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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ph Titled & Buckwild - Nineteen Ninety Now
양지훈 작성 | 2010-12-03 01:0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3 | 스크랩스크랩 | 26,921 View

Artist: Celph Titled & Buckwild      
Album: Nineteen Ninety Now
Released : 2010-10-26
Rating : +
Reviewer : 양지훈








그동안 내가 힙합을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아직도 주변에는 '90년대 초•중반의 힙합을 사랑하는 이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케이알에스원(KRS-One), 이피엠디(EPMD), 쿨 쥐 랩(Kool G Rap), 갱 스타(Gang Starr) 등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90년대 명반을 찾으면서 마치 동해에서 진주를 건진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국외는 물론, 국내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존재한다는 걸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옛 것을 찾다 보니, 이들은 이른바 '마니아층'이라고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2010년 말, 그러한 마니아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앨범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90년대 골든 에이지를 풍미한 힙합 프로듀서 벅와일드(Buckwild)와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진영의 실력자 셀프 타이틀드(Celph Titled)가 만든 합작 앨범 [Nineteen Ninety Now]이다.
 
앨범의 제작 동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노 슬립(No Sleep) 레이블 측에서 벅와일드에게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비트를 활용하여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평소 벅와일드를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생각하던 셀프 타이틀드와 뜻이 맞아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벅와일드는 '94~'95년 사이에 만들었던 미공개 음원을 하나둘씩 공개하기 시작했고, 셀프 타이틀드가 그의 비트에 맞추어 랩을 하였으며, 디제이 미스타 시니스타(Mista Sinista)가 전반적인 스크래칭과 커팅을 담당했다.

음반을 플레이하고 벅와일드의 비트에 귀를 맡기는 순간, 우리는 이렇게 주옥같은 음원을 지금까지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묵직하고 정교한 베이스 라인과 스네어, 그리고 골든 에이지를 주도하던 앨범에서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던 샘플링의 향연이다. 쿨 쥐 랩의 [4, 5, 6]에서 베스트 트랙으로 손꼽히던 "Blowin' up in the World", 오씨(O.C.)의 [Word... Life] 앨범에 수록된 "Time's Up"에서의 느낌이 [Nineteen Ninety Now]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업 도중 셀프 타이틀드가 벅와일드에게 이런 비트를 왜 진작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수차례 되묻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완벽하다. 앨범 전반에 걸쳐 턴테이블 리릭을 수놓는 미스타 시니스타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냈다. 시니스타는 주로 코러스를 스크래칭으로 처리하면서 매 트랙마다 자연스러운 전개를 유도하는데, 이는 커먼(Common)의 [Resurrection]에서 노 아이디(No I.D.)와 작업했던 모습을 연상케 하면서 다시 한 번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벅와일드의 비트가 워낙 강렬한 나머지 셀프 타이틀드의 랩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수밖에 없지만, 셀프 타이틀드와 게스트 MC들의 랩은 본 작의 또 다른 백미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로 항상 평균 이상의 랩 실력을 보여주던 명성에 걸맞게, 그는 이 앨범에서도 유려한 랩 스킬과 워드플레이를 십 분 발휘한다. 'If you approach I'll murder though my gun flip more shells than a Ninja Turtle show / this is my movie in 3D / slice your neck with a Fugees CD / and stick Lauryn Hill with the coroners bill'과 같은 재치 있는 가사로 자신감을 표출하는 "The Deal Maker"로 시작된 그의 랩은 명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 펑크마스터 플렉스(Funkmaster Flex)의 이름과 그의 유명한 믹스테잎 시리즈인 ‘60 Minutes Of Funk’를 센스 있게 패러디하며 능청스럽게 ‘섹스의 달인(?)’을 노래한 “Fuckmaster Sex”, 그리고 ‘모두가 90년대가 힙합의 황금기였다고 말하곤 하지. 내 견해는 어떠냐고? 나 역시 그때가 힙합 역사상 가장 멋진 시기였다고 생각해.’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힙합팬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연출하는 “Miss Those Days” 등에 이르러 코끝 찡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선사한다.

그를 위시한 하드코어 랩의 달인들이 들려주는 랩의 향연도 상당하다. 트리치(Treach of Naughty By Nature)와 펀치라인 대결을 벌이는 "Out to Lunch"도 괜찮지만, 매 MC가 등장할 때마다 비트를 달리하는 "Swashbuckling"이 조금 더 인상적이다. 셀프타이틀드와 애퍼씨(Apathy), 류(Ryu), 에소테릭(Esoteric)이 등장할 때마다 베이스 라인의 운용을 달리하는 벅와일드의 노련함에 감탄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귀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앨범의 중반에서는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과 디아이티씨(D.I.T.C.) 크루의 멤버들을 대거 동원하며 아예 작정하고 '90년대 힙합의 떼창을 재현하기도 한다("There Will Be Blood"). 이와 더불어 애퍼씨와 치노 엑셀(Chino XL)의 거침없는 랩을 감상할 수 있는 "Styles Ain't Raw"는 앨범 후반부의 대표곡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90년대 힙합의 정수를 제대로 담은 앨범이다. 노 슬립과 계약한 벅와일드 본인에게도, 본 작이 데뷔 앨범인 셀프 타이틀드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90년대를 사랑하는 힙합 마니아들에게도 득이 되는 작품이다. '장인'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어색함이 없는 명 프로듀서와 랩의 달인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90년대 힙합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올해 이보다 더 값진 선물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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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임재호
    1. 임재호 (2011-03-02 00:38:02 / 1.104.248.**)

      추천 0 | 비추 0

    2. 힙합버그에서 공구로 구했네요. ㅠㅠ
  • JH
    1. JH (2010-12-15 12:37:25 / 218.232.178.***)

      추천 0 | 비추 0

    2. 진짜 좋네요~!!!!
  • tical
    1. tical (2010-12-14 00:37:35 / 180.227.32.***)

      추천 0 | 비추 0

    2. 미스타 시니스타가 디제잉을 했군요.. 고딩때 mp에도 왔었는데ㅋㅋ 이런앨범이 지금 신보로나왔다는게 참 신기할정도로 90년대 느낌이 물씬나는 앨범ㅋ
  • CUBEE
    1. CUBEE (2010-12-14 00:26:30 / 110.8.14.***)

      추천 0 | 비추 0

    2. 역시 힙합은 90년대가 진리
  • 신숭털
    1. 신숭털 (2010-12-10 23:45:55 / 122.32.69.**)

      추천 0 | 비추 0

    2. 정말 최고입니다 bb
  • 최재웅
    1. 최재웅 (2010-12-10 12:42:07 / 211.168.251.***)

      추천 0 | 비추 0

    2. 아 이앨범 정말 엄청나죠.
      아무리 90년대 향수로 인해 옛 스타일을 재구성한다 해도 그 느낌을 100%로
      살리기에는 모자람이 있습니다.장비가 좋아졌고 샘플의 기법자체도 발달했으니깐요.
      당시의 칙칙하고 어두우며 탁한 느낌을 완벽히 재현하기는 힘든법이죠.
      그러나 이 앨범은 재구성을 떠나 미발표 비트를 갖다놓은 것이니 정말이지 완벽한 90년대
      Golden Era의 왕림입니다.둔탁한 파열음과 베이스,무미건조한 샘플음들로 인해 달팽이관이 헤어나오질 못하는 ,참으로 오랜만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DITC의 미발표 트랙들이 완전히 씨가 마를때까지 공개가 되었으면 하는...강력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 BadRaw
    1. BadRaw (2010-12-07 00:25:09 / 114.201.85.**)

      추천 0 | 비추 0

    2. 요즘 너무 음악이든 영화든 스케일이 커서 감상할때 부담이 되는데

      90년대 는 아무래도 좋군요
  • 끌리는대로
    1. 끌리는대로 (2010-12-04 14:08:13 / 180.66.210.**)

      추천 0 | 비추 0

    2. 와 이런 앨범을 놓칠뻔했네.. 1번트랙부터 소름이 쫙..
  • unknownn
    1. unknownn (2010-12-03 12:42:09 / 122.40.224.***)

      추천 0 | 비추 0

    2. 이 앨범으로 인해 앞으로 90년대 미공개 비트들이 속속 공개될듯. 반대로 미공개해야 할 비트도 판을 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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