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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가리온
Album: GARION2
Released : 2010-10-26
Rating : +
Reviewer : 남성훈
다만 [부사 1.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비슷한말: 단지]
2010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판에 대한 체념과 분노, 그리고 서슬 퍼런 의지가 불편하게 마구 뒤섞여 있는 “다만, 가리온”으로 청자의 감정을 3분간 뒤흔들어 놓으며 시작된 앨범은 플래시백 기법으로 MC 메타와 나찰이 가리온을 결성하던 풋풋했던 어느 순간으로 데리고 간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아티스트들이 그리는 이상(理想)세계인 “약속의 장소”를 꿈꾸었던, 그 약속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을 이끌던, 그리고 아직도 꿈꾸는 가리온의 모습은 “다만, 가리온”과 충돌하며, 그 힘을 더 한다. 그리고 [GARION2]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첫 두 곡에서 전부 드러난다.‘끔찍한 돈에 묶인 내 손엔 가난한 노래 꿈꾸는 죄인의 간단한 고백, 계산적이던 내 친구는 벌써 제 밥벌이로 고생은 없어. 나보다 꿈 많던 그가 날 보며 “그래 넌 끝까지 꿈이나 먹어’ - 산다는 게 中
사회의 보편적인 성공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예술가의 원초적인 번뇌는 앨범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랑노래인 “그 날 이후”마저 본 앨범에 위치함으로써 그것 중 하나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정서가 물론 앨범의 성격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적절한 양의 자기 한탄은 반골기질이 다분한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타고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비장미와 공격성이 드러나는 순간을 극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가리온은 선을 확실히 긋는다.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처세술은 혐오의 대상이며 동료를 빼앗는 원흉이다. 힙합판의 현실을 은유한 “복마전”에서 판을 우롱한 이들에게 보내는 혐오 섞인 분노는 무자비해 보이며, 이런 모습이 오히려 무척이나 쿨하고 통쾌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놈의 이름을 묻지, 또 다른 이름은 무식, 가진 것은 가식과 폭력이라는 무기, 순수를 목 졸라 죽인 지탄의 영순위, 항상 돈만 쫓아다니는 진짜 바보 멍청이’– 영순위 中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 중앙에 있는 “영순위”와 “판게아”. 웅장한 분위기의 비트를 타고 노는 절정의 랩을 들려주는 MC 메타와 나찰의 날 선 충고, 그리고 이 곡에서만큼은 차세대 MC 메타로 꼽아도 될만한 넋업샨의 팽팽한 랩은 “영순위”를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은 힙합 판을 떠났던 피타입을 소환한 “판게아”다. “약속의 장소”의 또 다른 은유로 보이는 “판게아”를 향한 비장한 분위기의 랩은 DJ 소울스케이프의 색다른 질감의 비트를 만나 마치 주술이나 예언처럼 들리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앨범의 후반에서는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힙합1세대들이 겪었을 무대 위의 즐거움을 전하는 “소리를 더 크게”는 흥겹지만 아련하며, “12월16일”은 한 개인이 어떻게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뒤로 한 채 비주류장르 음악에 삶을 바칠 수 있었는지 MC 메타의 개인사를 통해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부사 1.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
앨범은 “다만, (가리온)”으로 시작해, “그리고, (은하에 기도를)”로 끝난다.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드코어 힙합만을 보여주는 이 팀은 앨범 내내 그것을 지켜내려고 날을 세워 투쟁하고, 결국 이 흐름은 계속 ‘연결’될 것임을 알린다.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진정성과 실력. [GARION2]는 세 번의 단계를 거치며 진정성을 획득한다. 가리온 스스로가 자신에게 던지는 다짐, 그리고 그 다짐을 해하는 세력들에게 내뱉는 경고, 마지막으로 동료와 후배들이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지침서의 단계가 그것들이다. 최종 소비자는 이 세 단계를 함께 밟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GARION2]의 뛰어난 점은 한국힙합의 가장 중요한 앨범인 자신들의 전작 [GARION](2004)을 그 시대의 마감된 예술작품으로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전작에 빚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이다. 전작에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앨범의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던 MC 메타와 나찰의 ‘한글’ 랩 스킬이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가리온의 탁월한 비트 선별 능력과 –최근 칸예웨스트(Kanye West)의 싱글 “POWER”로 호평받은- S1부터 이름만으로 반가운 MC 성천까지 다채로운 프로듀서 진의 탁월한 비트들이 결합돼 한 곡 한 곡 흠잡을 수 없는 완성도를 이루었다. 앨범에 깔린 주제의식은 한국 힙합의 최전선 가리온이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공연에서의 폭발력은 가리온의 정체성을 증명하며 앨범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GARION]의 모든 곡들이 힙합 팬들에게 회자되며 앨범 역시 칭송받았듯,[GARION2]의 수록곡들 역시 팬들의 취향에 따라 각각의 생명력을 가지고 오랜 시간 회자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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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듣고있다는 사실자체가 날 기쁘게 했지만 ..금방 질려버렸다.
이것은 가리오니즘이 아닌 과거 앨범에서의 반복일뿐이다 준비기간이 길어져서 가리온이라는 전설에 탑승하기 위해 만들었던 비트들도 시간이 지나 낡았고 그렇게 마냥 세련되지는 않게되었다. 하지만 이런것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한때는 세대를 이끌었던 가리온이란 밴드는 이제 매너리즘을 상징하는 단어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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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리뷰읽고 다시들으니
앨범 이해가 더 잘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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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가리온의 앨범은 투자할만한가보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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