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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블랙스② The Hurricane '불운한 복서의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닌....'
조성호 작성 | 2011-01-18 18:2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23,558 View



*필름 블랙스는 필자 조성호님이 앞으로 흑인음악, 혹은 힙합문화와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연재 기사입니다. 

날마다 깜깜한 어둠에 갇혀 어둠을 딛고 영혼을 씻고 일어난 '허리케인 카터' 같이 은혜가 깃들린 내 어린 영혼의 메인 방어는 순결한 예수의 피 가로막힌 앞이 너무나 너무나 환란한 현실 날아라 하늘에 pray 하지만 높은 하늘은 gray 이미 다 모두가 전부라 파괴되어버린 우리들앞의 내일 우리는 죄인 지혜로운 우리만의 입술만이 전부 썩어버린 너의 맘의 벽을 파랗게 칠 덧칠!!
-늘 어둠에 맞서

영화 [허리케인 The Hurricane](1999)에 대해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의 가사 덕분이다. 위 가사는 씨비 매스(CB MASS)의 데뷔 앨범인 [Mass Mediah](2000)에 수록된 13번 트랙 “늘 어둠에 맞서”라는 곡의 일부다. 그리고 가사에 나오는 '허리케인 카터'가 바로 오늘 얘기하려는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본명은 루빈 카터(Rubin Carter)다. ‘허리케인'은 그의 중간 이름으로서 권투선수 시절 자신을 대표했던 상징적인 이름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옥죄게 만들었던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순 없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지금 시대에 있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할 생각도 없고,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의 연기가 절정이었다고 해서 영화의 질을 억지로 좋다고 찬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가 있어 [허리케인]이라는 영화가 빛이 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의 나와 당시의 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좀 더 덜 주관적으로 [허리케인]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허리케인]은 전개방식, 클라이막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지점을 너무나 뻔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굉장한 힘을 보았다. 흑백화면으로 처리된 과거의 복싱장면과 감옥에 있는 카터의 현재 모습을 교차 편집한 오프닝은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여느 실화를 다룬 영화들처럼 위로 뻗어 나가질 못하고 저공비행으로 일관한다. 이런 아쉬움 점들 속에서도 내가 영화 [허리케인]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이 영화를 둘러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때문이다.

누군가 덴젤 워싱턴이라는 대배우의 연기를 보려 한다면, 나는 그에게 오스카(Oscar)의 영광을 안겨준 [트레이닝 데이 Tranning Day](2002)보다는 이 영화를 더 추천하고 싶다. 과거의 영화 [영광의 깃발](1989), [모베터 블루스](1990), [말콤X](1992) 등도 물론 좋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난 [허리케인]을 덴젤 워싱턴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한편'으로 선정하고 싶다. 덴젤 워싱턴은 본작에서 실존 인물인 카터를 완벽하게 묘사했다기보다는 그의 자서전 [16라운드 The Sixteenth Round]를 읽고, 루빈 카터라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선보인 것이다.

특히, 영화에서 그의 연기에 두 차례 정도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카터가 누명을 쓰고 교도소로 들어온 직후, 죄수복을 입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90일이나 독방에 감금되고 나서의 씬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덴젤 워싱턴은 세 종류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 바로 카터의 모습을 한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며 심경변화를 보여주는데, 그때 그는 겁에 질려서 떨리고 두려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증오와 복수심만이 들끓는 인간을 보여주며, 정상적인 감각이 무뎌진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꺼내 관객에게 보여준다. 바로 이 장면이 덴젤의 연기에서 광채가 나는 첫 번째 장면이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 덴젤은 한번 더 결정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캐나다인(허리케인을 돕는 조력자)들이 가지고 온 결정적인 증거(자유를 찾을 수 있는)를 가지고 다시 한번 재판을 받기 위해 카터의 변호인단을 설득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만류한다. 자신들이 상고했을때, 뉴저지 법원이 그것을 기각하면 더 이상 그에게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터는 변호인단에게 자신의 의지를 절도 있고, 냉철하게 말한다. 이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덴젤 워싱턴은 단지 연기가 아닌 완전히 '허리케인 카터'에 동화되어 당시 그 자리에 당당하면서도 절절하게 서있는 한 인간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코끝 찡한 순간이다.



그러나 덴젤의 이러한 호연에도 앞서 말했듯이 영화엔 결점, 혹은 치명적인 약점들이 상쇄되지는 못한다. 몇 개만 지적해 보자. 평생 카터를 쫓아 다니며 그를 괴롭힌 악덕 형사 델라 페스카는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자로 등장하지만, 단지 그가 인종차별주의자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영화에서 그를 너무나 안이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살을 붙이고 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면에서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당시(1960년대)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던 인종차별 문제와 더불어 루빈 카터를 가두고 진실에 등을 돌린 사법당국과 뉴저지주 법 시스템에 대한 묘사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캐나다인 세 명(샘, 리사, 테리)과 루빈 카터를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계기를 만든 레스라의 캐릭터도 너무나 평이하게 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 그들이 했던 행동은 정신적인 지지와 경제적 지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나타나기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카터를 위해 헌신한 변호사들의 모습은 정작 제대로 비춰지지가 않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우리가 본 것은 단지 덴젤 워싱턴의 진심 어린 연기뿐이었다고 말한다면 너무한 비약일까…. 물론, 노만 주이슨(그는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캐나다 출신 감독이다.)의 연출이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끌어냈다는 것에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지만, 주변의 캐릭터들을 너무 영화적으로만 그렸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실화이기 때문에 더욱 뻔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 보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나 덴젤 워싱턴 개인사적으로나 결과는 아쉬웠다. 이 영화로 자신의 선배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L. Poitier) 이후, 37년 만에 흑인배우로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았지만, 끝내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1999)의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물론, 그 후, 39년 만에 ‘Training Day’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밥 딜런은 노래 “Hurricane”의 반복되는 가사를 통해 '이것은 불운한 복서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어찌되었든 '루빈 카터'는 영원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부패한 권력과 정의를 상실한 법 앞에서 그는 자신의 자유와 신념을 위해 맞섰다. 그것은 굉장히 훌륭하고 고결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카터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루빈 카터와 덴젤 워싱턴의 숭고한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About Soundtrack



영화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사운드트랙은 그렇지 않다. [허리케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된 음악은 OST 8번에 자리잡고 있는 밥 딜런(Bob Dylan)의 “Hurricane”이다. 1976년에 발매된 앨범 [Desire]에 수록된 이 곡은 실제로 누명을 쓴 허리케인 카터를 위한 포크송이었다. 8분이 넘는 대곡이면서 가사 또한 엄청나게 길다. 그는 이 곡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그의 억울함을 알리는 가사를 썼는데, 상당히 날이 선 가사와 한 편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처절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곡은 레이 찰스(Ray Charles)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곡이고, 그 인연 때문인지 이 음반에선 레이 찰스의 “Hard Times No One Knows”도 수록되어있다. 그리고 힙합팬들이 좋아할 곡으로는 1번 트랙 “Hurricane”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블랙 쏘웃(Black Thought), 커먼(Common), 모스 데프(Mos Def), 다이스 로우(Dice Raw), 플로 브라운(Flo Brown), 더 재지팻내스티즈(The Jazzyfatnastees), 더 루츠(The Roots)의 협업이 돋보이는 곡이고, 그랜드 위져드(Grand Wizard)와 스캇 스토치(Scott Storch)가 프로덕션을 맡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랩 듀오 블랙스타(Black Star)가 부른 “Little Brother”도 청자들의 귀를 잡아 끄는데, 저 유명한 고 제이 딜라(Jay Dilla)가 프로듀싱했다. 이 외에도 켈리 프라이스(Kelly Price)와 아론 홀(Aaron Hall)이 함께 부른 “Love Sets You Free”,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클락 앤더슨 (Clark Anderson)의 “So Amazing” 등이 주목할 만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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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잠온다
    1. 잠온다 (2011-01-29 19:01:00 / 61.33.104.**)

      추천 0 | 비추 0

    2. 재미있는 글이군요. 힙합 유물론도 한판 해보시지.
  • howhigh
    1. howhigh (2011-01-18 22:17:36 / 124.54.125.**)

      추천 0 | 비추 0

    2. 연출 부분은 좀 아쉬움이 남았고 특히 덴젤워싱턴 주변의 캐릭터들이 아쉬웟던....그래도 덴젤워싱턴의 연기와 ost는 기억에 많이 남았던 작품 입니다...

      특히 밥딜런의 곡이 인상적이었던...
  • 아토피
    1. 아토피 (2011-01-18 21:23:47 / 43.244.41.***)

      추천 0 | 비추 0

    2. 글 잘 읽었습니다! OST 들어보고 있는데 좋네요 ^^ 격하게 좋아하는 Blackstar의 곡을 하나 더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ㅎㅅㅎ

      언젠가 스파이크 리의 영화에 대해서 써주시는 걸 어떨까요? 욕도 많이 먹고 논란도 많이 몰고 다니지만 흑인 문화계에서 중요한 figure인 만큼 한번쯤 다뤄주시길 살짝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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