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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상반기 놓치면 아쉬울 힙합, 알앤비 앨범
리드머 작성 | 2023-08-05 12:4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9 | 스크랩스크랩 | 14,559 View




2023
년의 반을 지난 시점에서 미처 리뷰로 다루지 못했지만, 놓치면 너무 아쉬울 국외 힙합, 알앤비 앨범을 소개합니다. 정식 리뷰를 했다면 R 4개 이상은 받았을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여전한 앨범의 홍수 속에서 미처 체크하지 못했거나 일상이 너무 바빠 제대로 챙겨 듣지 못했던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Mickey Diamond, Ral Duke - Oroku Saki (2023-01-12)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 미키 다이아몬드(Mickey Diamond)는 대단한 작업량을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합작 앨범을 포함해 작년에만 무려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는 2023년 상반기가 막 지난 시점에 벌써 넉 장의 앨범을 더 내놓았다. 그를 주목하는 건 단지 다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완성도 또한 범상치 않아서다. 올해 초 발매한 [Oroku Saki]는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다.

앨범의 제목 오로쿠 사키(Oroku Saki) [닌자 거북이,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시리즈의 메인 빌런 슈레더(Shredder)의 이름이다. 금속 가면을 쓴 코믹스의 빌런이라는 점에서 엠에프 둠(MF DOOM)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여러 차례 둠을 언급하며 그를 기린다
서정적이고 느긋한 랄 듀크(Ral Duke)의 프로덕션 위로 유려하게 흐르는 미키의 랩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묵직하게 울리는 저음으로 차분하게 읊조리는 랩이 비트 위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현실과 코믹스의 레퍼런스를 오가는 재기 넘치는 가사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인트로에 이어 오로쿠 사키에 빙의하는 “Oroku Saki”, 라인마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와 빌런들을 차례로 꺼내며 재치 있는 라이밍을 선보인 “Multiverse” 등등, 흥미로운 곡이 이어진다. [닌자 거북이]의 또 다른 캐릭터를 소환하여 몬도 슬레이드(Mondo Slade)와 함께 합을 맞춘 마지막 트랙 “Shredder vs. Casey Jones” 역시 백미다. 22분여의 다소 짧은 러닝타임은 아쉽지만, 그만큼 컨셉과 미키 다이아몬드의 음악 스타일을 강렬하게 응집해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진석)

 

 

Liv.e - Girl In The Half Pearl (2023-02-09)

 

리브(Liv.e)의 두 번째 정규앨범 [Girl In The Half Pearl]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극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인더스트리얼, 힙합, 재즈, 엠비언트 등등, 다양한 장르가 해체와 재조합을 반복하며 난장이 펼쳐진다. 먹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드럼 앤 베이스를 차용한 리듬 파트가 어우러지는 비트 위로 낮게 읊조리는 보컬이 중심을 잡아주는 첫 곡 “Gardetto.”는 앨범의 복잡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를 대변한다.

“Ghost”, “HowTheyLikeMe!”, “NoNewNews!!!”
처럼 댄서블한 곡과 “Heart Break Escape”, “Wild Animals”, “Our Father”처럼 침잠된 무드의 곡이 교차되는 가운데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한 소스가 중간중간 난입해 일정한 기조를 유지한다. 파격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사운드지만, 앨범을 끝까지 들으면 하나의 긴 곡을 들은 것처럼 느껴진다
닿지 못할 사랑에 대한 갈망과 우울은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흘러가다가 “Ghost”의 말미에 ‘Just wanna get back home’이라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보컬은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전까지의 자신을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묘사한 “RESET!” 이후 다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여정으로 바뀌는 구성도 굉장히 극적이다. “NoNewNews!!!”에서 매트릭스의 빨간 약, 파란 약 설정을 빌려오는 등 독특한 표현과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사, 그리고 말하는 것처럼 감정선에 따라 변화하는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Girl In The Half Pearl] 2023년 가장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동시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정서를 품은 획기적인 알앤비 앨범이다. (황두하)

 

 

LB199X - Stigma (2023-02-24)

 

엘비나인틴나인티엑스(LB199X) [Stigma]는 절규하는 듯한 앨범 커버에 걸맞은 작품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현실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자신과 주변인의 일상에 맞닿은 경험과 생각을 생생히 랩으로 풀어낸다. 특히 '낙인'이라는 앨범명이 강하게 와닿을 정도로 블랙 커뮤니티가 겪는 불쾌한 일상을 나열한다. 흑인으로서 쉽게 체감하는 차별과 억압에 피로감을 느끼며 이를 강력한 어조와 리드미컬한 랩을 통해 표현한다.

 

공격적인 뱅어 곡인 "Don't Test Me", 현실에 대한 원망과 간절함을 종교적인 믿음과 이어낸 "Gifted"가 그렇다. 물론 강한 감정만으로 일관하진 않는다. 분노를 표출하는 에너지는 어느 순간 주변인을 향한다.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내면의 고민과 생각을 진솔하게 써 내려가며, 삶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등 일상이 나아지길 바라고 긍정한다. 이처럼 소재와 그에 따른 감정선을 다채롭게 취한 덕에 랩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이 상당하다.

 

진진한 프로덕션도 완성도를 더한다. 무드와 소재에 따라 붐뱁과 트랩을 섞었으며, 샘플링과 악기 소스를 여럿 사용하여 소리를 다채롭게 설정했다. 어두운 내용 밑으로 베이스를 통해 음습한 비트를 만드는가 하면, 격앙된 랩에 맞춰 강한 타격감을 전달하는 드럼을 내세우고, 애상적인 이야기에 어울리는 차분한 전개와 미니멀한 구성을 꾸리기도 한다. 하이드라(Hydra)를 비롯하여 피처링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도 적절히 곡에 녹아든다. 30분의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강렬한 데뷔작이다. (장준영)


 

Icecoldbishop - GENERATIONAL CURSE (2023-03-24)

 

아이스콜드비숍(Icecoldbishop)의 정규 데뷔작을 듣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good kid m.A.A.d. city]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에 경의를 표한 프로덕션, 쉰 목소리부터 높고 날카롭게 왜곡된 목소리에 이르는 다양한 톤의 래핑, 이를 통해 탁월한 리리시즘(Lyricism)과 스토리텔링으로 녹인 개인의 투쟁사까지, [GENERATIONAL CURSE]는 마치 [good kid m.A.A.d. city]의 좀 더 황량한 버전 같다.

 

물론, 아류작이라면 이렇게 소개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폭력, 마약, 범죄로 건설된 후드에서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비숍은 내재된 트라우마와 분노를 도시 안팎에 대한 묘사와 함께 처절할 만큼 솔직하게 뱉어낸다. 흑인 빈민가의 처참한 현실을 초래한 미국 정부는 그의 주요 타깃이다. 제목부터 적나라한 “THE GOV'T GAVE US GUNS(정부가 우리에게 총을 줬어)”는 대표적이다. 그는 악마로 빙의하여 분노의 주술이 걸린 랩을 쏟아낸다.

 

뮤직비디오에서 부시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까지 동원하며 비판 의지를 강조한 “D.A.R.E.”도 비숍과 이 앨범이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매우 정치사회적인 힙합임을 방증한다. 그의 뛰어난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웨스트코스트 힙합 스타일과 이를 응용한 짜릿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비트와 만나 매 순간 연소한다. 특히 지펑크(G-Funk)의 영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TIL THE END", "FOCUSED", 클라우드 랩 사운드에서 지펑크로 변주되는 “D.A.R.E." 등은 과거에 대한 존경과 현재의 정서를 버무리는 황금 레시피와도 같다. 올해 가장 놀랍고 강렬한 데뷔작 중 하나다. (강일권)

 

 

Dreamer Isioma - Princess Forever (2023-04-21)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조류에서 기존의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새 인물도 꾸준히 나타난다. 드리머 이시오마(Dreamer Isioma)도 그중 하나다. 데뷔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다수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여준다. 이시오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프로덕션이다. "Z's Lullaby"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곡의 토대와 보컬 방식에선 분명히 알앤비를 축으로 두었다. 하지만 뼈대 위로 붙은 살엔 다른 장르로 차곡차곡 빚어놓았다.

 

멀린 우드(Merlyn Wood)와 함께한 "Touch Your Soul"에선 아프로비츠(Afrobeats)를 끌어왔고, 맹렬히 쏟아내는 기타 연주가 특징인 "Why Pray To God"에선 사이키델릭 록의 양분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 흔적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Dumb In Love With You"에서는 로파이(Lo-fi)한 사운드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특성을 가득 담아낸 "Venus Versus Mars", "Technical Love"도 놓칠 수 없다. "F**k Tha World" "Dumb In Love With You"에선 보컬의 장점이 명확히 드러나 흥미롭다.

 

이시오마의 보컬은 파워풀하지 않고 고음과는 무척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이다. 중저음을 강조하는 여유 있고 편안한 가창이 프로덕션을 통해 주조한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허스키한 동시에 얇은 음색이 색다르게 느껴져 묘한 재미를 준다. 아름다운 이시오마의 꿈에 흠뻑 젖게 되는 흐뭇한 순간이 [Princess Forever]에 있다. (장준영)

 

 

Emily King - Special Occasion (2023-05-02)

 

아티스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명예를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또는 내면의 소리를 표출하기 위해 음악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단 에밀리 킹(Emily King)은 돈이나 유명세가 1순위인 아티스트는 아닌 것 같다.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후보에 여러 번 올라 이름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획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립적인 길을 선택했다. 그는 목소리가 가진 본연의 힘과 내면을 표현하는 음악이 주는 울림을 믿는 듯하다.

 

에밀리 킹은 기타로 음악의 토대를 마련한다. 그 위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축조한다. 비교적 미니멀한 프로덕션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다. 더불어 [Special Occasion]은 이전의 기조를 고스란히 가져간다. 그러나 빈티지한 질감과 소울을 섞어 이전과는 또 다른 프로덕션을 구축했다. “Special Occasion”은 그가 가진 음악적 장점을 모두 담아낸 곡 같다. 기타가 중심에 있는 미니멀한 프로덕션으로 부드러운 무드를 형성하며,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노랫말을 엮었다. 뒤이어 등장하는 “Medal”은 경쾌한 박수 소리를 중심으로 베이스와 피아노가 점층적으로 어우러진다. 흥을 돋우기에 충분한 곡이다. 루카스 넬슨(Lukas Nelson)의 목소리가 더해진 “Bad Memory”부터 “Closer To Morning”까지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에밀리 킹에게 음악이란 일상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흔하게 들릴 수 있는 기타 소리를 주 무기로 사용하고, 노랫말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이 힘을 갖는 이유는 삶을 지탱하는 모든 것에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뻔한 표현이지만 에밀리 킹은 삶을 노래한다. 그의 음악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김효진)

 

 

IDK - F65 (2023-05-03)

 

래퍼 겸 프로듀서 아이디케이(IDK)의 가장 큰 매력은 의외성이다. 항상 주제와 사운드의 전형성을 비튼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F65]도 마찬가지다. 재즈와 트랩, 알앤비와 힙합이 교차하는 프로덕션 위로 인종, 성공, 사랑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한다. 잔잔한 재즈 사운드 위로 경찰에 대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는 “Mr. Police”는 대표적이다.

 

게스트 활용도 인상적이다. ”Mr. Police” 앞에 위치한 “D.S.T.P”에는 부지 배드애스(Boosie Badazz)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해 ‘fuck the police’를 외치고, 연인과의 굳건한 사랑을 노래한 “Still Your Man” 앞에 위치한 “Middle Passage”에서는 스눕 독(Snoop Dogg)이 자신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준다.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는 인트로인 “Cape Coast”를 비롯한 세 트랙에 참여해 앨범 전반에 소울풀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앨범을 관통하는 중요한 매개체는 ‘F1’이다. 아이디케이는 F1 경기의 중계 방송을 중간마다 스킷으로 삽입했다. 중계 방송의 주인공은 최초의 흑인 F1 월드챔피언이 된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이다. 아이디케이는 루이스의 경기와 흑인의 일상적인 운전을 비교하면서 래퍼로서 화려한 삶을 살다가도 동네에서는 여전히후드를 살아가는 모순된 상황을 토로한다. 루이스가 선전하는 상황을 담은 마지막 트랙 “Freetown”은 블랙 커뮤니티에 대한 긍정의 표시인 동시에 아이디케이의 음악적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F65]를 들어보면 그러한 야심이 단순히 허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사운드, 개인과 사회를 가로지르는 통찰력을 담은 가사가 어우러진 아이디케이의 음악적 역량이 집약된 작품이다. (황두하)

 

 

Billy Woods and Kenny Segal – Maps (2023-05-05)

 

비범한 아티스트의 합작을 마주할 땐 언제나 설렌다. 이를테면 뉴욕의 래퍼 빌리 우즈(Billy Woods)와 엘에이의 프로듀서 케니 시걸(Kenny Segal)이 그렇다. 두 재능이 2019[Hiding Places] 이후 다시 만났다.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나 다시금 바빠진 투어 일정 중에 만든 [Maps]는 빌리 우즈도 설명했듯이 포스트 팬데믹앨범이다. 강제적으로 칩거해야 했던 그들의 벼른 여행 기록이자 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물론 낭만적이거나 평범한 여행기와는 거리가 멀다. 우즈와 시걸은 유머, 냉소, 스토리텔링, 공포, 그리고 변화무쌍한 프로덕션으로 지도를 완성했다. 우즈는 몇 차례에 걸쳐 황금기 힙합을 거론하지만, [Maps]의 음악은 전통적인 뉴욕 힙합과 지극히 실험적인 얼터너티브 힙합이 불규칙하게 혼재한 결과물이다. 글리치 요소를 적극 끌어온 첫 곡 “Kenwood Speakers”부터 프리 재즈의 자유로운 코드 진행과 템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석적 래핑으로 주도하는 “Blue Smoke”, 기존의 힙합 드럼 패턴에서 벗어난 리듬과 변칙적으로 삽입된 루프 및 사운드 소스가 어우러지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 “Hangman” 등등, 비선형적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그득하다.

 

그런 가운데 멜로디의 힘 또한 순간순간 살아나는 곡이 절묘하게 포진했다(“Soft Landing”, “NYC Tapwater”, “The Layover”). 이 같은 프로덕션은 때때로 초현실주의까지 나아가는 우즈의 가사와 만나 [Maps]를 어떤 이상세계에 대한 기록처럼 여겨지게 한다. 부디 이들의 합작이 계속되기를. 마지막 곡이 끝나갈 때쯤이면 이 생각이 간절해진다. (강일권)

 

 

No Guidnce - Is it A Crime? (2023-06-01)

 

누군가 알앤비(R&B)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알앤비는 여전히 울려 퍼진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말이다. 꼭 새로운 모습이 아닐 때도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힙합/알앤비를 구사하며 티엘씨(TLC)와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를 떠올리게 하는 영국의 3인조 여성 그룹 플로(Flo)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모인 영국 남성 그룹 노 가이던스(No Guidance)도 마찬가지다. 90년대 후반과 ‘00년대를 풍미한 알앤비 보컬 그룹의 모습과 닮았다.

 

저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보컬 화음을 쌓아 후렴구를 장식하는 "Is It A Crime?"은 앨범의 시작이자 하이라이트다. 가사와 프로덕션, 멤버들의 보컬 퍼포먼스까지 각 요소가 부족함 없이 어우러졌다. 시대성을 반영한 듯 '그녀들을 모두 원하는 게 죄인지 알려 달라("Tell me, is it a crime to want them all?")'는 다소 능글맞은 가사도, 둔탁한 드럼 사운드로 단순하게 진행되는 리듬도 모두 익숙하지만 새롭다.

 

우리를 새로운 시대로 데려가는 음악은 단순하게 답습한 음악이 아니라 노 가이던스의 음악적 역량이 일궈낸 성취라 할만하다. 스팬다우 발레(Spandau Ballet) "True"를 샘플링해 재해석한 "Lie To Me"도 듣는 재미를 살린다. [Is It A Crime?]은 단 네 곡이 담긴, 짧은 EP 앨범이지만 그들이 가진 개성과 역량을 표출하기에 충분하다. (김효진)

 

 

Killer Mike - MICHAEL (2023-06-16)

 

[MICHAEL]은 킬러 마이크(Killer Mike) 2012 [R.A.P. Music] 이후 11년 만에 발표한 솔로 정규 앨범이다. 물론 그는 2013년부터 엘피(El-p)와 듀오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무엇보다 킬러 마이크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출생지인 애틀랜타(Atlanta)를 중심으로 블랙 커뮤니티를 대변하고, 내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왔다. 그는 이번에 생의 중반에 와 있는 흑인으로서의 삶을 [MICHAEL]에 투영하고 이를 더욱 확장한다.

 

킬러 마이크가 준비한 이야기는 마치 후회와 분노, 간절함이 뒤섞인 간증을 듣는 듯하다. 그가 겪은 사건과 감정,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은 개인적이지만, 명확하게 미국 내 흑인, 특히 남성을 향해 있다. 첫 트랙 "Down by law"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Shed tears"에서 자신의 추악함을 돌아보게 한다. 이어지는 "Run"의 인트로에서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노르망디해변 상륙작전 한복판에 있는 것과 같아라며 단정하는 초반부터 [MICHAEL]은 청자를 압도한다.

 

이후 앨범 전체를 할애해 자신의 과오를 과감하게 털어내고 통렬하게 사회의 면면을 꿰뚫는다. 하지만 전혀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깊게 감화되는 것은 아마도 블랙 가스펠(Black Gospel)이 지배하는 프로덕션 때문일 것이다. 강렬한 앨범의 끝자락에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죽음을 반추하며 마치 신앙적인 구원을 받는 듯한 “Motherless”가 주는 여운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런 더 쥬얼스의 반쪽으로 음악 경력을 쌓아 왔기에 킬러 마이크가 솔로 앨범 [MICHAEL]에서 쏟아내는 개인의 내밀한 면면과 시선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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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uuu토 (2023-08-07 09:07:28 / 115.39.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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