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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illa, 그를 추억하는 6장의 앨범
리드머 작성 | 2012-02-09 22: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9 | 스크랩스크랩 | 33,916 View



해마다 2월이 되면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이 딜라(J Dilla a.k.a. Jay Dee)의 발자취를 다시금 따라가보며 추억에 젖곤 한다. 2006년 2월 10일 요절한 힙합 프로듀서 제이 딜라의 음악은 힙합 씬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에도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청량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하게 이어진 제이 딜라의 흔적이 우리에게 준 감동을 일일이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위대한 프로듀서의 기일을 맞이하여, 세 명의 리드머 필진과 한 명의 특별 기고자가 제이 딜라가 참여했던 작품 중 각자 의미, 혹은 추억이 깃든 앨범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강일권 – A Tribe Called Quest [Beats, Rhymes, and Life]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1nce Again", "Get a Hold", "Keeping It Moving", "Stressed Out", "Word Play"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이하 ‘ATCQ’)의 이 네 번째 앨범은 그룹에게도 소중한 작품이지만, 제이 딜라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었을 것이다. 재야의 고수였던 딜라(당시는 ‘Jay Dee’)가 수면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키보디스트로 활약하던 앰프 피들러(Amp Fiddler)는 자신의 친구인 딜라를 큐-팁에게 소개했는데, 딜라의 소울풀한 비트에 큰 감흥을 느낀 큐-팁은 함께 프로덕션 팀을 구축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결국, 딜라는 큐-팁, 알리 샤히드 무하메드(Ali Shaheed Muhammad)와 더 움마(The Ummah/아랍어로 ‘공동체’를 일컫는다.)라는 프로덕션 팀을 이루어서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라있던 ATCQ의 새 앨범을 걸작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므로 본 작은 더 움마의 결실이 담긴 첫 결과물이자, ‘제이 디’라는 이름을 메이저에 알린 첫 번째 작품인 셈이다. 딜라는 특유의 뭉툭하고 감각적인 샘플링과 마성의 스네어를 앞세워 앨범의 두 히트 싱글 “"1nce Again"과 "Stressed Out"을 비롯한 다수의 곡을 통해 움마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내가 막 CD 수집에 맛을 들여가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어서 감흥이 더하다. 고백하건대 본 작을 구입했던 당시에는 딜라의 이름을 각인하지 못했다. 몇 년이 흐른 후, 딜라와 움마의 관계를 뒤늦게 알고 나서야 무릎을 탁~ 쳤던 것 같다. ‘그렇게 무심결에 지나치던 순간부터 이미 내 귓속 깊이 들어와 있었구나…. 하… 정말 귀신 같은 사람….’  


양지훈 – Pharcyde [Labcabincalifornia]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Runnin'", "Bullshit", "Splatittorium", "Somethin' That Means Somethin'", "Drop", "Y?"

캘리포니아 주에서 활동했던 랩 그룹 파사이드(Pharcyde)의 2집 [Labcabincalifornia]는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음반이다. 처음에는 제이 딜라가 프로덕션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 채로 들었다. "Runnin'", "Drop", "Y?" 등을 즐겨 들었으며, 그 중에서도 "Drop"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음반을 구매하고 나서 앨범 크레딧을 확인했더니 놀랍게도 모두 'Produced by Jay Dee' 트랙이었다. 그의 비트는 파사이드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랩을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제이 딜라의 드럼에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올 줄 모르고 지냈는데, 공익근무요원 신분이던 시절, 출근 길에 버스에서 이 앨범의 한 곡이라도 더 듣고자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일부러 지나쳐 버리는 경우까지 있었다(물론, 지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음반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인물은 결국 프로듀서 제이 딜라가 아니었나 싶다.


양지훈 – Amp Fiddler [Waltz of a Ghetto Fly]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Intro", "You Play Me", "Waltz of a Ghetto Fly"

앰프 피들러는 제이 딜라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뒤늦게나마 서로 동문임을 알게 된 후, 가까워진 그들이 음악적 교감을 통해 작업을 함께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앰프 피들러는 키보디스트, 혹은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첫 앨범 [Waltz of a Ghetto Fly]를 통해 보컬리스트로서 역량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실, 이 앨범에서 제이 딜라는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듀서는 아니다. 그럼에도 앰프 피들러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앨범이라는 점, 그리고 제이 딜라가 드럼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You Play Me"가 가져다 준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기에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앨범이다. "Superficial"과 함께 앨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 "You Play Me"였는데, 아무래도 제이 딜라의 드럼 루프가 주는 마력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다.


이병주 - Jaylib [Champion Sound]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L.A. to Detroit", "Nowadayz, "The Red", "Raw Shit", "The Heist", "React", "Strip Club", "The Exclusive", "Starz"

제이디(Jay Dee)와 매드립(Madlib), 각각 그 이름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하는 프로듀서들이다. 그러한 둘이 힘을 합쳐 만들었던 프로젝트 제이립(Jaylib)은 그야말로 대단한 콜라보였다. 앨범은 한 명의 비트에 다른 한 명이 랩을 얹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프로듀서 모두 서로에게 질세라 엄청난 비트로 앨범을 꽉꽉 채워놓았다. 서로 거의 만나지도 않고 진행된 작업이지만, 둘 사이의 상당한 음악적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앨범 감상의 또 다른 재미다. 특히, 이 앨범은 제이 디에게 있어 하나의 음악적 전환점으로 얘기할 수 있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앨범에서 그는 이전보다 더 실험적이고 오묘한 샘플의 구성과 활용 방식을 선보이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둔탁한 질감을 과감하게 내세웠다. 사실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앨범을 대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충 마구 던져놓은 듯한 샘플들과 엉성한 둘의 랩에 실망했었다. 그러나 이후 둘의 커리어가 더욱 쌓이고 빛을 발함에 따라 다시 마음먹고 찾아 들었다가 결국, 앨범의 독특한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특히, "Raw Shit"과 "The Red"가 가장 좋아했던 트랙이다. 아무래도 폭넓은 지지를 받을만한 성격의 작업물은 아니고, 외국에서의 표현대로 '컬트 클래식'이라는 칭호가 아주 딱 들어맞는 앨범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시간이 지났어도 그들의 랩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병주 - Common [Like Water for Chocolate]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Time Travelin'", "Heat", "Dooinit", "The Light", "Funky For You", "The Questions", "Time Travelin' Reprise", "A Film Called (Pimp)", "Nag Champa", "Thelonius", "Payback is a Grandmother"

제이 딜라와 인간적, 음악적 교감을 깊이 나눴던 뮤지션 중에 커먼(Common)을 빼놓을 수 없다. 제이 딜라가 소속되었던 소울쿼리언스(Soulquarians)가 작업한 커먼의 두 앨범 중에서도 [Like Water for Chocolate]을 다루게 된 것은 이 앨범이 평단과 대중의 큰 지지를 받았음은 물론, 앨범 내에서 제이 딜라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음악에서 재즈와 소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스와 두툼한 리듬부가 함께 빚어내는 앨범의 풍부한 사운드는 의식 있는 가사를 고집스럽게 늘어놓던 언더그라운드 랩퍼 커먼을 메인스트림 위로 끄집어 올렸는데, 특히, 제이 딜라가 프로듀싱한 첫 싱글 "The Light"는 당시 커먼에게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안겨줬다. 수록곡 중 역시 홀로 프로덕션을 맡았던 "Nag Champa"에서는 후렴 노래에 참여한 제이 디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겠다. 앨범이 발매되었던 2000년 당시에는 소울쿼리언스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단순히 커먼이란 랩퍼에 대한 호감만을 가지고 구매했었지만, 앨범을 무수히 돌려 듣고 난 뒤에는 제이 딜라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군가 내게 정말 멋진 힙합 앨범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때 주저 없이 가장 먼저 얘기하게 되는 앨범이다. 아마 수십 년이 더 지난 뒤에도 나는 제이 딜라와 이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라도 늘어놓고 있지 않을까.


이용균(contributor) – Guilty Simpson [Ode to the Ghetto]
*제이 딜라가 프로듀스한 트랙: "I Must Love You"

천 여장의 음반들을 구입해 왔지만, 솔직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앨범은 없다(그 음반들은 저마다의 우여곡절 끝에 나의 CD 수납장까지 안착했겠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특별한 기억을 찾는 것보다는 특별함을 부여하는 쪽으로 제이 딜라에게 접근하고자 한다. [Stray Bullets]와 [Ode to the Ghetto]. 전자는 디트로이트 슈퍼 MC 길티 심슨(Guilty Simpson)의 믹스테잎이고, 후자는 그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이다. 두 앨범에 공통된 비트가 있는데, 그 비트의 주인공이 제이 딜라이다([Stray Bullets]의 "La La"는 [Odd to the Ghetto]의 "I Must Love You"의 훅과 첫 번째 벌스 부분이 된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끌어당김이 있는 이 비트와 랩은 지금껏 외국 카피랩을 딱 한 곡만 해봤던 나에게 두 번째로 하고 싶게 만든 곡이 되었다. 정규작에 제이 딜라의 비트가 한 곡밖에 없지만, 이 곡은 이 앨범에서 길티 심슨의 목소리만큼이나 묵직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멋진 음악으로 우리의 귀와 가슴을 달래준 당신,
고마워요. J Dilla a.k.a Jay Dee. 
1974.2.7 ~ 2006.2.10




기사작성 / RHYTHMER.NET 리드머(양지훈, 이병주, 이용균,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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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Fukka
    1. Fukka (2012-02-10 13:49:04 / 211.246.71.***)

      추천 0 | 비추 0

    2. 잘 봤습니다. 덕분에 좋은 앨범들을 오랜만에 플레이해봤네요. 땡큐 딜라.
  • 뮤직쿤
    1. 뮤직쿤 (2012-02-10 01:29:04 / 1.177.19.*)

      추천 0 | 비추 0

    2. 헉 피들러 저 앨범에 Superficial 저도 무척 좋아하는 곡인데, 재밌네요. ㅋ

      Drop은 타이거 제이케이도 좋아한다고 MTV에서 추천하는걸 봤었는데, 최고죠. ㅋ
  • 박정현
    1. 박정현 (2012-02-09 22:47:08 / 125.142.22.***)

      추천 0 | 비추 0

    2. pharcyde - drop 진짜 명곡인데...
      딜라 곡이었구나... 좋은 기사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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