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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블랙스③ Precious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상처받은 모든 이를 위하여'
조성호 작성 | 2011-02-28 02: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8,514 View



*필름 블랙스는 필자 조성호가 흑인음악, 혹은 힙합문화와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 열린다(미국시간으로 27일,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 10시). 그래서 오늘 소개할 영화는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모니끄의 명연을 볼 수 있는 [프레셔스, PRECIOUS](2009)다. 영화는 사파이어(Sapphire)라는 흑인 여성 작가가 1996년도에 발표한 [PUSH]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프레셔스]의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 흑인 소녀의 기구한 삶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는 많은 평단으로부터 굉장한 극찬을 받았고, 두 번째 영화 연출을 한 리 다니엘스(Lee Daniels)는 이 작품으로 흑인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는 최초로 ‘67회 골든글로브(GoldenGlobes)’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프레셔스]는 한마디로 '보석'같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프레셔스'라고 불리는 16살 소녀 클레리스 프레셔스 존스다. 그리고 그녀는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뚱뚱한 소녀다. 나이는 열여섯이지만,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이고 둘째까지 임신한 상태이며, 엄마 메리와 단둘이 살고 있다. 가족은 그녀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줘야 하지만, 가족은 그녀를 학대할 뿐이다. 그녀가 출산한 첫 아이와 현재 뱃속에 있는 둘째 아이의 아빠도 다름아닌 집을 나간 프레셔스의 친부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엄마는 프레셔스를 종 부리듯 하며 학대했던 것이다. 메리는 딸인 프레셔스가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고달픈 건 학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레셔스가 두 번째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된 교장선생님은 그녀에게 더는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하며, 대안학교를 추천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된 프레셔스는 교장선생님께 말한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극의 주인공 '프레셔스'(좌)와 엄마 '메리'(우)

프레셔스는 학교를 다녔지만,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인 동시에 끊임없이 엄마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견디면서 학교엘 다녀야 한다. 그런 프레셔스에게는 한 가지 낙이 있었는데, 바로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었다. 멋진 남자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되는 상상 말이다. 그 상상이 끝나면 또 다른 지옥같은 생활이 지속된다. 그럼에도 숨막히다 못해 토할 것 같은 현실에서 프레셔스는 도망가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프레셔스는 대안학교에서 자신을 도와줄 선생님을 만나는데, 그녀의 이름은 레인이다. 레인은 정성껏 프레셔스를 가르치고 옆에서 따뜻하게 감싸준다. 같은 반의 비슷한 처지의 소녀들도 프레셔스와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 그렇게 대안학교에 적응하던 와중에 프레셔스는 둘째 아들 압둘을 출산한다. 고작 열여섯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다.
 
프레셔스의 첫째 딸은 프레셔스의 외할머니 즉, 메리의 엄마가 돌보고 있는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름은 멍고. 프레셔스의 삶은 이래저래 버겁기만 하다. 압둘을 낳고 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오랜만에 집에 가지만, 자신의 남편과 놀아났다고 믿는 엄마가 프레셔스와 압둘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욕설과 폭행을 하면서 프레셔스를 공격하고 모욕하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프레셔스는 압둘을 데리고 집을 나와버린다. 하지만,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프레셔스는 또 한번 시련을 맞게 되는데 그때 레인 선생님의 도움으로 잠시 동안 그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프레셔스는 학업성적도 우수해지고 압둘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첫째인 멍고를 찾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레인 선생님의 도움으로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생활하게 되는데, 그런 안정된 삶에 정착을 할 때 즈음, 메리가 프레셔스를 찾아와 칼이 에이즈로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다.


프레셔스를 따뜻하게 감싸고 위로해준 레인 선생님

그렇다. 프레셔스는 에이즈에 걸렸다. 자신이 원치 않았지만, 그녀는 강간을 당했고, 자신의 친아버지의 자식을 두 명이나 출산했다. 그리고 행복해지려 하는 시점에서 또 한번의 좌절을 겪는다. 그녀는 레인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울며 고백한다. 자신은 '남자 친구도 하나 없었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다고. 세상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이란 것은 자신을 강간하고 욕하고.... " 프레셔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 하지만, 레인은 그런 프레셔스에게 용기를 주며 희망과 사랑을 보라고 말한다.

프레셔스는 그런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희망이란 단어를 제거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인 웨이스와 함께 엄마를 만난다. 메리가 프레셔스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웨이스를 통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메리는 웨이스와 프레셔스 앞에서 모녀가 겪어야 했던 과거를 낱낱이 얘기한다. 왜 자신이 그렇게 프레셔스를 학대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자식을 학대한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메리의 간곡한 부탁에도 프레셔스는 에이즈가 걸린 채,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의지로 사회복지관을 나와 분신과도 같은 아이들을 안고 자신의 길로 걸어간다. 그야말로 프레셔스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16세의 미혼모이다. 하지만, 16세의 소녀는 나약할지 몰라도 두 아이의 엄마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프레셔스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엔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있다는 것을 프레셔스는 알게 된 것이다.

영화의 시작부분에 이런 글이 나온다. ‘Everything is a gift of the universe/모든 것은 우주로부터의 선물이다. - ken Keyes Jr.’ 그렇다. 누구에게나 태어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있기에 인간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것이다. 프레셔스는 매우 고귀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지 간에 헤쳐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에게 우리는 어떤 말로 용기를 줄 수 있을까. 소설을 쓴 사파이어나 영화를 만든 리 다니엘스나 그들은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 처한 프레셔스들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그 견디기 힘든 상황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져야 그들을 구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들)가 살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 '웨이스' 역의 머라이어 캐리(좌), 간호사 역의 레니 크라비츠(우)

리 다니엘스가 만든 [프레셔스]는 답답하고 슬프지만,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물론, 원작 소설인 [Push]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리 다니엘스의 연출 내공을 평가 절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을 연기한 가보리 가비 시디베(Gabourey 'Gabby' Sidibe)의 절정의 연기는 프레셔스를 모두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사회복지사 웨이스를 연기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연기도 영화의 맛을 살려 주었고, 프레셔스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해주는 레인 선생님 역의 폴라 패튼(Paula Patton)과 프레셔스가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로 등장하는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연기도 괜찮았다. 특히, [프레셔스]에서 메리역으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모니크(Mo'Nique)는 이 영화로 2009년과 2010년에 있었던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또는 ‘여주주연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을 정도로 굉장한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의 초반부 프레셔스의 학교 교장선생님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그것이 너무도 분한 나머지 프레셔스에게 비아냥거리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장면에서 모니크의 연기는 '욕설종결자' 그 자체였다. 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사회복지사인 웨이스 앞에서 왜 프레셔스를 학대했는지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프레셔스]의 최고의 장면인 동시에 리 다니엘스 감독이 메리라는 캐릭터를 상투적인 캐릭터로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프레셔스]는 뜻 그대로 귀중하고 보석 같은 영화다. 아직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보길 권한다.

글을 마치며 프레셔스가 사회복지관을 나와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씬에서 깔리던 라벨(Labelle)의 “It Took A Long Time”이라는 곡을 들려주고 싶다. 프레셔스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음악의 조화가 상당히 훌륭했던 이 곡은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에게 바치는 위로곡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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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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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st one
    1. last one (2011-02-28 12:01:49 / 125.17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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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따뜻하게 봤던 영화에요! 감동이 아직도.
      프레셔스 수업 시간에 우는 그 모습은 정말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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