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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Funk! Funk! ② - 한 장의 라이브 앨범에서 느낀 Funk의 무거움
현승인 작성 | 2011-01-13 19:2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1 | 스크랩스크랩 | 21,936 View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장의 라이브 앨범을 소개받았다. [The Black Caucus Concert ]라는 제목의 이 라이브 앨범은 열혈 훵크(Funk) 마니아를 자처하는 날 굉장히 흥분케 했다. 70년대 훵크의 아이콘이자 거물 뮤지션들이, 그것도 세 팀이나 참여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그리고 워(WAR). 이렇게 세 팀이 한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데, 그들이 함께한 라이브 앨범이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라이브 잘하기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팀들이 모인 이 라이브 앨범은 워의 프로듀서인 하워드 스콧(Howard Scott), 제리 골스테인(Jerry Goldstein)과 워의 프론트맨이자 건반 주자인 로니 조단(Lonnie Jordan)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첫 곡은 쿨 앤 더 갱의 “Wild And Peaceful”로 시작된다. 이때는 아직 쿨 앤 더 갱에게 성공의 날개를 달아준 보컬, 제임스 테일러(James "JT" Taylor)가 들어오기 전으로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Celebration”과 같은 쿨 앤 더 갱의 히트곡과는 다른 느낌의 훵키한 연주곡을 들을 수 있다. 특히, 곡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정규앨범에서 들을 수 없는 훵키한 잼이 일품이다. 

 이어지는 커티스 메이필드의 “Give Me Your Love”에서는 그 특유의 그루브한 기타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커티스 메이필드는 자신의 곡이 끝난 후에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다음 무대의 주인공인 그래디스 나이트 앤 더 핍스(Gladys Knight And The Pips)의 “On And On”에서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한때 모타운의 인기 여성 가수였던 그래디스 나이트와 그녀의 오빠와 사촌들로 이루어진 핍스는 1974년, 가수이자 연기자였던 다이안 캐롤(Dianhann Carroll)이 출연한 패밀리 드라마 [Claudine]의 OST에 참여하게 된다. 커티스 메이필드와 그래디스 나이트가 함께 무대에 선 까닭은 바로 이 OST의 제작을 커티스 메이필드가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커티스 메이필드의 기타연주와 그래디스 나이트의 시원한 보컬이 빛을 발하는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   

그래디스 나이트의 곡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워의 무대로 이어진다. 나는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워의 라이브를 수도 없이 봤지만, 그들이 무대에서 앨범에 수록된 곡과 똑같이 연주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만큼 워는 라이브에서만큼은 말로 표현하는 게 죄스러울 정도로 매우 훵키하다. 이 앨범에서도 그러한 라이브를 들려주는데,  “Gypsy Man”의 연주시간은 무려 16분이 넘는다. 라이브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지막지한 훵크 밴드답게 이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나중에는 독자적인 노선을 가지만, 최초 워는 애니멀스(Animals)의 리더 에릭 버든(Eric Burdon)이 발탁하면서 이루어진 밴드였다. 에릭 버든은 한때 블루스의 거장인 지미 위더스푼(Jimmy Witherspoon)과 흑인과 백인이 함께하는 콘셉트의 블루스 앨범인 [Guilty]을 낸 적이 있었다(이 앨범은 [Black & White Blues]라는 이름으로 재발매되었다.). 바로 워의 무대에 이어 지미 위더스푼이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연주되는 곡은 [Guilty]의 수록곡이기도 한 “Goin' Down Slow”로, 에릭 버든의 블루스 기타와 지미 위더스푼의 관록 있는 보컬을 들을 수 있다.

[The First Annual Benefit Concert For The Congressional Black Caucus]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1971년 원내흑인회(Congressional Black Caucus)의 설립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축하공연의 라이브를 담은 것이다. 아프리칸-아메리칸 출신의 미 하원의원들로 이루어진 원내흑인회는 아프리칸-아메리칸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인종차별을 받는 소수 민족을 국내외 교육서비스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 조직되었다. 원내흑인회의 설립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훵크 뮤지션들이 공연했다는 사실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훵크라는 장르 역시 흑인들의 자의식을 세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훵키한 이 라이브 앨범에서 흥분됨과 동시에 훵크의 상당한 무게를 느낀다.
 
옛날 흑인들에게 정치는 친숙한 것이 못되었다. 1865년 미국은 노예제를 폐지한다. 그리고 1867년 의회는 워싱턴 DC의 흑인에게 선거권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선거권이 주어졌음에도 흑인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남부 지역은 그나마 있던 흑인들의 선거권조차 강제로 박탈했다.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 또한 드물었다. 이른바 흑인지식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계급문제에 천착하며 흑인사회로부터 '검은피부 하얀가면'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흑인들에게 있어서 추상적인 이데올로기보다 인종차별은 더욱 피부에 와 닿는 문제였다.

미국의 산업이 발달해가면서 흑인들은 자연스럽게 노동계층으로 전락했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오래지만, 그들의 근본적인 계층은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흑인들이 노동을 통해 산업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컸음에도 그들에 대한 차별대우는 여전했다. 이런 경향은 전장에서도 이어졌다. 흑인들은 백인군인과 다른 대우를 받았으며, 흑인들로 조직된 부대는 전장에서 총알받이 구실을 해야만 했다. 흑인들은 점점 분노해갔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부족했다. 흑인 중산층은 사회적 백인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을 뿐 인종차별의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 찰리 파커(Charlie Parker)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es)와 같은 훌륭한 재즈뮤지션들과 권투, 야구 등 각종 스포츠스타는 흑인들의 영웅이 되기 충분했지만, 그들 역시 흑인사회로부터 백인을 위한 엔터테이너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1950년 후반에 이르러 흑인사회는 강한 두 지도자를 얻게 된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통해 흑인사회는 드디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1960년대에 이르면서 미국사회에서 흑인문제에 대한 갈등은 점점 심화하였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엑스를 중심으로 백인사회에 대한 저항은 거세져 갔다. 그리고 킹 목사와 말콤 엑스의 암살로 말미암은 죽음은 흑인들에게 폭동이라는 저항 양식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깜둥이(Nigger)'라 부르며 그들만의 자의식을 세워갔다. ’블랙파워‘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와 같은 훵크 뮤지션들의 노래를 통해 메시지화 되었다. 이렇게 훵크는 흑인 본질주의의 미학을 지니게 되고 흑인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Now, we're people like the birds and the bees
우리는 민중이다. 새떼나 벌떼 같을지라도

We rather die on our feet,
Than keep living on our knees
무릎 꿇고 살아가느니 차라리 서서 죽겠다.

Say it loud,
I'm black and I'm proud, hu
크게 외쳐라! 나는 흑인이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 제임스 브라운 "Say it loud, (I'm Black and I'm Proud)"(1968)

 


훵크가 흑인 본질주의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을 당시 정계에서는 흑인 출신의 미 하원의원으로 조직된 원내흑인회가 설립된다. 그리고 1974년 9월 27일 원내흑인회의 첫 번째 연례 기념행사의 무대에서 훵크가 연주된다. 이제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신념이 담긴 메시지는 노래가 되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였다. 기존의 블루스와 재즈가 흑인들의 한(恨)을 해소하는 힘이 있었다면, 훵크는 사람들을 움직이고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 지저분하고 단순한 디스코 음악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훵크는 기존의 그 어떤 흑인음악보다 흑인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무거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앨범정보
[The Black Caucus Concert - The First Annual Benefit Concert For The Congressional Black Caucus]

Track List
1. Kool & The Gang  -  Wild And Peaceful  
2. Curtis Mayfield  -  Give Me Your Love  
3. Gladys Knight And The Pips  -  On And On   
4. War  -  Gypsy Man 
5. Jimmy Witherspoon  -  Goin' Down Slow 




기사작성 / RHYTHMER.NET 현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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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howhigh
    1. howhigh (2011-01-13 22:28:34 / 124.54.125.**)

      추천 0 | 비추 0

    2. 좋은 글이네요...

      좋은 앨범도 알게되고..,,그 앨범에 담긴 의미도 알게되고
  • 엄동영
    1. 엄동영 (2011-01-13 22:06:34 / 117.53.217.***)

      추천 0 | 비추 0

    2. 글 잘 읽었습니다. 벌써부터 3부가 기대되네요 ㅋㅋ..



      읽고나니 60년대 중후반 Black Panther의 활동이 생각나는군요...

      음악과 크게 상관은 없는 내용이지만

      멕시코 올림픽때 육상 메달리스트분이 블랙팬더의 경례를 했는데

      정치적 표현이나 선동이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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