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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ystyle], 갱스터 랩의 새 지평을 열다.
남성훈 작성 | 2011-03-28 00: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4 | 스크랩스크랩 | 30,098 View



‘처음 힙합음악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라는 민망한 질문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내가 처음 힙합음악을 접했던 순간은 기억한다. 1993년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이게 뮤직비디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멍하니 쳐다본 "Nuthin' but a G thang"이 그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행운이다. 어떠한 지식이나 직간접적인 경험 하나 없이 순수하게 빠져든 첫 음악이 그 유명한 곡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닥터드레(Dr.Dre)의 걸작 [The Chronic](1992)은 내가 처음 감상한 앨범이 되었고,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의 [Doggystyle](1993)은 처음으로 발매를 손꼽아 기다린 앨범이었다. 그리고 당시 힙합팬이 아니었던 북미의 많은 젊은이 역시 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 DOGGY “STYLE”
검열을 절묘하게 피해간 타이틀 [Doggystyle]은 이전에 없던 것으로 채워진 음악이었다.그리고 그 타이틀만큼이나 커다란 허풍덩어리다. [The Chronic]에서 주인공인 닥터드레만큼 많은 곡에서 랩을 하며 그 진가를 드러냈었지만, 데뷔 앨범에서 좀 더 힘을 뺀 스눕 도기 독은 그 자체로 도기'스타일'이었다. 롱비치 젊은이의 일상을 한심해 보일 정도로 허풍 섞인 여유로움과 유머의 배합으로 풀어내는 스눕은 분명히 분노에 온 힘을 쏟는 갱스터 래퍼들을 단숨에 옛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새로운 세대였다. [Doggystyle] 부클릿의 8컷 카툰 ‘a day in the life of SNOOP doggy dogg’은 이 앨범이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지 잘 보여준다. 카툰 속 술, 마약, 여자, 총, 자동차, 범죄, 포르노, 경찰 등은 이전의 갱스터 래퍼들이 다루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하고 있다. 앨범에서 스눕 도기 독은 갱스터라기 보단 갱스터로서 삶을 살고 싶어 안달 난 청년처럼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모든 소재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규정짓는 코드들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Doggystyle]은 갱스터 랩 앨범 중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하드코어하기보다는 굉장히 코믹하다.

 

흑인 청년들의 사회학 보고서: ILLMATIC VS DOGGYSTYLE
어린 래퍼가 별다른 목적성이나 장르적인 강박 없이 마치 손에 잡힐 듯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수개월 뒤 등장한 나스(Nas)의 [Illmatic](1994)과 비교도 매우 흥미롭다. 두 앨범 모두 걸작의 반열에 올라선 점, 나스와 스눕 도기 독 둘 다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것 역시 공통점이다. 다만, 두 앨범의 정서는 양 극단에 자리 잡고 있는데, 스눕의 [Doggystyle]이 청자를 이끌고 돌아다니는 가이드를 자청하고 있다면, 나스의 [Illmatic]은 그가 공을 들여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듯하다. [Doggystyle]의 화려하고 요란했던 차트 성적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 [Illmatic]의 발매 분위기 역시 그 정서의 맥을 같이 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사회에의 위협: WHEN IS RAP 2 VIOLENT?
[Doggystyle]이 빌보드 차트 사상 처음으로 발매 첫 주 1위에 오른 데뷔앨범이라는 영광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스눕 도기 독의 비정상적이었던 1993년 당시의 인기를 잘 나타낸다. “Deep Cover”, “Nuthing but a G thang” 같은 히트 싱글과 [The Chronic]에서 활약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되었었지만, 앨범 발매 직전 터진 살인사건은 갱스터 랩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가볍게 허물며 그를 하나의 현상으로 만들었다(결국, 그는 살해혐의를 벗었다.). 그리고 ‘안티-히어로’를 갈망하던 젊은 대중의 이상열기는 문화를 포함한 장르음악의 상업성을 적극적으로 껴안기 시작한 음반사, MTV와 만나 폭발했다. 갱스터 랩의 사회악적인 성격을 주장하며 깔보던 이들이 실제적인 위협을 느낀 시기는 이때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스눕 도기 독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린 파격적인 뉴스위크(Newsweek)지 커버에 ‘그의 앨범은 이번 주 차트 정상에 선다, 지난주 그는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라고 써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흑인 청년이 자신의 화법으로 들려주는 허풍 섞인 과장된 ‘도기스타일’ 속 일상은 현실에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총을 뽑을 듯한 캐릭터와 만나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적나라해졌으며, 주류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았기에 숨겨져 있던 사회의 한 표본이 되었다.

 

닥터드레 프로덕션: RAP PHENOMENON
힙합 앨범이 만들어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통제 불가능의 열기는 7년 뒤에나 에미넴(Eminem)이 그의 두 번째 앨범을 가지고 재현했다. [The Marshall Mathers LP](2000)역시 에미넴의 현실 속 모습과 앨범의 내용을 절묘하게 껴 맞추며 사회의 사각지대이자 루저(Loser)로 불리는 백인 청년의 삶을 적나라하게 끄집어 냈었다. 그래서 두 앨범은 닮아있다. [Doggystyle]이 가지고 있던 첫 주 가장 많이 팔린 힙합/랩 앨범 타이틀을 [The Marshall Maters LP]가 뺏어갔다는 사실은 이런 식의 현상이 가져오는 상업적 효과를 잘 보여준다. 두 앨범 모두 닥터드레의 흠잡을 수 없는 프로덕션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만 가지고도 닥터드레는 위대하다-약간의 자기 함정이 있긴 했지만, 그는 놀랍게도 피프티센트(50Cent)로 3년 뒤 비슷한 현상을 다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스눕 도기 독은 애증의 데스로우 레코드에서 벗어나며 이름을 스눕 독으로 바꾸고, 자신에게 벌어졌던 사건들이 만들어낸 화석화된 이미지가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도 있는 앨범들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거장이 되었지만, 그의 데뷔 이전의 삶과 완벽에 가까운 프로덕션, 그리고 시대적인 우연한 장치들이 뒤섞여 만들어 낸, 시대를 구분 짓는 [Doggystyle]과 같은 앨범을 다시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건 다음 세대의 몫이다.

몇 가지 사실들
** [Doggystyle] 중 몇 곡은 닥터드레 비트가 아니었으며, 2006년 [DPG Eulogy]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폭로되었다. 스눕은 닥터드레의 손을 거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된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 [Doggystyle]의 초판 트랙리스트에는 “Tha Next Episode featuring Dr.Dre”가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샘플 클리어런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느 판본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결국, 닥터드레는 [Doggystyle]에서 랩을 하지 않은 셈이다. 닥터드레의 1999년 작 [2001]에 수록된 “The Next Episode”는 다른 곡이다.

** [Doggystyle]의 초기 물량 일부에는 앨범에서 돋보였던 레이드백(Laid-back) 트랙인 “Gz up, Hoes down”이 수록되어 있었으나, 샘플클리어 문제로 이후 삭제되었으며, “Gin & Juice”의 초판 싱글에 B-Side로 수록되기도 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유통되지는 않고 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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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0r트모스
    1. 0r트모스 (2013-11-25 21:24:36 / 1.241.26.**)

      추천 0 | 비추 0

    2. 나도 스눕처럼 전곡 다 들어보지 않고 단위로 들었는데 허허

      그래도 좋은 곡 많은 도기스타일 20주년 ㅊㅋㅊㅋ
  • mp01
    1. mp01 (2013-11-25 20:11:23 / 123.214.63.***)

      추천 2 | 비추 0

    2. 지금 들어도 환상적인 사운드.. 아니 요즘 나오는 시답지않은 메이저 힙합들
      보다 열배낫다
  • 비파울
    1. 비파울 (2011-03-31 13:17:11 / 211.184.203.***)

      추천 0 | 비추 0

    2. Interesting choice to compare Doggystyle to Illmatic. Very good article, even with google translate lol.
  • djyd
    1. djyd (2011-03-29 00:54:38 / 118.42.94.***)

      추천 0 | 비추 0

    2. 글만 읽어도 감동이 들뜨게 하네요~make some mother f**in noise!!!!!!!!!!!!!!!!! 웨스트 골든에라의 기둥!!
  • unknownn
    1. unknownn (2011-03-28 21:50:24 / 112.154.228.**)

      추천 0 | 비추 0

    2. 잘 읽었습니다. 이거 초판을 아는 형이 중고샵에 껌 값에 내다팔았다는....
  • 현승인
    1. 현승인 (2011-03-28 15:11:01 / 180.134.138.***)

      추천 0 | 비추 0

    2. 와 정말 좋은 글!!!
  • 박현수
    1. 박현수 (2011-03-28 05:47:31 / 58.122.27.***)

      추천 0 | 비추 0

    2. 정말 재미있게 읽엇습니다.두 앨범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고요,
      전 그시절에 갓난아기였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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