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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 추모특집① Whitney, 그녀에 대한 사적인 기록
오이 작성 | 2012-02-14 03:2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23,316 View



지난 2월 12일 낮 SNS를 통해 전해진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부고는 비통함을 포함한 복잡한 심경을 갖게 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스쳐 지나갔던 그녀의 아름다웠던 모습들, 이후, 술과 마약 중독에 빠지면서 보여주었던 자기 파괴적인 삶의 모습을 보아오면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생각보다 빠를지 모를 그녀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감했었던 것 같다. 커피숍에서 친구에게 "결국..."을 대화의 첫 단어로 선택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회상해보니 내가 휘트니 휴스턴을 퍼포머가 아닌 뮤지션으로 인식했던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정말 최고’로 여기게 된 것도 그녀의 커리어를 일렬로 나열해봤을 때 최고점을 한번 찍고 내리막길의 조짐이 보이던 당시에 가까웠다. "I Will Always Love You"로 빌보드 싱글 차트 14주 1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고, 영화계와 음악계를 오가며 여성가수로서 화려한 경력을 이어가던 그녀였지만, 내가 갖고 있던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Greatest Love of All"을 부른 유명한 여자 팝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누구처럼 휘트니 휴스턴과 관련한 애잔한 추억스토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간직하는 추억거리라고는 중학생 시절, 영화 [보디가드, The Bodyguard]를 보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20대 여자가 내게 "벌써 다섯 번째 이 영화를 보러 왔다."고 말했던 모습과 영화는 잘 모르지만, 마음씨는 좋은 극장 관리아저씨 덕분에 영화상영 중간에 들어가서 범인이 이미 밝혀진 마지막 장면을 내리 두 번 본 기억 정도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1.3번 영화를 봐야 했던 중학생 소녀가 이어가는 그녀에 대한 사적인 기록은 두 명의 남자와 연결고리를 이룬다. 바로 베이비 페이스(Babyface)와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이다. 잘 알려진 대로 베이비 페이스는 현존하는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이고, 바비 브라운은 악동이란 표현이 애교로 들릴 정도로 말썽 많은 그녀의 전 남편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바비 브라운(좌), 베이비페이스(우)

영화 [보디가드] 이후에 다시금 가수로서, 배우로서 영광을 재현해야만 했던 휘트니 휴스턴이 선택한 영화는 [사랑을 기다리며, Waiting to Exhale]라는 흑인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뻔한 내용의 영화였다. 그저 흔한 페미니즘 영화인 [사랑을 기다리며]는 [보디가드]만큼이나 영화보다는 사운드 트랙이 화제였다. 휘트니 휴스턴이 선택한 두 번째 영화라는 사실과 총 책임 프로듀싱을 맡은 사람이 바로 미다스의 손 베이비 페이스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나로서는 모든 음악이 베이비 페이스의 곡인 이 영화 사운드트랙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는 상관없었다. 그저 "모든 곡이 베이비 페이스 곡이야!"란 사실이 반가웠을 뿐, 첫 싱글 "Exhale (Shoop Shoop)"을 처음 들었을 적 소감도 휘트니 휴스턴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불러도 상관없다고 여길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Exhale (Shoop Shoop)"이 아무나 부르면 안 될 곡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채널V]에서 ‘빌보드 탑 100’을 통해 나오던 "Everyone falls in love sometime, Sometimes it's wrong, and sometimes it's right..."을 듣는 순간 잘 만들어진 음악이 주는 진정한 쾌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전해져 오는 그녀만의 감성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오롯이 그곳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절제된 감정과 입체감있는 보이스는 매끄럽게 올라가는 고음보다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전해져 오는 데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그녀만의 예술적 기교를 깨닫게 되자 "I Will Always Love You"이후, 진보한 그녀의 음악성이 흉내 내기 힘든 지점으로 올라섰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역사적인 듀엣곡 "When You Believe"가 둘 중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은 곡으로 탄생하여 다시금 실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적 커리어에서 최고점은 [Waiting To Exhale] OST라는 생각이다. 이는 베이비 페이스의 강력한 음악적 재능과 결합한, 최고와 최고가 만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Whitnet Houston - Exhale (Shoop Shoop)

다음 인물은 바비 브라운. 그는 ‘인간 말종’, ‘악마’같은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지만, 휘트니 휴스턴보다 뉴에디션(New Edition)을 먼저 접했던 나로서는 바비 브라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그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휘트니 휴스턴의 측면에서 보자면 안타까움보다는 분노가 더 치밀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여하튼 여러 구설수에 올라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그 시기에 등장했던 ‘디바스 라이브(Diva's Live)’ 무대의 그들은 내 팬심에 적잖은 자극을 주었다. 노란색 옷을 맞춰 입고 나와서 "Something in Common"을 같이 불렀는데, 와이프보다 먼저 전성기를 떠나 보내야 했던, 천둥벌거숭이 같은 바비 브라운과 화려한 디바가 부르는 그날의 무대는 이전까지 불화를 거듭하던 그들에 대한 내 선입견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미디어에서 접하기만 했던 두 남녀의 관계가 드러난 것보다는 좀 더 쇼 비즈니스를 떠나 복잡한 차원의 것이 아닌가 싶었다. "Something in Common"을 녹음할 때만해도 그들 사이에 분명 빛나는 순간이 있었으리라. 또한, 무대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건 그들이 함께한 시간들이 전부 신기루 같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죽고 난 후, “Love You Whitney"라며 눈물을 보이는 바비 브라운의 마음은 분명 진심일 거란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러한 연유였다.


'Diva's Live' 무대에서 함께 열창하는 휘트니 휴스턴과 바비 브라운

사실 나는 지금도 무엇을 더 아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려했지만, 말로가 처참했던 그녀의 삶에 대해 아쉬워해야 할지, 이제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에 과거를 들춰내 변한 목소리를 아쉬워해야 할지. 분명 그녀가 계속 삶을 살았더라도 다시금 "I Will Always Love You"나 "Exhale (Shoop Shoop)"때 들려주었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입증된 사실이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재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조차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에 역시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휘트니 휴스턴이란 가수를 단순히 ‘팝의 여왕’이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를 함께 해주었던 동반자처럼 여겼기에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비록, 영광은 과거가 되었고,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제는 전설이란 말에 가두게 되었지만, 여신이었던 데뷔 앨범 [Whitney Hounston]의 이미지는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가슴속에 각인되었다.

인생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그녀가 부디 저세상에서는 편히 쉬길 바라본다.
Whitney Houston
1963.8.9 ~ 2012.2.11



※추모특집②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생전 앨범을 훑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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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crave4you
    1. crave4you (2012-02-15 14:36:36 / 121.162.102.***)

      추천 0 | 비추 0

    2. 아..머라이어 캐리와의 듀엣곡은 최고와 최고가 만났을때
      얼마나 시너지 없을 수 있는지의 사례가 된 거 같아 아쉬웠던 기억..

      부디 편히 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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