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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 魂: Map the Soul
이병주 작성 | 2009-10-19 16: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43,121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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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에픽 하이
Album: 魂: Map the Soul
Released : 2009-03-27
Rating :
Reviewer : 이병주





작년 가을 소품집 [Lovescream] 발매 이후, 불과 반년 만에 나온 그들의 새로운 앨범이다. 언급했던 EP 형식의 소품집을 포함하면, 어느새 7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들인데, 짧은 역사를 가진 국내 힙합 씬에서는 드렁큰 타이거나 조PD 정도 외에는 마땅히 비교할 만한 뮤지션이 더 없을 정도의 엄청난 앨범 작업량이다. 각 앨범의 방향성에 대해서야 이래저래 의견이 갈릴 여지가 많겠지만, 꾸준한 완성도의 앨범을 계속 선보여 왔단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고 존경받을만한 부분이다.

여러 마니아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1집 이후, 그들의 음악에는 트렌디한 일렉트로니카 요소가 더해졌고, 그것에 타블로(Tablo)의 방송 활동이 함께 맞물리며 대중의 폭넓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점차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곡 진행의 드라마틱한 면모가 더욱 강조되며 보다 큰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더 좋은 차트에서의 성적을 얻고,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들이었지만, 그만큼 일부 마니아 층으로부터는 계속 변모해가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비난과 실망의 말들이 끊이질 않았고, 대중성과 음악성에 대한 지루한 논쟁들은 항상 그들의 활동 곁을 따라다녔다. 이러한 점은 그들이 데뷔 당시 들고 나왔던 형태의 음악을 계속 고집하는 과정에서 대중성을 차츰 획득해 나갔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을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던 시기가 음악 형태의 큰 변화와 맞물려 동시에 찾아왔기 때문에 이미 그 상황에서 그들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시도 안에서 얼마만큼의 음악적 성취를 거두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변했다”라는 단정적인 한 마디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상당했다. 아무리 본인들 스스로 ‘내 길을 가겠다’ 하더라도, 그러한 시선들이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고, 작년 소품집 발매 즈음의 인터뷰에서는 그것들이 겉으로 직접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어느새 그들의 히트 넘버들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색채가 되었던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를 과감히 걷어 낸 전작 [Lovescream]이 그들의 고민과 변화의 시작 및 진행 과정, 그 자체의 형상화였다면, 이번 앨범 [魂: Map The Soul]은 그 고민과 변화가 결국 어디로 이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더 뚜렷하게 힙합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내보이고 있는 이번 앨범에서는 그 음악적인 변화 자체도 크게 주목받는 부분이지만, 그에 앞서 앨범의 제작, 구성 및 유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북 앨범이라는 형태를 취한 그들의 본 작은, 말 그대로 책과 음반이 결합된 것이다. 실물 음반을 손에 넣으려면 별다른 선택권 없이, 책이 함께 묶여 있는 상품을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매해야 한다. 그래도 디지털 음원 유통은 종전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음원 서비스를 하는 여러 음악 전문 사이트나 포털 등을 통해 그들의 음악만을 따로 접할 수 있기는 하다. 여러 음반점에서는 앨범을 구매할 수도 없고, 그로 인해 여러 관련 사이트 등에서 앨범 판매 차트에 노출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독립 레이블을 통한 음반 발매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인디로 음반을 발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떠한 추가적인 유통 과정도 거부하고,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판매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인디로 음반을 작업한 것은 원하는 음악을 눈치 안 보고 하겠다는 음악적인 고집과 의지로 해석 가능할 테지만, 유통의 경우는 좀 다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팬층, 혹은 음반 구매층을 확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공중파에 몇 번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상당 숫자의 새로운 팬을 확보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고, 충성도 높은 그들의 기존 팬들은 그들 이름 아래 나오는 음반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구매을 한다. 굳이 유통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들일 것 없이, 직접 판매하게 되면, 전체적인 음반 판매가 떨어지며 생기게 될 수익 저하 폭에 대한 어느 정도의 메움이 가능해 진다. 이 부분이 자리 잡고, 충분한 이윤을 남길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앞으로 그들이 계속 지금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앨범의 형식과 유통 방식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해두고, 앨범의 음악적인 측면을 보자면,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일반 대중이 좋아하던 에픽하이 음악의 여러 특징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만든 힙합 앨범이라는 것이다. 언급했듯 일렉트로니카적인 터치가 없어진 것에서부터(물론, 이 부분은 이미 전작인 소품집에서부터 시작되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곡의 드라마틱한 진행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들의 눈에서 볼 때 가장 큰 변화는 보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타이틀 곡 “Map The Soul"의 후렴에 들어간 옅은 멜로디 반복구 정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후렴구를 맡고는 했던 보컬들을 찾아볼 수 없다. 전문 보컬리스트가 앨범 어느 곳에서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프로듀싱에 있어서도 그 중심축이 타블로에서 다시 디제이 투컷(DJ Tukutz)으로 옮겨졌다. 그는 타이틀 곡인 “Map The Soul"을 비롯해, 바로 이어지며 앨범 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인 ”Top Gun”과 마지막 단체곡 “8 by 8, Part 2"에 이르기까지 앨범 내 음악 트랙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곡들을 맡았고, 단순히 곡의 개수를 떠나 앨범 내에서 가장 주요한 비중과 위치를 차지하는 곡들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많은 작업을 함께했던 페니(Pe2ny)뿐만 아니라, 랍티미스트(Loptimist)가 외부 프로듀서로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 "Believe"를 맡아 오랜만에 선 굵은 비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컨셉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앨범의 첫 곡이 저 곡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랩에서는, MYK가 그룹 제4의 멤버라 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분량을 참여해 함께 했다. 타블로와 짝을 이뤄 영어 랩 트랙을 짤 수 있다는 점이 앨범 내 그의 비중을 크게 늘려 놓았다. 다만, 주제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보이던 전작 소품집과 비교가 되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는 모르는데,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가사들도 음악의 변화와 발맞추어 적어도 한두 곡에서는 보다 더 선명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던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듣는 즐거움을 크게 느끼거나, 인상적인 포인트로 삼을만한 부분이 앨범 내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온갖 음악적 형태가 변화했다 하더라도, 타이틀 곡 “Map The Soul"등에서 특히나 크게 느껴지는 서정적인 면모와 특유의 감성, 스타일을 보면, 그동안의 많은 앨범 작업을 통해 ‘에픽하이만의 무엇’이 딱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다. 역시 1집이 최고야 라고 울부짖는 힙합 마니아들이나, 얼마 전까지의 그들의 모습이 그리울 뿐인 대중들 모두, 에픽하이만의 독특한 색채를 앨범 안에서 부정하기 어려우리란 점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그러한 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끊임없이 꾀해온 그들의 새 앨범이 의도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 계속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해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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