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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Giveon
Album: Give Or Take
Released: 2022-06-24
Rating:
Reviewer: 황두하
기베온(GIVĒON)은 근래 등장한 신인 중에서도 매우 빠르게 인지도가 높아졌다. 2020년에 발표한 첫 EP [Take Time]의 리드 싱글 “Heartbreak Anniversary”가 입소문을 타며 빌보드 핫 100 차트 16위까지 올랐다. 또한 드레이크(Drake)의 “Chicago Freestyle”에 참여하면서 장르 팬들의 눈에 들어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Peaches”였다. 2021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곡에 참여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각인했다.그의 매력은 소위 ‘동굴 보이스’라고 일컬어지는 깊고 낮은 목소리다. 얼핏 디지털 가공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독특한 톤의 보컬이어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관계와 사랑 속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서정적인 가사도 매력적이다. 다만, 음악적으로 특기할 점이 많지는 않다. 알앤비, 소울을 기반으로 세련되게 마감한 프로덕션은 평범하다. 첫 정규작 [Give Or Take]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철저히 기베온의 목소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최소한의 악기로 미니멀하게 진행되며, 특별히 튀는 구간이 없다. 각각 기타, 피아노 하나로만 진행되는 “dec 11th”, “Another Heartbreak” 같은 곡도 있다.
“Tryna Be”, “At Least We Tried” 등의 곡에서는 보이스 샘플이 이용되어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난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비슷한 템포의 곡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이어지고, 분위기를 환기해줄 만한 게스트의 참여도 없는 탓이다.
중독적인 후렴구로 귀를 사로잡는 “For Tonight”, 가벼운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 위로 리드미컬하게 멜로디를 뱉어내는 “Lost Me”, 두왑 템포를 차용한 “Lie Again”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조금 집중력이 살아난다. 그러나 후반부의 곡들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기베온은 여전히 사랑 앞에 방황한다. 떠나간 연인을 놓아주지 못하고(“Let Me Go”, “Scarred”), 유명세에 따른 가벼운 만남에 현혹되거나(“This Will Do”, “Get To You”, “Tryna Be”), 거짓된 관계에 집착한다(“For Tonight”, “Lie Again”). “Another Heartbreak”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만, 과거의 경험 탓에 두려움에 사로잡힌 심정을 표현한다.
그의 사랑 이야기에는 모두 양면성이 있다. 행복한 상황에서도 불행을 예감하고, 가벼운 하룻밤 속에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첫 트랙 “Let Me Go”의 인트로(Intro)와 마지막 트랙 “Unholy Matrimory”의 아우트로(Outro)에 수록된 어머니의 음성이 담긴 스킷에서도 드러난다.
전자에서는 몸은 아프지만 아들의 성공이 자랑스러운 심경을 드러낸다. 후자에서는 직접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양면성을 기베온에게 조언한다. 이처럼 구성적 장치와 구체적 상황 설정이 돋보이는 가사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전반적으로 가사의 의미를 곱씹으며 들을만한 순간이 제법 있다.
그럼에도 언급한 것처럼 앨범이 주는 감흥이 크진 않다. 흥미로운 내용에 비해 음악적인 설득력이 부족한 탓이다. “For Tonight”처럼 기베온의 멜로디 어레인지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 너무 평이하게 흘러간다. [Give Or Take]을 다 듣고 나면 특유의 목소리만이 잔향처럼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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