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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심의제도, 음악은 생명력을 잃어간다.
강일권 작성 | 2011-08-03 04: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6 | 스크랩스크랩 | 32,547 View



요즘 음반심의제도 때문에 음악계가 후끈하다. 여성가족부의 심의 기준이 큰 웃음을 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음반사전심의제도폐지 사건이래 이번처럼 심의와 관련한 논란이 전면에 부각되고 지속된 경우는 없었기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던 심의기관의 횡포에 제동을 건 결정적인 세력이 아이돌 팬덤이라는 사실은 좀 씁쓸하지만(오해는 마시라. 팬덤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작 강하게 항의했어야 할 음악인들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니…), 어쨌든 언젠가 한 번 크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기에 지금 같은 분위기는 아주 반갑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음반심의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바보 같은 심의제도 때문에 창작행위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어온 건 자유롭고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추구해온 인디 뮤지션들이다. 그중에서도 랩/힙합 뮤지션들의 음악은 그 어느 장르보다 언어의 유희적이고 기술적인 면을 극대화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만큼 심의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가장 논란이 되는 ‘술과 담배’를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해보겠다. 다른 장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랩에서 술과 담배는 주제 전달과 전체적인 분위기 형성, 그리고 라임(rhyme)을 위한 오브제로 쓰이는 경우가 꽤 있다. 물론, 굳이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사를 완성하는데 무리는 없겠지만, 일상에서의 리얼리티를 녹여내는 게 하나의 큰 미덕인 랩의 특성상 이러한 오브제가 거세됐을 땐 곡에 따라 장르 음악으로서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음주와 흡연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술은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청소년 유해약물이며, 일상에서의 리얼리티를 고려하더라도, 그건 성인에 한한 것이니 19금 판정을 받는 것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라고…. 겉으로만 보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음반이나 음원 구매의 주된 소비층이 청소년임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다르다.

어린 청자들에게 음악을 못 팔아먹어서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사실 이 부분도 인디와 언더에 한한다면, 어느 정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술과 담배를 언급한 노래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나도 낡아 빠지고 어리석다. 지난 7월 21일 이영희 음반심의위원회 위원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중가요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최근 발생한 (술과 관련된) 성범죄를 연관 지어 현 음반심의의 타당성을 설명했는데, 참으로 심한 비약이자 과잉보호의식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반박 자료로 음반심의를 맡는 여성가족부가 얼마 전인 7월 21일 발표한 ‘청소년 음주실태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싶다. 청소년의 최초 음주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건 ‘어른이 권해서’이며, 그다음이 ‘호기심으로’이다. 어디에도 ‘음악에서 영향받아서’라는 말은 없다. ‘호기심’을 제공한 게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엔 음악 말고도 호기심을 제공할 거리가 널리고 널렸다. 더구나 청소년 음주를 막기 위해선 가정 내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알코올의존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4∼8배 높다는 통계). 만약, 청소년 음주 예방의 일환으로 음악을 심의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인력낭비, 세금낭비가 아닐 수 없다.   

리드머 회원 howhigh님의 방송 캡처 사진

덧붙여 술과 담배에 대한 심의 근거 중에도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지난 7월 24일 대중가요 심의논란을 다룬 [시사매거진2580]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 맹광호 위원장은 노랫말에서 음주와 흡연에 대한 제재이유 중 하나로 ‘어려운 일을 당하고, 괴롭고, 외로운 문제를 푸는 방법이 술이나 담배’로 언급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위 사진 참고). 그렇다면, 아래 국내의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 중 한 명인 팔로알토의 가사 일부를 보자.

‘둘만의 축배, 수많은 문제를 거쳐왔으니 승리를 축하해줄게/ (중략) 오늘따라 왠지 소주 맛이 달어 후회할지도 몰라, 오늘밤이 가면’ -2집 [Daily Routine] 수록곡 “Dreamer” 중에서

오늘날 자신의 꿈을 실천하며 사는 청년으로서 긍정적인 고민과 다짐을 담은 이 곡에 내려진 ‘19금 판정의 근거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난 심의 자체를 부정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리고 단어의 뜻이나 (그들의 기준에 의한) 유해 단어만을 근거로 ‘19금’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도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단지 예술을 대하는 데 꽉 막힌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제발 융통성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언제까지 모든 예방을 ‘금지’라는 낡아빠진 조치로만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할 지식과 여력이 부족하다면, 음악 관계자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거나 미국 대중음악계의 기준이라도 참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비상식적인 심의 때문에 음악(특히, 장르음악)이 얼마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한편, 최근 현 심의제도를 비판한 몇몇 유명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인 기준이 아니라 예술적인 기준으로 봐야 한다.’라거나 ‘앞뒤 맥락 없이 유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며 방식 자체를 부정했는데, 이는 작금의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언급이었다. 그들의 말처럼 노랫말의 전체, 혹은 앞뒤의 맥락 여부를 판단하면서 심의한다면, 오히려 혼란과 논란만 더 가중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물리적 시간을 고려했을 때도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또한, ‘예술적 기준’ 운운하는 것도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문화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욕설과 비속어, 특정 유해단어(총기 관련, 마약류 등등)에 한해서 ‘Parental Advisory’ 판정을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게 가장 깔끔한 방식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앞서 언급한 ‘술’이나 ‘담배’처럼 욕설과 비속어를 제외하고 지정된 금지 단어 중에 터무니없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해 단어를 정하는 수위를 낮추고 대부분이 공감할만한 선에서 ‘유해’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심의제도를 아예 없앨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논의라면,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부정이 뒤따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타당한 심의제도를 만들 것이냐가 관건인 현 시점에서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건 거듭 말하지만 더 혼란스럽게만 할 뿐이라는 걸 관계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알아야 한다.

끝으로 심의하는 분들께 진심으로 묻고 싶다. 청소년기에 음악을 듣다가 ‘노래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는 걸 보면 술은 먹어도 괜찮은 거야. 오늘은 술 먹어야지.’라는 초딩스러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게 한 곡이 있었는지, 멀쩡하게 있다가 음악을 듣고 술에 만취한 적이 있는지를 말이다. 만약 있었다면, 부디 공유 좀 해주시길…….

※본 칼럼은 국민일보-쿠키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는 바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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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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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전사나이
    1. 마전사나이 (2011-08-10 14:19:46 / 112.170.32.**)

      추천 0 | 비추 0

    2. 망치라는 단어도 사용하지맙시다.
      칼도요
      왜냐하면 살인하고 연관되니깐요
      서든이나 스포같은 FPS게임은 15금이죠?
      총으로 사람 죽이니 이거 또한 사람의 생명에 대해 무관심해질수도 잇겠군요.
      15금버전없애죠
      아 그리고 RPG 게임들 거기서도 몬스터들을 때려잡죠?
      이거 또한 폭력에 길들여져 살인을 할 가능성이 있으니 19금 때려박죠?
      그리고 뉴스
      뉴스가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것들이 나오는 내용인데
      신문도 그렇고. 우리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서 그것도 못보게 하죠.
      참 인터넷!
      인터넷도 간단한 검색 하나만으로 쉽게 접근할수 있으니 청소년이 접근못하게 막아버리죠!!

      -ky-sun-
  • Yeezy
    1. Yeezy (2011-08-06 16:14:01 / 219.250.88.***)

      추천 0 | 비추 0

    2. 물론 저도 저 술에 대해서 제재를 하는거는 아닌거 같지만
      요즘 노래들 심위 더욱 더 강하게 좀 해줬음 하네요.
      아이돌노래=대중의 노래 가 된만큼 우리야 들으면 좀 그려려니하는데
      그 노래가 여러분의 딸이 부르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윗에 님 말처럼 요즘 아이돌가수 가사보면 그런 내용 참 많죠....
      저런 노래가 만약 20대가 소비의 주를 이룬다고 하면 저렇게 제재안합니다.
      문제는 10대애들이 주소비층이기 때문에 엄격해질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제재등급을 더욱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전체이용가가 아닌 이상은 19세이하금지가 되버리니 문제가 된다고 보네요.
  • djyd
    1. djyd (2011-08-05 21:31:31 / 119.203.243.***)

      추천 1 | 비추 0

    2. 요즘 아이돌가수들 가사보면 쿨하게 대 줄 거라는 너 따먹을거라는 그런거 살짝 돌려서 쓴 거 같은데 저 혼자만의 망상임?
  • ITsou
    1. ITsou (2011-08-04 21:31:28 / 175.200.205.***)

      추천 0 | 비추 0

    2. 정말 저 캡쳐보면 빡치는게 너무 음악적 이해는 개나줬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교수가 여러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만들고 나서 그래 청소년을 구했어
      라는 뿌듯함에 나올 미소를 생각하니 오늘 먹은게 다 올라오네요
      항상 우리나라 노망걸린 노인들은 정도를 모르고 예외를 모르죠
      그런 노인네들이 우리나라 심의를 결정한다니 ㄷㄷㄷ
  • piano
    1. piano (2011-08-04 17:33:16 / 180.68.107.***)

      추천 0 | 비추 0

    2. 조금만더님/ 마지막 댓글 저한테 쓰신건가요? 저 댓글이 다른 댓글에 반박한다는 생각으로 쓴게 아닌데 지금보니 그렇게 보이네요. 공교롭게도 서로 '극단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전 제가 말한 미쳤어나 발라드에 관한 내용이 마냥 극단적인 예가 아니라는 뜻이였습니다. 서로 다른걸 대상으로 쓴 표현으로 조금만더님이 쓰신걸 받아친게 아님을 밝힙니다__
  • Fukka
    1. Fukka (2011-08-04 16:30:41 / 211.246.70.***)

      추천 0 | 비추 0

    2. 고정석님과 조금만더 같은 분이시라 생각하고 말씀드리자면 정말 현심의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게 밎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는 논지가 지금 심의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끌어다쓰는 근거라...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일단 음악 자체를 얘기하는데 왜 더 넓은 개념의 이야기를 대입시키시나요 댓글에서 직접 말씀했듯이 주변에서 접하는 모든 환경을 고려하여 말씀한 거라면 그 자체로 지금 논의의 핵심에서 벗어난 겁니다. 음악도 물론 영향을 끼칠수있죠 근데 그 영향력이란게 극히 미미하죠 그래서 대중의 공감을 못사고 있는 거고요. 조금만더님이 개진하는 의견은 대중예술 전체로 확대하면 모를까 음악심의만을 논하는데 있어서는 좀 안맞네요 스스로 음악만 얘기하는게 아니라고까지 말씀했고...

      뭐 그리고 칼럼 읽는 맛이 좀 공격적이고 비꼬는맛도 있어야죠 음반심의 충분히 비꼴만하니까요
  • 조금만더
    1. 조금만더 (2011-08-04 09:30:29 / 211.57.153.***)

      추천 0 | 비추 0

    2. 저는 저런식의 심의제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음악뿐이 아니라 주변에서 접하는 모든 환경이라고 이미 썼고,
      극단적이라는 표현은 그 매체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끼치는 영향을 극단적으로 쓰시면서 비꼬셨길래 썼던 말이구요.
      유해매체들을 청소년에게 접근 금지시킬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습니다. 라고도 썼는데..

      뭐 읽고 댓글을 다시는건지.
      전 강일권씨 맨 마지막 단락의 논지야말로 단순하고 유치하게 생각해서 반박하는건 아닌지 싶어서 썼던 댓글이에요. 듣는 사람이야 속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 뮤직쿤
    1. 뮤직쿤 (2011-08-04 02:56:41 / 220.122.244.**)

      추천 0 | 비추 0

    2.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에 대한 심의건 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ㅋㅋㅋ
  • unknownn
    1. unknownn (2011-08-03 23:36:07 / 112.154.228.**)

      추천 0 | 비추 0

    2. 이런 논리라면

      미성년자는 모두 텔레토비나 보고, 우리동요선집이나 들어야겠음.

      미성년자가 노래방에서 '소주 한 잔' 이나 '술이야' 부르면 벌금형에 처합시다.
  • piano
    1. piano (2011-08-03 17:10:28 / 180.68.107.***)

      추천 0 | 비추 0

    2. 글쎄요. 음악이 듣는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건 분명합니다. 일종의 최면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걸러야 할게 너무 많아요.

      술 담배? 네 음악때문에 익숙해 질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맥락으로 제한할라치면 영향을 끼칠 수 있는건 그외에도 많습니다.

      이건 심리, 최면 전문가에게 들은 말인데, 손담비의 미쳤어 아시죠? "내가 미쳤어 내가 미쳤어" 이런 가사도 음악으로 듣게 되면 최면효과를 냅니다. '내가 미쳤어'라는 단어가 무의식속에 삽입되는 거에요. 아니면 너 없이는 못살겠어 하는 식의 발라드들? 그것들도 다 마찬가지구요. 이런 노래도 이별후에도 계속 과거에 연연하게 한다면서 금지먹일 겁니까? 말씀하시듯이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TV, 영화, 광고 등등 다 마찬가집니다. 이런 효과가 나오는데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아예 극단적인 예는 아닌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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