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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기화 '와타나베와 알켈리'
이경화 작성 | 2011-03-21 19:4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22,389 View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에 들어 갔다(국내에서는 내달 개봉 예정). 국문학계의 히어로 마교수는 하루키의 본작을 가리켜 포르노와 다름없는 섹스소설이라 폄훼했지만, 어찌되었던 하루키의 본작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청춘들에게 필독서가 되었고 여전히 매년 꾸준한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물론, 필자는 하루키가 사람이 아니거나 미생물 따위에 인격을 부여하면서부터 그의 소설을 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가 말을 한다던가, 사람이 도넛이 된다던가 하는... 이 무슨 병맛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의 [상실의 시대]만큼은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특히, 마지막에 처량한 주인공 와타나베가 "지금 어디야?"라는 미도리의 질문에 공중전화부스에서 스스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는 부분을 굉장히 좋아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설, 영화, 음악 속 공중전화부스는 대체로 이별이나 슬픔, 허무함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상실의 시대] 와타나베가 그러했고, [영웅본색] 2편에서 송자걸(장국영)이 그러했고, 공일오비(015B) “텅빈 거리에서”의 윤종신은 10원짜리 두 개를 손에 쥔 채 차마 전화도 못 걸고 청승을 떨었으며, 티아라 마리(Teairra Mari)는 무려 콜렉트 폰까지 동원해가며 그랬으니….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은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공일오비 속 노래가사는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라며 물가 상승을 고려한 듯 10원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거리에 공중전화박스 자체가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별과 슬픔을 노래하는 매개체가 공중전화에서 핸드폰으로, 그리고 이제는 아이패드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이별 노래까지 나오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별에 관한 매개체라니.... 좀 슬퍼진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이 매개체의 변화가 아니다. 바로 인간미의 부재라는 것이다. 아니 왜? 대체 왜? 이별할 때 사람이 직접 사람을 만나 대화하지 않고 전화 따위로 이별 통보를 하는 것인가? 필자가 좋아하는 곡 중에 니베아(Nivea)와 알켈리(R.kelly)가 함께한 “Laundromat”이라는 곡이 있다. 잠시 이 둘의 대화를 좀 보자.

R - Hello? Are You There?
N - Goodbye

필자는 알켈리가 떨리는 음성으로 “헬로?”라며 니베아를 부르는 부분을 무척 좋아한다. 항상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의 알켈리가 전화 속 너머 그녀에게 이렇게 떨리는 음성으로 부르는 자체가 아련하지 않은가? 그리고 “Are You There?”하고 물어볼 때는 [상실의 시대] 속 와타나베와 미도리가 떠오른다. 니베아의 대답은 얄짤없는 굿바이지만, 필자는 이 대화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

이 곡에선 펀치라인이 하나 나오는데 이 둘의 대화를 더 보도록 하자.

R- Oh! Girl Quit Palying. I'm The Only Thing You've Got  (오 걸아 장난치지마 난 네 전부잖아)
N- You're The Only Thing I Got, Well Then I Must Not Have A Lot (네가 내 전부면 난 그지네)

그야말로 처참하게 무시 당하는 알켈리이다. 전화로 이별 통보도 부족해서 상대방의 인격을 처참하게 무시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썼던 쌍욕이 들어간 보컬 곡에서 니베아와 알켈리가 함께 했던 이 곡을 거론하며 리서치 조사 결과를 말한 적 있다.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는 방법은 최악이라고. 필자가 꽃다운 청춘의 시절을 보낼 때 전화로 이별통보를 받고 방구석에서 울던 날들이 떠올라 억울한 맘에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필자는 그저 니베아와 알켈리의 대화 속에서 [상실의 시대] 속 와타나베가 떠올랐을 뿐이다.

이 글을 시작할 때 하고자 하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이별 통보는 부디 만나서 서로 얼굴을 보며 하자는 것. 전화 속 이별, 슬픔을 노래하는 많은 음악과 소설, 영화를 사랑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매너 좀 지켜주자.

에블바디 쎄이.

"음악은 음악일뿐, 현실 세계에서 전화로 이별통보는 최악의 방법이다."

캐리커처 후기(이학민)
세상에서 그리기 제일 힘든 게 콘로우에 수염달린 사람인데 알켈리는 두 가지를 모두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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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crave4you
    1. crave4you (2011-03-23 15:37:03 / 121.162.102.***)

      추천 0 | 비추 0

    2. djyd / 헉 캐리커쳐는 제가 그린게 아닙니다 ^^;; 저는 그림 전혀 못그려요 ㅜ.ㅡ
  • djyd
    1. djyd (2011-03-23 15:21:26 / 118.42.94.***)

      추천 0 | 비추 0

    2. 전화이별통보에 상처많이 받으셨었군요ㅋ위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캐리커처도 잘 그리시고~다방면에 재능이 많으시군요!
  • 차성욱
    1. 차성욱 (2011-03-22 09:21:31 / 125.128.69.***)

      추천 0 | 비추 0

    2. dear unkonwn의 가사중에 나오는 와타나베이군요
  • Popeye
    1. Popeye (2011-03-22 02:32:58 / 125.27.8.***)

      추천 0 | 비추 0

    2. 크아..이경화님 글은 언제나 참 재밌네요! 잘읽었습니다..
  • 송상현
    1. 송상현 (2011-03-21 23:42:56 / 58.41.121.*)

      추천 0 | 비추 0

    2. Laundromat의 물방울 소리를 좋아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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