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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저스디스(JUSTHIS)
Album: Lit
Released: 2025-11-20
Rating:


Reviewer: 장준영
저스디스(JUSTHIS)는 [2 Many Homes 4 1 Kid](2016)를 통해 과거의 사건에서 촉발된 분노와 무명 래퍼로서 겪는 설움을 동력으로 삼아 낯설고 불편한 극을 담았다. 적나라하며 폭력적인 표현이 주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앨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랩과 디프라이(Deepfry)가 주도한 감각적인 프로덕션엔 누구도 쉽게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2 Many Homes 4 1 Kid] 이후로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Lit]도, 역시 증오와 분노를 골자로 한다.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날 것 그대로의 디스를 쏟아내는 "THISpatch", 서정적인 무드의 비트에 돈과 명예에 따라 변하는 관계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내놔", 애증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XXX"이 대표적이다.
다만, 앨범이 진행되면서 분노의 대상이 점차 수렴되던 첫 정규와는 다르게, 새 작품은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는 모양새가 강하다. "Can't Quit This Shit"이 그렇다. 케이팝과 종교, 음악 산업, 팔레스타인 학살 등등, 한 구절마다 내용이 휙휙 바뀌는 탓에 의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어 당황스럽다. 또한 일관성 없는 소재와 의견 제시를 쏟아내는 것 자체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뤄야만 하는 강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스디스와 이야기를 다루는 범위와 관점에서 이질감이 드는 일리닛(ILLINIT)의 랩도 어색하다.
마지막 곡 "Home Home"도 비슷하다.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의 형태를 띠는 구성에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마약, SNS, AI, 사회 운동, 환경 운동, 종교 등등, 많은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피상적으로 제시하고 나열하는 것에 그쳐,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저스디스와 함께 한 유승준의 참여도 의문스럽다. 현시점에서 음악 활동은 물론이고 사회 활동과도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물을 참여시킨 것 자체가 불필요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제와 어우러지지 않는 비유와 일화가 많은 점도 아쉽다.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내가 뭐라고"는 어색한 첫 마디를 시작으로 신경 물질과 노동 시간, 유행 트렌드, 마약 전달 수법 등 마치 뉴스처럼 정보 전달에 치우치는 듯한 가사가 효과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원관념이 모호한 "내 얘기"는 공감은 물론이고 설득력을 찾기도 어려운 은유로 가득해 의도 전달과 표현력 모두 실패한 곡으로 느껴진다.
저스디스는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혐오 표현을 정제 없이 쏟아내는 래퍼 중 하나다. 공격적인 단어를 가득 채운 [2 Many Homes 4 1 Kid]에서는 래퍼로서 잘 풀리지 않는 현실과 최면이라는 컨셉, 그리고 스탠딩 코미디의 형식을 가져온 구성을 통해 불편한 순간을 작품으로써 받아들이고 충격을 상쇄하는 전략이 있었다. 하지만 [Lit]에선 하나의 음악적인 장치로서 거친 가사가 배치되진 않는다. 단순히 남성성과 성공한 래퍼로서의 위치를 드러내는 것에 그칠 뿐, 마땅한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 "THISISJUSTHIS Pt. III"가 그렇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한 혐오 표현이 수준 낮은 일차원적인 가사로 구현돼, 일말의 가사적인 성취는 잃고 역설적인 감흥 대신 폭력적인 내용만 남았다.
앨범에서 퍼포먼스가 전체적인 몰입감을 방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로덕션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붐뱁 프로덕션의 "Lit", 단조 중심의 화음을 이루지 않는 멜로디, 음습한 느낌의 베이스를 앞세워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Lost", 보사노바를 토대로 하는 원곡("Omar Gatlato")을 활용해 중독적인 훅과 리드미컬한 프로덕션을 주조한 "Wrap It Up"까지. 괜찮은 곡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Lit]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과거의 일화를 풀어내는 곡이다. "유년"에선 저스디스 특유의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묘사로 유년 시절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이어지는 "Vivid"에선 잊히지 않는 학창 시절의 기억과 생각을 담았다. "돌고 돌고 돌고"에선 불화의 고조와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가족과의 관계를 라디(Ra. D)와 함께 차분한 퍼포먼스로 생생히 그렸다. 저스디스가 다룬 과거 중 가장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타이트한 플로우와 꽉 찬 라임이 더해져 강렬한 순간을 만든다.
이번 작품이 내용상으론 큰 만족감을 찾긴 어렵지만, 랩 스킬 자체로는 여전히 인상적인 것이 사실이다. "내 얘기"에선 불필요한 한영 혼용은 거세하고 자연스럽고도 정교하게 맞춘 라임이 굉장하며, 다채로운 소스 사용과 변주를 장착한 "Curse"에선 저스디스의 장기인 리드미컬하고 톡 쏘는 랩이 헤비한 베이스와 어우러져 흡족하다. 박자를 잘게 쪼갠 재즈 랩 프로덕션에 무심한 듯 신속하게 내뱉는 "Interrude"는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Lit]에선 저스디스의 여전한 장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저스디스이기에 아쉬운 지점도 가득하다. 어쩌면 앨범명처럼 근사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Lit]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앨범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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