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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코예 -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
- 장준영 작성 | 2024-08-25 17:26 업데이트 | 추천하기 21 | 스크랩 | 24,481 View
Artist: 오코예(O'KOYE)
Album: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
Released: 2024-07-15
Rating:
Reviewer: 장준영
오코예(O'KOYE)는 프로듀서 오투(The o2)와 래퍼 이쿄(IKYO)가 만나 결성한 팀이다.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합작이 갑작스럽지는 않다. 래퍼 화지가 주도했던 '이주민'을 시작으로 각자 결과물을 내놓을 때마다 대부분의 곡에 서로의 이름을 올려왔기 때문이다.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이쿄의 EP [11:59](2021)이 발매된 시점이었다. 재즈와 힙합을 재료 삼은 프로덕션과 그에 어울리는 탄탄한 랩이 만나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두 아티스트의 호흡이 훌륭했기 때문에 짧은 분량에도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정규 앨범이 발매됐다.
무려 13곡이나 수록한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은 기존의 두 곡("Jazztext", "인디언 기우제")을 앨범 단위로 확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첫 싱글이었던 "We"가 대표적이다.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의 표현력 넘치는 연주를 필두로 빠르고 잘게 쪼갠 비트, 정형과 비정형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건반 소스 등, 많은 것이 아방가르드 재즈(Avant-garde Jazz)와 프리 재즈(Free Jazz)의 흥취를 돋우는 요소로 가득하다.
"Jazztext"와 "We"에서 마주하는 스타일은 다른 곡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앨범 내내 실제 연주, 또는 유사한 질감의 샘플을 듬뿍 사용한 덕분에 버무린 장르의 특징이 훨씬 강조된다. "Free Bird"에선 아프로비트(Afrobeat)의 여러 곡을 떠올리게 하고, "Yezzir"에선 윤석철의 화려한 터치를 더해 폭발적인 사운드를 주조했다. "하늘을 봐"를 통해선 기타 소스와 브라스 연주로 집시 재즈(Gypsy Jazz)의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재즈 랩의 덕목을 잘 챙긴 "Hallelujah", 일렉트로닉과 재즈를 힙합 프로덕션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I Just Wanna Dance"도 인상적이다.
오투의 존재감이 강하지만 한쪽만 빛나는 건 아니다. 프로덕션과 랩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묘한 긴장감과 시너지를 내내 만들어낸다. 이쿄의 역할이 컸다. 프로덕션이 변화함에 따라 그의 플로우 역시 능수능란하게 변한다. 엇박자에 정형적이지 않은 비트 위로 쉬이 음절을 쪼개고 소리를 배치한다. 한국어를 듬뿍 활용한 각운은 꽤 정교하게 배치되어 귀에 꽂힌다.
가사는 현학적인 단어 대신에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로 채웠다. 하지만 흔하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시가 연상될 정도로 다채로운 은유와 상징을 치밀하게 담았다. 다만 모든 곡에서 표현에 집중한 탓에 개인적인 일화와 감정이 조각조각 산재해 있다. 그래서 맥락과 구체적인 정황이 부족하여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는 정도가 제한적이다. 당연히 내용 측면에서 재미가 줄어들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싱잉도 아쉽다. "Broken"과 "Lift Me Up"이 대표적이다. 소리를 여러 겹으로 쌓은 탓도 있지만, 랩에 비해 부정확한 발음이 계속되다 보니 이쿄의 장점인 전달력이 떨어진다. 내달리는 곡들 중간에 차분한 프로덕션이 난입해 다소 흐름을 끊기도 하며, 퍼포먼스 역시 다른 순간보다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은 개성 강한 두 아티스트가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협업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일부 아쉬운 지점도 있으나 명확한 컨셉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잘하는 방식을 알차게 녹여냈다. 신예의 합작이란 점에서 더욱 기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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