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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블랙스⑨ Drumline '라디오는 꺼졌고, 진짜 음악이 여기 있다.'
조성호 작성 | 2011-08-29 18: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4,360 View



본격적인 영화이야기에 앞서 '마칭 밴드(Marching Band)’에 대해 설명하자면, '고적대', 혹은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악단' 정도가 될 듯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군악대를 마칭 밴드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스톤 3세가 연출한 [드럼라인, Drumline](2002)은 바로 이 '마칭 밴드'라는 소재를 가지고 한 남자의 성장과 공동체의 연대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럼라인]에는 주인공인 '데본 마일스(닉 캐논)’를 축으로 여러 조연들이 등장하여 악단의 유려한 화음처럼 연기 앙상블을 뽐내고 있다. 영화의 주제는 하나가 되는 밴드(One Band, One Sound)의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그 과정 속에 녹아있는 서브-플롯이야 말로 감독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서브-플롯으로 ‘시기-반목-화합’으로 이어지는 기승전결 구도로 아야기를 이어가면서 신구 대결까지 집어넣어 다층 구조를 만들어 냈다.

데본은 천재적인 드러머다. 우리는 그가 약간은 삐딱하고 반항기 가득한 인물이라는 것을 오프닝부터 쉽게 알 수가 있다. 카메라는 ‘부감쇼트(high angle shot)’로 졸업생들을 화면 안으로 집어 넣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데본은 오와 열을 맞추고 앉아있는 졸업생들 사이에서 스스로 자신이 삐딱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인 교내 마칭 밴드 연주에서 밴드부는 알켈리(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를 연주하는데, 연주도중 데본의 지시로 그들은 고전적이고 장엄한 연주가 아닌 매우 빠르고 경쾌한 연주로서 졸업식장 안에 있는 모두를 흥겹게 만든다. 마칭 밴드의 매력이 발산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이 장면은 앞으로 보여질 영화의 이야기에 기대를 품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마칭 밴드 내에는 여러 악기가 있다. [드럼라인]에서 소개하는 악기의 특성을 얘기해 볼까 한다. 데본은 애틀랜타 대학(A&T)에 입학한 새내기다. 그가 정식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2주간의 혹독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첫 연습날 선배들은 각 악기에 배어있는 정신에 대해 얘기한다. ‘색소폰-진실의 목소리’, ‘튜바-밴드의 중심’, ‘트럼펫-밴드의 목소리’, 그리고 '라인'의 책임이고 이 전체 밴드를 이끄는 숀은 ‘드럼 -심장이자 영혼’이라 말하며, "북이 없다면 밴드는 사공 없는 나룻배다. 드럼은 밴드의 맥박이고 맥박이 멈추면 밴드는 죽어버린 거나 다름없다."라고 소리친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밴드의 일원이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천재적인 데본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악단의 단장 닥터 리(올란도 존스), 그리고 데본과 대립하는 인물인 밴드의 리더 숀(레너드 로버츠)은 매우 유사한 캐릭터 성향을 보여준다. 셋 다 고집이 대단하며 실력이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닥터 리는 젊지만 보수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예전 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해서 연주하고 싶은 욕망. 그렇기에 총장과 대립한다. 그리고 데본은 천재적이지만, 팀에 전혀 녹아 들지 않는다. 그런 점을 싫어하는 숀과의 대립. 서로가 비슷한 성향을 지녔지만, 그들은 좀처럼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닥터 리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마빈 게이(Marvin Gaye),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등 과거 흑인 음악(혹은 고전 음악)을 연주하며, 그 음악에 대한 고귀한 가치와 현재 최고라 일컫는 힙합과 알앤비의 뿌리를 들려주려 한다. 그것을 잊고 산다면 자신들이 현재 즐겨 듣는 음악의 뿌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어쨌든 셋은 결국엔 뭉쳐야 하는 A&T 음악인들이다.

'P1'은 마칭 밴드 모든 라인의 정규 멤버를 지칭한다. 고된 훈련과 노력 끝에 데본은 신입생 중에서 유일하게 P1에 들어가지만, 이기적이고 당돌한 데본은 팀워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실력만 믿고 으스댄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는 최고지만,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마칭 밴드의 일원으로서 그는 자격미달이다. 그런 데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악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데본은 드럼 연주를 듣고 자신의 부분을 다 외워서 연주하는 천재적인 실력이 있지만, 연주자의 기본인 악보를 해석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데본은 단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며 거드름을 피운다. 마칭 밴드의 첫 연습 때부터 데본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숀은 그 사실을 일찍이 알았고, 단장과 밴드부원이 모여 연습하려는 결정적인 순간(데본의 콧대가 하늘로 치솟아 있는 순간) 그가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폭로한다. 규정상 악보를 읽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연주자라 할지라도 정규 부원이 될 수 없다. 결국, 데본은 리 단장의 명령으로 작곡 수업에 참여한다.

동문회 방문 기념 연주를 위해 데본은 다시 드럼-라인으로 합류하고 리더인 숀과 듀엣으로 밴드의 메인을 맡게 된다. 그들은 동문을 위한 연주를 선보이는데, 원정 경기를 온 매콘 대학 마칭 밴드와 대결을 펼치다가 급기야 사고가 터지고 만다. 상대팀의 조롱 섞인 퍼포먼스에 화가 난 데본이 전열에서 이탈해 드럼을 연주하며 앞으로 전진하고, 덩달아 팀원들도 움직인다. 데본은 상대팀 앞으로 걸어가 그 팀의 리더 드럼을 자신의 드럼과 번갈아 연주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조롱한다. 그리고 그들은 패싸움을 벌이게 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싸움의 장본인이 된 데본은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닥터 리는 데본을 합류시킨걸 실수라고 말하며 그에게 밴드를 떠날 것을 권유한다.

데본이 외롭게 지내던 어느 날, 떠나간 아빠로부터 소포가 오는데, 안에는 몇 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있다. '어느 무명 드러머의 연주'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그렇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 어머니의 헌신으로 잘 성장한 데본이지만, 그의 '드럼 DNA'는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다. '아버지의 피와 어머니의 뼈'로 천재적인 드러머가 된 것이다. 데본은 아버지가 보내온 음악들을 듣고 드럼 연습을 하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겨낸다. 그러던 중 어떤 영감이 생겨 연습실에서 연습하려던 데본은 작업중인 숀과 마주친다. 데본은 처음부터 선배인 숀이 자신을 갈군 것에 대한 얘기를 하며 실력에 있어서 선배는 자신의 상대가 안 된다고 말하고, 숀도 그 사실을 받아드린다. 그리고 데본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실력은 최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외톨이'라고…. 이것이 데본의 현재 모습이다. 그리고 숀은 밴드 안에서 실력이 출중한 이기적인 드러머는 필요 없고, 오직 하나의 소리(One Soumd)를 위해 헌신 할 수 있는 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은 결국, 화해하고 'A&T'를 위해 뭉친다. 그리고 데본과 숀은 하나의 밴드를 위해 곡을 쓰고, 그 곡을 닥터 리에게 보여준다. 닥터 리는 자신의 소신을 조금 굽히고, 젊은 밴드 멤버들의 취향을 존중해 구세대가 기억하는 음악과 신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섞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남부지역 최고의 마칭 밴드가 되기 위해 준비한다.


 
[드럼라인]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마칭 밴드가 연주하는 하나의 소리에 있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대회 장면에서 수 많은 밴드의 연주는 정말로 마칭 밴드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오프닝 장면인 졸업식 장면에서 울려 퍼지던 알켈리의 음악을 비롯하여 잭슨 파이브(Jackson 5),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의음악이 마칭 밴드 연주 버전으로 영화에 등장할 때, 데본과 숀의 1대1 드럼 배틀 씬, 그리고 마지막 챔피언십 대회에서 보여준 수많은 마칭 밴드의 연주 장면이 바로 [드럼라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을 통해 아름다운 마칭 밴드의 하모니를 위해선 천재적인 한 명이 아니라 팀을 위해 희생하는 한 명 한 명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감독은 옛 것의 소중함과 현재의 아름다움의 적절한 조화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연대의식(소통)을 영화 속에 절묘하게 녹여내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마칭 밴드를 소환하여 전달한 찰스 스톤 3세의 연출력이 인상 깊다. 역동적인 리듬이 살아 숨 쉬는 영화, 타악기에 대한 매력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 [드럼라인]을 지금 바로 보라고 권하고 싶다.

p.s
[드럼라인]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여러 곡 중에서 D&K Cadence의 “The A&T Drumline(The Senate)”, “Marching Band Medley”, “Classic Drum Battle” 등 세 곡은 꼭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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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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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보리
    1. 보리 (2011-09-10 13:19:48 / 121.162.18.*)

      추천 0 | 비추 0

    2. 덕분에 다시 봤습니다 타악기 리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영화
  • Gerome
    1. Gerome (2011-08-30 10:37:54 / 222.109.121.***)

      추천 0 | 비추 0

    2. 매우 좋은 영화였습니다! 디비디 소장중인 영화 ㅎㅎ
  • 엄동영
    1. 엄동영 (2011-08-29 19:55:01 / 117.55.138.***)

      추천 0 | 비추 0

    2. 크...중3때 음악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영화~ 정말 재밌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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