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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힙합의 상징 ‘트랩’의 시작 ‘Trap Muzik’ 20주년
강일권 작성 | 2023-09-08 22:1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6,355 View



: 강일권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힙합계는 그동안 소외됐던 남부가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하위 장르 트랩 뮤직(Trap Music)의 역할이 컸다.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트랩은 곧 힙합 프로덕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나아가 알앤비와 팝에까지 스며들었다. 오늘날 젊은 힙합 팬을 사로잡은 드릴(Drill)의 탄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트랩의 시작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해야 할 래퍼가 바로 티아이(T.I.). 십대 시절 애틀랜타의 빈민가에서 마약을 팔던 티아이는 지역의 베테랑 프로듀서 디제이 툼(DJ Toomp)과 의기투합하여 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창조한 언더그라운드 히트 싱글 “Dope Boyz”(2001)는 새로운 스타일의 힙합, 트랩의 원형을 제시하는 곡이었다.

 

열렬한 반응이 뒤따랐다. 비록, 여세를 몰아 발표한 정규 데뷔작 [I'm Serious]의 상업적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Dope Boyz”의 폭발력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의 작업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앨범이 [Trap Muzik]이다. 트랩과 음악을 하나로 합친 최초의 래퍼 티아이는 아예 트랩 뮤직이란 용어를 전면에 부각하고 나섰다.



 


디제이 툼이 정립한 스타일이 이번에도 프로덕션의 중심이었다. 그는 롤랜드 TR-808 드럼 머신에서 사운드의 저감을 조절하여 탄탄한 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드럼 머신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샘플링한 다음 SP1200(샘플러)의 시간 정정 기능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스네어와 하이햇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일정한 박자로 떨어지는 기존의 묵직하고 둔탁한 힙합 비트와 달리 엇갈리는 흐름의 날카로운 드럼 사운드가 특징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트랩 뮤직의 가장 전형적인 리듬 파트다.

 

티아이는 그 안에 직접 겪은 삶과 현실을 녹여냈다. 마약 밀매 현장과 판매상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소재다. 이전에도 마약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왔지만, 티아이가 뱉는 마약상 랩에는 생생한 현장감과 기습적인 재치가 넘쳤다. 래핑도 개성이 뚜렷했다. 남부 사투리와 속어, 더불어 특유의 늘어지는 말투에서 비롯한 플로우의 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디제이 툼은 그의 랩 스타일을 '남부 발음으로 뱉는 동부식 플로우'라고 묘사한 바 있다.

 

리드 싱글 “24's”는 이 모든 음악적 특징이 응축된 대표곡이다. 바퀴처럼 매끄럽게 굴러가는 808드럼, 그 위로 장중하게 내려앉는 신스, 따라 부르고 싶게 하는 멜로딕한 후렴구가 조합했다. 그리고 할리우드가 아니라 빈민가 출신임을 분명히 한(‘Cause I ain't hollywood, I come from the hood’) 티아이는 24인치 휠, 자동차, 마약 이야기로 벌스를 채웠다. 많은 힙합 팬이 열광했고, “24's”는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그의 첫 번째 곡이 되었다. 또한 트랩 뮤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데이비드 배너(David Banner)가 만든 "Rubber Band Man"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마약 거래를 소재 삼은 이 곡은 트랩 뮤직 직전에 유행한 서던 힙합, , 크렁크(Crunk)와 트랩의 경계를 가로지른 프로덕션이 돋보인다. 특히 최면을 거는 듯한 사운드로 상승을 반복하는 오르간 리프가 매우 중독적이다. 경쾌한 무드의 "Rubber Band Man"“24's”보다 많은 대중에게 호소하면서 더 높은 차트 순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제목은 티아이가 마약상이었을 때부터 이어진 고무줄을 손목에 감는 습관에서 비롯했다. 고무줄은 거래 현장에서 지폐를 묶는 데에 사용한다. 곡이 히트하자 ‘Rubber Band’는 여전히 ​​마약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 두 곡 외에도 “Be Easy”, "T.I. vs. T.I.P.", "Bezzle", "Kingofdasouth" 등의 곡이 탁월한 트랩 프로덕션을 들려준다.

 

물론, 미국 현지의 평단과 매체도 지적하듯이 [Trap Muzik] 전체가 현재의 트랩과 연결되어 있진 않다. 예를 들어 “Rubber Band Man"“Be Easy” 같은 곡만 해도 과용이 느껴질 정도의 신시사이저를 배합한 클럽 뱅어와 위협적인 거리형 힙합 중간 즈음에 위치하는트랩의 전형적인 무드와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서 구찌 메인(Gucci Mane)이나 지지(Jeezy aka Young Jeezy)의 앨범을 좀 더 중요하게 거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티아이의 음악이 트랩의 시작인 것은 분명하다. Dope Boyz”로 처음 트랩의 언어를 설파했고, [Trap Muzik]을 통해 트랩의 기초를 다졌다. 특히 “24's”를 비롯한 앨범의 중반부 이후 곡들은 가사와 프로덕션 모든 부분에서 장르의 표본을 제시했다. 이는 티아이의 경력뿐만 아니라 남부 힙합의 미래에도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티아이는 [Trap Muzik]의 발매일(2003819)을 트랩의 공식적인 탄생일로 언급하면서 본인을 트랩 뮤직의 창시자로 칭해왔다. 많은 이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트랩 뮤직이 힙합을 장악하고 시대를 정의하는 사운드가 되면서 이 앨범은 당시보다 더욱 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기념비적인 앨범의 발매 20주년이다.

 

지금도 트랩은 여전히 ​​힙합을 선도하고 있으며, 다른 여러 장르에도 스며들었다. 이러한 영향은 2003년의 티아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남부 힙합의 사운드를 정의하고 장르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Trap Muzik]은 오늘날의 힙합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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