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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블랙스⑪ The Help '인종차별 문제를 통해 그리는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
조성호 작성 | 2011-11-23 18:3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25,640 View




"가정부로 살아갈 것을 알았나요?"
(스키터)
"네, 알고 있었어요. 할머니, 어머니도 모두 가정부였죠." (에이블린)
 
미국에서 무려 103주나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 있다. 지금 소개하려는 영화와 동명인 [헬프, Help](2009). 작가인 캐서린 스토킷(Kathryn Stockett)이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써내려 간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무려 60여 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고 겨우 출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캐서린과 다섯 살 때부터 친구인, 동명의 영화를 만든 테이트 테일러(Tate Taylor) 감독은 [헬프]를 읽고 영화를 만들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거쳐 탄생한 영화가 바로 본작이다. 참고로 ‘Help’는 '가정부'를 뜻한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장소는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잭슨주(state). 미국 역사에서 백인의 유색인종 탄압은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그 어떤 도시보다 남부지방의 도시들은 차별과 폭력이 심했던 곳이다. [헬프]는 유색인 가정부들의 시선으로 그려지며 전개해 나가는 영화다. 가정부들의 심정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용기를 밖으로 분출시켜주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백인 여성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경력을 쌓아 꿈을 이루려는 그녀의 이름은 ‘스키터’(에마 스톤)다. 그녀는 학업을 마친 뒤,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고, 지역의 대표 언론사에서 살림에 관한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작가나 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엔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스키터의 고향 친구들은 모두 일찍 결혼을 해 출산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뤄 살아간다. 그것이 남부 출신 여성들의 전형적인 삶이다. 스키터는 친구 집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친구이자 유색인종을 극도로 차별하는 (하지만 그것이 차별인지 모르는) ‘힐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것은 가정부가 사용하는 화장실을 외부에 별도로 만들도록 허용하는 법률안을 제출하는 이야기다. 그녀가 가정부의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이유는 유색인종이 전염병을 옮긴다는 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스키터는 자신이 쓸 책의 소재를 찾아 낸다. 그것은 다름아닌 가정부들의 얘기를 듣고 그녀들의 삶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일하는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에게 자신이 쓰려는 소설의 성격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있어도 잡혀가는 시대였고, 공공시설에선 언제나 백인의 편의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의 허락 없이 유색인종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그곳은 유색인종에게 지옥 같은 곳이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에이블린이 두려워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에이블린은 자신의 열일곱 번째 공주님인 주인집 딸 ‘메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핀다. 하지만 메이의 엄마는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고, 자신의 딸이 못생겼다고 생각해 하루에 한 번만 안아주고, 기저귀도 갈아 주지 않는다. 에이블린은 지금껏 자신의 인생을 바쳐 열여섯이나 되는 백인 아이를 키웠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백인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그래도 그녀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원수라고 생각하는 그들을 사랑으로 용서한다. 하지만 가정부를 대하는 주인들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에이블린은 메이를 돌보면서 주인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다. 그리고 에이블린과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힐리 집의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언제나 활기차고 유머감각이 있다. 그리고 잭슨주 최고의 요리솜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집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미니를 해고한 힐리는 또 어떤가 보자. 그녀는 유색인종에게 굉장한 편견을 가진 동시에 극도의 공포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지만, 무언가 모르게 열등감을 지닌 인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헬프]에는 묘한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셀리아(제시카 차스타인). 백인 대 유색인종 구도로 보이는 영화는 또 한 명의 백인 마님을 그들 사이에 놓이게 하면서 묘한 지점을 만들어 낸다. 셀리아는 백인이지만, 촌뜨기라는 이유로 힐리가 이끄는 모임에 진입하지 못한다. 그녀는 백인과 유색인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힐리는 셀리아가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 상류층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그녀를 유령인간 정도로 본다. 셀리아는 해고를 당하고 일거리가 없던 미니를 자신의 집 가정부로 들인다. 셀리아는 약간 맹한 구석이 있다. 그녀는 백인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이고 말하는, 영화에서 보면 가장 단순한 (혹은 순수한) 인물이지만, 그녀는 스키터와는 좀더 다른 방식의 진실함을 가지고 미니를 따스하게 대한다.
 
스키터에게 어렵사리 마음에 문을 열게 된 에이블린은 자신의 집으로 몰래 스키터를 초대하고 그녀의 인터뷰에 응한다. 에이블린은 말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꾸준히 써왔던 일기를 꺼내어 읽어준다. 그녀는 기도조차 말로 하지 않고 글로 적었다. 에이블린은 글도 읽을 줄 알고, 쓸 수도 있을 만큼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유색인종이기에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고, 그저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지어지는 그들의 운명을 받아 드린 것이다. 에이블린이 스키터를 도와준다는 것을 알게 된 미니는 매우 흥분하지만, 그녀도 자신만만한 성격답게 그들의 계획에 동참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에이블린과 미니는 자신들이 가정부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로만 소설을 출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출판사 사장은 스키터를 압박하고 소설을 출간하고 싶으면 빠른 시일 내에 더 다양하고 많은 내용의 글을 써서 보낼 것을 요청하지만, 주변에 에이블린과 미니처럼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가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셋은 머리를 굴려 보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미니는 자신의 여러 얘기를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적어서 보내자고 하지만, 스키터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반대한다. 오직 주변의 가정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줄 때 비로소 책의 가치가 생기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미니를 해고한 힐리는 다른 가정부를 채용하는데 이 가정부는 자신의 두 아들 대학 등록금이 없어 힐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녀는 단칼에 거절한다. 그리고 집안 청소를 하다 우연히 힐리의 고급반지를 줍게 되고 전당포에 몰래 맡겼다가 발각이 된다. 그녀가 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심한 폭행을 당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다른 가정부들이 분노를 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그들은 스키터에게 자신들이 걸어온 지난한 일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키터는 총 13명의 유색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관점에서 소설로 써내려 가고, 우여곡절 끝에 출판을 한다. 그리고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스키터는 자신에게 들어온 인세를 가정부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 스키터는 [헬프]를 써내려 가면서 자신을 헌신적으로 키워준 가정부 ‘콘스탄틴’(시셀리 타이슨)을 생각했다. 부모가 바쁠 때 부모역할을 해주었고, 자신이 고민으로 힘들어 할 때 멘토 역할을 해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가정부가 바로 콘스탄틴이다. 그녀는 스키터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사이 해고를 당했다. 하지만 스키터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유도 모른 채 콘스탄틴과 헤어진 스키터는 소설을 쓰면서 그녀를 그리워 한다. 스키터를 포함한 잭슨주 백인들은 모두 유색인종 가정부의 사랑과 정성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그들이 성장하고,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자신들에게 사랑을 주었던 가정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부모가 했던 행동을 반복한다. 아마도 스키터의 부모는 가정부와 하인들을 존중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키터는 가정부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진실의 소리를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 테다. 물론, 모든 백인 주인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에 짧게 등장하지만, 좋은 주인을 위해 이야기하는 가정부도 있다.
 
힐리는 자신이 해고시킨 미니에게 창피한 일을 당했던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해 자신들의 이야기가 쓰여진 소설의 내용에 전전긍긍 한다. 물론 그 소설의 작가와 인물들 모두 가명으로 쓰여져 어떤 곳인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힐리는 작가가 스키터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추궁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오히려 스키터의 엄마에게 쫓겨 난다. 그리고 비로소 콘스탄틴이 왜 집에서 쫓겨 났는지 엄마에게 듣게 된다. 그리고 스키터는 모든 사실을 알고 끝내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린다. 힐리는 자신의 분노와 복수심을 억제 하지 못해 에이블린을 메이의 집에서 쫓아내려고 누명을 씌운다. 하지만 순순히 물러날 에이블린이 아니다. 그녀는 힐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한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백인 여성들에게 '아가씨'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했던 대답이 아닌 자신만의 생각과 언어로 인생에서 처음 주인 마님에게 말대꾸를 한다. 그리고는 울고 있는 메이를 끌어 안고 눈물을 흘리며 격려와 용기의 말을 하고 집을 나와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간다. 영화는 길고 긴 도로를 걸어가는 에이블린의 뒷모습을 비추며 끝이 난다. 그리고 그녀의 앞날을 응원하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의 희망에 찬 “The Living Proof”가 울려 퍼진다. 


 
앞서 말했듯이 [헬프]는 유색인 가정부의 시선으로 그려진 영화다. 에이블린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스키터와 에이블린, 이 두 주인공이 축으로 영화를 움직이고, 미니와 힐리, 셀리아가 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특히, 본작은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올라 데이비스의 화면을 꽉 채운 연기와 옥타비아 스펜서의 여유와 유머, 그리고 전형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성격을 잘 보여준 에마 스톤, 악역이지만 그 시대 백인 남부 여성을 소름끼치도록 잘 재현해 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그리고 후반부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며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제시카 차스타인 등, 많은 배우가 영화를 지탱했다. [헬프]는 인종차별과 1960년대 남부에서 실제 있었던 (지금도 존재하는) 일을 다루고 있지만, 인종차별을 다룬 과거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방식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뜻밖의 유머들과 따스한 상황들이 영화를 불편하지 않게 당시의 상황을 바라보게 한다. 그렇기에 [헬프]를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는 강한 사회파 드라마로 바라보기보다는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아름다운 행동에 관한 영화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헬프]는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면서도 '친절하고 똑똑하며 소중한' 영화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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