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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소울스케이프 - 180g Beats
강일권 작성 | 2022-10-07 17:4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7 | 스크랩스크랩 | 22,539 View

Artist: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Album: 180g Beats
Released: 2000-10-01
Rating: 
Reviewer: 강일권









힙합을 탄생시키고 씬과 문화의 초석을 다진 건 디제이(DJ)
였다. 그들이 없었다면, 힙합을 아예 접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디제이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파티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현장용 음악이자 빈민가 흑인 중심의 하위문화였던 힙합이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정식 레코딩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디제이의 역할은 축소됐고, 자연스레 존재감도 작아졌다. 대신 래퍼와 프로듀서의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한창 팽배해진 ‘90년대 초반부터 디제이들 사이에선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다. 자존심을 지키고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일부는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더 집중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초기 힙합 씬을 일군 프로듀서 대부분은 원래 디제이였으니까.

 

다른 일부는 디제잉 기술을 더욱 심도있게 파고들었다. 보통 두 대의 턴테이블과 디제이 믹서를 이용하여 스크래칭, 비트 저글링 등의 기술을 구사하거나 이를 통해 소리와 음악의 경계가 모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턴테이블리즘(Turntablism)이라 정의했다.

 

한국 힙합 디제이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의 데뷔 앨범 [180g Beats]를 보다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이상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음반 수집가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디제이와 턴테이블리즘에 기반을 둔 디제이의 특징이 모두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의 ‘180g’은 앨범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바탕이 된 ‘Vinyl’ 한 장의 무게를 상징한다.).

 

MC 메타, MC성천, 리오 케이코아(Leo K'koa), 세븐(Seven), 대팔 등의 래퍼와 함께한 수록곡(“부초”, “일탈충동”, “Story”, “선인장”, “Sign”)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곡이라면, 루프 위로 연설/내레이션 샘플을 얹고 커팅과 스크래칭을 가미한 음악시간이나 제목처럼 빠르기에 따른 변주와 턴테이블 기술을 버무린 보통 빠르기/느리게같은 곡은 턴테이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체감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Morning”“Candy Funk”에서는 프로듀싱과 턴테이블리즘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완성도도 뛰어나서 앨범의 하이라이트 또한 장식하는 곡들이다. 퍼포머는 없지만, 마치 턴테이블 위에서 즉흥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듯하다. 특히 랩과 보컬을 배제한 채, 오직 비트로만 이끌어가는 인스트루멘탈 힙합은 당시 한국 힙합에서 매우 드문 시도였다.  

 

“Morning”은 건조한 질감의 드럼과 둔중한 베이스가 비트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디지털 가공된 악기와 보이스 샘플이 교차하며 형성된 메인 루프가 탁월하게 어우러졌다. “Candy Funk”는 펑크(Funk) 그루브에 기반을 둔 리듬 파트 위로 멜로딕한 건반 루프를 쌓고, 적재적소에 보이스 샘플을 얹어 완성했다. 모든 요소의 균형이 잘 잡혔으며, 앨범의 정체성을 드러내듯 바이닐 잡음을 연출한 지점도 인상깊다.

 

한편 래퍼와의 작업 중에선 부초(浮草) (80일간 세계일주 외전)”이 단연 압권이다. 마른 드럼과 튕겨 오르는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비트는 물론, 당대 최고의 랩 스킬을 보유했던 MC 메타의 절묘한 래핑이 앨범에서 가장 펑키하고 타이트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참여한 다른 래퍼들이 한국 힙합 초기의 전형적인 굴곡진 플로우를 들려주는 사이 메타는 예의 절도있고 유려한 플로우로 다른 차원의 감흥을 안긴다. 마지막 벌스 전에 리듬부와 루프의 진행을 비튼 구성, 그리고 미스터리의 순탄치 않은 인생 역정을 스토리텔링과 밀도 높은 라임으로 엮은 가사도 일품이다.

 

[180g Beats]는 애초부터 래퍼 위주로 형성되어 흘러가던 한국 힙합 씬에서 디제이와 디제잉 중심으로 완성된 최초의 힙합 앨범이었다. 그 안에 샘플링의 정수와 턴테이블리즘의 묘미가 동시에 담겼다. 힙합 역사, 그중에서도 디제이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작품에서 전해지는 감흥과 길어 올릴 가치가 더욱 남다를 것이다.

 

이후로도 디제잉과 프로듀싱의 조화를 꾀한 형식의 앨범이 좀처럼 나오지 않은 현실을 돌아보면, 소울스케이프의 과감한 시도가 더욱 대단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여전히 촌스럽지 않은 비트와 사운드의 완성도는 [180g Beats]가 그저 당대의 기준 안에서만 머무르는 걸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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