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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문 - Fly Me To The Moon
Quillpen 작성 | 2012-03-15 19:1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32,731 View

Artist: 제이문(Jay Moon)
Album: Fly Me To The Moon
Released: 2012-03-02
Rating: +
Reviewer: Quillpen









걸출한 신예의 등장은 언제나 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비록, 편중된 음악 스타일이 흠이긴 하지만, 현재 미국의 메인스트림 힙합 씬만 보더라도 이는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신예의 앨범은 이름값 있는 뮤지션들의 앨범 못지 않게 기대감을 증폭시키고는 한다. 근 1년이 넘는 기간에 한국힙합 씬에도 저마다 각자의 스타일을 구축한 많은 신인이 결과물을 내고 등장했다. 겉으로만 보자면, 풍년이다. 하지만 대부분 믹스테잎이나 싱글 위주였기 때문에 그 속까지 풍년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어느 나라, 어느 씬이건 그가 진짜 재목인지 아닌지는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 속에서 싱글이나 믹스테잎 발표 없이 앨범으로 출사표를 던진 신예가 등장했으니, 바로 인디펜던트 레코즈의 제이문(Jay Moon)이다.

앨범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그의 랩이다. 처음 제이 문이 등장했을 때 힙합팬들이 보인 반응(‘더블 케이와 비슷하다.)을 의식해서였는지 모르지만, 본 작에서는 빠르고 공격적으로 내뱉기보다 적당한 템포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플로우를 구사한다. 그런 와중에 순간순간 템포를 밀고 당기면서 타이트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데, 거기서 배어 나오는 여유가 웬만한 몇 년 차 랩퍼 못지않다. 단순하고 치기 어린 스웩이나 허세를 자제한 가사도 인상적이다. 제이 문은 8곡을 통해 우주 공간과 달을 소재로 끌어오는 등, 꽤 성숙한 자세를 견지하며 현실에 대한 고민이나 랩퍼로서 열정을 드러낸다. 특히, 또래보다는 정서적인 발육이 앞 서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면서도, 군데군데 ‘어른’이 아닌 ‘미성년자’임을 상기시키는 오브제를 깔아놓은 점은 재미있다. ‘일단, 짐 가득한 책가방은 어깨에서 내려 (“Expression”)’, ‘왜 벌써 걱정해. 100일 되기 전까진 몰라, 신민아 / 눈앞에 즐비한 경찰차 여러 대 난 일단 미성년자니깐 끄고 버렸네 (“Moon Flight”)’ 등등은 그 대표적인 예. 또한, 메시지를 표현할 때 매 구절에 의미를 담기 급급하기보다는 적절히 흘려보내면서 플로우의 흐름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재지한 비트부터 사운드 소스를 부각시킨 비트, 그리고 최근 미 메인스트림에서 유행하는 사운드의 잔향을 넓게 퍼트린 멜랑콜리 비트까지 아우른 프로덕션도 제이 문의 랩과 앨범의 컨셉트와 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굳이 한영혼용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제목까지 모두 영어로 말이다. 이것이 근 몇 년 사이 한국힙합 씬 안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되긴 했지만, 그것이 한국 랩의 발전을 저해하고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한 논의는 리드머에서 언젠가 필자든, 편집장님이든 칼럼으로 다룰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제이 문의 랩도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제이 문으로서는 억울 할 수도 있다. 여느 신인들과 비교하면, 혼용의 빈도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근데, 차라리 (유기적 흐름 운운하며) 대놓고 혼용을 일삼는 랩퍼들은 제쳐놓겠지만, 제이 문처럼 한국어만으로도 준수한 라이밍과 플로우, 그리고 심상의 전달이 가능한 랩퍼의 랩을 들을 때 더욱 큰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제이 문은 확실한 기대주다. ‘내가 엿 같으면 까지 왜 또 들먹여 내 나이를 (“Young”)’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의 나이는 분명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95년생. 일부 랩퍼들이 십 대 감성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쓸 때, 정작 그 대상이었던 십 대 랩퍼는 전혀 다른 관점의 랩으로 선배에게 화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시작이 이 정도면, 충분히 미래를 기대하고도 남을 만하다. 다만, 혹시라도 그 열정이 빨리 식거나 환경의 열악함에 지쳐 달에 닿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Quill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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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김도현
    1. 김도현 (2012-03-25 00:30:47 / 180.66.18.***)

      추천 0 | 비추 0

    2. 2012년 한국에서 나온 랩퍼들의 결과물들 중 가장 강렬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Expression'과 'Full Moon'에서 비트를 해석하는 감각에 감탄했고요.

      모던라임즈가 떠오를 정도로 섬세했고 모던라임즈보다 능숙해서 깜짝 놀랐습니다.ㅎㅎ
  • Fukka
    1. Fukka (2012-03-20 18:59:23 / 211.246.70.**)

      추천 0 | 비추 0

    2. 전 오식님과 정반대 생각입니다. 한영혼용의 문제는 랩의 역사와 어떻게 랩이 발전해왔는가, 그리고 힙합과 문화의 관계를 따져보면 편협하다거나 다양성 존중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을 걸요? 뭐 이건 워낙 길어질 이야기니 리뷰어님이 쓰셨듯이 칼럼으로 나오길 기대해봐야 겠군요. 어쨌든 그럼에도 다시 한번 제이문 기대주
  • 변오식
    1. 변오식 (2012-03-20 17:49:58 / 125.177.5.***)

      추천 0 | 비추 0

    2. 한영혼용이 한국 랩의 발전을 저해하고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라는 생각...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언어를 쓸까, 섞어쓸까 하는 문제는 지극히 선택적인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한글만 쓰는 사람도 섞어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오히려 지적하신 유형의 비판과 논쟁들이 저는 랩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갱스터 스타일이나 스웨깅은 겉 멋 들은 허세이고 의식있고 진중한 스타일을 해야해 이런 의견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요.
      자칭 전문가 혹은 나 좀 알아하는 사람들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다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뚝 잘라 그건 안돼 하는 모습은 보다 나은 발전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한국의 힙합음악은 아티스트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과 고생 덕분에 전체적으로 이제 겨우 달리기 할 수 있는 꼬마 수준이 되었다라고 보는데요, 음악 뿐만 아니라 힙합에 대한 스타일, 패션, 태도, 생각 등에서도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보다는 다양한 모습들이 재미있게 나오길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 Fukka
    1. Fukka (2012-03-18 02:11:30 / 110.70.29.***)

      추천 0 | 비추 0

    2. 제이 문 기대할만한 랩퍼인 듯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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