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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펀트를 통해 본 ‘힙합판 키우기’의 해법
남성훈 작성 | 2011-06-22 17:1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3 | 스크랩스크랩 | 27,280 View



키비와 마이노스의 듀오 이루펀트의 [Eluphant Bakery](2006)는 듣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하는 소소함과 아련한 일상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국힙합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한 뼘 넓히며, 한국힙합의 소비층 역시 넓히는 시발점이 된 작품이었다. 이루펀트가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이후 확실히 10대, 20대 여성들의 적당한 팬덤이 한국힙합판 안에 자리 잡았음은 분명하다. 5년 만의 두 번째 앨범에서는 특유의 팬시함이 군더더기 없는 프로덕션과 만나 고급스러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이루펀트’ 브랜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컨셉트를 지켜간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루펀트의 앨범 [Man on the Earth]는 ‘힙합의 대중화’라는 이 모호하고 기이한 화두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가 인디, 언더그라운드인가?’라든지, ‘어떤 내용물이나 방식이 담겨야 하는가?’라는 강박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위치하고 누가 어느 방향으로 먼저 움직이느냐?’라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무관심의 대중 속으로 투신해 설득하는 것과 관심이 생긴 일정의 대중과 자본을 판으로 유입시키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과연 구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힙합의 대중화’라는 짐을 자의든 타의든 지고 메인스트림의 자본과 구조 안으로 투신한 대표적인 경우인 ‘슈프림 팀’과 ‘산이’의 경우, 의심 없는 최고의 실력자들임에도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결과물마저 아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금은 왜인지 자본이 새로운 드렁큰 타이거와 씨비매스, 주석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후 메인스트림에 진출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주류 시장과 타협점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데, 대의를 위해 타협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 씬의 존재의미를 희석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같은 이유로 간혹 메인스트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래퍼들이 씬을 타깃으로 하는 곡에 참여할 때 애써 코어한 모습을 꺼내 보이는 것 역시 부조리해 보인다. 교류는 각각 고유한 멋을 지킬 때 빛을 발한다.

더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Man on the Earth] 이야기를 해보자. 이루펀트의 음악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중적이다. 일상의 구체적인 소재를 잡아내 청춘과 사랑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특유의 화법은 여전하며, 랩 자체와 프로덕션도 과잉에서 오는 어떤 성취보다는 감정의 전달에 충실하다. 하지만 5년 전 이미 구축한 팀의 컨셉트를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루펀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대중을 노린 얄팍한 노림수로 치부하는 것은 물론 부당해 보인다. 다시 ‘힙합의 대중화’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중요한 것은 ‘위치’와 ‘이동’이다. 씬의 존재가치를 만드는 것 역시 이 지점일 것이다. 한국 힙합판의 확장의 기준은 무엇일까? 씬은 장르 고유의 멋을 지켜내는 문화를 생산해내는 무형의 공간이다. 메인스트림에서 장르의 활용은 문화의 미덕을 걷어낸 후 이루어진다. '스윙즈'나 '도끼'의 경우처럼 고유의 멋을 지키면서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함도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는 없어도 그만인 기회의 문제이지, 한쪽을 향하거나 양쪽 모두에 섞이고 싶어하는 순간 그 멋을 잃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이루펀트는 분명히 씬 안에서 모양새를 만들었지만, 미디어의 관심과 대중, 그리고 일정의 자본 등을 힙합 씬에 유입시킬 수 있는 많은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그래서 공격적인 마케팅 역시 효과적으로 보인다.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지만, 그러므로 그 경계에서 판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믿는다. 사실 이건 물이 반쯤 찬 컵을 바라보는 것과 같기도 하다. 어디까지를 노림수로 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준은 모호하다. 어쨌든 이루펀트는 꽤 긴 시간을 거쳐 지금의 이루펀트가 되었다. 이루펀트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존재이지만, 롤모델은 아닌 묘한 위치에 안착했다. 그래서 이들의 성공의 외피만을 참고한 다른 이의 등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모든 문화의 기본은 자세니까. 힙합이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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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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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틴루이더킹주니어
    1.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1-06-24 11:19:27 / 216.114.194.***)

      추천 0 | 비추 0

    2. 머리가 대박인데
  • Kang Jun-ha
    1. Kang Jun-ha (2011-06-22 23:59:07 / 119.198.77.***)

      추천 0 | 비추 0

    2. 전적으로 공감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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