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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와 언더는 힘겹다. 왓더뻑!
강일권 작성 | 2011-02-18 01: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7 | 스크랩스크랩 | 33,199 View



처음에는 ‘굶어 죽었다.’라는 것에 집착하고 잠시 후 ‘굶어 죽지는 않았다.’라는 것에 집착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삽시간에 사라져버렸다. 고(故) 최고은 씨 사건 이야기다. 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의 궁핍한 죽음 이후,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과 관련한 여기저기서 문제점을 토로하는 말과 글들이 참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힙합 씬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런데 그 많은 기사와 글들을 읽고 내가 든 생각은 이거다. 왓 더 뻑?! 그래서 뭐 어쩌자고?

꼭 누군가 한 명이 죽어나가야지만, 그나마 냄비 같은 관심과 설레발이 뒤따르는 게 지금의 현실. 이번에도 고인의 비화가 알려지기 무섭게 각계각층 인물들이 입과 펜을 빌어 한마디씩 하고 나섰다. 일단 난 이 글의 초점을 우리가 인디와 언더라고 부르는 음악 씬으로만 옮겨오고자 한다. 내가 답답한 건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첫 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건 여전히 시스템의 부당함만을 공허하게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음반 시장의 구조가 다소 기형적이고 음원 수익의 엄청난 비율을 가져가는 통신사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군림하며 야기되는 문제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이가 헛구역질 날 정도로 열변을 토했던 사실이다. 이쯤 됐으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구조와 시스템 탓을 되새김질할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난 지난 몇 년간 관공서에서 진행했던 ‘이달의 우수 신인’ 선정 회의를 비롯하여 몇몇 인디, 혹은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그 결과 내가 느낀 점은 그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게 음반을 만드는 돈 1~200만원이나 한두 번의 방송 출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 인디/신인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한 간담회에서 난 앨범 한 장 만들 비용을 던져주고 뒤는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 뮤지션 자체에 대한 정보와 음악이 대중의 가시권에 좀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기간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먼저라고 역설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에서는 정기적으로 실력 있는 인디/신인 뮤지션들에 대한 소갯글과 음악, 영상 등을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켜주고, 대중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가령, 실시간 인기 검색어처럼 ‘TV에 나오지 않는 음악 검색어(가제)’ 등의 섹션을 마련하여 숨어있는 좋은 뮤지션과 음악을 겉으로 끄집어내어준다든지 하는. 메인 페이지에 뜨는 검색어의 파워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물론, 다른 대중예술 분야와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겠다. 또한, 음원 사이트 역시 정기적으로 이러한 이들의 음악만을 선별하여 직접 음원 구매와 연결되는 리스트를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켜주면 어떨까? 공중파 방송사의 인가가요 프로그램은 예전에 MBC가 시도했던 것처럼 회당 1팀씩이라도 장르를 배분하여 실력 있는 인디, 혹은 언더 뮤지션들을 출연시켜주면 어떨까?  뭐, 이런 것들이었다. 중요한 건, 이 3가지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에 대해 몇몇 관계자와 얘길 나누어본 결과, 그리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관계자들 대부분이 굳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손이 더 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오늘의 뮤직-이주의 발견’과 ‘온 스테이지(On Stage)’ 등은 앞서 언급한 내용과 부합하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콘텐츠 진흥원과 같은 단체에서 언더 씬에 숨어 있는 색깔있는 프로듀서들과 세일즈 파워를 가진 메인스트림 가수들을 보유한 기획사 간의 프로젝트성 싱글 작업을 주관해보는 것도 의미있고 현 음악 씬에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또 하나 답답한 건 여전히 이 바닥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 것. 근데 과연, 인디/언더 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두 배고픔에 허덕이고 오로지 예술에 대한 일념 하나로 궁핍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뮤지션들이 많다고 한들, 그걸 매번 강조한다고 해서 득이 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펜대만 굴려대고 입을 놀려대는 이들은 아직도 ‘이렇게 힘겨운 삶 속에서도 소신을 지켜가며 음악을 하는 이들이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게 이 씬을 위하는 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참 대단한 착각이고 시대착오적 생각이다. 오늘날 필요한 건 인디/언더 씬이 얼마나 발전했고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역설하고(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장도 필요하다.), 이 씬을 이루고 만들어가는 이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가를 알리는 것이지, 그들의 가난과 힘없음을 호소할 때가 아니다. 약 1년 전쯤 우연히 공연장에서 만났던, 인지도 좀 있는 힙합 뮤지션 한 친구는 나에게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힙합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많아진 것 같은데, 이쪽 바닥 사람들이 다 어렵고 궁핍한 줄 아는 걸 보니 씁쓸하더라. 언제까지 우리가 그런 이미지로 비쳐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몇몇 뮤지션들과 관계자, 평론가들이 주구장창 ‘힘들다. 배고프다.’를 연발한 덕에 대중과 언론 매체가 인디와 언더를 보는 시선은 어느새 ‘동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깝게는 힙합 커뮤니티를 보시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힘들게 음악하는 오빠들(혹은 형들) 앨범 한 장 사줍시다.’라는 댓글을 보고 ‘역시 우리 힙합인들은 의리 있어.’라는 생각대신 ‘어쩌다가 뮤지션이 동정의 대상이 되었나….’라며 씁쓸해한다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아직도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 바닥이 이렇게 힘들다. 잘못 돌아가고 있다.’라고 애걸(?)하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혹은 돈 있는 사람들이 천사 같은 마음씨와 자비로운 시선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뻗칠 거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자본을 움직이는 손들은 그렇게 순진(혹은 순수)한 생각을 읽을 시간도, 심적 여유도 없다. 그들은 절대 죽어가는 나무에는 물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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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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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 (2011-02-26 17:09:38 / 110.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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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과 리플과 관련없지만 개인의견들을 논리정연하게 글쓰고 서로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네요. ㅎㅎ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2-25 23:57:55 / 183.1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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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방송국, 음원 싸이트, 포탈 싸이트와 인디 뮤지션들 사이에 통로가 생겨 뮤지션들이 자기 음악을 자유롭게 홍보할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는 게 칼럼 내용 아닌가요? 거기에서 이미 음악 평론가들과 뮤지션들은 분리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데요? 그나마 공신력이 있는 평론가들이 뮤지션들을 위해 자본에 다리를 놔 줘야 할 테니까요.

      뮤지션들이 점점 돈맛을 알게 될 거라는 건 우려가 아니라 이미 지겹도록 보아온 사실입니다. 지레 조심스러워하기 보다는 앞으로 생겨날 뻔한 결과를 짚어 본 거지요. 어떻게 하든 거대 자본과 찰싹 붙으려는 이들은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설 만한 뮤지션들만의 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방안이라...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만족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뮤지션들과 음악 평론가들을 포함한 음악 관련 종사자들 +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쳐 뮤지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음악 산업 내 부조리를 고쳐 나가려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 일단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현실과 싸워보지도 않고서 현실을 일찌감치 현실로 인정해버리고 그 현실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 같아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다 알고 있는데 현실은 변함없다는 건 결국 아무도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저도 뭐 지금까지 딱히 한 건 없지만 만일 그런 단체가 정말 생겨서 집단 행동에 돌입하게 된다면 시간 내서 연대를 한다거나 지지 선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 단체를 도대체 어떻게 조직해야 한단 말인가ㅡ의 문제가 남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면 바로 여기서부터 필요하게 될 텐데... 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뜻 있는 뮤지션들과 평론가들이 나서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이런 생각은 10년 전쯤부터 해왔는데 상황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뮤지션들과 평론가들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도 답답할 뿐입니다.

      다만 '크루'나 '씬'의 개념이 아니라 '길드'나 '조합'의 개념으로 뮤지션들이 뭉쳐 보는 것은 한번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모델을 70년대 미국 뉴욕의 재즈 뮤지션들에게서 찾습니다. 베이스 주자 찰리 헤이든은 동료 뮤지션들을 끌어 모아 'Liberation Music Orchestra'를 조직해서 음반을 내고 공연을 펼쳤는데요. 찰리 헤이든은 칼라 블레이나 마이클 맨틀러, 세실 테일러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뉴욕의 Jazz Composer's Orchestra Association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주관이 굉장히 뚜렷한 뮤지션들이었고 미디어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때로는 무척이나 정치적이기도 했다고 하네요. 단순한 패거리 의식을 넘어 뭔가 더 진지하고 진보적인 의식으로 뭉친 뮤지션들의 조합(combination이 아니라 cooperation 혹은 union입니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Fukka
    1. Fukka (2011-02-25 23:24:38 / 1.10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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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아니 그러니까요 인디펜던트적으로 하는 건 뮤지션이 하면 되는 거죠. 평론가나 전문가까지 꼭 인디펜던트적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제가 뮤지션을 직접 연관시켜서 이야길 전개하면 무리가 있다고 한 거고요. 아마 글에 언급된 시스템이 이루어진다면 뮤지션이 점점 자본과 손잡게 될 걸 우려하시는 거 같은데 그건 너무 지레 조심스러워하시는 거 같고요. 어떻게 하든 대형 자본과 손잡고자 하는 이들은 생깁니다. ㅎㅎㅎ 말씀한 문제잠들은 이미 여기저기서 몇년동안 계속 봐온 거잖아요 그런 문제점 되젶는 거 말고 구체적인 방안을 좀 들어보고 싶네요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2-25 23:10:15 / 183.1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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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중요한 건 제가 말한 모든 걸 누구나 다 안다는 것이고,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그것을 위해 아무도 실천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해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사실마저 버려야 할 필요는 없지요.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고 방송국, 포탈 싸이트, 음원 싸이트, 기타 정부 기구들과 지금보다도 더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들(홍보나 음원 판매 수익 등과 같은 것들)같은 현실적인 것들을 먼저 따내야 한다는 게 이 칼럼의 주제 아니었나요?

      저도 거듭 얘기합니다만, 포탈 싸이트든 음원 싸이트든 방송국이든 일단은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곳이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의 예술 작품들만을 취급하는 곳이에요. 그런 곳과 이런저런 약속을 할 수야 있겠지요. 그에 대해선 제가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보다 강일권님 글에서 직접 옮겨 오는 게 낫겠네요.





      이런 약속들을 할 수야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닥 가진 게 없는 인디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밥벌이를 하는 데에 포탈 싸이트와 음원 싸이트, 방송국 같은 곳에 점점 의존을 하게 될 겁니다. 길거리 공연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욕구를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해서는 너무나도 간단히 풀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런 식으로만 쭉 간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결과를 낳겠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위에 말씀드렸어요. 다시 써 보자면

      1. 뮤지션들의 음악 홍보나 생계 유지의 영역에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 방송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깊숙이 침투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뮤지션들은 자본에 묶이게 되고 최악의 경우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느라 창작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포탈 싸이트가 꺼리는 스타일의 음악들은 당연히 소개되지 못할 테니 뮤지션들이 자기 검열에 시달릴 수도 있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부르짖는 음악은 철저히 사장될 수도 있다.

      2. 중요한 것은 기획사와 방송국을 등에 업고 돈과 인기를 한껏 누리는 뮤지션들과 그 어떤 홍보 혜택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잊혀져 버리는 뮤지션들의 격차를 없애는 것(즉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의 평등을 구현하는 것)일 텐데, 기득권을 쥐고 있는 몇몇 집단들을 창구로 삼아 대중들에게 음악을 소개한다는 것은 결국 이미 존재하는 격차 아래에 새로운 격차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음원 싸이트나 포탈 싸이트에 소개되는 뮤지션들은 물론 떼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소개되지 않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인지도가 달라질 텐데 그렇지 못한 (혹은 그렇게 하지 않은) 뮤지션들의 경우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가로막혀 있을 뿐이고 이는 곧 격차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것이 아닌 별개의 격차를 또 하나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다.

      의도는 좋을 수 있습니다. 강일권 님 역시 인디 뮤지션들 엿 먹으라고 방송국과 포탈, 음원 싸이트들 얘기를 꺼내신 건 아닐 거예요. 음악하는 사람들 먹고살 만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다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본과 손을 잡는 순간, 아니 자본 위주로 굴러가는 곳에 발을 들이민 순간 이미 그 바닥의 질서에 편입되어 버린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방송국 소개로 유명해지거나 포탈 싸이트 홍보로 잘 나가게 된 뮤지션에게 미디어를 비판한다거나 소수자들을 옹호한다거나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를 키워 주려는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 될 텐데요.

      다양해진 매체들만큼 뮤지션들을 알리는 방식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반드시 '인디펜던트'적이어야 해요.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나 기타 음원 싸이트 같은 곳을 통해 부각되는 뮤지션들은 아마 알아서 잘 할 겁니다. 문제는 그런 최소한의 미디어 홍보에서조차 소외된 뮤지션들이에요. 자본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마이너한 음악을 하거나, 아예 자본력을 달가워하지도 않는 뮤지션들, 실제로 앨범을 냈든 안 냈든 그런 뮤지션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뮤지션들에게 기존의 매체, 즉 이미 거대 자본에 의해 침식당한 매체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길드가 필요해지는 것이고 기존의 구조와 맞설 필요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안 그러면 음악 접어야 하니까요. 백날 음악 만들면 뭐합니까? 미디어에서는 외면 당하고, 음원 팔아봤자 돌아오는 건 없는데 말이죠.

      거듭 강조합니다만 그렇기에 뮤지션들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음악 산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부조리들을 뮤지션들 스스로의 힘으로 고쳐 나가야죠. 음악성이라는 것을 돈과 인기가 따르는 성과급 정도로만 생각하는 일부 헛배 부른 뮤지션들부터 정신 차려야 합니다. 음반 사전 심의 제도가 철폐된 20년 전에도 정태춘 씨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이 오랫동안 싸워 왔기 때문에 심의 제도가 없어진 거지 누가 선심 쓰듯 뮤지션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건네준 게 아닙니다. 음원 수익도 제대로 못 받고 죽어 간 뮤지션까지 나온 마당에 왜 뮤지션들과 평론가들이 침묵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EBS 공감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들. 네이버 오늘의 뮤직 같은 코너. 다 좋습니다.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공중파 방송국에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됩니다. 자본에 멋도 모르고 의존하다간 그 자본이 발을 빼는 순간 전부 끝장입니다. ‘인디’라고 할 때의 ‘인디펜던트’라는 낱말의 뜻을 다시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Fukka
    1. Fukka (2011-02-25 22:08:12 / 49.2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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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uronymous님 식의 말씀하는 분들이 좀 답답한게 그렇게 평등하게 되면 좋은 거 그리고 그런게 필요한건 웬만하면 다 안다는거죠. 그리고 저도 네이버 이주의 발견 불만 많을 때도 있지만 euronymous님이 말씀한 부분은 그냥 euronymous님의 의견인 거죠. 그리고 왜 이야기를 대형사이트들과 협력한다느니 밑으로 들어간다느니 하는 식으로 왜곡된 의견을 펴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오독한 건지 전 이 글이 인디뮤지션들이여 시스템에 순응하고 그들과 협력해라 이런 뉘앙스가 아닌 거 같은데요. 말씀한 인디뮤지션이 시스템 속에 들어가려 안달해야 한다는 건 당연히 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잘 읽어보세요. 이 글에선 그 얘기가 아니라 매체나 평론가들이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가에 더 집중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러니 이 부분은 뮤지션과 연관지어서 이야길 전개하면 안되죠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2-25 20:07:22 / 183.102.139.***)

      추천 0 | 비추 0

    2. 다 같이 고루고루 잘 살자는 얘기는 아니구요^^; 진부한 표현을 써 보자면 '기회의 평등' 정도 될까요?

      똑같이 인디라고 불리지만 인디 중에는 포탈 싸이트 뮤직 코너 단골 손님에 공중파 방송 출연까지 하고 레코드점 판매순위 10위 안에도 드는 인디도 있어요. 방금 가요 프로그램 보고 왔는데 10센치가 놀랍게도 인기 순위 십몇위더라구요. 그런 인디, 즉 방송국 피디의 입맛이나 대중의 취향과 들어맞는 음악을 하는 인디 말고도 완전 더 마이너한(참 애매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음악을 하는 인디도 있다는 거지요. 그런 마이너한 인디는 대중들에게 선보여질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어요. 그러다보니 음원 싸이트에 음원이 등록이 된다고 해도 별로 팔리지도 못하고 그나마 팔리는 수익금은 음원 싸이트가 다 먹어 버리죠.

      다양한 홍보 루트를 뚫는 것, 그리고 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하는 것, 요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의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와 손을 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미 음원 장사로 엄청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이윤을 포기할리는 없는 만큼, 어떤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고 홍보해 준다고 해도 당연히 돈이 될 만한 뮤지션들만 붙잡아 내세우려 할 거란 말이지요.

      예를 들어,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 선정한 2010년 10대 앨범을 보면

      나윤선 7집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
      노리플라이 2집
      루시드폴 4집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조규찬 9집
      코스모스 3집
      NY 물고기 2집
      텔레파시 2집
      이적 4집

      그리고 네이버가 일주일에 하나씩 선정하는 '오늘의 뮤직' 지난 두 달치를 보면

      오지은과 늑대들
      지디 앤 탑
      원 웨이
      유승호 트리오
      투게더 브라더스
      레비 파티
      도끼 앤 더블케이
      10센치

      이 목록을 보면 뭐가 느껴지시나요? 전부 다 거지 같은 앨범이고 네이버랑 몇몇 평론가들이 돈 때문에 선정했을 거라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너무 잘 포장돼 있고 뭔가 그럴 듯하고 평론가들에게든 대중들에게든 무리없이 섞여들 수 있으며 이 앨범이 좋다고 내세워도 욕 들어먹을 일은 없을 만한, 그런 앨범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앨범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네이버라는 거대 포탈 싸이트의 입장과 음악 평론가라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되거나 배제되는 음악들이 분명 있다는 것이고 그게 마치 한국대중음악을 좌우하는 기준처럼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거예요. 네이버 오늘의 뮤직에 애퍼리션이나 13 스텝스 같은 밴드들이 선정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류한길이나 강태환의 음악이 선정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역시 마찬가지로 지케이후니지나 Von의 앨범이 선정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선정 안 된다고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유명 포탈 싸이트든 평론가들이든 소화해 낼 수 있는 음악은 어차피 뻔하다는 거예요.

      그래요. 네이버나 멜론 같은 곳에서는 당연히 안전빵으로 가고 싶겠지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안 쪽팔릴 만한, 그리고 적당히 팔릴 만한 그런 음악 스타일은 네이버 같은 곳이 원하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묘하게도 대다수 음악 평론가들의 취향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짝짜꿍이 맞으니까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에서 적잖은 음악 컨텐츠들이 평론가들이나 자칭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나오는 거구요.

      많이 팔릴 만한 음악을 하거나 평론가들의 입맛에 운 좋게 들어맞은 음악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 같은 곳과 타협을 해봤자 결국 뻔한 결과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거지요. 저 위에 제가 옮겨 놓은 네이버 오늘의 뮤직 목록처럼요. 가리온이 오늘의 뮤직에 선정되고 마침내 대중음악상 3관왕까지 하게 된 것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리온 말고 다른 힙합퍼들은 어떻게 하지요? 어떤 식으로 자기 음악을 알리면 될까요? 힙플과 리드머도 좋지만 더 넓은 창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황이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평론가들이나 포털 싸이트의 취향과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원 싸이트의 횡포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하나예요. 자본의 폭력에 굴하지 않으려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국과 포탈 싸이트와 음원 싸이트 같이 부당하게 장사하는 집단과는 과감히 관계를 끊어야 해요. 우리가 '인디'라고 쉽게 줄여 말하는 그 '인디펜던트'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철저히 자본 위주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혐오하는 주제에 또 다시 그 시스템 속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다니 그 무슨 모순인가요?

      그래서 제가 위에다 쓴 댓글에 뮤지션들끼리 연대해야 한다는 말을 한 거예요. 혼자 힘으로는 방송국이나 저작권 협회, 음원 싸이트들과 맞설 수가 없습니다. 뮤지션들과 평론가들과 음악 팬들이 똘똘 뭉친 문화 단체가 생겨야 하고 ('문화연대'라는 단체가 있긴 한데 워낙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라...) 그 단체를 통해 뮤지션들이 제값 받으며 음악 만들고 공연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제도와 부당한 처사를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해요.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존나게 추상적으로 보이는데, 사실 그 방법 말고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라고 저 위에 강일권 님 칼럼 끄트머리에 써 있지요. 제 생각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만 강일권 님 역시 너무 순진(혹은 순수)하신 게 아닐까 싶은 거지요.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와 협력한다는 게 왜 협력이 아니라 구걸일 수밖에 없는지, 그런 구걸이 초래하게 될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위에 있는 댓글에 제가 다 썼으니 생략할게요.

      근데 어차피 인터넷에 희망을 건다는 것도 이젠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어떻게 보면 인터넷에 너무 많은 희망을 건 탓에 음악 시장이 이 지경이 되어 버린 것도 같아요.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발산되기는 쉽지만, 그 목소리들을 하나로 모아 오프라인으로 (더군다나 지속적으로) 끌어내는 일은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는 사람들이 거리로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자본의 횡포를 외치며 데모를 하든, 아니면 공연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든 간에 말이죠.
  • Fukka
    1. Fukka (2011-02-25 18:02:20 / 49.2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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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흥미롭네요 근데 euronymous님 말씀도 이해는 갑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 글의 핵심이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이걸 먼저하자! 뭐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댓글에도 밝히셨지만 그냥 시스템 부당을 외치기만 하는 분들 꼬집은 거 같고 당연히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그걸 주장하는 건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기반으로 쓰여진 것 같은데 흠... 그리고 euronymous님이 우려하는 인디에서 계급화되는 건 어쩔 수 없죠 이걸 우려하면 다같이 고루고루 잘살자는 얘긴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어떤 좋은 방식이 나와도 소외되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에요 이걸 최소화시키는 방안이 최선이겠죠 본문에 언급된 방안 전 상당히 필요하고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포탈사이트라고 무조건 다 그런 것도 아녜요 네이버는 인디쪽 소개 잘해주고 있고..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 구축하는 거에 대해서는 저 위에 howhigh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두 방안 사이에서 싸울 필요가 뭐가 있나요 병행해서 움직이면 되지 이상하게 평소에 보면 흑 아니면 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글도 어느 한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주장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뭐 여튼 답답하네요
  • euronymous
    1. euronymous (2011-02-25 13:33:26 / 183.1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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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모르는 사이에 댓글이 으리으리하게 달렸네요. 뒤늦게나마 저도 몇 자 적어보자면,

      칼럼 본문과 댓글들을 쭉 읽어 가다 보니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가 생각나더군요. 러브하우스는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가정집의 사연을 받고 러브하우스팀이 그곳에 출동해 집을 깨끗하고 크고 넓은 곳으로 개조해 주는 이른바 ‘리퀘스트’ 프로였는데요.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 보니 집안 식구들의 사연들도 저마다 기구한데다가 개집 같던 집이 궁전 같은 집으로 바뀌는 극적인 효과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한동안 꽤나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말이죠. 러브하우스라는 프로를 가지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크게 두 부류의 의견이 나왔는데,

      -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일주일이 하나씩 찾아다니며 뜯어 고쳐 줘 봤자 열악한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수많은 서민들의 삶의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러브하우스는 오히려 서민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방송국과 협찬사가 대 주는 자본으로 몇몇 집만 마치 부자가 거지에게 베풀 듯 도와주는 것은 마치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아스피린 한 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빈곤의 구조적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 서민들의 삶이 힘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단단하게 구조화 된 빈곤을 당장 무슨 수로 허물어뜨릴 수 있을 것인가. 비현실적이고 공허한 구호보다는 차라리 러브하우스처럼 공신력 있는 방송에서 서민들의 가난함을 부각시켜 주는 동시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 집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론 러브하우스라는 포맷으로 곳곳에 만연해 있는 빈곤을 모두 몰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러브하우스는 현실 속에서 대중들과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러브하우스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은폐하는 수단이라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때려잡아야 할 사람들은 왜 현실 탓만 하며 침묵만 하고 있는가.

      대략 이런 흐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제 입장은 전자였어요. 하지만 당연한 얘긴지는 몰라도 머릿수로는 후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요. 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 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유주의자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강일권 님의 글과 글에 달린 댓글들 사이에서 불거진 논쟁 또한 오래 전 러브하우스 때문에 벌어졌던 논쟁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똑같지만 그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달라서 생기는 논쟁이지요.

      이런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은 러브하우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설사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한낱 입방정에 전락하게 되었고 마땅한 현실적 대안이 얼른 떠오르지 않다고 해서, 문제 제기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문제 제기란 단순히 ‘이 땅의 시스템은 글러 먹었어!’라는 푸념이 아니라 다른 곁가지들 말고 구조 그 자체에 집중하며 직격탄을 날리려는 태도를 뜻합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그 어떤 시도와 실천도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니까요.

      음원 싸이트든 저작권 협회든 방송국이든 이미 기득권을 잔뜩 끌어안고 있는 집단과 아무 힘없는 가난한 뮤지션의 타협은 결코 타협이라 부를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공룡과 개미가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룡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개미를 밟아 죽인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개미 입장에서는 공룡과 그런 식으로 협정을 맺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놈의 현실이라는 건 개미를 얼마든지 배반해 버릴 수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이라 생각했던 것이 가장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공룡의 발에 밟혀 죽는 건 개미로서는 생각하기 싫었던 비현실이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강일권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포탈 싸이트나 음원 싸이트 혹은 방송국과의 협약은 제가 보기엔 전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타협이 아니라 구걸이고 구걸은 결국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온전히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요. 간단하잖아요. 네이버나 멜론 같은 거대 자본이 소위 ‘인디’ 뮤지션들의 곡들을 홍보하는 데에 적잖은 도움을 주게 된다면, 언뜻 생각해도 두 가지 끔찍한 결과가 예상됩니다.

      일단 네이버와 멜론의 갖가지 요구에 차츰 순응하게 되는 뮤지션들이 생겨나겠지요. 네이버든 멜론이든 자기들만의 기준이 있을 테고 그 기준은 두 곳이 지금껏 음악 분야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트렌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너희들 노래 소개해 줄 테니 내가 요구하는 대로 음악을 만들어 와라”라고 네이버나 멜론이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당연히 검열이 있을 것이고 쳐내지는 뮤지션들이 생기게 되겠지요. 얼마 안 되는 소개 마당이나마 차지하기 위해 뮤지션들마다 치열하게 경쟁까지 하게 될 거예요. 경쟁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만,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그저 네이버나 멜론의 신곡 코너에 소개되기 위한 경쟁이라면 자칫하다간 더러운 술수가 난무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두 번째로, 네이버나 멜론 혹은 방송국에 소개 되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뮤지션들과 그렇지 못한 뮤지션들 사이에 또 다른 벽이 생기게 됩니다. 계급이라고 해도 될까요. 사실 ‘인디’라 싸잡아 불리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붕가붕가나 파스텔, 루비살롱 같은 ‘메이저 인디’가 있는 반면 시디알로 수작업 해서 음반 만들어 파는 진짜 ‘인디펜던트’가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지요. 네이버나 멜론 같이 기본적으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과연 어떤 음악을 친절히 소개해 줄지 아무도 모르는 판국에, 인디 음악인들의 홍보 공간으로서 네이버나 멜론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면, 결국 똑같은 인디라도 네이버나 멜론에 소개된 인디와 그렇지 못한 인디로 갈리게 되는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러브하우스처럼 몇몇 집만 골라 화려하게 탈바꿈시켜주기만 하고 나머지 수많은 빈곤층들에 대해선 손 털고 돌아서는 것과 똑같은 경우가 되는 거지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거기다가 또 다시 현실적 대안을 말하라고 하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법입니다. 뮤지션들의 현실이 어렵고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고 백날 외쳐 봤자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외침마저 거두어들이면 결국 뭐가 남을까요?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그 외침이 지금껏 헛된 외침이 된 이유는 그 외침을 실천으로 옮길 조직적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지 외침 자체가 공허했기 때문이 아니에요. 음원 싸이트의 횡포, 기획사의 압력, 방송국의 전횡, 자본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뮤지션들과 평론가들이 한 일이 뭔가요? 하다 못해 음원 싸이트 본사나 방송국 앞에서 데모라도 한 번 했나요? 아니 그 이전에 뮤지션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라도 만들었나요? 성명서라도 냈나요? 직접 행동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뭐가 있었나요? 그 모든 거리에서의 싸움은 무시한 채 튀어 나오는 아이디어가 결국 자본에 빌붙어 홍보 효과를 누리자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뮤지션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뮤지션들은 그 정도의 홍보 효과에만 만족하고 살면 될까요? 아니에요. 그건 오히려 가장 비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뮤지션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니까요.

      현재의 수익 배분 구조에 불만을 품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네이버나 멜론과의 타협이 아니라, 이익 단체를 꾸리는 거예요. 마빈 게이나 프린스는 워낙 파워가 있었기에 혼자 힘으로 회사와 싸울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수많은 뮤지션들은 머릿수로 뭉칠 수밖에 없습니다. 뮤지션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면 거기에 평론하는 글쟁이들과 자칭 음악 매니아들이 함께 뛰어들어 행동해 주면 되는 겁니다. 물론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테고 많은 논쟁과 긴 설득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뮤지션들의 현실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나빠지겠지요. 많은 이들에게 먹히는 스타일을 들고 나오기 싫은 뮤지션들은 결국 오래 못 버팁니다.

      둘 중 하나예요. 시스템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을 할 것인가? 언뜻 보면 전자가 더 쉽고 더 현실적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전자는 결국 ‘나만 잘 적응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빠질 수밖에 없어요. 러브하우스처럼 몇몇 사람들만 구원 받고는 그걸로 끝나는 거지요. 러브하우스 프로가 끝난 이후 그 제한적인 구원조차 끝장이 난 것처럼 네이버나 멜론이 우린 더 이상 돈 안 되는 홍보는 안 하겠다고 나서면 모든 게 끝나는 겁니다. 더 이상 시스템의 전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단 뮤지션들이 결단을 내려야 해요. 이대로 끌려가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끌고 갈 것인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djyd
    1. djyd (2011-02-23 13:25:55 / 118.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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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많은 이들이 건강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소외된 이쪽 음악계의 앞날이 마냥 캄캄하지만은 않네요
      일권님,어제도,오늘도,내일도 힘들고 외롭겠지만 묵묵히 걸어왔던길,계속 개척해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 김도현
    1. 김도현 (2011-02-23 00:10:35 / 180.6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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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글을 어떻게 읽으면 meth님처럼 해석할 수 있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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