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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기화 '추억... 누자베스'
이경화 작성 | 2011-03-03 19:0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22,071 View



*'음악동기화'는 힙합, 알앤비 음악과 관련한 추억, 혹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소소한 에세이입니다.

SOULRADIO

모든 시작은 이 두 단어의 조합에서 시작되었다. 'Soul'과 'Radio'라니. 재미없는 직장 생활에서 거래처 직원의 명함에 찍힌 이메일 주소는 소울과 라디오와 그의 생년 숫자가 조합되어 있었고, 이것은 곧 그와의 대화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기.... 혹시 음악 좋아하시나 봐요?"
 
"음악이요? 네. 좋아하죠. 아니, 하고 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명함에 단어들이...."

그는 기타리스트였고 음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던 탓에 방송국에서 드라마 소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소울과 라디오라는 단어로  그가 흑인음악 쪽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록키드였고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다른 한 명과 직장인밴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날 우리 세 명은 단순한 거래처 직원 관계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고 아귀찜에 소주를 양껏 마시며,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음주 후 오바이트는 당연한 결과인듯했다.

형, 동생 사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연습실에 나를 초대했다. 단이 높이 올라가 있는 드럼, 수많은 기타와 플레이스테이션, CD와 DVD. 냉장고에는 술이 가득했다. 휘경동 지하실에 위치한 그들의 연습실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나를 앞에 두고 그들의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팀에 베이스가 공석이었다.

"그래 너는 랩을 한다고? 같이 할래?"

"아니요 저는.... 그냥 공연하실 때 몇 곡 정도 도와 드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할게요. 근데 팀 명이 뭐예요?

"우리? 도기밴드"
 
훗날 팀명에 대한 뜻을 물었을 때 밴드의 리더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개 같은 날들에 개 같은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고. 하지만, 사람만큼은 개처럼 살지 말자고. 개 같은 날들에 개 같지 않은 사람들. 그게 팀 명의 뜻이었다. 몇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팀에서 공석이었던 베이스도 들어왔다. 세종대 옆에서 강아지를 파는 그는 방송국 소품으로 강아지를 협찬하면서 인연이 되었다. 하지만, 나와 이곳에 인연의 끈을 묶어주었던 'Soulradio' 라는 명함의 주인공은 얼마 안 가 밴드를 그만두고 말았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싸움은 그렇게도 쉽게 사람 사이를 멀게 만들었다. 말로만 듣던 직장인밴드 내의 불화. 하지만, 상관치 않았다. 어차피 난 밴드 멤버도 아니라는 생각이었으니깐.

08년 봄에 만난 우리들은 6월 부평에서의 거리 공연을 계획하게 되었다. 나는 객원 멤버로 3곡 정도와 메인 보컬이 노래하고 남는 간주부분 중간마다 랩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멤버들은 록을 기반으로 음악 생활을 했던 이였고 힙합에서의 루프(Loop)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샘플링과 레퍼런스, 표절에 대한 구분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루프의 매력에 빠져 있었고 기존의 힙합곡을 밴드 세션으로 연주하기에 그들은 탐탁치 않게 여겼다.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찾아 연주하기로 했고,  누자베스(Nujabes)라 불리던 세바 준(Seba Jun)의 곡들을 커버하기로 했다. 그 첫 곡으로는 "Aruarian Dance"로 정했다. 모든 파트가 만족했지만, 기타 파트가 문제였다. 샘플링 작법으로 만들어진 "Aruarian Dance"의 악보를 받아 든 순간 기타를 치는 형의 입에선 욕이 흘러나왔다.

"이거 주법이 참 좆같은데"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연습만이 연주를 가능케 했다. 몇 번의 연습으로 연주가 가능해진 상황. 이제 내가 만들어진 곡에 벌스(verse)를 올려야 했다. 어떠한 주제로 가사를 써내려가야 할지 고민을 하다 에픽 하이의 타블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꿈 때문에 살지만, 꿈 때문에 외롭다...."

직장인 밴드 내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큰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그 꿈을 허물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개장사, 옷장사, 은행원, 회사원 모두가 저마다 꿈을 접고 현실에 순응해야 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타블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라 누자베스의 비트를 들으며 가사를 써내려 갔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게 남은 게 뭐지
친한 친구 앨범에 참여하고 받은 이십만 원 돈은
아직도 내 서랍 속에 고이 모셔뒀어
그때의 나와 지금에 나는 별반 차이 없어

다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란 외줄타기
뿌연 담배 연기 속에 날 가뒀었지
낮과 밤이 뒤바뀐 채로 살아오다
이제 밤새 노는거 마저 버거워져 버린 나이

스타일과 skill로 서로를 비추다
이젠 대기업 명함을 들이내미는 친구가
너도 정신 차려 임마 말하는 거 같아
치우고 술이나 먹자 해도 나는 기분 나빠

꿈 때문에 살지만 꿈 때문에 외로워
꿈 때문에 웃지만 사실 꿈으로 울기도 해
내게 내려주신 재능을 꽃피우기 전에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맞서야 해'

그렇게 이 곡은 직장인밴드 내 나의 커리어 첫 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08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부평 거리공연은 무사히 잘 끝났고 두 해가 지나 2010년 2월 누자베스는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더는 객원 멤버가 아닌 도기밴드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누자베스의 비트는 힙합을 얕잡아 보던 록덕후들에게도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주던 사람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 한편에 울림을 선사하던 그의 소리들은 포근함과 그리움을 전해준다. 누자베스의 비트는 내게 이런 인연이자 추억이다.

R.I.P Nujabes A.K.A Sebajun... 1974.2.7 - 20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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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djyd
    1. djyd (2011-03-05 00:04:56 / 118.42.85.**)

      추천 0 | 비추 0

    2. 저는 어제 댓글 남겼는데 오늘 보니 없군여..분명 확인도 했는데;; 삭제하신건 설마아니죠?? 뭐 욕한것도 없는데 ㅎㅎ;; 암튼 세바준의 음악은 제 개인적으로는 외롭고 무너지고 무너질때 '힐링뮤직'이었습니다
      신약개발 더 해야할 터인데 갑작스레 가운을 벗으시다니..그 충격의 1년전을 생각하면 많이 안타깝고 아픕니다
  • spacebug
    1. spacebug (2011-03-03 20:35:10 / 121.170.137.**)

      추천 0 | 비추 0

    2. 누자베스라는 사람...가사없는 인스트루멘탈의 매력에 빠지게 해주신 분입니다. 이세상을 떠난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은 그들이 대부분 다 돌아가신후에 제가 접하게되었지만 누자베스는 제가 그에게 완전 빠졌을때 돌아가셔서 충격이 더 했습니다. 저역시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그의 비트를 틀어놓고 프리스타일하면서 놀았던 생각이 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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