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Artist: 제이통(JTong)
Album: 부산(EP)
Released: 2011-04-05
Rating : +
Rating (2020) :
Reviewer: 남성훈
제이통(JTong)의 데뷔 EP [부산]을 들으면서 발매 전 공개된 비디오를 떠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연, [부산]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그것들을 별개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가 직접 감독, 편집한 영상들을 보지 않았다면 [부산]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오. 콘크리트, 고철, 펑크족, 문신, 배설물, 바다, 야구점퍼,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과장된 몸짓과 표정 등등, 그가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기 위해 깔아놓은 코드들은 너무 인상적이라 불편하면서도 되려 친절하다. 시종일관 제이통이 화면에서 벗어나지 않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이미지들의 향연은 부산 어딘가 분명히 존재할 법한 인간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숨겨졌던 시공간을 끄집어내며 정교한 지역 판타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크루 '소울 커넥션'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똥"에서 제이통은 대상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자신의 색과 앞으로 계획된 행보를 확실히 한다. 그러므로 앞뒤 안 가리는 비난에도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디스곡의 형식을 빌려 더 없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감탄할만한 신인의 첫 곡이다. 연이은 두 곡 "개판", "구구가가"를 별다른 저항 없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똥"에서 제이통이 청자들을 준비시켰기 때문이란 느낌이 든다. 그는 강도 높은 내용과 충실한 지역주의로 자신의 행동반경을 한정했지만, 그래서 아티스트가 으레 가지는 스펙트럼 강박에서 자유롭다. 물론, 수준 있는 프로덕션과 랩이 깔려 있는 덕에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사투리를 섞어 강하게 끊어 치며 뱉어내는 제이통 특유의 랩 스타일은 필요 이상의 지지를 받곤 하는 유연하며 세련된 랩 스타일에 대한 반기처럼 느껴져 큰 흥분을 안긴다. 분명히 힙합장르 안에서 랩을 하고 있음에도 제이통이 ‘반발’의 펑크 록 문화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부산]의 최대 단점은 너무나도 짧다는 것이다. 앨범을 평가하는데 플레잉 타임을 운운하는 것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다. 흥이 극에 달했을 때 이어지는 마지막 곡 “부산”이 성급한 마무리로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제이통이 앨범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을 가늠해보기엔 그 시기가 그에게 부당해 보이고, 강렬한 예고편 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여하튼 [부산]은 데프콘의 데뷔작 [Straight From The Streetz EP](2001)가 당시의 한국힙합 팬들에게 주었던 하드코어 힙합앨범의 충격을 10년 만에 고스란히 현재 팬들에게 전달하는 힘을 가진 앨범이다. 장르 팬들이 어떤 스타일의 충실한 구현에 목을 매고 완성도라는 강박 때문에 장르 음악 자체가 주는 고유의 쾌감을 잃어 가는 타이밍에 등장하는, 태도를 앞세우는 신인은 언제나 압도적이다. 제이통은 그 절묘한 타이밍의 부정할 수 없는 수혜자이지만, 직접 자신의 등장을 다각도로 부각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다만 글에 언급된대로 펑크락 쪽 느낌이 강해서 저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어요.
지적하신 랩스타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감성이 힙합보다는 펑크락에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아마 이게 더 폭넓은 팬을 가질 수 있는 강점일 수도 있겠지만요.
추천 0 | 비추 0
태도와 스타일은 대박이었고 앞으로
음악에 더 집중하면 진짜 더 크게 될거라고 믿습니다.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추천 0 | 비추 0
제가 듣기에도 조금만 더 욕심을 내서 instrumental 곡을 빼고, 두 세 곡만 더 채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호 이렇게 가는군~ 하는 찰나에 앨범이 끝나서 살짝 허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