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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afly - Best Kept Secret
강일권 작성 | 2011-10-16 02:2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22,927 View

Artist: Soopafly
Album: Best Kept Secret
Released: 2011-08-30
Rating: +
Reviewer: 강일권









비록, 약 18년여의 커리어에서 화려하게 튀는 지점은 없었지만, 수파플라이(Soopafly)는 DPGC의 묵묵한 살림꾼으로서, 지역 후배들을 서포트하는 든든한 선배로서, 그리고 웨스트코스트 힙합 역사 속의 손꼽히는 프로듀서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DPGC의 멘토 스눕 독(Snoop Dogg)이 데뷔 이래 메이저를 주 활동무대로 삼고, 대즈(Daz)와 커럽(Kurupt)이 비정기적으로 메이저 씬과 인디 씬을 오갈 때에도 그는 초지일관이었다. 같은 배를 탄 쥐-펑크(g-Funk) 동료들이 특유의 신스 사운드로 주조한 멜로디 라인과 레이드-백(Laid-BacK)한 그루브를 주로 앞세웠다면, 수파플라이는 멜로디보다는 디지털화한 스네어 드럼과 베이스 드럼으로 바운스감을 극대화한 비트가 전매특허였는데, 그에게도 변화의 시기는 있었다. 바로 지난 2007년에 발표했던 두 번째 앨범 [Bangin West Coast]에서다. 이 앨범에서 그는 기존의 웨스트코스트 바운스를 절제하고 샘플링한 소스의 루핑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며 매우 소울풀한 힙합 사운드를 선보였는데, 이 때문에 [Bangin West Coast]는 참으로 모호한 앨범이 되어버렸다. 분명히 몇몇 수록곡은 훌륭했지만, 소울과 훵크 음악 샘플링을 주무기로 하는 다른 수많은 프로듀서들의 음악과 별다른 점을 찾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음악의 완성도를 떠나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온 베테랑에게 이처럼 그 색이 희석되는 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이후, 4년이 흘렀고 수파플라이는 세 번째 앨범 [Best Kept Secret]을 공개했다. 관건은 ‘고수’냐 ‘또 한 번의 변화’냐 였다.

결론은 ‘또 한 번의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회귀’를 통한 게 아니라 ‘접목’을 통한 것이다. 수파플라이는 본작에서 옛 웨스트코스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되, 때로는 작금의 트렌디한 요소들을 껴안고, 때로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인 쥐-펑크의 원류 피-펑크(P-Funk)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화려한 신시사이저가 시종일관 부유한 청감을 제공하는 “All This Game”은 피-펑크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뽐내며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자리매김한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21세기 훵크 테크니션 댐-펑크(Dam-Funk)가 프로덕션과 토크박스로 참여하여 무그(Moog) 사운드로 완성된 쥐-펑크의 진수를 선사하는 “Gfunk Martian”도 압권이다. 이 외에 풍성한 신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Sumthin’ Better”와 건조한 드럼 위로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Uz A Tricc”, 그리고 첫 앨범의 “Playin Game”만큼이나 산뜻하고 앙증맞은 구성의 “Incredible”도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한편, 수파플라이는 프로듀서로 더 유명하지만, 꽤 준수한 랩퍼이기도 하다.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박자에 맞춰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그의 랩은 특히, 바운스가 극대화된 트랙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Move Too Fast”나 “All This Game” 등은 이를 체감하기에 좋은 곡들. 비록, 주제는 여전히 후드(Hood) 이야기와 갱스터리즘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랩은 매력적이다.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트렌디한 요소와 불협화음을 내는 몇몇 지점과 다소 과해 보이는 트랙 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표적인 예로 이젠 물릴 대로 물린 오토튠 보컬을 꼭 써야 했나 싶은 처음 두 곡 “Ahead Of Ours”와 “Move Too Fast”는 흐름상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한 곳인 초반부를 가장 힘 빠지는 곳으로 전락시켰으며, 개성 없는 클럽튠 “When I Like It”도 중반부에서 흐름을 망쳐놓는다. 인트로를 제외하고도 무려 17트랙이나 되는 본작에서 이 곡들은 자연스레 불필요한 트랙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너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한 옛말처럼 트랙 수를 조금만 줄였다면, 더 탄탄하고 응집력있는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웨스트코스트 힙합에 기댄 곡들과 트렌디한 요소를 결합시킨 곡들의 완성도가 현저하게 차이 난다고 봤을 때, 앞서 언급한 이번 앨범의 키워드인 ‘접목’은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자의 경우가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앨범 자체는 실패가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결 같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감흥을 전달해주는 베테랑의 존재가 고맙기도 하고 말이다. 범대중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로컬 음악팬들에게 ‘수파플라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믿음이 가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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