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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 세상 모든 찢어진 마음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리드머 작성 | 2009-10-19 17:1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 | 스크랩스크랩 | 22,512 View

1266781576.jpg에픽하이는 지난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대중과 마니아, 그리고 평단으로부터 한결 같은 호평을 받았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힙합 뮤지션으로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앨범은 흠잡을 데 없는 음악들로 가득했다. 전작이 너무 완성도가 있었기 때문일까? 이번에 발표한 5집 [Pieces, Part One]은 발표되자마자 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에픽하이의 세 남자, 타블로(이선웅), 미쓰라 진(최진), DJ 투컷(김정식)을 이번 5집 작업이 이루어진 생생한 현장이자 TBNY의 얀키 소유인 ‘아크 스튜디오‘에서 만나보았다.

리드머(이하 ‘리’): 안녕하세요~ 4집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타블로: 전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작업하고 있었고, 미쓰라는 방송인이었죠.

투컷: 그때 미쓰라는 잠시 예능인으로 변신해서 유재석 씨보다 방송에도 많이 나왔구요. 전 스타일 변화를 위해 음악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타블로: 그때 투컷은 키보드랑 악기를 장만하고 있었죠.

투컷: 네. 낙원상가에서 카드 긁고 있었습니다.

리: 하하. 며칠 전 뉴스 보니까 미쓰라 씨가 진행한 케이블 방송 ‘꽃미남 아롱사태’가 해당 방송국 효자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던데요. 그런데도 방송이 일찍 막을 내린 것 같아요. 앨범 작업 때문이었나요?

미쓰라진(이하 ‘미쓰라’): 앨범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구요. 약간 섭외가 어려웠어요. 생각보다 꽃미남이 많지 않더라구요. (웃음)

투컷: 전국 꽃미남들이 이제 얼추 다 눈치를 챈대요.

미쓰라: 분위기가 이상하면 "이거 혹시 그 프로 아니에요?"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촬영이 불가능했어요.

리: 방송에서 이미지가 참 신선했습니다.

투컷: 반전이었죠.

리: 바로 이곳이 녹음을 한 곳이죠(얀키의 스튜디오)? 작업은 수월하게 이루어졌나요?

타블로: 여기서 아예 살았죠. 어제도 여기서 잤어요.

투컷: 사장이 저희 친구고 같은 식구나 마찬가지인데다가, 음악 하는 친구라서 굉장히 편했어요. 부엌도 있고, 샤워실도 있고. 5개월동안 진짜로 살았어요.

타블로: 짐을 갖고 들어와서 아예 집에 안 들어갔어요.

투컷: 우리 아직도 짐 다 안 뺐잖아.

타블로: 제 악기들은 아직도 여기 다 있어요.

리: 얀키 씨를 위해서 스튜디오 소개를 해주셔도 됩니다. (웃음)

투컷: 이곳은 청담동 ‘이가자 미용실’ 골목에 있는 아크 사운드구요. 얀키 씨가 사장님입니다.

타 블로: 전혀 저렴하지 않구요. 초특급 럭셔리 녹음실이에요. 우리가 여기서 살고 있는 동안 리쌍의 길이 형도 여기서 잠시 살았었고. 다듀랑 친구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힙합 고시원’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저 구석에선 도끼랑 이센스랑 랩하고 있고. 저기선 저랑 길이 형이랑 곡 만들고 있고. B룸에 미쓰라랑 투컷이 있고… 항상 10명씩 있었던 것 같아요.

리: 도끼 씨랑 이센스 씨가 있었다면 이센스 씨의 믹스테입 녹음을 할 때 있었던 건가요?

타블로: 이센스가 개코랑 작업할 때도 여기서 했구요. 도끼는 여기서 별거 다 했어요. 번개송도 만들고.

리: 무브먼트 크루 분들은 거의 여기서 작업하나 봐요?

타블로: 네. 아지트 같은 곳이에요.

미쓰라: 그냥 있다가 피처링하고…

타 블로: 얀키가 이걸 지을 때 앤디 워홀의 팩토리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얀키답지 않게… (웃음) 제가 그거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죠. 지금 서서히 그렇게 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좋아요. 물론, 얀키꺼지만.

리: 타블로 씨와 미쓰라 씨는 심수봉 씨와 작업이 정말 화제였는데, 어땠나요?

타블로: 그 곡 작업을 마치는 데 한달 걸렸어요.

리: 한 곡 작업하는 데 한달이나요?

타블로: 제가 이미 작곡해놓은 곡을 심수봉 선생님을 위해서 다시 편곡했어요. 심수봉 선생님이 음악적으로 굉장히 뚜렷하시거든요. 그리고 음악인으로 따지면 저는 완전 꼬마고 그분은 거인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어요. 미묘한 소리 하나하나씩 신경 써가면서요. 악기선정도 굉장히 민감하셔서 제가 편곡할 때 여러 피아노로 연주를 해봤고 현도 몇 번씩이나 바꿨었죠. 그때 작업한 게 외부 작업 중에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고, 뚜렷한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서 곡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보람 있는 일인가 느꼈던 것 같아요. 진짜 한달 걸렸어요. 선생님께서 녹음만 8군데에서 하셨어요. 똑 같은 곡을.

투컷: 키 바꿔야 되고. 악기연주도 다시 다 해야 되니까요.

리: 대단하네요. 곡이 완성된 후 심수봉 씨의 반응은 어땠어요?

타블로: 그 곡을 되게 좋아하셔서, 저도 약간 당황할 정도였어요. 저한테 "천재적인 트롯 작곡가"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처음 해보는 건데… 좀 얼떨떨한 그런 기분이었어요.

리: 심수봉 씨가 트롯에 대해 칭찬을 했다면 최고의 찬사인데요. 그런 트롯의 감성은 어디서 온건가요? (웃음)

타블로: 그 곡을 소울이 있는 음악으로 만든 건 사실 심수봉 선생님의 목소리와 해석능력인 것 같고 저는 그 뼈대만 만든 거라서요.

리: 지난 4집은 그동안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힙합뮤지션이라는 수식어에 정점을 찍은 앨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음악적으로나 인기, 판매량, 수상기록을 종합했을 때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러 생각이 있었을 것 같은데….

타블로: 음. 진짜로 그런 점을 별로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투컷: 진짜 그렇게 많이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저번 작품 때도 그랬고.

리: 혹시 모니터링 해보았나요? 지난 앨범들과는 달리 평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어요.

타블로: 근데 우리는 늘 그랬어요.

리: 느낌이 어떤가요?

타 블로: 일단 평론가들의 반응은 거의 좋은 것 같아요. 오히려 4집보다도 더 좋아요. 이제 우리의 음악을 평하는 기준이 확실하게 생겨서 그런 건지, 평론가들의 평은 굉장히 좋아요. 팬들은 우리 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해주시니까. 비판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도 그랬기 때문에 계속 비판하고 있구요.

리: 이번 앨범이 너무 하이브리드화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요.

T: 음악을 스스로 분석하거나 스스로 평가하는 건 음악 하는 사람의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은 그냥 음악을 만드는 거지, 분석하고 생각해서 포장하는 건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그러려는 태도도 있었지만요. 3집이 성공하고 난 다음에 음악적으로 너무 많은 논란이 일어나서 우리를 보호하고 싶은 생각에 우리가 벽도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그게 신경 쓰이지도 않고 오히려 논란이 없으면 기분 나빴을 것 같아요. 논란을 위해서 만드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반응을 해주면 우리 음악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꽤 오랫동안 음악을 하다 보니까 평가라는 게 참 희안한 게, ‘Fly’가 처음 나왔을 때 힙합 씬에서 난리였잖아요? "뭐지?" 싶을 정도로 "뭐야, 너무 변했다." 이러던 사람들이 ‘Fan’이 나오니까 ‘Fly’ 때가 되게 좋았대요. 그리고 이번에 ‘One’이 나오니까 또 ‘Fan’ 때가 좋았대요. 심지어 요즘은 ‘평화의 날’이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평화의 날’이 나왔을 땐 엄청 욕을 많이 하더니. 그래서 느낀 건데, 평가라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일이 아니고 앨범 나온 날에 평가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게 좀 웃기잖아요 한 번 듣고. 아무리 제목이 ‘One’이지만. (웃음) 평가라는 건 지금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연말에 상 받을 때 평가 받는 것도 아니에요. 언젠가 에픽하이라는 그룹이 진정으로 평가를 받는 날이 오겠죠. 언젠가… 그때 평가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안 받아도 상관은 없구요.

리: ‘평화의 날’ 하니까 방송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타블로: 그거 진실이에요. 정말 해체하려고 했어요.

투컷: 저기 압구정 크라제 버거에서.

타블로: 그 밝은 곳에서.

미쓰라: 콜라 마시면서.

리: 다행입니다. 그때 해체 안 하셔서. (웃음) 앨범 타이틀이 [Pieces, Part One]인데 파트 투가 벌써 완성이 되어 있는 건가요?

타블로: 아, 그건 아니에요.

리: 전체적으로 하나의 줄기를 이루는 건가요, 아니면 각각 각각 독립적인 결과물인가요?

타블로: 아예 독립된 파트 같아요. 아직 생각해 놓은 게 없어요.

리: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특별히 영향 받거나 모티프가 된 뮤지션 혹은 음악이 있었나요?

타 블로: 그냥 전부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듣는 음악이 다양하다 보니까 다 조금씩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어요. 심지어 저는 예전 공일오비, 토이 음반들에 빠져있었어요. 투컷은 외국의 트렌디한 음악에 완전히 빠져있고, 미쓰라는 가운데서 제임스 블런트에 빠져 지내고.

미쓰라: [Once OST]요.

타블로: 이러다가 서로 앨범을 만들려고 보니까 다양한 스타일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구요. 모든걸 다 담으려고 했다기보다는 하다 보니까 요소요소들이 들어간 게 있는 거지, 우리가 앉아서 ‘이러이러한 영향들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자’ 할 정도로 계획적으로 만들 줄 아는 애들이 아니에요. 많은 분이 저희가 생각이 뚜렷할 거라는 이미지가 생겨서 우리가 뭘 하면 그게 의도가 있고, 그걸로 일어나는 것들, 이를테면 음악 외적인 것들을 다 예측하고 하는 것처럼 얘기하시는데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빌딩을 세웠겠죠.

투컷: 그랬다면 우리가 정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타블로: 오히려 그게 부담될 때도 있는 게, "어, 난 이거보다 훨씬 멍청한데. 아무 생각 없이 한 건데 왜 이렇게 의미 부여가 심하게 되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음악 내적인 것을 분석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에픽하이가 여기서 일렉트로닉 적인 느낌을 넣은 이유는 현 일렉트로닉 추세를 비꼬는..... 어쩌구 저쩌구”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우리가 이런걸 생각할 시간이 있겠느냐구요. 앨범 만드는 것만 해도 벅찬데.

리: 솔직히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보면 굉장히 치밀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건 아닌가 봐요?

타블로: 치밀하지가 않아요. 허일후의 "세상을 여는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때 예전 제목들과 현재 제목들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2집 ‘Free Love’가 나왔을 때 주제와 여러 가지 것에 대해 물어봐서 제가 "앨범을 만들 때는 21살이었는데 그 나이에 딱 어울리는 유치한 발상으로 만든 노래 같다." 그리고 ‘이별과 만남, 중점에서’라는 곡은 "노래를 만들 때 제가 23~24살이었는데 그때는 좀 더 감성적으로 변해서 좀 있어 보이는 제목을 하고 싶었다." 그런 다음에 ‘Fly’ 때부터는 "솔직히 귀찮아졌다. 그래서 한 단어의 제목으로 갔다."구요. 보세요. ‘Fly’, ‘Fan’, ‘One’.

(전원웃음)

당연히 사람으로서 있어 보이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게 귀찮아지기도 했고… 이제 제 음악관은 만들었는데 듣고 좋은 것, 누군가 제 음악을 듣고 어떤 것이든 느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걸 참고해서 ‘다음에는 그 사람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정도? 이제 스물 여덟이 되니까 유치한 발상들이나 세상을 유치하게 가늠하는 생각들은 없어진 것 같아요.

리: 약간은 여유를 찾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타블로: 여유라기보다는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정도의 생각을 가졌죠.

리: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투컷: 비슷해요. 거의 생각하는 게 똑같아요.

리: 그렇게 초연해지는 지점이 어느 시기였나요?

타블로: 이번 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예를 들면, 노래에 과다하게 현 연주가 들어간 적이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 있나, 이 노래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건데 그것만 전달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니멀하게 간 곡들도 있고…

투컷: 우리가 곡을 녹음하고 편곡 시점이 왔을 때 서로 물어보거든요. “이건 이런 식으로 가는게 어떨까?” 하고요. 물어보면 생각이 비슷해요.

1063604369.jpg

리: 그럼 그 곡들의 오리지널 버전이 있겠네요?

타블로: 네. 있죠.

리: 다 보관하고 있나요?

타블로: 네. 그런데, 저는 아이팟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누가 제 아이팟을 훔쳐갔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 확실히 훔쳐갔어요. 아이팟을 한 곳에서 본 사람이 7명인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없는 거예요.

리: 이번 앨범에 수록한 곡의 이전 버전들이 그 아이팟에 담겨 있나요?

타블로: 네. 그런데 제 곡도 제 곡이지만, 정말 많은 곡을 앨범커버까지 정성스레 담아놨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 없어져서 지금 허무해 죽겠어요.

투컷: 프로툴 예전 세션 열면 나오지 않아?

타블로: 내 아이팟에 있는 건 거기도 없어.

리: 그건 잘못하면 유출될 수도 있겠네요?

타블로: 유출되면 그 사람 잡아야죠. 그럼 제 아이팟도 돌려받을 수 있겠죠. 차라리 유출했으면 좋겠어요. 빨리 잡게. 아이팟에 CD 리핑해가지고 넣는데 한 평생 걸렸던 것 같아요. 앨범 40개를 넣었어요. 앉아가지고 좋아하는 씨디 넣고, 자켓 이미지 넣고… 일주일을 투자했어요.

리: 흠. 분명 스튜디오를 드나든 사람의 소행이라는 건데…

타블로: 그러게요….

리: 아무쪼록 찾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진심으로. 앨범 이야기를 계속해 보죠. 타이틀 곡 ‘One’의 탄생 배경이 있죠?

타 블로: 처음에 ‘공황’이라는 주제로 노래를 만들자는 얘기를 했고 그 주제로 총 여덟 곡을 만들었어요. 나머지 일곱 개는 따로 있어요. 첫 일곱 곡은 너무 웅장하거나 혹은 너무 있어 보이거나, 너무 세었어요. 그런데 메시지 자체가 무게 있는 내용이라서 이걸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얘기 했던 게 저는 80년대 생이니까 롤러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인데, “롤러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가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스며드는 그런 곡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진지한 롤러장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만든 거라고 할 수 있죠. 지금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리: 타이틀곡으로 경합을 벌였던 곡이 있나요?

타블로: 앨범에는 없어요.

투컷: 타이틀처럼 생각하고 만들었던 곡들이 다 빠지고 ‘One’이 들어갔어요.

타블로: 이번 앨범에선 힘을 많이 풀고 싶었어요. ‘Fan’에서 포스있게 하려고 했었는데, 또 그러기엔 우리도 싫고 사람들도 답답할 것 같아서.

리: 미발표 곡들을 추후에라도 발표할 생각은 없나요?

투컷: 일단 킵해놓고 있구요. 쓰임이 있으면 쓰겠죠.

리: 많은 뮤지션이 앨범에서 누락된 곡이나 미발표 트랙들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게 팬들로서는 참 들어보고 싶거든요. 실제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발표곡이 오히려 더 좋은 경우도 있고….

타블로: 네. 그런데 곡들을 버린 이유가 있으니까.

투컷: 이건 아닌 것 같다 해서 빼놓은 거니까요. 그런데 굉장히 좋은 곡도 몇 곡 있긴 있어요. 두세 곡 정도.

리: ‘The Future’는 특정 대상을 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어요.

타 블로: 정말 아니에요. 저도 짜증나는 게 ‘Eight By Eight’은 스토니 스컹크를 디스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누굴 디스할거였다면, 대놓고 누구라고 얘기를 하지 않을까요? 랩이라는 틀 안에서 배틀은 당연히 좋아해요. 듣고 자랐던 거고. 그 포맷을 좋아하죠. 그런데 전 지금 누구랑도 배틀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다 자란데다가 딴 생각들이 더 많아서 피곤해요. 누가 저를 씹어도 그냥 ‘재밌다.’하고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근데 자꾸 사람들이 불을 지피니까 싫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리: 얀키 씨 벌스가 특히 말이 많았죠.

타블로: 끼워 맞추기 대박이다. 저는 보면서CSI인줄 알았어요.

리: 곡을 들어보면 선배에 대한 리스펙을 강조하는데, 힙합 씬에서 선배에 대한 리스펙은 어느 정도 선까지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선배니까 무조건 리스펙? 아니면 최소한 인정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 이에게만.

타블로: 가리온이나 드렁큰타이거, CB매스가 있었기에 우리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전 이들이 없었다면 랩퍼가 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투컷: 우리나라에서 힙합을 할 의욕을 만들어준 사람들이죠. 그것만으로 존경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타블로: 한국 힙합 자체의 창시자들이니까

미쓰라: 단군신화급이지.

타블로: 물론 그 전에도 랩은 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힙합 씬이 있는 거고 그걸 듣는 사람들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은 우리도 리스펙을 하고 있죠.

미쓰라: 지금 음악하는 친구들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준 거잖아요. ‘이게 힙합이다’라는 걸 형들이 다 만들어 놓은 거라는 말이죠. 그 사람들이 계속 노력해서요. 그것에 대한 리스펙은 해줘야죠.

타블로: 진짜 희생 많이 한 거거든요. 형들이 진짜 역경에 다 부딪친 다음에 이렇게 영역을 넓혀 놓은 거잖아요. 그리고 그 영역만큼 우리는 그 안에서 논거고. 우리도 그 영역에서 놀다가 영역을 더 넓힌 것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영역을 구축해놓은 분들은 사실 CB매스, 드렁큰 타이거 이런 분들이거든요. 최자랑 개코랑 친구라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친구이기 전에 우리보다 훨씬 더 선구자였으니까요. 모두 그걸 잊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The Future’의 내용인데 다들 무슨 디스곡으로… 너무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니까 진짜 뜻을 잃은 것 같아요.

리: 이제 막 활동하는 랩퍼들이나 리스너들이 그런 리스펙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나요?

타블로: 네. 우리보다 동생인 랩퍼들은 알면서 가리온이나 드렁큰타이거가 정확히 어떤 팀이었는지, CB매스가 어떤 그룹이었는지를 모르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힙합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음악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CB매스 2집은 막 힙합을 듣기 시작한 친구들도 어떻게든 찾아서 다 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그 앨범이 힙합앨범으로써 정말 완벽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가끔 들어요.

투컷: 제목이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Mass-Matics.

타블로: 그야말로 공식이야. 진짜 잘 만들었어 그 앨범은. 요즘 애들도 다 한번씩 들어봐야 된다고 봐요.

리: 다이나믹 듀오에게 직접 이런 리스펙을 표현했나요?

타블로: 직접 그러면 낯뜨겁고 닭살 돋는다고 욕해요. 그런 얘기는 직접은 절대 안 하죠. (전원웃음)

리: 투컷 씨는 이번 앨범에서 샘플링을 한 곡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법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투컷: 그냥 이 시점쯤에서는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하고 싶기도 했구요.

리: 타블로 씨와 투컷 씨가 비트메이커로서 서로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요?

투컷: 저는 주제나 가사에 손을 대는 편이 아니다 보니 음악적으로 편곡이나 작곡 스타일에 대해선 서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이 앨범 들어봤냐”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타블로: 서로 잘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많이 자극도 되는 것 같구요.

투컷: 좀 더 트렌디한걸 하고 싶었는데, 완전 힙합적인 것도 공존하는 것 같고. 그건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타블로: 마침 트렌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요, 이번 앨범이 발표되자 굉장히 일렉트로닉한 힙합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저는 살짝 이해가 안 되요. 저희는 2집때부터 그런걸 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평화의 날’도 일렉트로닉 요소가 강했어요. ‘Fly’도 그랬고, ‘Paris’는 완전히 그랬고. 또, 4집때는 더 그랬고요. 근데 왜 지금 와서 마치 처음으로 제가 일렉트로닉을 한다는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4년이 넘게 일렉트로닉 음악과 결합을 하고 있는데 이제야 일렉트로닉이라는 게 개념이 생기고 트렌드가 되어 버리니까 마치 우리가 일렉트로닉 트렌드의 중심에서 뭔가를 하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 건 되게 늦은 뒷북인 것 같아요.

투컷: 4집때도 전세계 씬의 동향이 그 쪽이었는데, 그때 한국에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재작년부터 그랬는데…

리: 안 그래도 이번 앨범이 그것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타 블로: 심지어 예전부터 우리 음악을 듣던 친구들도 그거에 영향을 받는지. "에픽하이가 이번엔 너무 일렉트로닉 느낌으로 갔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오히려 예전 곡들이 훨씬 더 일렉트로닉 느낌은 많거든요. 너무 뒷북이다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어요. 우리가 그걸 처음 했다는 건 아닌데 항상 그 쪽 성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1집은 물론 우리가 프로듀싱을 안 했지만, 우리가 프로듀싱을 시작한 후부터 그 쪽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은 아니에요. 심지어 이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할만큼 한 것 같구요. 그래서 다음 앨범은 매우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요즘 집에서 다른 곡들을 작곡하고 있는데 좀 어쿠스틱한 게 많아졌어요.

리: 어쿠스틱한 사운드라… 정반대로 가는 건가요? (웃음)

타블로: 기본적인 성향은 똑같은데 사운드만 계속 달라지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하다 보면 질릴 때가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음악은 재미있어야 하는 거니까.

리: 여담이지만 이번 앨범 CD로 들었을 때하고 몇 군데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었을 때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타 블로: 아, 정말 스트리밍 되게 별로던데. 스트리밍을 듣고 사운드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당황스러워요. 이게 소스들 때문인데, 아날로그적인 거면 스트리밍으로 들어도 큰 차이가 안 느껴지는데 완전 디지털적인 소스들은 다 뭉개지거든요.

투컷: 믹싱도 굉장히 고생했는데. 이번 음악이 굉장히 하이파이 하잖아요. 그래서 차이가 확실히 들려요. CD로 들으셔야 해요.

타블로: 우리 음악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음악 얘기를 하면서 사운드 얘기를 논할 때, 사운드가 아쉽다는 얘기를 하면 저는 그 사람들한테 “그럼 좋은 헤드폰을 사세요”라고 권하고 싶어요. 무슨 아이팟 이어폰을 갖고 사운드를 평가해요. 웃기잖아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진짜 사운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헤드폰 하나 사는 투자는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투컷: 스튜디오에 가면 흔히 PC용으로 사용하는 조그만 스피커가 다 있어요. 그걸로 모니터링을 하는 상황이에요.

리: 허허. 아이러니하네요. 미쓰라 씨는 이번에 한 곡을 수록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 신경 쓸 게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미 쓰라: 그 곡은 앨범 작업 막바지에 들어간 곡인데 한 곡을 넣어야 되니까 더 신경을 쓴 건 없어요. 앨범을 만들 때 몇 곡을 들려준 다음에 쓸 거 있으면 얘기를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니까요. 저는 곡에 대한 욕심이 그렇게 크지가 않아요. 가사 쓰고 랩을 하는 게 더 재밌어요. 그리고 둘이서 너무 잘 쓰니까… 다행히 솔로곡이라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죠. 편곡을 타블로가 했어요.

리: 참, 에픽하이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던 프로듀서 페니 씨는 어디로 갔나요?

타블로: 자기 앨범 때문에 바빠요.

리: 원래 참여할 생각은 있었던 건가요?

타블로: 원래 우린 다 친구니까요.

투컷: 앨범마다 한 곡씩은 꼭 있었죠

타블로: 게다가 이터널 모닝 작업도 같이 했었잖아요. 이터널 모닝이랑 에픽하이는 다른 음악을 하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미쓰라하고 투컷한테 이터널 모닝하면서 미안한 게 좀 없지 않아 있었어요. 미안하다기보다는 이터널 모닝을 하면서 진짜 다른 색깔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 친구들한테 그 성향이 저도 모르게 개입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랑 다른 프로젝트를 한 프로듀서를 참여시키기가 좀 그랬어요. 물론, 페니였지만…

투컷: 이터널 모닝 작업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굉장히 놀랐었어요. 예전에 말은 했었지만, 언더그라운드 EP때처럼 이번에도 말만하고 넘어가겠지 했는데 진짜 작업하고 있더니 어느 순간 나오더라구요.

타블로: 그때 필받았어. (웃음)

리: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씀이 나왔으니 물어봐야겠네요. 언더그라운드 EP는 아예 없어진 건가요? (전원웃음)

타블로: 아무런 가식 없이 솔직히 말할게요. 처음 언더그라운드 EP 준비를 할 때 앨범이 나오면 어떻게 홍보할지 회사와 P.R 마케팅 논의를 하다가 회사가 원하는 것과 제가 원하는 것의 방향이 너무 다르다 보니까 ‘이 음악이 이런 식으로 마케팅되고 이런 식으로 전달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길거리 공연하면서 나눠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때 신문 기사에도 났었어요. 공짜로 나눠 줄 거라고. 그때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이 앨범을 통해 누군가 돈을 벌면 안 된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여하튼 회사랑 얘기가 안 맞아서 계속 딜레이가 되다가 이터널 모닝을 낼 때쯤에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앨범을 내도 되는 상황이 됐었는데 마침  새로 등장한 랩퍼들, 어린 친구들이 랩을 너무 잘 하는 거에요. 저는 그동안 칼을 갈고 있었어요.  언더그라운드 EP로 “랩의 끝을 보여주겠다!”, “Illmatic 같은 앨범을 만들거야!!”라면서요. 그런데 새로운 랩퍼들이 너무 잘 하는 걸 보면서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순수 랩 앨범으로는 못 따라가겠어요. 심지어 요즘 애들은 믹스테입 내는 것만 들어도 너무 훌륭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주관 있게 잘 얘기하고 전달력이나 플로우같은 모든 면에서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 EP라는 앨범으로 제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이나 얘기하려고 했던 것들이 굳이 지금 힙합 씬에 필요한지 의문이에요.

리: 아니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요?

타블로: 겸손한 게 아니고 진짜 그런 생각을 한다니까요. 제가 그걸 냄으로써 자리매김 같은 건 신경 안 쓰지만, 힙합의 뭔가를 보여줘야 되는데 이미 딴 사람들이 다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낸다고 뭘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리: 어떤 랩퍼들을 눈 여겨 봤었나요?

타 블로: 요즘 다 잘하잖아요. 도끼 이 녀석은 컴퓨터로 매일 자기 번개송들을 보내는데, 들으면 정말 잘해요. 그런 애들 걸 들으면, 오히려 얘네들이 앨범을 낼 수 있게 내가 제작을 해주고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이센스나 사이먼 도미닉 같은 친구들이랑 소주도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정말 주관 있고 열심히 하더라구요. 그래서 [Blonote]라는 타이틀로 약간 다른 음악을 담은 솔로 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리: 정규 앨범인가요?

타블로: 아뇨. 미니 앨범이 될 거예요.

리: 다른 음악이라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인지 조금 말씀해줄 수 있나요? 100% 힙합은 아닐 것 같고…

미쓰라: 잘 생각하고 얘기해.

타블로: 그건 올해 안에 하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는 건데…

미쓰라: 밑줄 쳐주세요. 하.고. 싶.어.서. (웃음)

타블로: 새로운 음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더 옛날 음악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냥 제가 혼자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구요. 힙합 쪽에는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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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당신의 조각들’은 듣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곡 같아요. 부모님과는 살갑게 지내는 편인가요?

타블로 & 미쓰라: 네.

투컷: 전 밤 10시 반에 알람이 울려요. 집에 전화하라고.

리: 지선 씨와는 두 곡을 함께 했는데,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타 블로: 지선 누나와는 예전에도 ‘Paris’에서 같이 했고 이터널 모닝의 ‘ White’에서 목소리도 지선 누나에요. 지선 누나는 저한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악기로 생각돼요. 제가 음악을 만들 때, 특정한 사운드가 필요한데 이 사운드를 가진 키보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이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는데 그게 지선 누나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죠. 제가 표현하고픈 느낌이랑 감성과 잘 맞는 두 사람이 지선누나랑 넬의 김종완이라고 생각해요. 이 두 명의 목소리가 제가 만들고픈 노래랑 전달하고픈 메시지랑 가장 잘 어울려요.

미쓰라: 저도 한 명 있어요. 진보.

리: 키비 씨와 작업도 꾸준한 것 같아요. 작업은 어땠나요?

투컷: 그건 진짜 즉흥이었어요. 그때 ‘연필깎기’의 비트가 나왔거든요. 키비가 악기랑 녹음 스튜디오 때문에 자문을 받으러 왔는데, 와서 앉아있다가 컴퓨터하고 심심해하길래 앨범 후반부 작업하다가 주제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너 여기다 랩 해볼래?”라고 말했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가사를 써서 녹음했어요.

리: 힙합, 혹은 랩이라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바나 철학이 예전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미쓰라: 글쎄요. 뭐랄까… 예전에는 쓸데없이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곡에 잘 맞춰서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 20대 초반 때 열정에 가득 차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목소리로 널 죽여버리겠어!”에서 “그냥 랩하자.” 이런…

투컷: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망원경으로만 보던 거를 두 눈을 뜨고 둘러볼 수 있게 됐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미쓰라: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렇게 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미부여를 많이 했었는데.

리: 에픽하이는 이제 확실한 셀링파워를 가진 그룹이잖아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물질적인 질이 얼마나 높아졌나요?

타블로: 한마디로 대답해 드릴게요. 벌었어야 되는 만큼은 못 벌었어요. 노력에 비해서는 못 버는 것 같아요.

미쓰라: 미국 헐리우드의 연예인들의 정보가 들어오면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다 그런 줄 알아요. 과장 뻥튀기가 얼마나 됐는지 진짜 다 그런 줄 알아요. 그거만큼은 안 돼요.

투컷: 그만큼이 아니라 비교가 안되지.

미쓰라: 너무나 큰걸 보고서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보고 있어요.

타블로: 몇 백만 분의 일인가.

투컷: 어쨌든 먹고 싶을 때 걱정 없이 먹을 순 있어요.

타블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 종합 연예인들보다 훨씬 못 벌어요. 우리나라에서 음반을 제일 잘 판매하는 3~4팀이 다 친한데요, 진짜 형편 없을 정도에요. 가요계에서는 아무리 잘 돼봐야 돈 얼마 못 벌어요. 이건 제가 장담해요. 안타까운 상황이죠. 물론, 부당한 부를 원하는 건 잘못된 거지만, 노력한 거에 비해서는 못 버니까요. 사이에 낀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국 제일 적게 버는 게 뮤지션이 되어버려요.

리: 에픽하이 정도되는 그룹에게서도 이런 말씀이 나올 정도면 정말 암울한데요. 음악을 하려는 어린 친구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요?

타 블로: 되도록이면 그 친구들이 활동하는 씬의 일종의 법칙들에 억눌려가지고 필요 이상으로 불편하게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었으면 좋겠구요. 돈을 많이 벌어야 더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거에요. 마돈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이런 사람들이 꾸준히 좋은 음반들을 낼 수밖에 없는 게 돈이랑 환경이 그걸 받쳐주니까 가능한 것도 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 시작하는 후배들이 그냥 축복 받아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로 돈을 많이 벌게 되고, 공연을 했으면 공연에 대한 페이를 제대로 받고 보너스도 받고 이러면서 자기가 갖고 싶은 것도 갖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가지고 싶은걸 가지다 보면 “뭐가 정말 필요 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가치관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너무 작은 법들이랑 규칙들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지고 보면, 그들이 먹고 살든 말든 상관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들이잖아요. “힙합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하면서. 앨범 한 장 안 사고 공연 표도 안 살 거면서. 음악보다 중요한 것도 있으니까 지금 시작하는 모든 후배들이 잘 돼서 편하게 좋은 환경에서 음악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쓰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생계 유지형 뮤지션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현실이에요. 그 상황에 처해있으면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갇히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본인이 할 얘기도 줄어들어요. 왜냐면 바탕이 있어야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건데 음악 하면서 갑자기 아르바이트 가고, 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을 하고 와가지고 좋은 음악이 나오기가 힘들죠. 만약 그 뮤지션이 뛰어나다면 사람들이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돼요. 그게 안되고 있으니까 안타까운 건데. 정말 이상적인 건 사람들이 좋은 음반이 나오면 많이 사고 그 사람이 공연하면 다 가서 봐주고 하는 거에요. 그 상황이 딱 됐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잘하는 친구는 너무 많은데 다른 이유들 때문에 안 하려고 하니까요. 그 사람이 음악을 해서 음악으로 먹고 살아야지 다른 걸로 먹고 살면서 음악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슬프잖아요.

투컷: 본인 스스로의 가치만큼을 확실하게 챙겼으면 좋겠어요. 당당하게 요구 할 줄도 알고.

타블로: 이런 건 아무도 안 챙겨주거든요.

투컷: 그걸 챙겨 받으려고 하는 거를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에요.

미쓰라: 그래서 음악 하는 친구들한테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희는 이미 겪었으니까. 그걸 겪고 나니까 후회가 큰 거죠. 좀 더 많은걸 보고 많은걸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 상황을 지나갔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이제 음악을 시작하고 잘 될 수 있는 친구들한테는 그게 욕심이 아니라는걸 먼저 말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를 해줬으면 하구요.

리: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계획을 들어볼까요?

타 블로: 외부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뜻대로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불필요한 활동들을 쳐내기 시작할 것 같아요. ‘Breakdown’이란 곡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구요. 그리고 욕심이 많이 없어져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기 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보람 있게 살고 싶어요.

미쓰라: 저는 저희가 많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약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요. 마치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인 양 1년에 한 장씩 앨범을 계속 찍어냈는데 이제는 나이대도 그렇거니와 생각을 해볼 때 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투컷: 개인적으로는 앨범 마스터링 끝난 다음에 저의 앨범에 대한 공식적인 활동은 끝난 거에요.

미쓰라: 사람들이 부담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달린 것 같아요. 어느 날인가 전화번호부 목록을 봤는데 옛날에 알던 친구들 전화번호가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도 몇 달에 한 번씩밖에 못 뵙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살아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도 그냥 나가서 친구들 만나서 놀고, 한없이 놀다가 음악하고 싶을 때 다 같이 모여가지고 “하자!” 이러면서 음악을 해보고 싶고.

타블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잖아요 앨범 작업하면서 1년에 6개월을 지나 보낸 거에요. 1년의 반을 지하실에서 보내다가 나왔죠. 그리고 활동하면 금새 1년이 지나가요.

미쓰라: 게다가 활동하는 동안에도 앨범은 계속 만들고 있지.

타블로: 물론, 그냥 녹음만 하는 일부 가수들은 좀 더 편하겠죠. 제가 들으니까 2~3주 안에 앨범을 완성하는 이들도 있다던데, 우리 4집은 1년동안 작업한 거거든요. 만약 100년을 살아도 1년이면 100분의 1인데 내 인생의 100분의 1을 받쳐서 만든 거에 대한 대가가 정말 있나 싶어요. 그 1년동안 내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음악을 그냥 한번 쓰고 버리는 걸로 생각을 하니까요. 물론, 여전히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음악을 정말 아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던지 다시 음악을 예전처럼 많이 아끼는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지 이대로 계속 하는 건 상처만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한테도 상처가 될 것 같구요. ‘낙화’라는 곡의 가사가 진짜 제 심정이에요. ‘내가 다 쥐고 있다는 생각에 다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족, 건강 등등… 이러다 죽으면 몇 명이 울어줄 것 같아요? 과연 몇 명이나 박수 쳐 줄까요? 3일동안 몇 명이 그러다가 다음에는 잊혀질 거란 말이에요. 대중의 기억 속에서…

미쓰라: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진으로는 언제 살 건가…’하는. 7년동안은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약간 제 자아랑 혼란이 와요.

리: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앨범 발매 주기를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타블로: 우리도 잘못이 있는 게 가만이 못 있어요. 앨범을 계속 만들고 싶고 계속 뭘 하게 되는데 이게 음악에 미친 거에요. 제정신이 아닌 거죠. 그래서 계속 내는 것뿐이지 특별히 ‘하고 싶다, 하기 싫다.’를 생각한적도 없어요. 그냥 하고 있는 거에요. 나도 모르게.

미쓰라: ‘이러다 갑자기 그게 딱 끊기면 어떡하나, 막 미친 듯이 이렇게 계속 6~7년째 계속 하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재미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생겨요. 그럼 안 할 거니까요.

투컷: 문제는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

타블로: 그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미쓰라: 사회 나가면 할게 없잖아.

타블로: 20대를 이거에 받쳤는데…

리: 이 정도로 지쳐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쓰라: 저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놀러 간 적이 없어요. 진짜로 여행 간 적이 한번도 없고 사기 당했을 때 빼고는 놀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요즘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인간으로 사는 게 아니니까.

타블로: 사람들이 우리도 인간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3명도 각자 사람이라는 거.  사람들이 TV에서 슬퍼 보이면, “왜 슬퍼 보이지? 뭐 불만이 있나?”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가족 중에 누가 아플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걸 다 얘기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리: 이거 마지막에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졌네요. 참, 투컷 씨는 왜 외부활동을 별로 안 하시나요? ‘스타골든벨’에 나왔던 건 봤습니다만….

투컷: 헉. 리드머에서 ‘스타골든벨’ 나온 얘기로 질문이 나오다니…

리: 어흠. 아니 뭐….

투컷: 타블로는 예전부터 유명해졌고,

타블로: 난 요즘 안 하잖아. 그런데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컷: 그래도 블로는 CF도 찍었고, 라디오도 했고, 뮤직 뱅크 MC도 하면서 일단 TV에 계속 나오니까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요, 미쓰라는 처음에도 말씀했다시피 1년정도 예능이었잖아요? 그 사이에 앨범 작업을 해야 되는데 정리할 사람이 없는 거죠.

리: 아… 투컷 씨가 궂은 일을 맡았군요.

투컷: 그리고 사장님이 매일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너는 그냥 프로듀서를 하는게..." (전원웃음)

리: 그래도 투컷 씨 소녀팬들이 많지 않나요?

미쓰라: 소녀팬은 투컷밖에 없어요. 에픽하이의 초중고생 모든 팬은 다 투컷 팬이에요.

투컷: 나중에 10년쯤 지나면 내가 최고일거야.

리: 하하하.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투컷: 7월에 있는 수영장 파티 놀러 오세요.

미쓰라: 놀아요.

타블로: 음악이 즐기라고 있는 거지, 이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안되거든요. 문화라는 게 살다가 생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건데, 영화나 책, 음악, 이런 것마저도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고 있으니 참 안타까워요. 그걸 갖고 싸우고 다투고 자기 주장 내세우고 남을 무시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풀려고 가는 곳들이 스트레스가 생기는 곳들이 되 버리고 그걸 제작하는 사람들, 만드는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듣는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이게 원위치로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들 좀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공격 받기 싫어하면서 왜 남을 그렇게 매섭게 공격하는지 모르겠어요. 너그럽게 다들 웃으면서, 가능하다면 긍정적인 메시지의 음악을 하고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미쓰라: 그리고 랩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좋아요.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이광형 사진 / 권성훈(서커스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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