게 남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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